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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꺕 님의 서재입니다.

농약 원샷 만독불침 독공지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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뿡꺕
작품등록일 :
2022.05.11 15:17
최근연재일 :
2022.05.28 08:3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909
추천수 :
172
글자수 :
102,973

작성
22.05.1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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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프롤로그

DUMMY

“피곤하네······.”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팔과 상체에 피가 약간 돌았다.


하암.


책상 위를 내려다보니 종이컵, 사탕 껍질, 온갖 서류로 너저분했다.


그래도 마우스 자리는 있으니까···.


책상 위에서 느릿느릿 마우스를 움직였다.


벅벅.


손끝이 머리를 훑어내자 비듬이 후드득 떨어졌다. 부모님이 봤으면 기겁하며 등짝을 후려쳤겠지만, 며칠째 머리를 못 감았으니 어쩔 수 없다.


노숙자나, 밤샘에 지친 회사원이나 행색은 다를 바 없었다.


피 말리는 근무가 처음도 아니지만, 이번엔 역대급이었다.


회사를 먹여 살리고 있는 RPG 게임


[아키스].


확장팩 발매로 바쁜 나날이다.


그놈의 일정.


[확장팩 스토리 작업]

[지형과 세력 추가]

[이능력 및 유물 세팅]

[새로운 직업 추가]

·········

······

···


그 어려운 일을 다 해냈다.


원래 오리지널 발매 때 다 계획에 있던 것들이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빼라고 하더니 같은 값에 확장팩을 발매한단다.


두 배로 벌겠다는 회사의 꼼수를 미리 알았다면 고생은 덜했을 텐데 결국 피 보는 건 직원들이다.


밤샘으로 일정을 맞춰놨는데 날벼락까지 떨어졌다.

.

.

.


조금 전 회의 때 일이다.


“······그래서 말인데, 흑마법사 좋아. 좋은데, 하나로 아쉬우니까 하나 더 만들어.”


좋은데 아쉽다는 건 좋다는 걸까 아닌 걸까.


부글부글.


몸속의 피가 빠르게 끓어오르다 제멋대로 입이 탁 열렸다.


“대표님! 직업을 갑자기 추가하면 스토리도 바뀌어야 하고 스킬도 만들어야 하고 밸런스도 맞춰야 합니다! 발매일이 얼마 안 남았는데 갑자기―”


“―그러니까! 지금부터 만들어! 김 팀장, 뭐가 문제야?”


단칼에 말과 자존심이 썰려 나갔다. 대표는 그랜드 소드마스터가 아닐까?


직원들은 몬스터가 아닌데도 쓰러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상대할 자가 아무도 남아있지 않다. 전멸이다. 목숨이라도 부지하려면 바닥을 기어야 했다.


대표가 눈빛으로 말했다. 내가 갑이다.


요동치던 심장이 잠잠해지고 피가 싸늘히 식는다.


“······.”


맹수의 포효에 토끼는 얌전히 고개를 숙인다.


물론, ······그쪽의 토끼는 아니다.


대표는 조금만 고개를 치켜들어도 담아놨다가 보복하는 타입이었다. 씨알도 안 먹힐 걸 알면서 대들지나 말걸. 얼마나 피곤하게 굴지 벌써 머리가 아파진다.


“얼른 가서 일 안 하고 뭐 해!”


대표가 서슬 퍼런 눈으로 직원들을 훑었다.


“······네. 대표님.”


물건을 챙겨 후다닥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회의 끝’도 안 해놓고. 왜 갑자기 지랄이실까. 직원들 얼굴이 복어처럼 부풀어 있었다.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요? 완전 막무가내. 독불장군.”


“하아, 이번 주도 집에 다 갔어요. 저희 언제 쉴 수 있나요······.”


다들 입이 댓 발 튀어나왔다. 직격탄을 맞은 나는 화가 치밀었다.


“미친. 급한 떡이 체한다고. 밸런스 떡 되고 죄다 꼬일 텐데 그 불똥은 또 우리한테 튈 거 아냐?”


나는 아차 하며 멋쩍게 뒤통수를 긁었다. 요즘은 팀장도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는 시대다.


“와. 팀장님 욕하시는 거 처음 봐요. 저 같으면 맨날 백번씩 욕했을 텐데.”


하긴 내가 스님도 아니고.


원래 직원들은 고용주 욕을 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친해지는 거다.


“휴······.”


짜증 나는 기억을 털어버리고 눈앞에 화면에 집중했다.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네모난 모니터 앞에서 보내는구나.


게임 속에 갇힌 캐릭터와 다를 바 없었다. 어쩌면 게임 속 인물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부정적인 생각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틀었다. 나오는 노래를 멋대로 개사해 흥얼거렸다.


“니가 차는 그 칼. 그 칼이 내 칼이었어야 해~♪”


“니가 쓰는 스킬~ 니가 먹은 아템까지도~ 모두가 내 것이었어야 해♬”


식어버린 커피를 한 모금 삼키고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게임에는 이미 마법사. 전사. 암살자. 성기사······ 또 뭐더라. 아무튼 다 있다. 머리가 안 굴러간다. 사원. 대리 때는 꽤 잘 굴러갔는데.


