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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꺕 님의 서재입니다.

농약 원샷 만독불침 독공지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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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꺕
작품등록일 :
2022.05.11 15:17
최근연재일 :
2022.05.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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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2,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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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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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앙조장(3)

DUMMY

* * *


감자를 싹 틔워 배를 채웠어도 허기졌다. 음식을 상하게 해 곰팡이를 피우거나 썩게 해 먹는 건 효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차라리 살충제가 나았다. 그것도 감방에서 마신 정제된 순수한 독에는 못 미쳤다.


오늘은 기운이 없어 일찍 내려가지 못했다.


‘곧 있으면 술을 포장할 시간이네.’


로이는 맥 빠진 몸을 이끌고 양조장으로 내려갔다.


럼주의 발효 온도는 사람이 지내기에 딱 정당했다. 그래서 지금처럼 더운 여름에는 시원하게 느껴졌다.


럼주는 증류 시점에 따라 맛이 다르다. 가장 처음에 나오는 초류는 버려야 했다. 양을 늘리기 위해 일부 섞는 곳도 있었지만, 제프리 양조장은 항상 원칙을 지켰다.


초기의 증류액은 숙취가 심했고, 중간에 나오는 것이 맛과 향이 가장 좋았다.


어떤 시점에 술이냐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특별 주문을 받게 되면 단가를 올리는 대신에 버리는 양이 많아지거나 숙성기간이 길어진다.


나오는 양을 체크해 구분한 뒤에 섞어준다. 숙성을 거치거나 향신료를 넣기도 했지만, 오늘 생산분은 제일 단가가 낮은 화이트 럼주였다.


그리고 포장 전에 항상 시음했다. 아버지가 하던 시음을 한동안 타너 아저씨가 하다 이제는 로이가 했다.



내려와 보니 술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고 테이블 위에 시음용이 준비되어 있었다.


‘타너 아저씨가 준비해 놨나?’


술잔을 들자 귓가가 시끄럽게 울렸다.


띠띠띠띠띠띠띠.


[독을 발견했습니다.]


‘뭐라고? 독이 있다고?’


그때 터너 아저씨가 나타났다.


“요즘 성실해 지는 게 유행이야? 너도 달라지더니 가논도 그러려나. 웬일로 와서 돕더니 시음할 것도 딱 따라놨지 뭐야.”


로이는 안 그래도 가논을 찾고 있었다. 수년간 로이의 돈을 빼돌렸을 가논이라면 이런 짓을 할 만했다.


그가 어디서 지켜보고 있을 게 분명했다.


“가논은 어디 있습니까?”


“글쎄? 사무실에 있으려나? 찾아봐. 난 내일 쓸 당밀을 가지러 갔다 올 테니.”


차라리 잘됐다. 성실한 터너는 몰라도 되는 일이다.


공장엔 환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발효 가스를 빼기 위해 항상 켜 두었다.


모터와 바람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공간.


로이의 시선이 사방을 훑었다. 그러다 술통이 모여있는 곳에서 멈췄다. 술통 위에 표시된 분홍색 표식.


음모를 꾸미는 자가 저기 있다는 말이다. 로이는 그곳을 주시하며 크게 소리쳤다.


“가논! 당장 나오지 못해?”


호통 소리에 공간이 울렸고 분홍색 표식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지만 나오지 않았다.


로이가 손가락으로 정확히 놈을 가리켰다.


“가논! 당장 나오지 않으면 머리통을 부숴버리겠다.”


놈이 쭈뼛거리며 일어났다. 하품하며 능청을 부렸다. 로이가 크게 코웃음을 치며 술잔을 들어 올렸다.


“여기다 무슨 짓을 했지?”


가논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다. 확실했다. 하지만 자동으로 눈이 떨려왔다.


“여기 뭐가 들었는지 물었다!”


얼음장 같은 로이의 얼굴에 가논의 입이 바싹 말랐다.


“글쎄,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로이가 팔짱을 꼈다. 딱딱한 표정을 풀고 피식 웃으며 손짓했다.


“그럼, 이리 와서 술 한잔해라.”


술잔과 가논을 번갈아 바라보자 가논은 생각했다.


‘발세바 놈들도 무색무취라고 했고, 냄새는 안 났으니까.’


독을 넣었다는 걸 알 리가 없었다.


알아도 로이는 오늘 죽는다. 그의 품에 총이 한 자루 있었다. 도박장에서 알게 된 타짜에게 어렵게 빌린 것이다.


