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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꺕 님의 서재입니다.

농약 원샷 만독불침 독공지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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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꺕
작품등록일 :
2022.05.11 15:17
최근연재일 :
2022.05.28 08:35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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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
추천수 :
172
글자수 :
102,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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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4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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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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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14화-조르가이(2)

DUMMY

* * *


나는 찢어진 옷을 손에 잡았다. 침대 위는 엉망진창이었다.


책상에 있던 음료가 쓰러져 바닥까지 흥건했다. 걸쭉하고 하얀 액체에 빨간 딸기가 섞여 있었다. 그냥 음료가 아니었다.


‘마약.’


어떤 미친놈이 음료에 마약을 넣었을지 바보가 아니라면 알 것이다. 조르가이 놈들이었다.


뒤따라온 도미닉이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한발 늦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야!”


내 싸늘한 눈초리가 향한 곳은 멀뚱히 서 있는 토니였다.


“조르가이 감시하는 놈들한테 빨리 연락해서 확인해 봐.”


우리 편이 납치당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똑같이 납치하는 거다. 근데 내가 납치한 건 조르가이 놈이 아니었다.


그랬다간 내가 찾고 있는 걸 놈들이 알게 된다. 나의 선택은 발세바의 토니였다. 그를 끌고 가 발세바의 부하들을 움직였다.


대낮에 봉변당한 토니의 몰골은 엉망이었다. 얼굴엔 붉게 맞은 자국이 있었고 입술은 터져있었다.


토니는 이를 악물고 통신기기를 꺼내 들었다. 웅― 하는 작동음이 들리고 전파가 퍼졌다. 잠시 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차 한 대가 도박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나는 토니가 얼굴을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가자.”


계단을 내려가 차에 탔다. 운전석에는 토니가 탔다. 차도 토니의 차였다.


운전대를 잡은 토니가 입술을 깨물며 씩씩거렸다.


나는 놈을 노려보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빨리 가! 뭔 일 생기면 넌 죽는 거야.”


“지금 갑니다. 가요!”


토니의 얼굴은 영 못마땅했다.


“내가 조르가이랑 붙으면 너넨 좋은 거 아니야?”


“둘 다 뒈지면 좋겠네.”


퍽.


나는 토니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하나는 뒈질 거다.”


여동생을 일찍 찾지 않은 걸 후회했다. 양조장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 찾을 걸 그랬다.


그랬다면 찾아도 안 오려고 했겠지만.


차가 56구역으로 쏜살같이 달렸다.






* * *


펠로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바지춤을 만지며 입술을 혀로 핥았다. 눈이 라니의 몸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웁! 욱! 우웁!”


라니가 도리질하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 처음엔 강도인 줄 알았다. 문이 열리고 들이닥친 시커먼 남자를 봤을 때 너무 놀라 정신을 잃을 뻔했다. 마력 충격기를 미친 듯이 눌러 남자를 쓰러트렸을 때, 무섭고 놀라 주저앉아 울었다.


그런데, 남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억센 손길에 머리채를 붙잡히고 의식을 잃어야 했다.


눈앞의 남자는 라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남자다. 왜, 이런 곳에 끌려왔는지 알지 못했다.


“형님, 곤란합니다. 필릭스 형님께서 신신당부하셨습니다.”


펠로가 눈을 가늘게 뜨고 씩 웃었다.


“고자질하려고? 내가 맛본 다음에 너도 하면? 닳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남자가 라니의 얼굴을 봤다. 예쁜 얼굴을 보니 솔직히 동했다.


“탈 나면 내가 책임지지.”


남자가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펠로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아닌 척하기는, 달린 것들은 다 똑같지.’


펠로가 바깥을 향해 턱짓하자 남자가 라니의 모습을 기억하려는 듯 끈적하게 보다가 몸을 돌렸다. 닫히는 문을 보던 라니의 눈과 남자의 눈이 마주쳤다. 남자가 징그럽게 웃었다.


