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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꺕
작품등록일 :
2022.05.11 15:17
최근연재일 :
2022.05.28 08:35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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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2
추천수 :
172
글자수 :
102,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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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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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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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8화-길잡이(1)

DUMMY

45구역 인력시장은 일거리를 찾는 용병들의 집합소였다.

개인 간의 은원이나 기업의 보호 요청,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들은 용병을 필요로 했다.


또한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했다. 폐허가 된 여러 도시에 숨겨져 있는 아티팩트나 돈, 귀금속을 찾기 위한 모험가들이 일행을 찾기도 했다.


이곳엔 용병과 의뢰인을 연결해주는 중개소가 있었다.


나는 루시아와 함께 중개소 중 한 곳에 들어갔다. ‘그레이 & 블루’라고 쓰인 곳이었다.


‘상당히 세련된 이름이네.’


“어떻게 오셨습니까?”


넘겨 빗은 짧은 머리에 금속 테의 안경을 쓴 남자가 인사를 건네며 우리를 살폈다.


눈초리는 무심했지만, 나와 루시아를 스캔하는 게 느껴졌다.


“의뢰하러 오셨군요. 이쪽에 앉으시죠.”


파란 벽지에 회색 소파를 보니 중개소 이름하고 딱 맞아떨어졌다. 남자가 명함을 건네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레이 & 블루’를 운영하는 시마라고 합니다.”


나는 용건부터 말했다.


“저희 둘은 비네브렉에 있는 돌로론드 산까지 가려고 합니다. 안내해 줄 길잡이를 구합니다.”


시마라는 남자는 예상외의 이야기를 들은 듯 내 얼굴을 한번 보더니 금세 영업용 미소를 띠었다.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단순 길잡이로는 힘들지 않을까요? 보통은 길잡이를 겸하는 용병을 포함해서 최소 다섯은 필요합니다.”


일행이 많아지면 비용이 그만큼 비싸질 거였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렇게 부자가 아니다. 루시아는 부자겠지만 이건 내가 부담해야 할 일이었다.


“길잡이만 있으면 됩니다.”


“하지만 손님, 위험한 곳에 보호해줄 용병이 함께 가지 않으면 길잡이는 구할 수 없습니다.”


나와 루시아면 웬만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 말도 일리는 있었다. 그래서 그를 안심 시키기 위해 한마디 덧붙였다.


“일행 중에 마법사가 있습니다.”


시마가 눈을 크게 뜨고 나와 루시아를 번갈아 봤다.


“어느 분이?”


루이아가 손을 내밀었다. 손 위에 물 같은 푸르스름한 빛이 생겨났다.


시마가 정말 놀란 듯한 표정을 짓자 루시아가 나를 흘겨보며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나이가 어려 보이시는데 마법사라니 대단하시군요. 그렇다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지죠.”


잠시 고민하던 시마가 말했다.


“길잡이로 적당한 사람이 있습니다. 켈리라는 자인데 비네브렉 지형에 통달했습니다. 일정이 어떻게 되십니까?”


“돌로론드 산에 찾는 게 있습니다. 삼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산의 넓이를 생각한 판단이었다.


“비네브렉까지 왕복하는데 천만 비트, 돌로론드 산까지 가야 하니 조금 추가됩니다. 거기다 산에서 삼일. 천 오백만 비트가 적정가로 생각됩니다.”


“하루가 미뤄질 때마다 오십만 비트씩 추가되고 최대 이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기간을 정해둬야 하고요.”


“좋습니다.”






* * *


루시아를 보내고 46구역에 왔다. 비네브렉까지 가기 전 무기를 장만하고자 함이었다.


“도와 단검을 찾는다고 했나?”


“도는 정글도, 단검은 투척용.”


다부진 체격의 남자가 도를 하나씩 꺼냈다.


날이 일자로 된 것, 끝이 두꺼운 것, 모양이 꼭 톱같이 생긴 것도 있었다.


손잡이도 일정한 게 아니었다. 일자형, 휘어진 것 등 제각각 다른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가장 무난한 모양새의 도를 손에 잡았다.


“그건 손잡이가 일체형으로 제작된 거지. 손잡이 부러질 일은 없을 걸세.”


남자의 말대로 손잡이는 날과 이어진 금속으로 되어있었고 그 위를 가죽끈으로 엮어서 덮은 것이었다.


내가 그 부분을 매만지자 남자가 부연 설명했다.


“가죽만 따로 분리되지 않도록 끝에 보면 쇠가 꺾여서 걸리게 되어있네. 이중에선 가장 튼튼한 물건이지.”


칼날을 손가락으로 튕겨봐도 아주 튼튼한 것이 맘에 들었다.


