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55B

검은 백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0 01:20
최근연재일 :
2021.11.10 12:00
연재수 :
79 회
조회수 :
66,195
추천수 :
1,551
글자수 :
403,656

작성
21.04.28 12:00
조회
513
추천
16
글자
13쪽

49. 810

DUMMY

“왜 그런 생각을 해?”


“선배님, 이게 가장 좋은 겁니다.”


“나도 잡히고 싶진 않아.”


“생각해보십시오. 영화처럼 바로 쓰러지고 죽는 예도 있지만, 총칼 한두 방으로 생각보다 사람이 금방 죽습니까? 오래 갤갤대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죽은 것처럼 보여도 식물인간 비슷한 상태로 있다가, 생각하면서, 죽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우린 겉으로 보는 것이 전부니까요."


"저, 그렇게 비참하게 고통을 겪으면서 죽고 싶지 않습니다. 죽음이나 포로가 목전에 닥쳤을 때, 자폭은 가장 깔끔하고 영예로운 방법입니다. 그리고 잘하면, 날 잡으러 온 놈들도 같이 손잡고 가는 거죠. 옛날 정찰국 애들이 자폭용을 가지고 다닌 것과는 다릅니다. 걔들은 길게 봐서 정보누설 때문에 그렇게 한 거죠.”


“가족도 보호한 거지.”


“고통 없이 깨끗하게 가는 겁니다. 죽어서 몸 씁니까? 그래서...”


“그래서.”


“게릴라의 상징은 총이 아니라 수류탄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자기가 수류탄을 까서 죽으려 하면 두 경우가 있다. 물론 두 경우 다 죽는다. 격발된 수류탄이 어느 정도 거리에서 내가 죽음까지 이르는지는 가늠할 수 없다. 우린 사고 현장만 보지, 자폭을 시도했다 산 사람의 증언을 듣기는 힘드니까. 전쟁터에 나가서 날아온 수류탄의 위력을 말하는 분들만 있을 뿐.


내가 수류탄 안전핀을 뽑는다.


그리고 손바닥을 펴서 안전손잡이가 떨어져 나가야 점화된다. “딱!” 소리가 나면서 점화되고, 불꽃이 밑으로 몇 초 타고 내려가 뇌관이 터져 수류탄 본체가 폭발한다.


자폭의 두 가지 형태란,


하나. 수류탄을 쥔 상태에서 안전손잡이만 날리는 것

둘. 안전손잡이를 날리고 자기 앞에 놓는 것


손을 놓으면서 바로 앞에 던지면 수류탄이 뒬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장치가 해제되는 안전손잡이는 강력한 스프링으로 떨어져 나가라고 치기 때문에, 던졌는데, 안전손잡이 부분이 땅으로 닿으면 본체를 튕겨낼 수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이것을 제외하고 말하면,


(1)은 내장이 터진다. 늑골도 부러진다. 내장 표피가 찢어지면서 내장기가 드러난다. 살에 대고 터트리면 표피의 파쇄 부위가 커서 내장이 넓게 퍼진다. 손에 쥐었다 하더라고, 살에 대는 것과 팔을 앞으로 펴는 것은 내장의 분산이 달라진다. 군 수사관들은 수류탄 자폭 현장에서, 어떤 상태에서 자폭했는지 가늠이 기본적으로 가능하다. 많이 봐서 그렇다. 그 가늠의 요소가 폭발 당시 몸과 수류탄의 거리다.


(2)에서, 몸에서 좀 떨어진 곳에 놓으면, (1)번도 영향은 비슷하지만, 팔다리가 떨어져 나갈 정도는 아니라도, 폭력 폭압이 진행하는 방향에 따라 팔다리 관절이 돌아간다. 고관절이 정상궤도를 벗어난다. 전쟁터 포격을 받았을 때 지근탄 폭발로 (살았어도) 팔다리가 관절이 접히는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기도 하는 것은 폭발 압력 때문이다.


모르는 사람은 영화를 상상하면서 어떤 화염 같은 것으로 사람이 죽고 부서진다 생각하지만, 실제 화염으로 터지는 군용폭약은 적다. 검은 연기만 푹! 확! 나고 끝이다. 폭발의 압력(폭압) 폭발의 세기(폭력)로 죽는 거다. 폭발 동영상 슬로비디오를 보면 폭발과 동시에 아지랑이 같은 것이 원형으로 순간 퍼져나간다. 그게 폭압과 폭력이며, 퍼지는 폭발 유효사거리 안의 사람은 충격을 받는다. 그래서 전장에서 수류탄이 터졌을 때 ‘야구방망이로 날 후려친 것 같았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압력으로 몸에 커다란 상처 없이도 사람이 죽는다. 해골 안의, 뇌가 숟가락으로 휘저은 것처럼 됐으니, 그 사람은 그렇게 갔다.


