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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꺕 님의 서재입니다.

농약 원샷 만독불침 독공지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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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꺕
작품등록일 :
2022.05.11 15:17
최근연재일 :
2022.05.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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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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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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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7화-루시아(2)

DUMMY

루시아는 당돌하게도 능청을 떨었다. 로이는 한숨을 크게 한번 쉬고 책에 눈을 돌렸다. 펼쳐놓은 책을 흘낏흘낏 훔쳐보던 그녀가 눈을 내리깔고 비웃었다.


“남자가 할 짓이 없어서 독을 쓸 생각이나 한다니, 한심하기 그지없네요.”


로이가 책을 팍 소리 나게 덮고 루시아를 노려봤다.


“뭘 안다고 나대는 거야?”


“꽤 알아요. 어차피 그깟 독 써봤자. 해독주문 한방이면 무용지물이죠.”


‘그럼 마법 책을 읽으면 마법사란 말인가?’


로이가 피식 웃으며 입가를 뒤틀었다. 대놓고 시비를 걸고 있었다.


“마법에 자신이 있는가 봐? 근데 해독주문으로 안 되는 독도 있을걸?”


로이가 빙의 전 신규캐릭터를 만들면서 했던 대화와 직접 했던 설정은 그대로 적용되어있었다. 그렇다면 마법으로 해독하지 못하는 독도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예 마력을 흩어버리는 독도 존재한다고 봐야 했다.


로이 생각에 앞에 앉은 여자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뭐라고요?


루시아는 앞에 앉은 남자의 말을 헛소리라고 넘기기엔 그의 표정이 너무 얄미웠다. 특히 말려 올라간 입술은 꼭 비웃는 것 같았다.


루시아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해독주문의 원리는 독성을 띤 물질의 특성을 제거하는 방법과 질병의 발현을―”


“―내기할까?”


로이는 마법사로 보이는 드센 여자에게 본때를 보여주는 것뿐 아니라, 몇 가지 이득을 얻을 생각을 떠올렸다.






* * *


“자 첫 번째.”


로이는 가시비늘뱀 독이 담긴 컵을 건넸다. 루시아가 마력을 끌어올리자 로이가 컵을 잡았다.


“마시고 해.”


“여기다 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


로이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깟 독 써봤자, 해독주문 한방이면 무용지물이다. 라고 했잖아. 마시고 자기 몸을 해독해야지.”


루시아가 로이를 노려보곤 컵을 낚아챘다. 내기는 남자가 준 독을 세 번 해독하면 이기는 거였다.


-꿀꺽.


“윽.”


얼굴을 잔뜩 찡그린 루시아가 중얼거리며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우자 손에서 파란빛이 물처럼 넘실거렸다. 점차 투명하게 변한 빛이 그녀의 몸을 스캔하듯 비췄다.


“휴.”


루시아가 턱을 치켜들며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봤죠? 독 따위는 마법 앞에서는 아무것도―”


“―두 번째.”


그녀 머리 위에 보이는 전투력은 3천이 넘었다.


로이는 루시아가 상당한 수준의 마법사라는 걸 알아챈 상황이었고 마법사에게 독이 통하는지 공짜로 실험하고 있었다.


그녀가 종이컵을 내려다보니 투명했던 첫 번째와 다르게 조금 다른 색이 섞여 있었다.


‘괜찮을까?’


딱딱거리면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앞에 있는 남자가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감히 비웃어?’


루시아의 턱이 삐뚤게 좌우로 움직였다. 로이를 한번 노려보고 보란 듯이 입안에 털어 넣었다.


이번에도 독을 마시자마자 반응이 바로 왔다. 루시아는 마법을 발현시키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어엇!’


평소처럼 자연스레 마력이 따라오지 않았다.


로이는 눈을 빛내며 시간을 재기 시작했다.


첫 번째, 가시비늘뱀의 독을 해독하는 데 걸린 시간 1분.


이번엔 가시비늘뱀의 독에 신경을 마비시키는 키라크의 쓸개 독을 섞었다. 마력을 컨트롤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에 영향을 끼칠지 확인하고 싶었다.


“으으윽.”


미간을 잔뜩 찌푸린 루시아가 어깨를 크게 떨었다. 잡티 하나 없는 얼굴에서 땀방울이 뚝 하고 떨어졌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던 입술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하아. 하아. 하아.”


루시아가 해독을 끝내는 데 5분의 시간이 걸렸다.


로이는 독을 섞어 마력 신경을 공략한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해독주문을 피하진 못했지만, 시간을 벌 수 있다면 마법사와의 싸움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루시아는 왜 이런 내기에 응했는지 후회하고 있었다.