“도는 이걸로 하지.”


무기점 주인은 다시 단검 몇 개를 꺼냈다.


“단검은 많지만, 투척용이라고 할만한 것들은 이것뿐이네.”


단검은 맘에 드는 게 없었다. 다른 무기점을 가봐도 다 별로였다.


할 수 없이 상점들을 구경하다가 오래된 나무 간판을 단 골동품점을 발견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어갔다.


상점 안에는 목조로 만들어진 수납장이 벽을 따라 있었고 그 위에는 장식품과 인형, 악기 등이 줄을 지어있었다.


한쪽에는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오래된 날 병기와 말 위에서 쓸법한 기다란 창, 투구 같은 게 있었다.


딸랑거리는 종소리를 듣고 수염이 하얗게 센 노인이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


“어서 오시게. 찾는 물건이 있소?”


책을 보고 있었는지 돋보기안경을 내려 나를 바라봤다.


“둘러봐도 될까요?”


동방예의지국의 청년답게, 희끗희끗한 머리와 수염을 보고 평소답지 않은 공손한 말투가 나왔다.


“얼마든지. 대신에 떨어트리거나 망가트리면 사야 하오.”


“조심하겠습니다.”


사람의 상체를 조각한 큰 돌 석상은 생김새가 특이했다. 동물 같기도 하고 사람 같기도 했다. 옆에는 백자로 만들어진 술병이 있었다. 아래로 흐르듯 떨어지는 라인이 물방울이 연상되는 작품이었다. 다른 것과 달리 투명한 사각 통 안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건 비싼 겁니까?”


“여기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지. 사려고?”


“아니요. 신기하게 생겼군요. 막걸리 담아서 마시기 좋아 보입니다.”


“그게 뭐지? 처음 듣는 이름인데.”


“아··· 술입니다. 쌀로 만드는 건데 탄산이 톡 쏘는 술인데 달콤하고 맛있죠.”


“듣기만 해도 좋은 술이군. 그 술을 가지고 있나?”


이 노인장은 술 귀신이라도 되는지 눈이 뒤집힌 것처럼 입맛을 다셨다.


‘대한민국에서 만든 게임에 막걸리가 없다니.’


이건 내 책임이 아니었다. 주민들이 마시는 술 종류까지 정하진 않았으니까.


“아니요. 지금은 없죠.”


“오호······.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마시고 싶군.”


그 뒤에도 주인장은 술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자기가 마셔본 술들의 이름을 줄줄이 말하며 구경을 방해했다. 덕분에 이 세계의 술 이름은 다 들어본 것 같다.


속으로 한숨을 쉬던 내 눈이 한곳에 박힌 듯 멈췄다.


오래된 낡은 병기들 사이에 보이는 단검 때문이었다. 그 위로 보이는 노란 글씨.


[웰즐리의 스로윙 나이프]


‘이런 곳에 아티팩트가 있다니.’


생각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아티팩트를 감정하는 데는 적잖은 비용이 소요되니 낡고 오래된 무기들을 죄다 감정했다가는 손해가 무지막지할 터였다.


확인되지 않은 아티팩트는 먼저 사는 사람이 임자였다.


“그 물건에 관심이 있나? 보기보다 아주 오래된 물건이네.”


당장 사겠다는 말이 입술까지 나왔지만, 꾹 참았다.


“녹이 슬어서 사용은 못 하겠네요. 장식용으로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이런 건 얼마나 합니까?”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물건을 살 때는 절대 맘에 드는 티를 내서는 안 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듯 그렇게 해야 했다.


“골동품이란 물건에 담긴 역사와 사연을 느끼는 것이지, 직접 사용하기 위함이 아니라네.”


“여기엔 무슨 사연이 있습니까?”


“그걸 쓰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어떻게 됐는지는 역사책에 남아있지 않다면 알기 어려울 테지. 하지만 손때가 닿은 물건을 보고 또 보다 보면 알 수 있는 게 있거든. 그건 남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네.”


노인장이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가격을 물었더니 딴소리하고 있다. 로이는 관심 없는 척 다른 무기를 하나둘 살피고 시간을 끌었다.


노인이 내가 들고 있는 정글도를 보더니 물었다.


“무기에 관심이 많은데 무슨 일을 하나?”


“양조장을 하고 있습니다.”


“술 담그는 그 양조장 말인가? 그런 축복받은 일을 하고 있다니. 거기서 무슨 술을 만드나?”


“럼주를 주로 만듭니다.”


“거친 술을 만드는구먼, 아까 말한 막걸리라는 건 안 만드나? 탄산이 톡 쏘고 달콤하고 쌀로 만들었다는 술 말일세······.”


“지금 당장은 만들 계획이 없습니다.”


