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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농약 원샷 만독불침 독공지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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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뿡꺕
작품등록일 :
2022.05.11 15:17
최근연재일 :
2022.05.28 08:3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637
추천수 :
172
글자수 :
102,973

작성
22.05.23 06:45
조회
44
추천
6
글자
13쪽

13화-조르가이(1)

DUMMY

두 남자가 빈 의자에 앉았다. 나무였지만 엉덩이가 푹신했다. 조르가이는 빈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호박색이 잔에 굴절돼 보석처럼 반짝였다. 필릭스는 위스키의 향을 좋아했다. 알코올과 나무 향이 은은하게 섞인 숙성된 냄새였다. 간이 좋지 않았지만 매일 술을 마셨다.


술을 한잔 마시자 조르가이가 필릭스를 보고 손짓했다. 할 말이 있으면 하라는 묵언의 신호였다.


“막시모가 죽었다고 합니다.”


조르가이의 다리가 테이블에서 내려왔다.


“발세바의 막시모?”


“네, 발세바가 차지한 거리 끝에 술집이 하나 있지 않습니까?”


“알지. 이름까지 발세바로 바꿨잖아. 양아치 새끼들.”


“운영하던 더크란 놈도 죽었습니다.”


둘이나 죽었다는 사실보다 막시모란 이름이 더 컸다. 놈들과의 전쟁 당시 꽤 활약했기에.


“둘이 떡 치다 복상사라도 했어?”


한 놈에게 당했다고 합니다.


“누구?”


가만히 있던 홀이 답했다.


“양조장 주인이랍니다.”


“크하하핫! 크흑.”


조르가이는 뜻밖의 소식에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웃었다.


“갱도 아니고 마피아도 아니고 용병도 아니고 양조장 주인?”


“크흐흐흐흐흐.”


박장대소에 의자가 삐거덕거렸다. 웃음을 가라앉힌 그가 말했다.


“안 그래도 모자란 전력이 확 줄었겠네. 참 아쉽단 말이야. 이럴 때 치면 완전히 다 우리 건데.”


이게 다 잘못된 선택 때문이었다. 그때 리퍽 패밀리의 중재를 받아들이는 게 아니었다. 그게 족쇄가 될 줄 몰랐다.


한참 웃던 조르가이가 표정을 굳히고 한숨을 쉬었다.


홀이 슬며시 말했다.


“막시모가 죽은 것보다 더 황당한 일이 있습니다.”


“그게 뭐지?”


“발세바 놈들, 격 떨어지게 작은 점포들 빼앗는 게 취미지 않습니까.”


“그렇지. 병신들, 그딴 구멍가게 먹어서 얼마나 된다고.”


“놈들이 양조장을 내놓으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인이 열이 받아 막시모를 죽이고 상인들을 모았답니다. 거리를 통째로 우리 조르가이에 넘기겠다고 발세바를 협박했다고 합니다.”


“푸하하하핫! 그거 난 놈이네!”


돌연 조르가이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가만있어보자. 그거 말이 되는데? 그 정도 명분이라면 발세바를 쳐도 할 말이 있단 말이야. 잉그리드 패밀리가 리퍽이 참견하도록 놔두지 않을 거야··· 그래서 어떻게 됐지?”


그 말에 답한 건 필릭스였다.


“발세바는 지금 없답니다. 토니가 발세바를 대리해서 양조장 주인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조르가이가 책상을 쿵! 소리가 나게 쳤다.


“X발! 왜 하필 성격 급한 발세바가 아니라 잔머리 굴리는 토니야! 그럼 물 건너간 건가? 그 양조장 주인 놈을 구슬려 보는 건 어때?”


“그놈 아주 또라이라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한 가지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홀이 눈을 빛내며 끼어들었다.


“창녀들에게 쓰는 방법 있지 않습니까.”


조르가이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놈에게 가족이 있나?”


“여동생이 하나 있다고 합니다. 같이 살고 있진 않은데 찾기만 한다면······.”


“홀이 오랜만에 머리를 쓰네. 요즘 공부하나? 하하하핫! 필릭스 네 생각은 어때?”


“애들 풀어서 빨리 찾아보겠습니다.”


“크흐흐흣. 그래 좋아. 이번에 발세바 놈들 젖히면 너희 둘 공이야.”


조르가이가 옅은 웃음을 보이자 두 남자가 의지를 불태웠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꼭, 성사하겠습니다.”






* * *


“어이 로이.”


도미닉의 낯빛이 어두워 보였다.


“무슨 일 있냐?”


“올라가서 말하자.”


심각한 분위기에 술통을 내려놓고 계단을 올랐다. 나무가 삐걱하는 비명을 질렀다.


내 방엔 그 흔한 차 한 잔도 없었다. 포장된 럼주를 한 병 따서 도미닉에게 따라줬다.


“···대낮부터 뭔 술이야.”


“주는 대로 먹어라.”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술을 마셨다. 벌컥 마시더니 다시 잔을 내밀어 왔다.


