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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백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0 01:20
최근연재일 :
2021.11.10 12:00
연재수 :
79 회
조회수 :
66,681
추천수 :
1,629
글자수 :
403,656

작성
21.02.17 12:00
조회
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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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2쪽

46. 확인사살 (Confirm Kill)

DUMMY

눈은 사방

손은 탄창에 삽탄.

한알 한알 조용히.

누가 바로 등장할 수도 있다.


남의 땅이라 더부살이 눈칫밥 먹는 것 같다.


몇 발 남았나.

하지만 권총은 남은 탄 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소총과 다르다. 벌써 슬라이드가 좌우로 덜컥거리고 유격이 상이한 기분을 준다. 마모가 작지 않다. 아직 결정적인 기능고장은 발생하지 않았다. 권총은 빠가 나면 바로 고장 나서 더는 복구가 안 된다.


삽탄이 끝나고,

탄창을 권총 그립에 넣고 민다.

팍! 넣고, 철커덕 슬라이드를 당겼다놓고 싶지만,

이 총의 사용법이 그러하듯,

마지막에 탄창을 엄지로 쑤욱 넣어

딸깍! 건다.


왼손으로 슬라이드를 잡아 고정한 상태로

걸쇠를 딱! 눌러서 슬라이드 걸쇠를 풀고

스프링의 힘을 이기며 천천히 앞으로 간다.

노란색, 첫 실탄이 노리쇠에 걸리는 것을 보고

그 실탄이 약실에 들어가는 것까지 조용히.

‘누가 들으면 안 돼.’

다 들어가서 슬라이드가 고정된 뒤에서

엄지로 쿡쿡 누른다.


스위치 확인.


‘이거 괜찮은 거야?’


고개를 갸우뚱하며 엄지 검지로 슬라이드를 잡아 좌우로 비틀어본다.


‘이거 너무...’


상당히 된 총. 정비창에 들어가면 재생불능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언제 이 무성권총의 본체인 브라우닝이 가버릴지 예상이 안 된다. 가면 훅 갈 것으로 예상한다. 받을 때부터 낡은 권총, 이 귀중한 것. 작전 시작부터 고생 많이 했다.


그동안 스트레스받아 더 늙었냐?


‘하긴 새것을 줬겠냐. 그들에게 우리 작전을 말해 줄 수도 없고.’


주한미군 LRP에서 오래 사용한 놈 같다. LRP 혹은 LRRP는 미군 장거리정찰대로, 사단이나 연대의 소규모 분견대다. 미군 사단이나 연대가 전시에 새로운 지역을 이동하면 이들이 가장 먼저 들어간다. 베트남전에서 특화되기 시작한 소규모 부대로, 주둔지가 정해져도, 불안한 미군 지휘관들이 주기적으로 LRRP를 내보내 다가오는 위험이 없는지 감시했다. 베트남전 미군은 레인저 부대를 LRRP로 이용했다.


캄보디아 라오스 국경까지 넘어가는 부대는 미 육군 특전단의 MACV-SOG 정찰대. 레인저와 특전단이 무성-권총 무성-기관단총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예전, 주한미군 사단 장거리정찰대에 무성권총 전시한 걸 봤는데, 옛날 사진인지 베레타에 소음기를 달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국정원이나 정보사에 있을 종류. 하지만 미국은 어렵게 구할 물건이 아니다. 구하려고 하지 않을 뿐. 미국서 소음기를 구하기 어렵다기보다, 권총 총구가 소음기를 끼울 수 있게 나사형으로 깎여져 나온 것이 희귀하다. 같은 권총이라도 지하세계에서 가격이 비싸다.


소음기용 권총은 범죄에 쓰일 가능성이 크기에, 총기회사 공장에서도 소음기 장착이 가능한 시리얼 넘버는 따로 관리한다. 납품이 뚜렷한 한정품. 소음기용 권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더 자세하게 말하면 권총 기능은 똑같으나, 분해했을 때 분리되는 총열 부위 부품이 따로 있는 것. 총열 끝이 나사로 깎여 있다.


미국 범죄단체는 돈을 들여 사들이거나 자신들이 깎고 소음기도 사제로 제작한다. 가장 편한 것이, 이 나사형 총열과 권총만 구하면 소음기는 그 나사의 요철에 맞게 깎아서 만들면 된다. 총기 소음기는 미국에서 공적으로 팔기도 하나, 신분과 범죄경력이 조회되지 않으면 판매하지 않기에, 범죄단체는 소음기를 만드는 사람이 따로 있다.