“확실히 해독주문의 효과가 증명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마지막이야.”


루시아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컵과 로이를 번갈아 쳐다봤다.


로이가 빙글거리며 말했다.


“포기하던가.”


‘포기’ 그런 단어는 루시아 생에는 없는 거였다. 무조건 1등 최고, 못 하는 일이 없는 천재. 하늘이 내린 마법 재능.


‘그래, 이번만 해독하면 본때를 보여주는 거다.’


입술을 꽉 오물대던 그녀가 의지를 불태웠다.


승부에 걸린 내기는 상대의 요청을 들어주는 거였다. 어떤 것이든 할 수 있는 거라면 거절할 수 없었다.


‘아주 더럽고 굴욕적인 일을 시키는 거야. 다시는 내 앞에서 고개도 들지 못하게 하겠어.’


그녀의 주름이 잔뜩 모여있던 미간이 조금 펴졌다.


로이는 준비한 마지막 독을 내밀었다.


마력을 뒤흔들 만한 가시비늘뱀 독과 신경을 마비시키는 키라크의 쓸개 독을 섞었던 두 번째에 조르가이가 쓰던 마약을 섞었다. 끌어올리기 힘든 마력과 원하는 대로 제어되지 않는 마력 신경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해독을 성공한 것은 뇌가 의지를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뇌를 공격한다면?


로이가 뒤돌아 복합 독을 준비하는 동안 루시아는 손톱을 씹으며 옷자락을 비비 꼬았다. 조금 전 해독은 너무 힘들었다. 왜 이걸 계속해야 하는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잔을 보고선 입술을 꾹 깨물었다.


‘잘못될 일은 전혀 없어. 나는 마법사야! 독 따위는 밑바닥 쓰레기들의 더러운 수단일 뿐이야.’


‘이번만 성공하면 끝이야.’


로이와 잔은 몇 번이나 번갈아 노려보았다. 그러다 빤히 남자의 얼굴을 보며 마지막 잔을 들이켰다.


액체가 루시아의 입안에 닿는 순간 그녀의 머리에서 폭죽이 터졌다.


제어되지 않는 마력이 제멋대로 움직였고, 루시아의 입이 헤 벌어졌다.


그녀는 꿈인지 환상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었다. 루시아는 최고 등급의 마법사가 되어있었다. 모두 고개를 숙여 존경을 표했다.


기분이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화려한 마법을 써서 이날을 축하해야지.’


마력을 끌어올리는데 마력이 하나도 없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뱀 한 마리가 몸을 둘둘 감싸고 있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입에서 침이 흘러내렸고 숨이 막혔다.


“커허헉! 컥!”


로이는 헤벌쭉하던 여자가 몸을 떨어대며 괴로워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신경이 마비됐으니 본능적인 움직임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이미 5분은 넘어있었다. 백옥같은 얼굴이 시뻘겠고 목에 핏줄이 올라오고 있었다. 질식시켜 죽인다면 저런 모습일 것이다.


로이의 혀가 입술을 핥았다.


두근.


로이는 왜인지 모르게 설렜다. 그러다 눈앞의 잔을 보고, 자신이 독에 마약을 섞었다는 게 떠올랐다.


그러자 마약에 당했던 라니가 떠올랐다.


‘아, 또······!’


살심에 사로잡힌 자기 모습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다잡았다. 이런 자신이 싫어서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정신을 바짝 차린 로이는 앞에 있는 여자의 상태를 살폈다.


‘서두르지 않으면 죽을지도.’


책상 위에 올려진 조그만 손위에 로이의 손이 닿았다.


“허억, 헉, 헉.”


루시아를 뒤흔들던 세 가지 독이 로이에게 붙잡혔다. 그의 몸에서 나온 독은 더욱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덕분에 그녀의 숨도 트였다.


훌쩍.


정신을 차린 루시아가 손등으로 콧물을 훔쳤다. 턱밑에는 침이 흐르고 있었는데 뒤늦게 알아챈 그녀가 허둥지둥 대며 옷으로 턱을 문질렀다.


머리가 멍해서 상황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남자의 얼굴을 보니 망했다는 걸 알았다.


로이는 망가진 여자의 모습에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정당한 내기이긴 했다. 마약을 쓴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다. 필요했던 실험이었고 마약도 분명 독이었다.


다만, 더 빨리 독을 거뒀어야 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정말 살인자가 될 뻔했다. 로이는 많은 사람을 죽였지만, 살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곳에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비 따윈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죄 없는 사람을 죽게 하는 것. 필요 없는 고통을 주는 것은 살인자가 하는 짓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루시아는 눈을 표독스럽게 뜨고 로이를 뚫을 듯이 노려봤다. 그런 그녀에서 로이가 차갑게 말했다.