또 한잔을 쪼르르 따라줬다. 술을 마셔 얼굴이 붉어진 도미닉이 말을 꺼냈다.


“라니 말이야. 어딨는지는 알아?”


라니는 이 몸의 집 나간 여동생이다. 아직 소식을 알지 못했다.


“갑자기 걔 이야긴 왜.”


“조르가이에서 네 동생을 찾고 있어.”


“그놈들이 왜?”


조르가이는 56구역에서 홍등가를 운영하는 질 나쁜 놈들이었다.


도미닉이 주먹을 꽉 쥐고 씩씩거렸다.


“홍등가로 데려가려고 하겠지. 미친놈들! 여기저기 캐묻고 추적하고 있어.”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여동생이었지만, 유일한 가족이었다.


양조장이 제대로 돌아가는 걸 보여주고 데려오고 싶은 마음은 확실했다. 과거의 로이와의 약속이기도 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일부러 없는 사람까지 찾아서 홍등가로 데려가려고 한다?


가출한 여자들은 사라져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라니가 집을 나간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이 근방에는 없는 게 확실했다. 몇 년 전에 없어진 사람을 이제 와서 찾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았다.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것 같았다.


그게 뭘까. 조르가이와 얽힌 일을 떠올렸다.


“나를 노리는 건가?”


“뭐? 무슨 말이야?”


“생각해봐. 갑자기 놈들이 이러는 게 이상하지 않아?”


“그렇긴··· 하지. 처음에 가출했을 때는 찾기도 쉬웠으니까.”


“이 거리를 노리는 건가?”


“아!”


도미닉이 무릎을 ‘탁’ 치고 말했다.


“네가 말했었지. 상인들을 끌고 조르가이에 구역을 책임져 달라고 하겠다고, 놈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그렇게 됐으면 생각했겠지.”


“그래서? 네가 그렇게 하게 하려고? 그렇네! 너를 잡아다 족치면 금방 발세바에서 알게 될 거야. 하지만 라니라면··· 잡아가서 너를 협박하면!”


“발세바에 못 견딘 상인들이 조르가이에 보호를 요청했다. 그걸 원하는 거지.”


“뭐 이런 개새끼들이.”


“일단 우리가 먼저 라니를 찾아야겠지.”


“먼저 찾을 수 있을까.”


“모르겠어. 일단 해봐야지. 만약에 놈들 손에 들어가면 그건 그때 생각해야지. 미리부터 걱정하면 아무것도 안 돼.”


“나도 같이 찾을게.”


백정이 팔을 걷어붙였다.


“당연한 거 아냐? 가자.”






* * *


24구역에는 사무실만큼 회사원들에게 음식을 파는 곳도 많았다. 라니가 면과 샐러드가 든 접시를 들고 테이블 사이를 움직였다.


손님 중 낯익은 얼굴도 많았다. 휴일을 묻거나 매번 얼굴을 뚫어져라 보는 남자도 있었다. 맘에 드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그럴 생각이 없었다.


빈 접시를 들어 주방으로 가져갔다. 접시와 컵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이걸 언제 다 하지.’


손님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대부분 라니 때문이었다. 라니가 일하기 전까진 붐비는 식당은 아니었다. 미모의 직원이 있다는 소문에 젊은 남자부터 할아버지까지 남자 손님이 들끓었다.


‘장사가 잘되어서 좋기는 한데···.’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선을 견디기가 어려웠다. 마지막 접시를 치우고 돌아서다 창문 밖을 내다봤다.


‘역시, 이상해.’


금세 딴청을 피웠지만 분명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제부터 온종일 이곳을 주시하는 게 수상했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걸어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가운을 입은 셰프가 직원들의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설거지를 끝내는 게 좋았다. 수세미를 들고 그릇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머릿속은 바깥의 남자를 생각하고 있었다.


샤아악.


싱크대에 물을 틀어 그릇을 헹군다. 뽀득뽀득한 감촉이 평소처럼 개운하지 않았다.


“라니, 잠깐만.”


사장의 부름에 라니가 쪼르르 달려갔다.


“이거 받아. 라니 덕에 가게가 잘되어서 주는 거야.”


“감사합니다. 사장님.”


월급 외에 가끔 받는 보너스가 짭짤했다. 물론 이것 가지고는 꿈꾸던 마법사가 되기엔 어림도 없었다.


‘아마 평생 불가능하겠지.’


일을 마친 라니는 가게를 나왔다. 계속 보이던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주머니 속의 작은 막대를 꾹 움켜잡았다.


큰맘 먹고 구입한 호신용품이었다. 마력 원석이 들어있어 버튼을 누르면 강한 번개가 튀어나와 상대를 기절시킨다. 다섯 번을 사용하면 원석을 교체해야 하는 게 단점이고 원석이 비싸다는 게 최대 단점이었다.


그래도 혼자 위험했기에 큰돈을 들여 샀다. 여차하면 꺼내서 버튼을 누르면 된다. 라니는 손에 만져지는 호신용품에 조금 안심이 됐다.


