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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꺕 님의 서재입니다.

농약 원샷 만독불침 독공지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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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꺕
작품등록일 :
2022.05.11 15:17
최근연재일 :
2022.05.28 08:35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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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추천수 :
172
글자수 :
102,973

작성
22.05.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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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독초(1)

DUMMY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술을 꾹 다문 채 갱단이 떠나가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우와아아아아아!”


“로이, 최고다!”


오스발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사람들의 환호에 손을 흔드는 로이가 위대해 보였다.


‘나와 똑같은 입장이었는데··· 정말 대단하다.’


종자가 다른 인간이었다. 싸움 솜씨 또한 예사롭지 않았다. 이곳에 모인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도미닉은 그런 친구가 부러웠다.


“야! 어디서 뭐 했길래 갑자기 세졌냐?”


로이가 남들보다 튼튼한 놈이긴 했지만 싸움을 잘하는 건 아니었다.


“글쎄.”


“야, 좀 가르쳐 줘.”


앞으로 다가올 일들을 생각하면 정산까지 가는 산의 입구에 선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보기엔 대단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도미닉도 돌연변이였다.


사전예약자가 오지 않는 게임 속에서 돌연변이는 희귀했다. 남들보다 튼튼한 몸뚱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었다.


신체 일부분이 보라색이기에 불길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돌연변이가 왜 생겼는지는 물론, 그런 시스템을 누가 만들자고 했고 회의를 누구누구와 했으면 어떻게 적용하게 됐는지까지. 따지고 보면 이 세계를 만든 신들의 회의나 마찬가지였다.


보라색은 이능력을 뜻하는 색이다. 돌연변이는 특수한 능력이 잠재되어 있었다. 능력을 평생 알지 못하거나 보잘것없을 수도 있다.


바늘에 실을 꿰는 능력처럼 쓸데없는 능력일 확률이 99%였다. 괜찮은 능력은 아주 희박했다.


아주 드물게 대단한 능력이 잠재된 경우도 있었다.


도미닉 또한 잠재된 무언가가 있을 터. 그게 뭔지 나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친구로서 조언은 해줄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네가 배울 수 없는 거야. 너는 나와 다른 사람이니까.”


“그럼 할 수 없지 뭐.”


“야, 끝까지 들어 백정아.”


“아씨··· 뭐, 말해!”


“네가 특별히 잘하는 게 뭔지 곰곰이 생각해봐. 남들은 어려워하는데 그게 너무 쉽고 하면 다 되는 그런 거 말이야.”


“······그걸 알면 뭐 하는데?”


“너한테 잠재된······, 아니다. 어려운 소리는 다 빼고, 일단 깊이 고민해 보고 무릎 꿇고 읊어봐라.”


“뭐래, 닥쳐. 아무튼 그렇게 하면 강해질 수 있다는 거지?”


“꼭은 아니고, 잘하면.”


“네네, 사부님. 고기나 드시죠. 이 제자가 상납하는 것입니다. 많이 드세요.”


도미닉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한 놈밖에 없는 친구가 하는 말이니 믿었다.






* * *


제프리 양조장은 57구역 있었다.


걸을 때마다 보도블록에 발이 걸리는 낡은 거리를 지나면 바로 56구역, 식당과 술집이 즐비한 번화가였다. 조금 더 안쪽, 음침해 보이는 골목에는 분 냄새를 잔뜩 풍기는 여자들이 가득한 홍등가와 도박장이 있었다.


건물은 오래되고 낡았지만, 밤이 되면 조명만은 화려하게 빛났다.


나는 도로에 서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깨져 뒹구는 술병,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술에 취했는지 약에 취했는지 길바닥에 누워 자는 사람까지.


쓰레기를 피해 흙과 나뭇잎이 지저분한 곳에 섰다. 지나는 차들을 바라보다가 블랙캡이라고 불리는 새까만 자동차가 보였다. 위에 TAXI라고 쓰인 노란 불빛을 매달고 있었다. 손을 내밀어 택시를 잡아 탔다.


“46구역으로 가주세요.”


그곳에 있는 거대한 시장이 목적지였다.


차에서 내려 시장으로 들어갔다. 정리되지 않는 길은 구불구불했고 가판대는 나무가 썩어 부서질 듯했지만, 가격을 흥정하거나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로 활기가 넘쳤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불이 확 붙었다가 꺼지는 숯불구이도, 생소한 물건들도 내 관심사는 아니었다.


필요한 것은 독이었다.


‘어디로 가야 할까.’


무작정 다니기엔 상당히 넓었다. 구획 별로 주로 취급하는 품목이 달랐지만, 먹거리를 파는 곳들은 그런 구분을 무시했다.


색색의 의류를 파는 곳을 지나면, 생활용품을 파는 거리가 나온다.