“해독주문 한방이면 독 따위는 무용지물이다. 라는 건 틀린 말이군.”


“······.”


눈앞의 여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술만 움찔거렸다.


“내기는 내가 이겼다.”


“······졌어요.”


로이가 내기를 한 두 번째 이유. 그 대가를 받을 차례였다.


루시아의 낯빛이 하얗게 됐다가, 붉어졌다가 시시각각으로 변화했다.


로이는 여자에게 뭘 시킬지 정해놓고 있었다. 마법사는 보통 사람보다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았다. 마법사만을 위한 시설도 있었고 네트워크도 존재했다.


“왕관 가시비늘뱀을 잡으려고 하는 데 도움이 필요해. 일단 정보부터.”






* * *


“돌로론드?”


생소한 지명에 로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기가 어디지?”


“비네브렉에 있는 산 이예요. 거기에 왕관 가시비늘뱀이 있어요.”


“확실한 정보야?”


루시아가 불만스레 볼을 씹었다.


“저기요. 제가 이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얼마를 썼는지 알아요? 귀한 아티팩트를 위해서도 아니고, 영약을 위해서도 아니고 그따위 이름도 모를 뱀 한 마리를 찾는다고!”


“돈을 많이 썼으면 확실하겠네. 그럼 언제 갈까?”


“네? 내, 내가 왜 가요?”


“정보만 뱉고 끝인 줄 알았어? 잡는 걸 도와달라는 게 내 요청인데, 마법사가 뱉은 말을 바꾸진 않겠지?”


마법사, 의지로 마력을 부려 새로운 힘을 부여하는 능력.


여기서 문제는 의지에 있었다. 스스로 맹세한 것을 지키지 않으면 마력을 움직이는 의지가 크게 흔들리게 된다.


로이와 내기하면 맹세까지 한 것은 아니었지만 마법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고, 크게 자존심 상해했다.


입술이 댓 발 튀어나온 루시아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가면 되잖아요!”


로이가 내기한 세 번째 이유는 바로 동행이었다.


폐허 도시 비네브렉은 혼자 감당하기엔 벅찼다. 몬스터가 즐비했고, 오염에 적응해 살아가는 자들은 흉포하고 잔인했다.


3천이 넘는 전투력의 마법사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체 그 뱀을 왜 잡으려는 거죠?”


“연구를 위해서?”


루시아가 로이를 훑어보며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외모는 거칠고 투박했다. 눈가를 가로지르는 흉터와 옷차림이 빈민가의 깡패처럼 보였다.


연구하는 고급인력은 분명히 아닌 것 같다는 게 그녀의 판단이었다.


‘그러고 보니, 왜 나한테 반말이지?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도 함부로 반말하진 않는데.’


‘아,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는 거네.’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 피식 웃은 그녀는 어차피 그 뱀인지 개구리인지만 잡으면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자신의 신분을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저 누군지 모르죠?”


“마구스 등급의 마법사 피델리오의 손녀 루시아. 집행자 사관학교 생도이자 티오리쿠스 등급의 마법사지.”


“어······.”


‘그걸 아는 사람이 이래?’


로이는 처음엔 낯이 익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어마어마한 전투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마법을 쓸 때 물처럼 넘실거리는 파란빛은 게임 속에서 몇 번이나 봤던 그래픽 효과였다. 그녀의 할아버지인 피델리오는 전격 마법사지만 물방울을 파열시켜 벼락의 힘을 끌어내기에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루시아의 할아버지였다면 일 초 만에 독을 태워버렸을 테지만, 그건 넘사벽의 이야기였다.


“인력시장에 가서 비네브렉으로 가는 일행이 있는지 찾아보지.”


“네에? 인력시장? 용병들이 일거리 찾는 거기? 거길 왜 가요?”


마법사 입장에서 용병은 미천하기 그지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무슨 기가 막힌 소릴 하는 건지.


“비네브렉까지 가는 길 알아?”


“지도를 보고 가면 되잖아요?”


로이 입장에서 이런 걸 다 설명해야 한다니 진 빠지는 일이었다. 단지 ‘길’만 안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몬스터가 주로 나타나는 길, 늪지가 있어 위험한 길, 상인이나 폐허를 발굴하기 위한 일행을 노리는 자들이 주로 나타나는 지역, 이런 걸 다 알아야 안전하게 비네브렉까지 가지 않을까?”


“······잘나셨네요. 정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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