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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B

검은 백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0 01:20
최근연재일 :
2021.11.10 12:00
연재수 :
79 회
조회수 :
66,199
추천수 :
1,551
글자수 :
403,656

작성
21.03.31 12:00
조회
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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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14쪽

47. 전투호흡 3

DUMMY

참고 참는다. 참고 참아야 한다. 침투는 매복은 강렬함이 아니다. 인내다. 인내가 99% 격렬한 마찰은 1%. 그 잠깐을 위해 사는 거다.


살 수 있는 또 다른 조건은, 동이 트고 나서, 지휘관이 매복 차단선 근처에 대한 수색을 명령하고 떠나느냐, 그냥 가느냐.


힘을 빼라.

불안을 버리지 않고

불안 자체를 잊어라.

나는 나무다.

나는 산이다.

나는 무생물이며 우연의 산물이다.


박진은 무슨 생각을 할까, 종인이 생각한다.

종인은 무슨 생각을 할까, 박진이 생각한다.

다만, 누구 하나가 쏘면 같이 쏜다.

서로를 쳐다보지 않는다.

고개 돌리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다.

가슴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마음.

지금 둘 다 수류탄 안전핀을 집고 있다.


여기가 묫자리냐?

‘혹시 우리가 죽을지 모르는 이 자리는.’

함경남도 항주군과 영광군의 경계.

그 바로 위가 장진군이다.


‘장진호수. 들러갈까?’

‘미쳤나 이게.’

‘우린 퇴각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진출한다.’

‘위로 올라가면 얼마나 더 추울까.’

‘낮에는 불 좀 피울 수 있겠지.’

‘낮에 태양으로 완전히 녹이지 못하는 기온?’

‘만주에 인간이 사는 게 놀랍다.’

‘왜 이래. 그게 고구려인데.’

‘그렇구나.’

‘두만강만 봐도 소원이 없겠다.’

‘재수 없는 소리 말아. 강은 봐!’


여기가 묫자리라면

총칼 군복은 사라지고 뼈만 남는다


‘어?’

이번에는 이종인의 ‘어?’

눈이 돌아가 째려보듯이 박진으로 향한다.

이종인은 박진도 자신을 주시함을 안다.


참고 참자,

드디어 건너편이 움직인다...

상의하는 낮은 소리가 들리더니 천천히 기는 소리가 난다.

누군가 나오고 있다. 높은 놈이 명령했을 수도 있다.


소총을 잡아 총구를 정면으로

허리를 구부렸다.


이종인의 정면으로 온다. 15m.

이종인은 고개를 돌렸으나 눈이 안 보인다

박진 머리 그림자를 보고 알아차렸다.

머리가 까딱.

많은 뜻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종인은 확실히 받아들였다.

‘붙는다.’


이종인은 권총을 든다. 소음기가 아니다. 국산 권총. 분명, 이종인 뒤의 저격총 때문에 뭔가 상이함을 느낀 것 같다. 이종인은 자물쇠를 만지고 안심했다. 이상함을 느끼고 이 자리에 쪼그려 앉을 때 이미 ‘사격’으로 돌려놨다. 본인도 몰랐다. 약실은, 기어오는 사람에게 줄 선물이 있다.


그림자가 훨씬 낮아졌다.

‘사행식 보폭?’


현실인가. 초현실인가. 끝인가. 굳는다. 공포로 굳는다. 두려움이 물들고, 이제 죽음이 닥쳤다.


‘당기면 총이 나가나...’


이것이 전부인가. 지금까지가 인생의 모든 것인가. 다른 확률은 없고, 끝인가. 이종인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굳으면 죽는다. 어차피 죽을 거라고 이대로 죽으면 병신이다.’


이종인은 이를 악물고 전투호흡을 시작한다. 호흡이 눌리고 막히면 몸도 그렇게 따라간다. 몸과 정신이 한 줌으로 오그라들고 오줌똥을 지린다.


대부분 들숨에 헉! 막힌다.