한 상점에 들어가 쓸만한 게 없는지 살폈다.


벌레는 잡는 살충제와 식물에 쓰는 농약이 있었다.


‘이것도 독이라고 할 수 있지.’


오늘은 눈에 띄는 독이라면 다 구입할 생각이었다.


그 상점 뒤편이 무기를 취급하는 골목이었다.


무기를 거래하는 골목에는 남자들이 서서 지나는 사람들을 매서운 눈초리로 살피며 은밀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단검은 양조장 근처 잡화점에서 샀는데 여긴 더 다양한 물건이 많았다.


불법 거래도 암암리에 이루어지고 있다.


검은 티를 입은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팔짱을 끼고선 눈빛으로 신호를 던졌다.


나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구하고 싶은 게 있는데.”


“뭐를 찾지?”


“독을 구하고 있다.”


남자가 피식 웃으며 콧방귀를 꼈다.


“이봐, 그럼 꼼수를 쓸 시간에 검이라도 몇 번 휘둘러. 꼭 모자란 것들이 그런 개수작을 쓰지.”


“······.”


“꺼져. 여긴 무기를 파는 곳이지. 약방이 아니라고!”


남자가 험악하게 가슴팍을 밀었다.


기분이 나빴다.


‘죽여버릴까?’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뜨끔 놀랐다. 아무래도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할 것 같다.


잰걸음으로 무기 골목을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약국이라고 써진 점포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현대의 약국과는 조금 다른 외형이지만 어쨌든 약을 파는 곳이니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포장된 용기들이 즐비했다.


정력제, 진통제, 정력제, 감기약, 정력제.


‘뭔 정력제가 이렇게 많아.’


약국 주인이 나를 보더니 정력제를 하나 내밀었다.


“이거 잘나갑니다. 아주 좋습니다.”


[강철의 밤]

지친 당신을 강철같이 세워주는 비약!

48년의 기술력으로 밤부터 아침까지 지치지 않는 파워!


“이런 거 말고, 먹으면 몸에 안 좋은 건 없나?”


말해놓고도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열된 약을 둘러봐도 독이라고 할만한 게 없어서 나온 말이었다.


약사가 황당하다는 시선으로 노려보더니 화를 버럭 했다.


“약국에서 몸에 좋은 걸 팔지! 무슨 헛소리야! 썩 나가!”


‘아이씨. 죽여버릴까?’


나는 문을 열고 나가서 애꿎은 돌부리만 걷어찼다. 자꾸 살심이 치솟는다.


아무래도 예민한 상태인 것 같다.


사람이 없는 골목으로 들어가 살충제 뚜껑을 열었다. 입을 벌리고 치이익 소리가 나게 버튼을 눌러 살충제를 머금었다.


생크림을 입에 뿌려 먹은 것처럼 폭신하고 달콤했다. 몇 번 눌러 입에 들어온 것을 삼켰더니 좀 살 것 같았다.


조금 성질이 가라앉았다.


골목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건을 들고 가는 사람들이 보였고 나도 걸음을 옮겼다.


그때,


띠띠띠띠띠띠띠.


[독을 발견했습니다.]


‘어디지?’


머리가 하얀 노인이 편한 옷차림으로 길을 가고 있었다.


노인은 커다란 검정 봉투를 들고 있었다. 거기에 독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조용히 뒤를 밟았다.


길을 잘 아는지 골목 사이사이를 누볐고 나는 사람들을 헤치며 그를 따라갔다. 식자재가 판매되고 있는 거리를 지나 좀 더 안쪽, 인적이 드문 곳으로 들어갔다.


골목 끝에서 기다렸다가 노인이 사라지자 얼른 입구로 다가갔다.


[약초, 약탕 전문]


네모난 나무에 조그마하게 쓰여있었다. 한약 냄새가 확 풍겼다. 안을 보니 노인은 가져온 물건을 꺼내 커다란 나무 테이블 위에 늘어놓고 있었다.


사방에 네모난 나무통이 있었고 한약방처럼 약초가 진열되어있었다.


‘이런 곳이 다 있었네.’


아키스의 배경을 생각할 때 이런 예스러운 곳은 없을 줄 알았다.


게다가 귓가를 울리는 이 소리.


사방에 독이 있었다.


“뭘 찾는가?”


“어르신 테이블 위에 있는 것도 약입니까?”


“이게 뭔지 아나?”


나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파 뿌리처럼 허옇고 매우 긴 식물의 뿌리였다. 처음 보는 것이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떠올랐다.


“갈퀴연꽃의 뿌리 아닙니까? 먹으면 죽는······.”


“그걸 알아보는 군, 흔하지 않은 건데··· 그럼 이것도 아는가?”


거무튀튀하고 쭈글쭈글한 가죽이었다. 꼭 육포 같은 느낌이었다.