“그래? 아쉽군.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떤가? 자네가 그 나이프에 관심이 있는 것 같으니 그걸 줄 테니 나중에 막걸리란 술을 가져오게.”


‘아니 어떻게 알았지.’


“내가 이 일을 몇 년 했을 것 같은가? 자네는 티를 안 내려고 했지만, 표정, 눈동자 방향, 눈이 어떤 속도로 깜빡이는지 그런 것만 봐도 다 알 수 있네.”


“그랬습니까? 그럼 가격을 말씀하시지······. 처음 보는 절 뭘 믿고 그냥 주신다는 거죠?”


“그 나이프는 몇 년째 자리만 차지하고 있네. 게다가 자네처럼 공손한 젊은이는 참 오랜만이지. 내 눈이 틀리지 않다면 약속을 지킬 거라고 보네.”


노인장의 말을 들은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손익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계산해도 이득이었다. 아티팩트의 원래 가격을 따지자면 지금 가진 돈을 다 털어도 살 수 없을 것이다.


골동품으로서 가치를 따져도 그깟 술 한 병 보다는 훨씬 비싼 것이 당연했다.


다만 막걸리를 담을 수 있느냐 없느냐였는데. 한때 술 담는 게 유행하면서 해본 적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장비는 다 있으니 몇 가지 재료만 준비하면 될 일이었다.


과정이 귀찮았지만, 희귀 아티팩트를 공짜로 얻는 일이었다.


그리고 노인에게도 손해는 아니었다.


‘이 세계에 없는 술이면 희귀 아티팩트 못지않지.’


거절할 때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노인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서랍장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몇 번을 열었다 닫고서야 허리춤에 차는 벨트 하나를 꺼내왔다. 스로윙 나이프를 벨트에 끼니 손잡이 일부만 드러나 티가 나지 않았다.


“받게. 벨트는 원래 한 몸이었으니 같이 가져가게.”


“네 감사합니다. 약속은 꼭 지키겠습니다.”


나는 허리를 꾸벅 숙였다.


“그렇게까지 고마워하니 내가 왠지 손해를 본 기분인데? 하핫. 하지만, 못 마셔본 술이 없다고 자부하는 내가 양조장 주인을 만난 게 더 행운일지도 모르네.”


벨트를 허리춤에 차니 정말 티가 나지 않았다.


골동품점을 빠져나온 나는 나이프를 살폈다. 손잡이가 두껍지 않고 무게 중심이 잘 잡혀있어 던지기 좋은 모양새였다. 정글처럼도 날과 손잡이가 통으로 되어있어 부러지지 않을 듯했다.


재질이 뭔진 몰라도 정글도 보다 훨씬 단단했다.


아쉬운 점은 나이프가 딱 하나뿐이라는 거였다. 단검을 던지다 보면 잃어버리는 일이 많았기에 갈수록 개수가 줄었다.


‘골동품이니 원래는 많았던 것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스로윙 나이프의 특성을 확인하던 나는 깜짝 놀랐다.


[수량 : 50개(수량 자동 회복)]


보기엔 하나의 단검이지만 50개가 중첩되어있었다. 게임 속에서 화살통 하나로 수백 발의 화살을 날리는 것과 비슷한 원리였다. 특히 단검에 붙는 일이 거의 없는 수량 자동 회복 옵션은 너무나도 훌륭했다.


지난번에 산 단검도 사용하면서 몇 개나 잃어버렸으니 이런 식으로 쓰다간 수백 개의 단검이 있어도 끝이 없을 터.


내가 쓰기에 딱이었다. 아티팩트 감정을 하지 않아도 속속들이 옵션을 살필 수 있는 건 [개발자 모드 V.2.37] 덕분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골동품점에서 이런 아티팩트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죽이네 진짜.”


아키스에서 괜찮은 아티팩트를 구하긴 쉽지 않았다. 대부분은 마법적 처리를 통해 만들어 낸 공산품으로 엄청난 가격을 자랑했다. 다른 게임처럼 몬스터를 죽이면 아티팩트가 쏟아지는 방식이 아니었다.


몬스터나 마인이 사용하는 장비를 빼앗을 수는 있지만 없는 게 튀어나오진 않는 현실적인 시스템이었다. 도끼를 쓰는 마인을 죽였다고 검이 떨어지는 황당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몇 가지 예외는 있었다.


지금처럼 오래된 물건을 습득하는 방법이 그중 하나였다.


과거에는 마법이 더욱 발달한 시대였다는 설정 때문에 현재의 기업들이 만들어 낼 수 없는 독특한 기능을 가진 아티팩트가 있었다. 그런 건 경매에서 눈이 뒤집힐 만한 가격으로 팔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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