서양인들도 웃긴 것이, 소음기 없는 (소음기 장착이 안 되는) 권총의 소음기를 만드는 책도 나와 있다. 그만큼 무성권총은 ‘고의 1급살인’ 물품이라 아무나 쓰지 않는다. 어느 나라나 일반살해와 특수살해가 구분되고 그 적용조건만 조금씩 다르다.


범죄에서 뭔가 이상한 것이 성립되면 ‘특수’다.

뭐라도 더 하면 ‘특수’로 가중처벌 받는다.


대한민국에서 여러 명이 때리면 특수폭행. 칼이 아닌 다른 흉기를 들면 특수상해. 체포된 사람들은 ‘특수’를 빼기 위해 온갖 주장과 거짓말을 한다. 심하면 형량이 거의 따블이다.


사람들은 왜 무성권총을 바랄까.

평온한 국가라도 살인 살해가 항상 일어난다.

그리고 가해자는 항상 안 잡히고 싶어 한다.

서양에 허가를 받은 권총도 넘쳐나고

총소리를 누가 들으면 자신이 위험하다.

그러니 그런 책을 보고 실제로 살인에 사용한 예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권총 앞에 1.5l 페트병을 결속하는 것. 소리의 발산을 최소한으로 막는 것. 가장 최근으로는 영국에서 페트병 권총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이웃 주민이 총소리가 아닌 작은 폭죽 소리로 인지했다.


그전, 더 오래전에는 피해자 머리에 수건을 대고 총구를 밀착해 쏘기도 했다.


총구에서 나오는 음향이 가장 크긴 하다. 하지만 총 자체가 좋아야 하기도 하다. 총구와 총구 외의 섹터에서 음향이 얼마나 새는지가 관건. 리볼버는 소음기를 껴봤자 소리가 많이 샌다. 사격 시 가스가 품는 부위는 음향도 새는 부위다.


떨꺽. 떨꺽.

이 총이 언제까지 가려나.

탈출해서 생존한다면

그때까지는 갈 수 있을까.


하지만 이미 값을 치르고도 남는다.


사람은 안 보이고

소음기 달린 권총이 먼저 나타난다.


기회가 좀처럼 없다. 없었다.

두 명 이상이면 아무리 무성이라도 안 된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가운데,

그렇게, 브라우닝은 또 하나를 먹었다.


“기분 더럽네.”

“깨는 소리 말아.”


“호사가 이런 호사가 없어요.”

“휴...”


재봉질 잡다한 갈색 배낭에서 물건을 꺼낸다.

AK 실탄과 적성 수류탄,

우의와 잡다한 것은 버리고...

바라던 군용 즉석쌀밥 합이 여섯 개.

‘오 씨발... 죽인다.’


그리고 누룽지 비슷한 것과 비닐봉지에 담긴 염장 무. 말린 쌀이 족히 3kg은 넘는다. 수통의 물도 옮겨 담는다. 또한, 귀중한 북한군 반합.


처음에는 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멀리서 산길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오던 3인. 5m도 안 되는 거리 수풀에 납작 수그려 보고 있었다.


문경주는 권총의 실탄 개수를 물었고, 성지연은 탄창을 빼고 더 넣기로 했다. 저 3인이 전부가 아닐 수 있으며, 만약 최악의 경우, 무성권총으로 셋을 다 쏜다고 생각해야 한다. 문경주 K-7을 들고 있으나, 무성권총보다 소음이 강하다. 소총이 150db라면 K-7은 110 정도는 나온다. 미군에게서 받은 무성권총은 소리가 상당히 작다. 써봐서 안다.


성지연은 재빨리 탄창을 채우고 장전.

혹시 몰라 수풀 사이에 눈을 내밀고 권총을 45도 아래로 내리고.

문경주는 보다 높이 서서 3인의 후방을 조준경으로 살폈다.


발소리가 바로 앞을 통과할 대 즈음,

문경주는 귀를 의심했다.

성지연의 무성권총이 덜컥거리며 격발했기 때문이다.

턱. 터럭. 턱.


그것도 끊겨 구분되는 연사로 타 타 타 타 계속 나갔다.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문경주도 K-7을 들었으나 풀만 보이고 아무도 눈에 안 들어왔다. 순간 치솟아 서서 시야를 텄고, 산길에 그림자 셋을 봤다. 데시벨이고 지랄이고 상황이 아니다.

그중, 서 있는 그림자에 일단 당겼고,


“어. 어!”


중간에 웅크린 그림자는 소총을 등 뒤에서 돌려 쏘려고 조작하고 있었다. 문경주는 가슴에 탁! 탁! 탁! 세 발 넣어버렸다. 지근거리에서 조준경 때문에 맞을 장소가 확대되어 보였고, 처음에는 머리가 잡혔으나 약간 내려 몸통에 넣었다.