“키라크의 쓸개 아닙니까? 독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알아보는가? 그럼 이건?”


“느괴버섯이군요. 섭취하면 간, 신장, 적혈구가 손상되어 죽는 버섯 아닙니까?”


“허허, 약초에 대한 지식이 대단하군.”


“······이것들은 독초 아닙니까?”


약방 주인이 고개를 저었다. 살짝 미소 지으며 ‘아는 건 많은데, 약은 잘 모르는구나.’하고 중얼거렸다.


노인이 느괴버섯을 만지며 말했다.


“이건 독성은 강하지만 휘발성이라 끓는 물에 넣으면 물과 증기로 독이 빠져나오지. 그러고 나면 이 버섯은 기침에 특효인 약초가 된다네.”


“독을 제거하고 사용하시는군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네.”


“키라크의 쓸개를 먹으면 신경이 마비되고 신장이 망가져 죽게 되지만 새끼손톱 반만큼만 사용한다면 좋은 진통제가 되네.”


노인은 잠시 옛날 일을 회상하듯 눈동자를 움직였다.


“내 할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었네. ‘독과 약의 차이는 투여량에 달렸다.’”


나는 생각해 보지 못한 것이었다. 주인이 언급하지 않는 갈퀴연꽃의 뿌리에 관심이 갔다. 테이블에 손을 뻗어 뿌리를 잡아들었다.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독이다. 이건 어디다 쓰는 거지?’


노인이 아무 말 없이 나를 보며 웃었다. 보는 사람만 없다면 로이는 이미 독초를 씹어 먹었을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침이 나와 목울대가 움직였다.


“이 약초에 관심이 있나?”


“네. 흥미가 가는군요.”


“···자네 성 기능에 문제가 있나?”


“네에?”


자기 왜 남의 건강한 물건을 의심하는지? 보기에 뭐 안 좋게 보이는 건가.


노인이 모호한 표정으로 갈퀴연꽃의 뿌리를 들고 왔다.


“심혈관에 큰 문제를 일으키는 독이지. 알고 있나?”


“네, 들은 적이 있습니다.”


“들은 적이 있다라······. 평범한 사람들은 모를텐데 자네는 특이하군.”


약방 주인이 말린 뿌리를 하나 들어 올렸다.


“자네가 이걸 다 먹는다면 심장이 견디지 못하고 죽게 되네. 하지만, 이걸 눈꼽 만큼 먹는다면 혈관이 확장되고 특히 그곳이 강철처럼 튼튼해지지. 정력제라고 팔리는 것 중엔 갈퀴연꽃 뿌리를 쓴 게 많지.”


좀 전에 약국에서 봤던 강철의 밤이라는 정력제가 떠올랐다. 비아그라를 떠올리자 쉽게 이해가 됐다.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몇 가지 살 수 있을까요?”


“그럼 당연하지. 이것들을 팔려고 놔둔 것인데. 원물로도 팔고 말리 거나 가루를 낸 것도 판다네. 가장 좋은 건 탕약이지. 그게 가장 돈이 되거든. 껄껄껄.”


나는 가게 안을 둘러보며 바구니에 키라크 쓸개와, 느괴버섯, 근육마비를 일으키는 햄록개구리의 눈알 등을 담았다.


“갈퀴연꽃의 뿌리는 왜 담지 않는가?”


“그건··· 필요가 없을 것 같네요.”


“이건 서비스로 주겠네.”


갈퀴연꽃의 뿌리를 건네며 노인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가 고른 건 전부 독초네. 그걸 먹으려고 샀을 리는 없고 연구하는 건가?”


“···그런 셈이죠.”


“필요한 건 다 골랐나?”


“혹시 뱀독은 없습니까?”


“뱀독이라, 약으로는 잘 쓰이지 않지만, 가끔 신경통에 쓰기도 한다네. 마침 얼룩줄꼬리뱀 독이 있네.”


“그것도 사겠습니다.”


“뱀독은 소량도 매우 위험하니 조심하게.”


“알겠습니다. 어르신.”


“종종 들리게 자네처럼 약초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환영할 테니.”


돈을 내고 나와 왔던 길을 되돌아 양조장으로 향했다.


양조장 위, 원래는 사무실이었던 공간으로 들어온 나는 문을 닫았다. 잠금장치를 내리고 테이블 위에 시장에서 산 물건들을 늘어놓았다.


살충제, 농약, 갈퀴연꽃의 뿌리, 키라크의 쓸개, 느괴버섯, 햄록개구리의 눈알을 말린 것, 얼룩줄꼬리뱀 독.


월급날이 되면 치킨에 떡볶이, 순대까지 차려놓고 먹곤 했는데 이제는 온갖 못 먹는 것들이 차려져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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