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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꺕
작품등록일 :
2022.05.11 15:17
최근연재일 :
2022.05.28 08:3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639
추천수 :
172
글자수 :
102,973

작성
22.05.16 18:20
조회
84
추천
8
글자
12쪽

6화-앙조장(2)

DUMMY

* * *


아키스에서 전사나 마법사로 플레이하게 되면 감찰대에 속한 집행자로 시작하게 된다. 마인과 나중에 강림하게 되는 악마를 찾아 죽이는 게임이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 스타트 시기보다 훨씬 이전이다.


펜을 입에 물고 곰곰이 생각을 떠올렸다.


나는 집행자도 아니다. 그들에게 달려가 미래에 이런저런 일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언해봤자 정신병자 취급을 받을 거다.


무턱대고 그런 식은 아니었다. 당장 할 수 있는 걸 해야 했다.


일단, 능력을 이해하고 강해져야 한다. 로이는 완성된 캐릭터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살짝 건들다 만 설정이다.


독을 어떻게 쓰는지, 어떻게 강해져야 하는지 알아내야 했다.


기존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경험치를 쌓고 스킬 트리를 만들어가며 성장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캐릭터는 참 어려웠다.


다행히 시간이 있었다.


두 번째,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이용해야 했다.


게임의 주요 스토리, 출현하게 되는 악마들, 마인에 대한 정보 같은 것들이다.


돈도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다.


가격이 폭등하는 것들을 선점한다던가, 아티팩트를 구해와 팔 수도 있다.


당장은 불가능했다. 자본도 없었고 이 게임에서 아티팩트는 구하기 쉬운 물건이 아니었다.


양조장이라고 적은 글씨에 동그라미를 쳤다.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하는 건 기본이었다.


돌아가신 부모님 볼 낯이 없었던 기억 속 로이의 바람이었다. 동생을 찾아오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지금 있는 집 아래가 양조장이었다.


적자를 메꾸기 위해 집을 팔아버리고 공장 위의 공간을 집으로 쓰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달라질 것이다.

.

.

.


“이게 무슨 일이야? 로이가 공장엘 다 나오고.”


당밀을 희석하던 타너가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생산을 책임지고 있었는데 로이가 어릴 때부터 일했기에 타너 아저씨라고 부르곤 했다.


며칠째 빠짐없이 공장에 나가자 직원들의 눈도 바뀌었다.


“이제야 철이 들었나 봅니다.”


나는 아침 일찍 나와 발효에 쓰이는 통을 씻고 물기를 말려 정리했다. 작업일에 맞춰 설탕공장에서 가져온 당밀을 옮기고 작업준비를 했다.


희석된 당밀에 효모를 넣고 발효시키면 1차 작업은 끝이다.


“로이, 이것 좀 들어 봐.”


타너의 말에 발효통에 귀를 대자 뽀글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알코올이 만들어지며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과정이다. 술을 마시기만 했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보름 정도 발효시킨 원액을 증류하면 럼주가 탄생한다.

술병에 담아 인근의 싸구려 술집에 납품하면 된다. 술이 든 박스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일을 마치고 나니 온몸이 축축했다. 몸을 움직이는 게 몇 년 만인지, 찝찝하기보다 상쾌하다는 느낌이 먼저였다.


너무 책상 앞에만 앉아서 살았나 보다.


나는 납품한 것들을 장부에 기재했다. 그리고 앞으로 넘겨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래야 개선점을 찾을 수 있다.


뭐가 문제인지 왜 적자인지 말이다.


한 장씩 넘겨보니 납품 수량과 수금액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몇 년 전 장부와 비교해 보니 반토막 나 있었다.


왜 줄었을까.


럼주만큼 싼 술이 없었다. 대체재가 없으니 수요가 줄어들 이유도 없었다. 경쟁자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오래된 납품처들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덕분에 재정 상태가 엉망이었다. 인건비도 빠듯한 실정이었다. 돈이라도 좀 있는 집인가 했더니 개털이었다.


재정 관리는 ‘가논’이라는 자가 했다.


의구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타너 아저씨에게 그동안의 생산량에 대해 물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따로 적어둔 것이 있다고 생산일지를 가져다줬다.


타너 아저씨는 성실했다. 일지를 열어보니 원료 양부터 증류를 마치고 완성된 술이 몇 병인지 세세하게 적혀있었다.


덕분에 나는 일의 원인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몇 달 전의 기록부터 장부와 비교했다.


납품 수량이 생산량의 절반이었다. 매출이 반토막 날 수밖에 없었다. 문제가 뻔히 보이는 게 더 황당했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한심한 놈.’