집으로 가다가 음료를 파는 상점에 들렀다. 테이크아웃 전용의 작은 가게였다.


“딸기요거트, 한 잔 주세요.”


매일같이 마시는 음료였다. 발효된 우유와 딸기가 들어간 상큼하고 달콤한 하루의 힐링이었다. 게다가 가격도 무척 싸서 저녁으로 마시면 돈도 절약됐다.


주인은 말없이 음료를 준비했다. 발효된 우유를 넣고 딸기를 넣어서 갈았다. 올 때마다 또 오셨냐고 환하게 웃으며 반기던 주인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딘지 불안해 보였고 긴장한 얼굴이었다.


덩달아 라니의 마음에도 불안이 싹텄다.


말없이 음료를 받아들고 집으로 향했다. 작은 오피스텔에 3층에 올라가 손잡이를 잡고 주변을 둘러봤다. 문을 열고 집안의 인기척을 확인한 뒤에 문을 닫았다. 자물쇠를 잠그고 그 위에 자물쇠를 한 개 더 잠갔다. 집에 들어가 커튼을 치고 자리에 앉았다.


“엄마, 나왔어.”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라니는 가끔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처럼, 혼잣말하곤 했다.


라니는 아직도 믿겨 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선명했다.


그래서 오늘따라 더 불안했다.


이 사회는 평범한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다. 스스로 지키지 않으면 언제나 위험한 곳이었다.


음료를 책상에 올려놓고 생각에 잠겼다. 왠지 손이 가지 않았다. 라니는 촉이 좋았다. 어릴 때 만난 마법사가 마력 감응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했다. 하지만 가출해 독립한 그녀는 마법을 배울 돈이 없었다.


‘집에서 나오지 않았어도 다를 건 없었지만.’


어차피 어린 시절의 치기 어린 꿈일 뿐이다.


라니는 마시려던 음료를 내려놨다.


‘아깝지만······.’


하루 안 마신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양치하기도 귀찮았다.


대충 세수하고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웠다. 베게 밑에 마력 충격기를 밀어 넣고 엄마가 입던 옷을 품에 안았다. 이미 오래전에 체취는 사라졌지만, 엄마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오늘은 왠지 악몽을 꿀 것 같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도 밤은 깜깜했고, 숨소리는 차분해졌다.


철커덕.


잠들지 못했던 라니의 눈이 커졌다. 이불을 움켜잡고 몸을 웅크렸다. 베게 밑을 더듬어 딱딱한 물건을 손에 꽉 쥐었다.






* * *


어두운 밤, 남자 둘이 여자 하나를 옮겼다. 차 뒤에 눕히고 주변을 살폈다. 잠시 후 계단을 오른 두 사람이 남자 하나를 들고 와 트렁크에 실었다.


“그년 성질머리 한번 요란하네. 조막만 한 게 우리 애를 골로 보낼 줄이야.”


“펠로 형님이 안 계셨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나야 오라니까 왔지. 솔직히 말해 내가 잡일 할 짬은 아니지 않나?”


“죄송합니다.”


남자가 마력 충격기를 손에 들고 있었다.


“출력이 어마어마한가 보네. 이게 쟤를 죽게 했다는 거야? 무기처럼은 안 보이는데?”


“기절만 시키는 물건인데. 기절한 뒤에도 더 지진 모양입니다. 심장이 멎었습니다.”


“독하네. 독해. 이런 년은 또 처음인데.”


“그러니까요. 얼마나 발광하던지.”


“내가 준 약은?”


“안 먹은 것 같습니다. 멀쩡하던데요. 해롱해롱해야 정상 아닙니까.”


“그렇지, 바짓가랑이 붙들고 침 질질 흘려야 정상이지.”


펠로가 뒷좌석을 보고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맛 좀 봐야겠는데?”


“···건들지 말고 데려오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왜? 어차피 업장에 보낼 거 아니야?”


“다른데 쓴다고 하던데요.”


“누가?”


“필릭스 형님 지시입니다.”


펠로가 눈썹을 찌푸렸다. 운전하는 남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두드렸다.


“맛본다고 닳아? 빡빡하게 굴 거야?”


“중요한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내 기분보다 중요할까?”


“······잘 모르겠습니다.”


펠로는 홍등가에 필요한 인재를 납치하는 일로 시작해서 사업장을 관리하다가 지금은 도박장을 담당하고 있었다.


업장을 관리할 때 여자를 건드리고 못쓰게 만들어서 딴 곳으로 보내놨더니 여자 손님을 자꾸 건드려 도박장으로 보내진 케이스였다.


여자라면 환장하는 작자였지만, 필릭스는 조르가이 바로 밑이었다.


연신 입맛을 다시던 펠로가 입꼬리를 올렸다.


“일단 출발, 도박장으로 가자.”


뒷좌석 여자는 상급이었다.


‘그냥 포기하라고? 도박장으로 데려가서 필릭스에게 넘기기 전에 먼저 맛을 보면 되는 거다. 큭큭.’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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