여차하면 총으로 쏘는 것도 방법이다. 타너나 다른 직원이 본다면······ 전부 죽여버리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도 흔적없이 처리하기엔 독이 더 나았다.



가논이 머리를 긁적이며 음흉하게 웃었다.


“하필, 내가 술을 끊어서. 너나 마셔라. 그거 네 거다.”


“가논, 집이 어렵냐? 죽을병에 걸렸는데 치료비가 없냐! 아니면 고아들을 위해 기부활동이라도 하고 있냐! 그게 아니면 나한테 원한이라도 있다던가!”


빼돌린 돈으로 십중팔구는 노름하거나 여자를 사는 데 썼을 것이다. 가논은 남을 위해 사는 놈이 아니었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기부니, 뭐니. 너 어디 아프냐?”


로이는 죽여야 할지, 살려야 할지 생각 중이었다. 하지만 독을 썼다는 건 선제공격이자 전쟁 선포였다.


로이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무슨 독이냐?”


그 말에 가논이 흠칫 떨었다. 로이에게서 알 수 없는 위압이 느껴졌다. 싸늘한 시선이 당장이라도 자신을 갈기갈기 찢을 것 같았다. 저 눈빛이야말로 독사의 눈이었다.


로이가 술잔을 들고 한발씩 다가왔다.


또각거리는 구둣발 소리가 가논에겐 시한폭탄의 초침 소리처럼 들렸다.


“개소리 하지 마!”


가논이 총을 들고 소리쳤다. 딱딱하게 굳은 두 발이 로이를 피해 뒷걸음질을 쳤다.


“쫓아오면 죽여버릴 거야! 경고했어!”


로이는 술잔을 내려놓고 놈부터 잡기로 했다. 그때 갑자기 눈앞이 핑 돌았다. 허공에 별이 반짝였다. 한 손으로 기둥을 잡았다.


로이가 휘청이자 가논의 심장도 함께 요동쳤다.


‘냄새만으로 효과가 있는 건가?’


쓰러질 것 같던 로이가 독이 든 술을 남김없이 마셨다. 가논은 놈이 독 냄새를 맡고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래, 잘한다! 쭉쭉 마시라고!”


술잔을 비운 로이의 얼굴이 급변하자, 가논의 긴장된 몸이 서서히 풀렸다.


“커억. 컥.”


로이는 숨이 막혔다. 그리고 알 수 있었다. 아직 접한 적 없는 독이라는 걸. 한번 마셨던 독은 적응이 필요하지 않았다.


헐떡거리며 숨을 쉬고자 했지만, 폐가 멈춘 것 같았다.


얼굴부터 달아오르다 눈의 혈관이 터졌다.


‘정말 죽을 것 같다.’


“크크크, 그러게 왜 나대냐고.”


가논이 슬금슬금 다가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때, 로이의 몸이 적응을 끝냈다.


[체내에 들어온 독을 이겨냅니다.]


로이의 막혔던 숨이 탁 트였다.


“허억, 허억, 헉.”


반쯤 나갔던 정신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가논이 쓴 독은 뱀독이었다. 질식을 일으키는 독이 로이의 몸에 흐르기 시작했다. 손끝, 발끝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이런 독이 필요했던 거다.’


감자 싹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가논은 독살하려 했지만, 나에겐 원해 마지않는 일이 되어버렸다.


독인에게 독을 주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을 가져다주는 격이다.


조금 전까지의 기운 없던 내가 아니었다. 지금의 컨디션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뱀독을 구해야겠다.’


코어가 간질간질한 것이 뱀독에 어떤 해답이 있을 것 같았다.


나의 죽음을 기대하며 웃고 있던 가논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쓰러졌어야 할 내가 멀쩡히 가논을 노려봤기 때문이다.


“어, 어, 어······.”


가논은 고양이 앞의 쥐처럼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다 손에 든 총을 확인하고 다시 악독한 표정을 지었다.


“발세바 새끼들, 가짜를 팔다니! 효과가 없잖아!”


가논의 총이 불을 뿜었다.


콰앙!


발사된 총알이 술통을 박살 냈다. 술이 술술 흘러나오며 바닥을 적셨다.


나는 그보다 한발 빨랐다.


가논의 머리 위 표식이 빨간색으로 변하자 바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코어에서 뿜어진 독이 대퇴동맥을 지나자 하체 근육이 폭발하듯 수축하며 몸을 이동시켰다.