들숨은 근육을 써서 하지만, 내쉬는 쉼은 들숨의 탄력에 의해 자동으로 배출한다. 힘을 주고 있으면 이 배기에서 일정량만 나가고 일정량이 남는다.


몸속에 가득 찬 이산화탄소부터 뱉으면서 시작해!


“흠... 흠... 흠...”


세 번에 나누어 들여 마시고,

멈춘 다음

‘정말 참지 못해 뱉고 싶을 때’를 기다린다.

네 번에 나누어 실처럼 뱉는다.


호흡을 늘려라.

늘려라.

규칙적인 호흡을 목표로 하라...


인생은 한순간의 찰라.

80년이라 한들,

반은 잠자고,

10년은 어린애라 모르고,

알맹이는 20년 정도.

그 20년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다면 살 가치가 없다.

(마피아 보스)


박진은 주먹에 힘을 주고 안전핀을 조용히 뽑는다.


‘우리를 정확히 느낀 건 저 앞 참호... 왜 기어 나와. 바로 쏴야지. 이 고구마는 저 참호에 던진다. 종인이가 쏴도 자기 대원이 나갔으니 잠깐이라도 주저한다. 북한군은 적을 죽이기 위해 아군이 죽든지 말든지? 아니. 여기가 남한보다 이상한 형태로 좀 착해. 장담하건데 사방에 연쇄 사격 일어난다. 너희는 다 잡았는데 우리에게 기회를 줬어.’


정지.

진정한 정지는 눈의 정지다.


렌즈의 180도 교차.


이종인과 상대의 눈.


너도 멈추고 나도 멈춘다.

너도 떨고 나도 떤다.

우린 서로 사람 금방 죽이는 무기를 가졌다.


상대의 눈은 순간 망설인다. 눈동자가 살짝 들리면서 이종인이 쓰고 있는 모자를 본다.

자신들이 쓰는 모자.

다시 이종인의 눈동자를 본다.


그림자...

땅을 짚은 오른손 밑에 총이 있다.

눈은 다시,

마지막으로 이종인의 총구를 본다.

시간은 고작 3초 경과.


나른한 오후,

사람들이 너도나도 따분해질 시간,

평온하던 공장에 LPG 통이 폭발한 것처럼...


꽈릉~~~~!!!


불꽃이 일어나고, 언뜻 보였던 사람의 얼굴과 눈은 휙~ 사라지고 없다.

상대는 건너편으로 넘어가고 이종인은 등 뒤로 넘어갔다.


박진은 이종인이 쏘기 직전에 이미 던졌다.


앙앙앙앙... 웅웅웅웅...

대지가 가루가 되고 귀에서 기별이 없다.

사방 땅, 나무, 풀, 총알이 때리고 판다.

탕! 타다당! 탕! 드르럭 드르럭. 드르르르르르르...

폭발. 알아들을 수 없는 고함. 아무도 제정신이 아니다.


이 컴컴한 무언의 산, 산이라는 괴물을 울리고 서로의 고막을 찢는다.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 일어설 엄두가 안 난다. 몸을 굴려 나무로 붙는다. 하지만 총알이 한 방향이 아니다.


‘다는 아냐...’


총소리가 요란하지만 조준사격이 아니다. 총알이 뜬다. 부정확하다.


일어서야 한다.

일어서 뛰어야 산다.


엄청난 불꽃이 시야를 채운다. 카메라 플래시처럼 사방이 터지고 기괴한 그림자들이 나타나고 사라진다. 총. 총. 총. 기관총. 사방에서 자동사격. 수많은 총. 자신도 모르게 일단 당기고 보는 거다. 이들도 보통 보병은 아니다. 적어도 자기들 입장에서 최고라는 애들이 들어왔다.


입은 벌어지나 소리가 안 나오는 이종인. 왼손으로 가슴을 뒤져 솔방울을 두 개 꺼내고 박진을 본다.


‘폭발하면 뛴다!’


박진의 하얀 치아가 빛나고 다시 닫히며, 박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귀를 막으며 밑으로 사라진다. 이종인은 두 개 다 안전핀을 뽑고, 숨을 고른다.