“으웁! 웁!”


펠로가 라니의 목을 잡고 재갈을 풀었다. 눈물이 손등을 타고 흐르자 그가 혀로 핥았다.


“살, 살려주세요. 흑. 흑. 왜 이러세요.”


“누가 죽인다고 했어? 죽여준다고 했지. 크크크.”


큰 점이 박힌 남자의 인중이 역겹게 꿈틀거렸다. 개기름이 번들거리는 얼굴을 보며 라니는 좌절했다.


그녀는 혼자였다. 가족이라곤 아무도 없었다. 아, 오빠가 한 명 있긴 했지만, 아무짝에 쓸모없는 망나니일 뿐이다.


떠오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를 위해 와줄 사람이 없었기에 구해줘!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더러운 꼴을 당할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나았다.


‘어차피, 망한 인생······.’


결국 이 세상은 늘 나쁜 놈들의 승리였다.


라니의 눈빛이 달라졌다. 눈물이 뚝 끊겼고 혐오와 멸시가 표정에 담겼다.


‘혀를 깨물고 죽으면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을까.’


그녀가 벌레를 보는 듯한 표정으로 펠로를 노려봤다.


“혀라도 깨무려고? 크하하하핫!”


그가 지긋이 내려보며 비웃었다.


“피는 좀 나겠지만, 지혈하면 안 죽어. 그거··· 붙일 수도 있다? 혀가 울퉁불퉁해지더라.”


라니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힘들지? 내가 편하게 해줄게.”


어느새 펠로가 새끼손가락 크기의 주사기를 들고 있었다. 조직 간부들이 즐겨 사용하는 마약 주사였다. 라니의 몸에 전광석화처럼 주사기를 폭 꽂았다.


피할 수도 없이 찔려버린 라니는 정신이 몽롱해지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귓가에 윙 하는 고동 소리가 울려 퍼졌다.


쾅!


어디선가 큰 울림이 들렸다. 술을 끝없이 마신 것처럼 천장이 뱅뱅 돌았다. 문이 열리고 아까 그 남자가 들어왔다.


방안에 남자가 다시 두 명이 됐구나. 근데 그 남자가 오빠로 보였다.


‘아, 환상이구나.’


누군가 몸을 흔들었다. 사방이 흔들렸는데 기분이 째질것 같았다.


“흐흐흐, 기분 좋다. 헤헤. 로이랑 똑같이 생겼네. 재수가 없어. 꺼져버려.”


“······정신 차려!”






* * *


조금 전.


56구역 큰 도로에서 차가 멈췄다. 내가 내리자 도미닉도 따라 내렸다.


“넌 차에 타서 토니 저 새끼 잡고 있어.”


토니가 고개를 내밀었다.


“이젠 난 가도 되는 거 아니야?”


“어, 아니야.”


도미닉이 조수석에 도로 탔다.


“혼자 괜찮겠어? 위험할 텐데.”


“너 달고 다니는 게 더 위험해. 데려올 테니까 기다려. 아니다. 잠깐만.”


나는 토니의 턱을 붙잡아 햄록개구리 눈알에 있던 독을 주입했다.


놈의 팔다리가 굳어 뻣뻣해졌다. 중풍이라도 걸린 것처럼 몸이 느릿하게 움직였다.


이러면 도미닉한테 대들지 못하겠지.


“어어, 몸이 왜······.”


토니의 머리를 확 밀고 몸을 돌려 골목으로 달렸다.


빨간불이 켜진 홍등가 골목으로 뛰어들자 여자들이 손을 흔들었다.


“오빠, 많이 급한가 봐. 호호호.”


“일루와 잘해줄게!”


유리창을 두드리며 호객행위를 했지만 바람처럼 무심하게 그곳을 지났다. 여자들을 구경하던 남자의 어깨를 퍽 하고 들이받자 욕설이 날아왔다.


“이 새끼가 눈깔 똑바로 안 뜨고 다녀?”