자폭 현장을 보면, 안전핀 뽑고 – 안전손잡이 날라고, 그 이후 자폭자의 마음을 볼 수도 있다. 얼굴이 아플까 봐 손을 뻗는 사람도 있고, 마지막에 무서워서 앞에 던지거나 놓는 사람도 있고, 혹시나 안 죽을까 봐 수류탄을 껴안는 사람도 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순서는 없어 보인다

나는 나에게 소중하지만

너도 너에게 소중하다

그러니 우린 동등하다


그게 작위적이라면

인생은 정해진 것이고

열심히 살아봤자 헛일이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순서는 없어야 공평하다




50. 810


“특전사령관?”

“하하.”


“어이 3중, 대대장만 해도 소원이 없겠다.”

“여단장은.”


“그건 정치 분야야. 너무 높아.”

“생각하는 데 돈 듭니까?”


“하고는 싶지. 이런 부대가 어딨나. 대통령 안 부럽지.”

“로망 아닙니까. 하지만 결국 다 나가죠.”


“2차 되나?”

“그럴 것 같습니다.”


“갈 거야, 남을 거야.”

“골프장은 해보고 싶은데, 와, 이거...”


[장교는 자기가 나가야 할지 안 나가도 될지 몇 년 먼저 안다]


“왜? 개겨보지? 중령은 제가 먼저 답니다... 해 봐.”

“왜 이러십니까.”


“골프장님을 여단장으로 모시고 브라보장 해보고 싶습니다.”


“어디라고 말하기 그렇지만 거꾸로가 있었지. 어느 대대에서 두 중령이 대대를 인수인계 했어. 세월이 흘러 후임 대대장이 여단장이 됐는데, 교대했던 전임 대대장이 부여단장으로 발령이 난 거야. 옛날에는 참모장이라 그랬지. 옛날에 많이 그랬어. 화랑대 출신이 야전에서 언쟁 맞짱 뜨다가 ‘내가 소령 먼저 달아!’ 나중에 중령과 소령으로 다시 만났다는 전설.”


“그래서 갈궜답니까?”


“(진급) 끝난 사람 뭘 갈궈. 반갑겠지 뭐. 인간이 추억 아니냐.”


“하긴, 나갈 사람 갈궜다가 무슨 일 일어날지 모르죠.”


“그럼! 진급은 못 해도 엿 먹이는 건 한순간이야.”


“다른 부대로 가면서 헌병대 찌르고 가는 놈들 있죠.”


“소문날 거 뻔히 알면서 그러더라고.”


“부대나 회사나, 특히 공금, 약간씩 미스나거나 도용이 되죠. 그런 거 다 찌르면 남아날 지휘관이 있을까요? 심하게 인마이 포켓 하는 인간들이 문제죠. 여기 중대장은 다룰 공금도 간수할 부하도 간략해서 너무 편해요.”


“그럼 골프장을 해보라니까.”


“소령 달고 군장을 2년 또 지어요?”


“지역댐.”

“응?”


“지금부터 여단본부 좀 자주 들르십시오. 사소한 점수라도.”


“그런다고 안 될 것이 돼? 안 되면 되게 하라. 딱 하나만 안 되지. 진급.”

“뭐라도 해보시라고요. 고과 1점이라도.”


“남아 있다가 까꾸로 가면 너, 좀 위험한데?”

“왜 이러십니까.”

“중령은 자네가 빨라.”

“존경합니다.”

“거봐, 이거 위험한 인간이야.”


뉴스 일기예보와 다르게 구름이 휘날리며 하늘을 예술한다.


“로망은 다 해봤다. 찰리장과 골프장.”


“대위로 인생의 마지막 젊음을 짜내는 것 같습니다. 이 대위 시절이 끝나면 주로 머리로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의미 있지. 다른 데 가면 너 배 나와.”


“여기를 경험해서 이런 생각 하게 된 거라니까 말입니다.”


“배둘레햄이 비옥한 중대장보다는 낫지. 군인 아니냐.”