‘먹어라. 남조선 거다.’


불타는 소돔과 고모라를 돌아보면 안 돼

사람이 돌로 변한다는 신의 경고가 있었어

그렇다고 안 돌아보면 인간이 아니지


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거 아니면 좀 그렇잖아


이종인이 팔을 뒤로 젖히는데 그림자가 일어난다.

“어!”


다시 일어난 박진이 굵은 나무에 의탁해 조준경을 본다. 어렵사리 구한 바로 AK 7.62mm 용 조준경. 이종인은 말리지 않는다. 이미 총소리와 총구 섬광으로 적은 노출되었다. 여전히 공기 중에 총알이 날고, 이종인은 박진 옆에 구부린다.


박진은 본다.

섬광을, 섬광들을.

박진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제어할 수가 없다. 총을 쏘고 싶다.


조건은 완벽하다. 저들 총소리와 박진이 당길 총소리는 똑같다.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여기저기서 쏘고 있다. 그리고 박진은 조준경이란 우위에 서 있다.


박진은,

그리고 팀은,


지금까지 공장을 제외하고 제대로 총을 못 쐈고,

그것도 사실 제대로 된 상대가 아니었다.


소음 속에 박진의 몸이 뒤로 푹푹 밀린다.

박진이 조준경으로 단거리 저격을 시작한다.


펑!

이종인은 귀를 가린다. 이종인에게 탄피가 떨어진다.


잠시 멈췄던 박진은 그때부터 2~3초 간격으로 당기기 시작한다. 박진은 조준경에 사람을 걸고 쏘고 있다. 섬광을 보고 쏘고 있다. 턱. 턱. 소리 하나에 의심의 여지 없이 사람이 맞는다. 화점(총기발사 발화점)이 제압된다.


이 어둠 속에서 맹렬하게 기계장치 피스톤을 작동하며 개스를 내뿜고 총알을 뿜는 이것. 세기의 명총. AK 칼라쉬니코프. 그 총소리 한방 한방에 박진은 말하고 있다.


이 씨벌,

이 씨벌,

뒈져.

죽어.

맛이 어떠냐.

니가 안 맞고 배겨.

30m.

병신들아 핵개발하지 말고 조준경을 사!

뒈져!


개중에는 사람 머리나 몸통이 제대로 보여 포인터로 때린다.

텅. 텅. 텅. 텅,,,


웅크린 이종인의 시간이 길기만 하다.

갑자기 이종인이 손바닥으로 자기 머리는 친다.

‘병신. 뭘 아껴! 죽일 때 죽여!’


이종인은 일어나 수류탄을 잡아 핀을 날리고 풀스윙으로 던진다.


박진에게 들으라고 말한다. “수류탄.”


박진은 열중하고 있다. 일단 한 탄창이다.


꽈르릉~~~~!!!!

큰 폭발. 충격파.

파편이 온갖 것을 때린다.


드디어 효력이 나타난다.

비명. 길고 고통스런 비명.


‘이 병신들아. 어따 쓰냐. 돈이 없어? 그럼 이렇게 당하는 거야.’

이종인은 총구화염이 유독 몰린 곳을 향해 다시 풀스윙으로 던진다.

“형. 하나 더 쏴.”

이와 물러 약실이 비고, 박진은 탄창을 교환한다.


아직도 적은 박진의 총이 아군 것인지 적군 것인지 혼란스러워한다.


드디어 박진은 깨달았다. 이 매복 차단선은 문제가 생각하다. 어떻게 300도에 가깝게 빙 둘러싸듯이 매복을 깔았지? 매복의 기본은 (적어도) 매복 제대끼리 정면으로 놓지 않는 것. 잘못하면 매복공격 당시 서로 총질하게 된다. 매복은 거의 다 야간이고, 그래서 사격이 겹치지 않도록 하며, 가장 대표적인 매복이 L-자 형 매복이다. ‘기역’자 형 매복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수평의 선은 피-매복지가 도달해서 수류탄과 사격이 시작되는 차단점이고, 수평의 선은 주 사격병력이다. 주로 산길에 이렇게 깐다.