“저··· 김현우 팀장님.”


뒤에서 부르는 동그란 눈과 마주쳤다.


끔뻑.


“아, 지혜 씨.”


주근깨가 가득한 이 여자는 신입사원이자 우리 팀 막내다. 극심한 취업난을 뚫었다는 기쁨도 잠시, 직장생활의 처절함을 느끼는 중이겠지.


“저······, 새로운 직업 추가하는 거요.”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다. 혼자 끙끙대고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독하고 암기를 쓰는 건 어때요?”


어떠냐고? 마음속으로 엑스자를 그리고 있다.


“무협지에 보면 사천당가만 독을 쓰잖아요. 독을 주 능력으로 사용하는 거죠.”


독을 전문으로 쓰는 캐릭터는 없지만, 문제가 있다.


“···음. 마법사들은 해독주문이 있으니까 무용지물 아닐까요? 그럼 밸런스가 아예 안 맞는데.”


해독주문을 없애면 독은 천하무적이 될지도 모른다. 한방에 모두 중독! 레벨1로 게임 클리어 신화!


“······무협지에서도 고수들한테는 독이 안 통하거든요···. 그런데 산공독이라고 내공을 흩어버리는 독도 있어요. 그런 식으로 어떤 독은 마력을 흩어버려서 마법사한테도 통한다든지······.”


한발 늦은 대답에 막내의 말이 조금 느려졌다. 슬쩍 내 얼굴을 살피더니 입술을 꾹 깨물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강한 독은 마력으로 저항할 수 없다거나, 독을 마력처럼 쓸 수 있어서 신체를 강화하거나 암기를 쓰면 재밌지 않을까요? 독을 중독 말고 데미지 유지 개념으로 써도 되고요.”


해독주문은 그대로 두고, 강한 독에는 소용없음. 그 방법도 말이 된다.


사실 독과 저항력의 밸런스를 맞추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마력처럼 쓴다는 생각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아무거나 상관없다. 빨리 끝낼 수만 있다면.


“한번 해보죠. 괜찮을 것 같네요.”


적당히 해서 대표의 반응을 보는 게 낫다. 확정되면 제대로 해야지. 뭐든 빨리 들이밀어야 했다.


“네! 팀장님!”


막내가 주먹을 쥐고 애처럼 좋아했다.




* * *


“그러면······.”


캐릭터를 좌우하는 재능은 정해져 있다.


[독 재능] [암기 재능]


해독하려면 머리가 잘 굴러가야 한다.


[뛰어난 두뇌] [분석력] [이해력]


독 저항력은 최대치인 100. ······아니 전용 캐릭인데 무한대로 하는 게 낫겠다.


[독 저항력 : ∞]


주요 캐릭터는 개성 있는 외모가 필수다. 주연급인데 평범할 순 없다.


“독을 쓰니까 외형은 난폭한 게 좋으려나?”


글로 적으면 디자이너가 만들어 줄 거다. 키보드를 두드려 생각나는 대로 써 본다.


[연쇄살인범 느낌]


예의상 한마디 덧붙인다.


[그 외에는 자유롭게 해주세요~ 화이팅! ^^]


이름은 뭐로 할까.


[로이]


두 글자가 간지니까.


약점도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러고 보니 슬슬 배가 고프다.


[배고프면 예민함. 식탐 있음]


스킬 이런 건 빈칸으로 둔다. 어차피 대충 적는 거니까.


무심코 신규 캐릭터를 생성한다. 살색의 기본형태다.


이름 [로이]


확인을 누르려다가 캐릭터 옆에 깜빡이는 보라색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눈 한쪽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사전예약자만 적용할 수 있는 돌연변이 설정이다. 유물의 도움 없이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뽑기’인 셈이다.


99%의 확률로 쓸모없는 능력이 당첨되지만, 랜덤으로 신체 일부를 보라색으로 바꿔주기에 개성 있는 외모를 꾸밀 수 있다.


확인을 누르고 단축키를 눌러 개발자 모드를 실행한다.


[개발자 모드 V.2.37]


게임은 치트키가 최고지. 그렇고말고.


이걸 사용하면 상대방의 전투력이 수치로 표시된다. 맵핵처럼 맵도 보이고 그 외에도 여러 옵션이 있다.


치트키 모음집이지.


이름뿐인 캐릭터로 게임을 할 것도 아닌데 뭐 하는 거람.


흐아함~


나는 마우스에 손을 떼고 입을 쩍 벌렸다.


“······잠깐만 잘까.”


목을 푸는 척 사무실을 슬쩍 훑어봤다. 그다음 턱을 괴고 고민에 빠진 직장인으로 위장했다.


끔뻑.


저절로 눈이 감겼다.


“······.”


스르륵 고개가 내려앉았다.


“······.”


우웅―


정수리가 책상에 닿을락 말락 할 때 진동음이 들렸다.


다른 사람 거겠지.


너무 졸린 나머지 대놓고 책상에 엎드렸다.


“······김현우 팀장!”


누가 나를 부른 것 같은데···


서서히 의식이 흐려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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