“어떨 때는 여기 부사관들이 좀 부럽습니다.”


“쌈빡하게 할 거만 하면 되니까? 안 밀어내니까?”


“현실 아닙니까. 저도 적응 꽤 걸렸습니다.”


“표상사가 많이 도와줬지?”

“그럼요. 처음에 오버했다가 싸늘해졌었죠.”


“마음에 안 남아?”

“남죠. 내가 지휘관인데. 이제 저도 여기 사람 되가나 봅니다.”


“골프장 브라보장 생각이 들어?”

“네. 힘들지만 골프장 해보고 싶습니다.”


“대단하네. 다 도망가는데. 이런 사람 사령부가 좀 살려라.”

“진짜로 올릴 겁니다. 잡아주겠죠.”

“나 따라 해? 대체 뭐가 좋아서 그러는데.”


“표준이 앞에서 말씀 하시고 계십니다.”

“술이라도 사란 거야?”

“농담은 아닙니다.”


“진짜 적응했네. 하지만 별은 보병 기보에 있다.”

“이런 시절이 곧 지나갈까 두렵습니다. 전 지금 남잡니다.”

“나도 계속 남자이고 싶어서 이러는지 몰라.”


짓궂은 하늘 아래 짙은 녹음은

더욱 반항적으로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폭풍은 나무를 이기지 못한다.


“내려올 수 있겠습니까?”


소령은 대답이 없다.


“내려온다 해도 꼭 여기로 돌아오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소령이 대위를 쳐다본다.


“담배 괜히 끊었나 봐.”


“올 수 있을까요?”

“여기로 넘어갔으니까 여기 있는 거지.”


“확률은...”


“확률은 여길 넘어갈 때 북한군이 알았냐는 거지. 난 알았다고 생각해.”


“어째서 말입니까?”


“넘어가고 이틀 뒤까지 여기서 관측했는데, 그때 적 전연부대에서 소란이 좀 일었어.”


“그런 뭔가가 있었다면 오히려 여길 피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사람은 다녔던 길에 안정감을 느껴. 빤히 실수하는 이유야.”


“북쪽으로 올라갔다는 설도 있습니다.”

“중국으로 넘어 간다고?”


“그런 셈인가요?.”

“기무나 정보에서 다른 정보는 안 주지?”

“당연하죠.”


“애들은 신분 위장 잘하고 있지?”


“예. 보병 전투복으로 모두 갈아입고 대기하고 있습니다. 참 세상 모를 게. 어디서 어떻게 정보가 새는지 진짜로 위장해도 이상하게 말이 돕니다.”


2개 팀이 GOP 대대본부 근처 단독 창고에 다른 사람 차단하고 대기하고 있다.


“운동을 못 하니까 근질근질해합니다.”

“여긴 운동보다, 눈이야. 눈.”


“옛날에는 육상 810 때문에 매년 들어왔었죠?”

“그렇지. 전방견적지훈련. 여기서 20km 내외 목표.”


“진짜 실행됐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몰라서 물어? 넘어가면 끝이지.”


810.


전시 작전계획인 5027은 모든 부대가 있었고, 1970년대 말부터 특정 부대들에 810이란 단기/불시 작전계획이 있었다. 그것은 20년 넘게 이어지다 슬그머니 사라졌다. 810은 ‘응징보복작전’이다.


아마도 1976년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미군장교 두 명을 도끼로 살해한 사건에서 시작된 것으로, 북한이 강한 무력도발을 감행할 경우, 즉각 응징보복에 돌입하는 것이 810작전계획이다. 대표적으로 전방의 수색대, 특공연대, 특전사가 가지고 있었으며, 공군과 해군에서도 가지고 있었으며 북한 전방지대 [확실한 목표]를 때린다. 북이 도발할 경우 대통령이 810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타격하는 것이었다.


“정말 실례되는 말일 수 있는데, 아, 표상사가 잘하고 있을까요...”

“마지막 전문에 ‘팀원 이상무’ 없었나?”

“없었습니다.”


“대체 씨... 장난도 아니고. 병력을 넘겨놓고 이걸 보안으로 남기면 어떻게 해. 사람이 넘어갔는데 국방부가 말을 안 해? 씨발 그냥 가서 다 때려 부술까보다.”


“거, 입에 올리시면 안 됩니다. 조심하십쇼.”