거의 300도.

지금 저쪽은 정신이 없는 거다. 적은 있는데 어느 게 누구 건지 혼동한다. 해가 지기 전에 각 제대 매복 구역을 정할 때, 저렇게 자리를 들어섰음을 몰랐단 거다.


‘급하게 깔았어.’


지금은 모르지만, 낮에 와보면 이렇게밖에 깔릴 수 없었던 어떤 사정이 있다. 지형의 문제일 수도 있고, 어쩌면 해가 지고 들어왔다. 거의 300도면 서로의 총알도 날아다닌다.


박진이 보기에 자리는 맞다. 이곳을 중심으로 깐 것은 올바르다. 주변 지형이 높아지면서, 이 중심으로 안 가면 시간이 무척 들고 험난하다. 결국, 자리는 좋고 차단선 양쪽이 중심을 향해 휘어졌다. 그리고 RPG는 없었지만 분명히, 이종인이 던진 수류탄 외에 다른 것도 터졌다. 누가 던진 것인가. 누가.


박진은 매복 고리의 섬광이 없는 ‘빈 곳’을 본다.


아직도 둘이 있던 자리를 향해 오소리 사냥하듯이 갈기나, 일부 총알이 자기들 고리 안을 들어간다. 그 이유는 이렇게 부정확하게 쏘기 때문이다. 뭐가 날아가니 고개를 숙이면서 부정확하게 쏜다!


실전은 실전. 총은 총. 사격은 사격. 아무리 훈련해도 이런 가까운 지근거리에서 총질. 상대는 못 깨닫고 있다. 박진은 지금 총구 화염이 동그란 것만 쏘고 있다. 무슨 소리? 자신 쪽을 향한 총구는 동그랗다. 다른 쪽을 쏘는 총구 화염은 기다랗고 선이 생겨 쏘는 곳을 향한다.


“마지막!”


갑자기 박진이 소리친다.


“저기!!!”


박진은 총구 섬광이 없는 고리의 끝.


‘저리 던져서 빈 공간을 넓혀!’


혹은


‘300도를 250도 정도로 넓혀봐!’

했다.


다시 이종인의 수류탄이 박진이 지시한 방향, 공중을 난다.

이종인은 총소리와 화염을 보며 도주 방향을 둘러본다.


박진은 계속한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총격. 한 탄창. 드디어 탄창 맨 위에 걸려 있는 총알이 노리쇠에 밀려 약실로 들어가고, 박진의 손가락에 의해 격발! 터지고 총알이 나간다.


이종인이 박진을 잡고 손으로 방향을 지시.

섬광 라인의 빈 곳. 검은 곳.

박진이 끄덕이고....

출발하면서 박진은 속에서 끓는 무엇....


“이아~~~~~~~~악! 씨~~~~~이발! 악! 콱!!!”


소리치고 걸어간다.


상쾌하다.

대지와 나무와 공기에 온통 화약과 폭약 냄새가 꽈알.


어떤 놈을 처리하고 뛰어서 도망가면 안 된다. 등을 보여주고 걸어서 천천히 돌아온다. 등 뒤에서 공격하는 놈은 없더라. 물론 달려서 도망치고 싶지. 하지만 달리면 당한다. 그런데,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가 없더라. (야마구치구미 3대 오야봉. 타오카 카즈오)


사방에 인기척이 들린다.

그래도 매복이라고 말은 참는다.


오금이 저린다.

사람 몸이 깃털처럼 가볍다.

그 깃털의 근원은 공포.


어디를 가도 지옥.

하지만 인간은 걸어야 제맛이다.

‘너희는 못 걷지. 무서워서.’


이제 알았다.

더 숙인다고 맞을 것이 안 맞지 않고

걷는다고 맞을 것이 안 맞지도 않는다.

50~80cm 숙인다고 안전하지 않다.

상대가 갈기고 있다면.


“더러워서 증말.”


박진 말에

이종인은 걸으면서 웃는다.

소리는 지르고 싶지 않다.

박진만큼 포효할 자신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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