상대해 줄 시간이 없었다. 무슨 소리가 들리던지 앞만 보고 달렸다. 코너를 지나 골목 안쪽에는 인근 집이랑 구분되지 않는 도박장이 있었다.


하나를 지나서 좌회전, 갈림길에서 오른쪽. 여기가 조르가이의 도박장 중 하나였다. 넓은 공터에 검은 차 한 대가 서 있었다. 그대로 달려 차를 뛰어넘었다.


발로 땅을 밀치고 어깨를 앞으로 세워 문을 들이받았다.


쾅!


문이 부서지고 텅 빈 도박장에 남자 하나가 있었다. 안쪽 문에 귀를 대고 있다가 화들짝 놀라 담배를 떨어트렸다.


문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저기다.’


한 발짝, 두 발짝 날듯이 가로질러 내 손이 남자의 어깨를 짚었다.


[가시비늘뱀 독]


남자는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허물어졌고 난 발바닥으로 문을 걷어찼다.


콰앙!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 둘 다 처음 보는 얼굴.


하지만 여자의 얼굴은 기억 속에 있었다. 이 몸의 여동생 라니.


라니의 입에선 침이 흘렀고 눈은 풀려있었다. 주사기를 들고 있던 남자는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인중에 점이 박힌 놈. 상기된 면상이 역겨웠다. 상황을 본 나는 피가 끓어 올랐다.


놈은 내가 팔을 살짝 움직이는 것밖에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악!”


놈의 어깨에 단검이 꽂혔다. 어깨 근육을 찢고 뼈까지 박혔다. 남자는 손잡이를 잡고 뽑으려 했으나 극심한 고통에 손을 놔야했다.


나는 단검 하나를 더 던졌다.


“으악!”


이번엔 허벅지였다.


나는 여동생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라니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흐흐흐, 기분 좋다. 헤헤. 로이랑 똑같이 생겼네. 재수 없어. 꺼져버려.”


여동생이라는데 첫인상이 별로였다.


“······정신 차려!”


띠띠띠띠띠띠띠.


[독을 발견했습니다.]


마약.


방에 쏟아져 있던 음료수에 있던 것과 같은 거였다.


들고 있는 주사기가 마약이겠지. 납치에 마약까지, 개 같은 놈들.


나는 바닥에 쓰러진 놈의 발목을 밟아버렸다.


으드득.


“끄아아아아악!”


남자가 괴성을 지르며 발광했다.


“멍청이, 똥, 키힛. 바보. 히히히히.”


라니는 약에 취해 정신을 못 차렸다. 나는 여동생 머리에 손을 얹었다. 마약도 정신을 썩게 하는 독이었다.


독이 빨려들듯 손을 타고 내 몸으로 들어왔다.


뇌가 도파민을 뿜어댔다.


아··· 뿅 간다. 이래서 마약, 마약 하는구나.


눈앞이 흔들렸고 몸이 뜨거웠다. 손에서 불이 뿜고 사방을 얼리는 마법사가 된 것처럼 자신감이 끓어 넘쳤다.


‘내가 세계 최강이다!’


보지 않아도 주변이 느껴졌다. 각성! 강한 각성효과가 기분을 끌어올렸다.


“히히히힛. 이거지.”


환상은 찰나의 시간에 불과했다. 독을 이겨내는 시간이 너무 빨라 아쉬울 정도였다.


[체내에 들어온 독을 이겨냅니다.]


“휴······.”


마약은 진짜 장난이 아니었다.


여동생은 어느새 축 늘어져 잠들어 있었다.


움직임이 느껴져 돌아보니 발목이 부러진 놈이 바닥을 기어 도망치고 있었다.


나는 놈의 머리카락을 잡아 끌어올렸다. 남자의 상체가 활처럼 휘었다. 마약 주사를 놓고 뭘 하려고 했는지 뻔하다.


양아치, 인간쓰레기, 강간범,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 했다.