성지연을 볼 틈도 없이 그들이 온 방향으로 총구를 들어 조준경으로 감시했고, 뛰려고 했다. 뛰기 전에 귀를 열었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뛰는 첫발까지 딛고 기다렸는데,

아무 소리가 없다.

이들이 어떤 선발대라면 뒤에서 일부러 숨을 죽이진 않는다.

소리를 들었다면.

무성총을 들면 고요가 그렇게 무섭다.


그때 성지연이 달려들어 시신을 수풀로 끌었다. 결국, 문경주도 나서서 모두 수풀로 끌었고, 끌어들인 다음에는 피를 흙으로 덮고, 산길과 맞닿는 부분의 풀을 다시 세우며 흔적을 제거했다. 군복에는 흥건했지만, 땅바닥에는 생각보다 피가 없었다. 다시 돌아와 길에서 더 멀리 끌었는데, 한 명은 완전히 갔고, 두 명은 숨이 붙어 있고 - 한 명은 눈을 뜨고 있었다.


잠시 웅크려 대기했지만 누가 더 나타나진 않았다.


‘이놈이 정말.’


문이 쳐다보자 성지연은 설명을 못 한 것에 미안함을 눈빛. 성지연은 말이나 표정 대신에 그들의 몸에서 배낭을 빼냈다.


‘설마, 먹을 거 때문에?’


문중사는 묻지 않기로 했다.

손으로 동그라미를 빠르게 연속으로 돌렸다.

‘빨리. 빨리.’


배낭의 것을 챙기고, 세 자루 중 AK-47 하나를 골라 성지연이 각개로 메고, 탄창 세 개와 실탄을 충분히 챙겼다. 문중사도 AK를 하나 챙길까 잠깐 고민했지만 포기했다. 그건 욕심이다. 무겁기만 하고 소리도 크고 K-7 실탄은 충분하다. 나머지 보총은 상-하단을 분리해서 들었다. 한참을 걷다가 버리려고. AK 대검도 하나만 챙기고 가다 버리려 들었다.


수류탄. 적성 수류탄.

문은 주춤하는 성지연을 본다.

‘왜! 왜!!!’

성지연의 눈은 크게 상기되어 있다.


수류탄을 레몬 쥐듯이 들고 흔든다.

‘몸에다 BT?'

문경주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때 긴 숨이 왔다.

보고 있다. 둘을.


한 명이 눈을 뜨고 있다. 가슴과 몸통에 세 발이나 맞은 사람. 정확히 둘을 바라보진 않는데, 정신이 나가서 멍한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둘을 일부러 안 쳐다보는 느낌을 준다. 쳐다보면 이놈들이 자길 쏘지 않을까 하는 기분.


가장 보기 흉측한 것은 머리를 딱 한 방 맞고 입을 벌린 채, 간 시신. 맥을 짚을 필요도 없다.


문경주는 머리의 총상을 보고 성지연을 보며 놀란다. 어떻게 급작사격으로 헤드샷을 해버렸다. 부무장 권총사격은 그렇게 자주 하지도 않고 발수도 적었다. 게다가 저 권총은 소음기가 길어서 좀 까다롭다.


’운 좋았네.‘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이라고 문경주는 치부한다. 다른 한 명은 눈을 감고 잠들 듯이 빈사 상태. 혹시나 뺨을 툭 쳤지만 반응하지 않는다.


확인사살? 헤드샷 빼고... 눈을 뜨지 않은 사람도... 혹시 모른다. 깨어날 수 있다. 목과 몸통에 맞았지만 혹시 모른다.


일단 문제는 눈을 뜬 자.

’빨리 여기서 떠야 돼.‘


성지연은 이미 브라우닝에 새 탄창을 결합하고 슬라이드를 철커덕, 장전.

’뭐야, 한 탄창 다 쏜 거야? 내가 못 들었나?‘


성은 문을 바라본다. 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결정은 문경주에게 미룬다.


문경주는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어 상공의 태양을 본다.


‘복잡한 하루다.’


시신과 살아있는 자, 하지만 이들 때문에 취득한 식량으로 인한 미소를 억누르고 있는 자신.


문경주는 그런 자신을 지금 내심으로 보고 있다.

감정의 경중이 먹을 것으로 기울었다.


다시 고개를 내려 눈 뜬 자를 본다.

문경주는 그 사람의 왼쪽 어깨를 움켜쥐고, 알아들은 성지연이 왼쪽 어깨를 잡아 동시에 계곡을 향해 끌기 시작한다.


“야. 이렇게 하면 남조 북조 무슨 차이가 있어!”


대답이 가관이었다.


“그렇다고 받기만 합니까?”


“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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