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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연재 주기
뿡꺕
작품등록일 :
2022.05.11 15:17
최근연재일 :
2022.05.28 08:3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636
추천수 :
172
글자수 :
102,973

작성
22.05.14 12:54
조회
120
추천
11
글자
11쪽

4화-탈출(4)

DUMMY

우당탕!


연구원이 책상을 뒤엎었다. 드러난 얼굴은 동그랬고 뚱뚱했다. 책상 위에 음식이 늘어져 있었다.


저렇게 처먹으니 밥을 먹으러 갈 리가 있나.


“손들어!”


돼지머리를 꼭 닮은 얼굴이 총을 겨눠왔다. 팔은 떨렸고 얼굴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좀 어이가 없었다. 간수들이 다 죽었는데 총 한 자루를 믿고 덤비다니. 연구할 머리는 아닌 것 같다.


총을 쏘는 순간을 캐취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다고 여겼다.


“실험체가 어떻게 멀쩡하지······?”


내가 칼을 들고 있는데도 궁금한 걸 물어왔다. 연구원의 머리에선 총이 칼을 이기는 계산인가 보다.


“글쎄, 나는 이렇게 팔팔한데.”


웃으며 빈약한 알통을 보여줬다.


“서, 설마······. 실험이 성공한 거야? 그래, ······내가 해낼 줄 알았어! 믿고 있었다고!”


잔뜩 상기된 표정의 연구원 입가에 점점 웃음이 번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모자란 것 같다. 어떻게 연구원이 된 건지 의아했다.


“이봐! 넌 내 첫 성공작이야. 영광으로 생각해도 좋아!”


연구원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코를 벌름거리는 게 보기 좀 거북했다. 그러다 갑자기 어깨를 움찔 떨었다.


“자, 잠깐. 연구가 성공했다면 총알도 피할 수 있는―”


쉬이익!


나는 들고 있던 칼을 던져버렸다. 팔뚝보다 큰 칼이 회전하며 날아갔다.


놈이 총을 쓸 틈도 없었다.


연구원의 비대한 몸은 빗맞히기가 쉽지 않았다. 칼끝이 명치에 틀어박혔고 피를 콸콸 쏟아냈다.


“컥! 마, 말하고 있는데······. 끅.”


“미안, 지겨워서.”


누워있는 연구원들을 죽이고 연구실을 살폈다. 실험기록이 적힌 종이 뭉치 중 쓸만해 보이는 것들을 챙겼다. 서명이 적힌 것들.


죄수 명단도 있었다. 다른 종이에는 ‘비 죄수 실험체’라고 적힌 명단이 있었다.


양쪽 다 로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죄수가 아니라면 가명을 댔을 수도 있겠지.


쓰러져 있는 연구원들 전부 죽어도 싼 놈들이라 빠르게 처리했다.


가방에서 돈과 몇 개의 신분증, 둘둘 말린 가죽을 발견했다.


[얼굴 가죽 가면]


기가 막혀 헛웃음이 났다.


사람의 얼굴 가죽을 벗겨 마법가공이 된 가면으로 위장용 고급 아티팩트이었다. 몇 개의 가죽 가면에는 각각 해당하는 신분증이 같이 보관되어 있었다.


이 새끼들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거지.


모두 가방 하나에 모두 챙겨 넣었다.


이제 옷을 갈아입고 나가면 탈출이다. 아직 마비가 풀리려면 멀었으나 얼른 움직여야 했다.


다시 감방 안으로 들어가다 엘리엇과 마주쳤다.


“······로이.”


하수도가 외부로 연결된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탈출은 가능해졌다. 그래도 이자가 있으면 찾는 시간을 줄일 순 있었다.


간수들의 시체를 봤는지 무기를 챙겨 들고 있었다.


용병이라더니 눈치가 영 없지는 않았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함께 연구실로 갔다. 근데 깨끗한 옷이 별로 없었다. 피와 살점이 잔뜩 묻어 있어 더러웠다. 특히 상의가 문제였다. 쓸만한 건 두벌뿐이다.


의자에 기댄 채 죽은 남자는 옷이 깨끗했다. 뚱땡이가 의자에 걸어놨던 겉옷에도 피가 안 묻어 있었다. 대신 겨드랑이가 푹 젖어있었다.