과거의 로이에게 하는 욕이었다. 이제는 내가 바로 잡을 것이다.

.

.

.


종소리와 함께 카이브 주점의 문이 열렸다.


“아직 문 안 열었습니다!”


턱수염을 기른 주인이 뒤쪽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앞치마를 하고 안주를 준비하는 모양이었다.


“······혹시.”


어릴 때는 몇 번 온 적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프리 씨의 아들 로이입니다.”


“아! 네가 로이구나. 정말 몰라보겠다.”


멋지게 자랐을 때 쓰는 말이지만, 내 외모는 그런 말을 듣기엔 어울리지 않았다.


“럼주 납품 때문에 확인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납품받으신 수량이 적혀있는 장부가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 잠깐만 기다려라.”


카이브가 가져온 장부를 확인했다. 입고 수량은 양조장 장부의 두 배였다.


의심했던 그대로였다. 빌어먹을 가논의 작품이었다.


슬슬 열이 올라왔다. 운영에 신경 쓰지 않은 것이 제일 문제였지만, 횡령이 정당화될 수는 없었다.


쓰레기 같은 놈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하나씩 거래 주점과 점포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주먹에 조금씩 힘이 들어갔다.






* * *


“아싸, 내가 땄다아!”


가논의 귀까지 걸렸던 입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았다. 로이가 점포를 찾아다니며 납품 수량을 확인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제기랄. 진작 날랐어야 했는데.”


뭔 약을 처먹었는지 양조장에 나올 때부터 불안하긴 했다.

술만 가져가고 코빼기도 안 보이던 놈이었다.


갑자기 딴 사람처럼 행동했다. 새벽같이 나와서 생산을 돕고 포장 납품까지 참견했다.


죽을 때가 되면 바뀐다던데 놈은 갈수록 튼튼해지는 것 같았다. 퀭하던 눈빛도 달라진 것 같았다.


“이제 어쩌지. 이대로 튀어야 하나.”


좋았던 시절이 끝난 걸 더 빨리 깨우쳤어야 한다. 그동안 도박도 실컷 했고 술과 여자도 꽤 즐겼다. 그냥 튀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발세바 놈들이 문제였다. 쌓여있는 도박 빚을 놔두고 도망가는 게 가능할까. 붙잡히면 끝이다.


‘로이 그놈만 아니면 몇 달이면 갚을 수 있는데.’


양조장에서 빼돌린 돈을 모았으면 꽤 부자가 되었을 터였다. 그의 씀씀이는 돈을 모으는 것에는 영 젬병이었다.


신경질적으로 돌부리를 걷어찼다.


“악! ······발 아파”


발끝이 얼얼하고 통증이 메아리쳤다. 깡충거리다 바닥에 사마귀 한 마리를 발견했다. 긴 다리로 벌레를 휘어잡고 있었다.


‘약육강식.’


강한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 먹는 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가논이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멍청한 로이 녀석은 벌레처럼 목을 비틀어 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래, 로이만 없다면······.’


그리고, 이런 일에는 전문가가 따로 있었다.

.

.

.


발세바는 이 지역 일부를 지배하는 갱단이다. 로이의 양조장도 상당한 금액의 보호비를 내야 했다. 물론 상납금을 전달하는 건 가논이 했다.


“가논, 아직 날짜가 좀 남지 않았나?”


험상궂게 생긴 놈이 튀어나오자 가논은 흠칫 놀랐다. 상납금을 내거나 이자를 갚으러 온 게 아니었으니, 더욱 움츠러들었다.


“저기 오늘은 다른 일 때문에······.”


“무슨 일인데? 또 잃었나 보지?”


남자는 낄낄거렸다. 문을 열어주더니 등을 휙 떠밀었다. 친절 따위는 없는 곳이다.


안에 들어선 순간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가논이 이곳에 오기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운동하던 근육질의 남자는 얼굴을 알아보곤 금방 관심을 껐다.


쇼파에 앉아 테이블에 다리를 올리고 있는 매부리코 남자에게 볼일이 있었다.


삭막한 사무실에는 역한 남자 냄새로 숨쉬기 힘들었다. 철그렁거리는 운동기구와 소파 사이 바닥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피를 닦아낸 자국이 많았다.


오래된 피와 얼마 안 된 핏자국.


빚을 갚지 못하면 가논의 피도 저기 흐르게 될 것이다. 붉은 바닥을 본 그의 입이 바싹 말랐다.


“막시모님, 안녕하십니까. 제프리 양조장의 가논인사드립니다.”