죄책감 없이 죽일 수 있겠다.


무슨 독이 좋을까. 통증은 살충제가 최고였다. 양은 좀 많이 필요했지만 피부가 한겹 한겹 벗겨지는 고통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아세트알데하이드를 섞어 간지러움을 같이 느낄 수 있게 해야지. 결정적인 죽음은 느괴버섯이 담당하면 되겠다. 내장을 망가트릴 테니.


남자에게 독을 주입했다.


“끄아아아악!”


가려운데 쓰라려서 긁을 수도 안 긁을 수도 없는 미칠 듯한 몸부림이 이어졌다.


‘독을 섞어서 사용하니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사형선고를 내리고 죽음을 감상하던 나는 몸을 일으켰다.


자꾸 내가 잔인해지는 것 같다.


어깨에 박힌 단검을 뽑아 심장을 찔렀다.

역시 단번에 죽이는 게 깔끔했다.


‘조르가이.’


여동생을 차로 데려가 도미닉에게 맡겼다.


라니가 멀쩡하다는 걸 확인한 도미닉이 어깨를 툭 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오빠 노릇 제대로 하네.”


“······그런 셈이지.”


애초에 내가 아니었으면 위험에 빠질 일도 없었다. 그동안 엉망진창으로 살아온 걸 아는 놈이 이거라도 했다고 칭찬해주니 기분이 묘했다.


문제는 조르가이 놈들이다. 그것들을 가만둘 수는 없다.


목이 뻣뻣해 느리게 고개를 돌리는 토니의 귀를 잡아 얼굴을 돌렸다.


“아앗. 아!”


“조르가이 두목 있는 데가 어디지?”


“모, 모르는데?”


“네가 모르면 누가 알아? 바로 옆인데 모르는 게 말이 돼?”


“······도박장 근처라는 것만 알아. 여기 완전 그 새끼들 영역이라 안쪽으론 못 들어가. 예전에 조르가이 그놈 잡으려고 했는데 어딨는지 못 잡았어. 도박장 근처 뒤져도 안 나왔어.”


“도움이 안 되네.”


토니가 이를 바득 갈았다.


나는 차에서 내려 아까 싸웠던 도박장으로 갔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명 남겨둘걸.’


후회됐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어느 곳에 조르가이가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찝찝하게.’


죽은 놈 가까이 가니, 시스템이 독이 있음을 알려왔다. 조르가이는 마약을 쓰는 놈들이니, 마약을 찾으면 되는 거였다.


다만, 독이 있음을 알려주는 거리가 너무 짧았다.


죽은 펠로의 품에서 마약이 담긴 봉투를 꺼내 거리를 가늠했다.


‘보통 일이 미터 정도 거리에 알려주던데.’


조금씩 발로 밀어보니 한 이 미터? 근데 독을 찾는다고 생각하고 집중하니까 삼 미터까지 독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딱, 정해진 건 아니란 거지?’


평소에 이 미터, 집중하면 삼 미터, 그럼 몸 상태가 달라지면?


아까 흡수한 마약, 코카인 계열의 독을 코어에서 온몸으로 퍼트렸다.


혈관이 확장되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카페인과는 다른 각성 효과가 사방을 일깨웠다. 멀리, 더 멀리.


로이가 마약 봉투를 발로 차올렸다.


거리는 십 미터, 정신을 집중해 독을 찾아본다. 느껴진다. 아까는 삼 미터가 한계였는데, 지금은 확실히 뇌가 오버클럭된 상태였다.


나는 마약을 챙기고 뛰었다. 골목골목 집들을 훑었다. 마약, 마약만 찾으면 된다. 마약쟁이처럼 마약을 찾았다.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가정집도 있었고, 빈집도 있었다. 그렇게 사방을 돌다가 한 곳에서 로이가 우뚝 멈췄다.


귓가에 울리는 반복음.


놈이 가지고 있던 것과 같은 마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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