“야! 진급 길 트였어? 너, 장군 안 달면 찾아가서 죽여 버린다.”


“내려가시죠.”


“먼저 가.”


“골프장님... 어쭙잖은 노파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지역대장님이 결심하면 무엇을 하던 따라 갑니다. 지금 골프장 마음이 810이란 거 압니다. 하지만 우리 맘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감정에 휘둘리면 우리 정말 큰일 납니다.”


“알았으니까. 담배 하나 줘봐.”


“무전기 켜놨지?”

“옙. 전원 플러그로 꼽아서 전원 만빵.”


“두가지 다?”

“얩.”


풍성한 녹색의 대지.

글쎄...

모든 생각을 떠나서 참 장관이다.


하지만 저 안에 무엇이 있다.

무엇이 스멀스멀 기어 다닌다.

여긴 알면서 모른 척한다.


“저, 저, 담배 피우면 안 돼!”


소령은 돌아서지 않는다.

초급장교 한 명이 다가온다.

“여기서 담배 피우면 안... 안 됩니다. 어? 충성.”


“왜. 죽으면 썩을 삭신 내가 내 폐 태운다는데?”


“아, 아닙니다. 군복이 너무 A급이라 착각... 원래 병사들이 금연 캠페인 중이라서 그렇습니다. 대놓고 피우면 분위기가 흐려서 말입니다. 어느 길로 올라오신 겁니까? 고가초소 초병이 누가 여기서 담배 피운다고 해서 올라와 봤습니다. 소속이 어디 십니까? 출입증이랑 비표는...”


소령이 손가락으로 철책 건너편을 지시한다.


“네?”

“북한군이야. 놀랬어, 동무?”


“왜 이러십니까.”


“미안해. 내가 속이 좀 상해서.”


“대대본부 근처에 그 병력이십니까?”

“아니. 사단사령부에서 왔어.”

“혹시, 거기 십니까?”


거기...


“그래 거기야.”

“아, 거기시군요.”


“그럼. 거기지. 암, 그렇고말고.”


“더는 피우지 마시고, 내려가시겠습니까?”


“아, 그렇게 할게. 수고.”

“네 알겠습니다.”


앞의 풍경.

계절이 지나가는 것 같다.


‘내가 이런 농이나 따고 있을 때인가.’


나는 부하들을 죽인건가

어떤 경우를 부하 죽였다고 말할 수있나


‘담배 맛이 왜 이래.’


아, 필터가 탔네.


‘어휴... 정말.’


북쪽에서 폭음이 들리는 듯하다.


저 앞을 다 화염방사기로 태워버리고 싶다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 se******..
    작성일
    21.06.21 16:39
    No. 1

    810계혹... 오랜만에 들어봅니다...
    일명 땡땡작전... 강감찬장굼이 생각납니다...
    모장서를 모부다가 타격 후 철수하면 최대발사속도로 몇발 사격한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은 백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읽어 주세요 20.09.05 626 0 -
공지 후원금 감사합니다 20.05.21 885 0 -
79 53. 우린 미쳤다. 너희는 어쩔래 - II +1 21.11.10 616 16 12쪽
78 53. 우린 미쳤다. 너희는 어쩔래 21.09.11 457 10 12쪽
77 52. 굿바이 브라우닝 - II +2 21.07.08 468 10 12쪽
76 52. 굿바이 브라우닝 21.06.24 415 14 11쪽
75 51. 도화선 21.06.10 412 13 13쪽
74 50. 육첩의 방 - II 21.05.27 422 15 12쪽
73 50. 육첩의 방 21.05.13 492 13 11쪽
» 49. 810 +1 21.04.28 514 16 13쪽
71 48. 1133이 진 자리 +3 21.04.14 569 17 13쪽
70 47. 전투호흡 3 21.03.31 492 18 14쪽
69 47. 전투호흡 2 +2 21.03.17 499 17 11쪽
68 47. 전투호흡 1 21.03.03 538 15 11쪽
67 46. 확인사살 (Confirm Kill) 21.02.17 502 14 12쪽
66 45. My Way 21.02.03 548 18 14쪽
65 44. 가위가 놓인 그 자리 21.01.20 557 15 11쪽
64 43. 1분 20초 그리고 이별 21.01.06 508 17 14쪽
63 42. 가을하늘 공활한데 20.12.23 504 18 12쪽
62 41. 금야 밤바다 (3) +2 20.12.09 576 2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