나와 엘리엇이 동시에 손을 뻗었다. 의자에 기댄 남자의 옷을 동시에 움켜잡았다. 옷이 쭉 늘어났고 셋의 시선이 마주쳤다. 나와 엘리엇, 죽은 남자가 옷을 사이에 둔 공방전을 펼쳤다.


‘이게 어딜 넘봐.’


나는 짜증이 확 나서 옷을 잡아당겼다.


“이건 내가 입겠다.”


나의 말에 엘리엇은 입을 다물었다.


“······.”


입을 다문 엘리엇은 표정이 안 좋았다. 할 수 없이 뚱땡이의 큰 옷을 잡았다.


엘리엇은 상의가 무릎까지 내려왔다. 나는 조금 웃겼지만, 암내 때문에 숨이 막혀서 못 웃었다.


“떨어져서 와라.”


“크흠, ······이쪽이야!”


엘리엇이 툴툴거리며 한쪽으로 달려갔다.


“잠깐! 기다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나는 돌아다니며 각 구역의 문을 열었다. 지키던 간수들은 모두 쓰러져 있었다.


감옥엔 죄수가 아닌 자도 있다. 그들이 도망치길 바랐다. 도망치는 사람이 많을수록 추적도 더 어려워질 테니 이런 게 일석이조였다.


나는 배에 힘을 주고 크게 소리를 질렀다.


“문이 열렸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


다시 건물 뒤편으로 왔다. 엘리엇이 선택한 맨홀 뚜껑은 다른 것보다 오래돼 보였다.


틈이 좁아 손가락으로는 열기가 힘들었다. 옆에 기대어 있는 빗자루를 부러트려 지렛대처럼 뚜껑을 열었다.


동그란 철 뚜껑을 여니 악취가 올라와 소매로 코를 막았다. 엘리엇도 커서 나풀거리는 옷의 겨드랑이쯤으로 코를 막았다.


“냄새로 냄새를 막는 거냐?”


생각만으로도 더러웠다.


“그게 아니라―”


나는 얼른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엇이 뒤따라오며 뚜껑을 닫자 암흑이나 다름없었다.


“젠장.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그가 투덜거렸다.


“안에 불은 없겠지?”


하수도는 동굴 안처럼 축축했고 물소리가 났다.


“아마도, 근처 하수도엔 사람이 살지 않으니까. 빈민가와는 다르지.”


엘리엇이 연신 벽을 만지며 길을 잡았다. 이래서야 눈뜬장님 아닌가.

나는 손가락 끝에 독을 모았다. 손끝이 녹색으로 빛났다.


앞에서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엘리엇이 토끼 눈을 뜨고 뒤를 돌아봤다.


“역시! 마법사였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또 시작인 건가.


내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엘리엇이 웃으며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비밀로 할게.”


뭐래.


하수도는 아주 복잡했다. 실험용 쥐라도 된 것처럼 이리저리 헤매다 보니 어딘지 모르게 됐다.


빡쳐서 한숨이 절로 나왔다.


“길을 모르는 건가?”


“······와 본 적은 없지. 일단 한번 올라가 보자고. 왠지 느낌이 좋다니까.”


위로 오르는 계단을 발견하고 내가 앞장섰다. 왠지 불길했다.


뚜껑 아래를 몇 번 올려 치자 ‘덜커덩’하며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풍경이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다 비슷하겠지.’


끝까지 올라가서 보니 부러진 빗자루가 보였다.


나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뒤따라온 엘리엇도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더니 조용히 내려가 머리를 감쌌다.


“······출발한 곳이네. 어떻게 된 거지.”


“휴······.”


내가 깊은 한숨을 쉴 때마다 엘리엇이 눈치를 봤다.


“너. 길 몰라?”


“알긴 알지만, 정확히는······.”


“······너, 아예 모르지?”


“그게 꼭 그렇다고 하기에는, 그러니까 내 말은······.”


변명거리를 찾는 엘리엇의 엉덩이를 발로 차버렸다.


“아앗! 연결된 입구만 아는 거였어.”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 길은 내가 찾는 게 나을 것 같다.


무작정 길을 헤맬 수는 없었기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방법을 찾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한번 맵을 켜봤다.


분명 게임 제작 시에 만들어지지 않은 하수도였다.


[아키스시 하수도]


‘어라?’


없던 맵이 생겨났다. 혹시 새로운 지형을 탐색하면 맵이 드러나는 시스템인가?


일단은 가는게 우선이다.


“이쪽으로 가자.”


“엣? 여긴 아무렇게나 가면······.”