흰 수염이 군데군데 보이는 남자는 가논을 쳐다보지 않았다.


“용건만.”


손을 공손히 모은 가논이 고개를 숙여 아첨하듯이 말했다.


“사람 한 명만 없애 주실 수 있습니까?”


“누구?”


“그 로이라고 저희 양조장의 주인인 놈인데요······.”


“1억 비트.”


“네에? 1억이요?”


이런 곳에 사는 인간들이야 죽어 나가는 게 흔한 일이기에 위험성이 크지 않았다.


그리고 장기를 떼어다 팔면 추가로 버는 돈이 있었다. 살인의 대가로 2천만 비트면 충분했다.


싸면 쌀수록 일 처리는 엉망인 경우가 많았다.


가논은 갱단이라면 일 처리는 확실할 테니 3~4천만 비트를 써도 이익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1억이라니 비싼 정도를 넘어 상 바가지였다.


“사람 한 명 처리하는데 그게 비싸? 이 새끼 얼굴이 왜 죽상이야?”


“아, 아니 그게 아닙니다. 제가 그만한 돈이 없는지라 그렇습니다.”


수중에 있는 돈은 도박에서 딴 돈으로 2천만 비트가 조금 넘었다. 모자란 건 빌리거나 할 생각이었다. 양조장에서 빼돌리는 돈이면 금방 메꿀 수 있었다. 다만 1억 비트는 말도 안 됐다.


“이 새끼 빚 얼마냐?”


“8천 600만 비트입니다.”


발세바의 부하 하나가 얼른 대답했다.


“많이도 빌렸네.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 우리 하는 일이 우습게 보여? 여기 드나들다 보니 네가 막 갱단 같고 그래? 단골손님 대우라도 원해?”


가논은 속이 떨렸다. 막시모가 트집을 잡기로 한 이상 말조심해야 했다. 잘못하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몰랐다.


“아닙니다. 정말 돈이 없어서 그런 거지, 돈만 있으면 1억 비트 못 드릴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 그렇지? 넌 운 좋은 줄 알아. 오늘 우리 집 개가 생일이거든. 그래서 넘어가는 거야. 우리 집 개한테 감사해야 해 안에야 돼?”


순간 뭔가가 팍 치밀었지만, 강자 앞에선 분노 조절이 잘되는 편이었다. 얼른 허리를 숙였다.


“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개님, 감사합니다.”


“낄낄. 미친놈 지랄한다.”


막시모가 피식 웃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가논이 얼른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


그가 담배연기를 가논에게 뿜으며 말했다.


“독살 어때? 너처럼 돈은 없는데 사람은 죽이고 싶어 하는 놈들이 있어. 냄새도 안 나고 색도 없어서 맥이면 그냥 죽는 거야. 사인은 질식, 호흡곤란. 직접 작업하는 것보단 못해도 꽤 괜찮은 방법이지.”


“아, 그렇습니까.”


“가격도 아주 싸. 3천만 비트면 되니까. 이걸 가지고 가.”


그의 부하가 어느새 액체가 담긴 작은 병을 들고 있다가 건넸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3천만 비트면 손도 대지 않고 죽여줄 자들이 빈민가에 널려있었다.


‘양아치 새끼들. 이런 곳을 찾아온 내가 머저리다.’


싫다고 거절할 수가 없었다. 어떠냐고 물었지만 이미 결정하고 병을 내민 채 노려보고 있었다.


“네, 감사합니다. 근데 제가 2천만 비트밖에 없어서요······.”


가논이 품에서 주섬주섬 돈을 꺼내 보였다. 오늘 운 좋게 도박에서 딴 피 같은 돈이었다.


“고작 그 돈 들고 와서 사람을 죽여달라? 좋아. 인심 썼다. 8천 600만 비트에서 선이자 포함해서 천 사백만 추가. 그럼 딱 1억 비트만 갚으면 되는 거야.”


1억 비트. 엄청난 거금이었다. 이젠 정말 도망쳤다간 무슨 일을 당할지 몰랐다. 낭떠러지 가까이에 선 듯 답답했다.


‘로이만, 로이만 죽으면 다 해결된다.’


“······감사합니다. 막시모님”


막시모가 담배를 끄고 몸을 일으켰다. 가논의 턱을 손가락으로 잡아 올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로이인가 루이인가 하는 놈 죽으면 네가 얻는 이득이 있을 거 아냐. 거기 절반은 우리 거야. 알았지?”


괜히 갱들을 쓰레기라고 하는 게 아니었다. 가논은 후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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