덕분에 총격을 피할 수 있었다.


놈의 총구가 쫓아왔지만 나는 술통 뒤로 숨었다.


콰앙! 콰앙! 콰앙!


몇 번의 총격이 이어졌고, 화약 냄새가 확 풍겼다. 한 발이 옷을 스쳐 지나갔다. 쓸린 피부가 화끈거렸고 찢어진 옷이 검게 그을렸다.


나는 엄폐물 뒤에서 고민했다. 달려드느냐 마느냐.


‘독으로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총알을 한두 번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달려드는 동안 몇 발이 날아올지 몰랐다.


그렇다고 총알이 떨어질 때 까기 기다리긴 싫었다. 쥐새끼처럼 숨어있는 건 내 타입이 아니었다.


그때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나에겐 독에 대한 재능만 있는 게 아니었다. 분명히 독과 암기를 쓰는 캐릭터로 설정했다.


야구공 한번 던져보지 못했던 내가 연구원의 목에 칼을 던져 맞춘 건 단순히 표적이 커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때 썼던 칼은 암기라기엔 너무 컸다. 나는 죽은 간수에게 빼앗은 손바닥만 한 단검을 꺼내 들었다.


이거면 암기라고 할 만하다.


나는 단검으로 가논을 조준했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원했다.


암기에 대한 재능이 발현되기를.


원거리 공격을 하는 캐릭터는 조준과 관련된 스킬이 존재했다.


단검을 들고 휘둘러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나 해 거꾸로 잡았지만 소용없었다. 손을 바꾸고 별짓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무조건 맞춘다는 생각으로 던진다. 맞지 않으면 내가 직접 찾아가면 된다.


가논에게 집중했다. 그는 과녁이었고 목표물이었다.


‘어깨를 맞춰야겠다.’


표적을 떠올린 순간, 줌렌즈를 당기듯 시야가 확대됐다. 놈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보였다.


드디어!


그의 어깨에 소총의 레이저 포인터 같은 빨간 점이 보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단검을 든 내 손과 빨간 점이 포물선으로 연결되어있었다. 손목을 틀자 조준점과 선이 움직였다.


‘포물선이 단검의 이동 경로군.’


원리는 어렵지 않았다. 단검의 앞이 붉게 물들었는데 손에 힘을 세게 넣으면 그 부분이 길어졌다.


어느 정도까지 단검이 박힐지 표시되고 있었다.


나는 이 세계에 떨어져 처음으로 이 순간이 게임 같다고 생각했다. 죽으란 법은 없는 거였다.


뜬금없이 어머니 얼굴이 생각났다.


“또, 게임이니? 공부 좀 하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나중에 게임으로 먹고살 거예요.”


게임은 유일한 낙이었고 취미이자 특기였다. 호언장담한 대로 게임회사에 취직했다.


“아휴, 말이면 단 줄 아니? 그러다 게임 속으로 들어가겠다!”


어머니의 말도 현실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현실은 게임이라고 하기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스킬도 아티팩트도,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기본기능이지만 이곳에서는 엄청난 이점이자 능력이었다.


가논의 초조한 얼굴이 커다랗게 확대돼 보였다. 연신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총구를 움직였다.


나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단검을 던졌다. 포물선 라인을 따라 단검이 바람을 가르자 명중을 확신할 수 있었다.


-쉬이익!


단검이 사정없이 목표물을 향해 나아갔다.


“악!”


가논의 어깨에 단검이 틀어박혔다. 총이 떨어져 바닥을 뒹굴었다. 부여잡은 어깨에서 피가 새어 나왔다.


놈을 잡기 위해서인지, 기뻐서인지 나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가논이 급히 총을 향해 허리를 숙였지만, 발길질이 먼저였다.


“커헉.”


단번에 코뼈가 부러지고, 피가 튀었다. 이어서 나는 놈의 얼굴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끄아악!”


가논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부러진 이가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얼굴을 부여잡고 고통이 심한 독을 주입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가논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바들바들 떨어댔다. 피부가 한 꺼풀씩 벗겨지는 고통을 느낄 것이다. 나 또한 그랬으니.


독을 거두고 머리채를 잡아 눈을 마주 봤다.


“왜 그랬지?”


두서없는 질문에도 가논은 대답했다.


“···이런 세상에서, 무슨 이유가 필요해?”


놈의 한마디가 거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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