엘리엇이 엉덩이를 매만지며 따라왔다.


길을 알고 움직이니 속도가 빨랐다. 두 사람이 철퍽거리는 물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


흐르는 오수의 양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곳은 거의 메말랐고 어떤 곳은 가슴팍까지 차올랐다.


“하. 돌아버리겠네.”


찍찍.


자유형, 접영, 다 자신 있었지만, 쥐와 함께 헤엄치는 건 아니었다.


나보다 키가 작은 엘리엇의 머리는 물속에 잠기기도 했다.


“흐악! 쥐다! 쥐!”


놀란 그가 첨벙대자 오수가 사방으로 튀었고 내 얼굴에도 적중했다. 찌푸려진 얼굴 위로 오물이 흘러내렸다.


엘리엇의 머리가 다시 올라왔다.


“어! 불빛이다!”


저걸 가만둘 수 없지. 암살자처럼 다가가 엘리엇의 머리채를 잡았다.


“어푸, 어푸!······”


엘리엇을 오수에 잠시 담갔다. 세상이 조용했다. 그의 말대로 멀리 불빛이 보였다. 드디어 지상으로 나가는 건가.


손에서 꿈틀거림이 느껴졌다.


아차. 엘리엇을 물 밖으로 집어 던졌다.


“켁. 우웨엑.”


나는 엘리엇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구정물 튀기지 마라.”


“아, ······미안.”


말과는 다르게 엘리엇의 입이 댓 발 튀어나왔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한, 두 명의 남자가 불빛을 향했다.


불빛 뒤로 지상으로 향하는 통로가 보였다. 세 명의 남자가 일행을 먼저 발견했다.


“그쪽에서 오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크크. 길을 잃었나 보지.”


“꼴이 말이 아니네요. 이걸로 젖은 몸을 좀 닦으시죠.”


그들이 수건과 흡사한 천 쪼가리를 건네왔다.


나는 이들이 수상쩍었다. 세상에 이유 없는 호의는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들에게 집중하자 머리 위로 전투력이 나타났다.


[158] [132] [140]


분명히 이상하다.


하수도에서 생활하는 빈민치고는 전투력이 너무 높다.


나는 물기를 닦으면 그들이 허리에 찬 검과 도끼 팔근육 등을 살폈다.


그러다 그들의 머리 위를 보니,


‘어라, 이게 왜?’


게임 아키스에서 몬스터의 상태를 몇 가지 색상으로 알 수 있었다. 어그로를 파악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개발자 모드에서는 그보다 다양한 감정 상태를 알 수 있었다.

마인의 경우 몬스터 처럼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그로가 끌린 빨간색, 평온한 녹색 외에도

기쁨, 슬픔, 무서움 같은 다양한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 그들의 머리 위에 보이는 색상은 분홍색.


‘분홍색은 거짓을 뜻하는 색상. 꿍꿍이가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의아한 것은 이들은 몬스터도 마인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엘리엇도?’


엘리엇을 자세히 살피자 그의 머리 위에 보라색이 나타났다.


‘보라색은 의심하고 경계하는 상태다.’


용병이라더니 아주 바보는 아닌 모양이다. 그들에게 물었다.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우리는 하수도에 사는 빈민들입니다. 지상에 필요한 것을 구하러 간 일행을 기다리는 중이죠.”


햇빛이 없는 곳에 산다면서 구릿빛 피부를 가지고 있다. 썬탠이라도 했다는 건가?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몸이 젖어 찝찝했는데 말이죠.”


쥐상의 남자가 내 가방을 곁눈질하는 게 보였다. 그의 얼굴엔 탐욕이 드러나 있었다.


충분히 예상했던 상황이었다.


산적도 아니고 하수도에도 이런 놈들이 있다는 건 의외였지만 말이다.


‘그럼 이놈들은 산적이 아니라 하수도적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그들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면 상대할 필요는 없다. 저들에 머리 위가 빨간불로 바뀐다면, 모두 죽이면 그만이다.


“혹시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이쪽이라면 중심가 쪽에서 오시는 건가요?”


답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침묵하자 엘리엇이 대신 입을 열었다.


“···네, 중심가에 일이 있어서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부호들이 사는 시 중심가에서 왔다는 말에 놈들의 눈이 탐욕으로 반짝였다.


세 남자는 오수에 잔뜩 젖었지만, 비싸 보이는 연구원의 옷을 보며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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