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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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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ongchirisa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6.19 03:39
연재수 :
99 회
조회수 :
10,868
추천수 :
174
글자수 :
637,166

작성
21.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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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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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제70장 그녀는 그들을 돕고 싶다.

DUMMY

제70장 그녀는 그들을 돕고 싶다.



“““건배에~!!”””


에이체스 왕국에서 모드레드 왕국으로 돌아오고 3일 후, 우린 시작의 마을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우리 파티는 길드에서 술파티를 벌인 것이다.


“크하! 엘렌 이 녀석, 왕궁에서 지내느라 입맛이 고급지게 된 건 아닌가 걱정했다!”


내 맞은편에 앉아 술들을 들이키는 녀석들은 로이레이 형제. 그들은 20레벨이 넘어도 이 마을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양주나 비싼 술들도 좋지만 그래도 맥주도 좋지! 스테이크도 맛있지만 개구리 뒷다리도 오랜만에 먹어도 맛있다고!”


“스테이크~!! 좋겠다~!”


“근데 너희는 20레벨이 넘었는데도 다른 마을로 가지 않는거냐.”


“전에 다른 마을에서 퀘스트를 수행한 적이 있었는데 역시 좀 그렇지~죽을 뻔했고.”


“응응, 확실히 강했어.”

“그러냐.”


확실히, 다른 마을의 괴물들은 모두 꽤 강했지. 항상 무지막지하게 강한 녀석들과 싸우다보니 고위험 몬스터인 오우거나 키메라는 비교적 약하게 느껴졌지만.


“어이.”

“응? 왜 그래?”


“너 말이야. 왕궁에 가더니 하렘의 멤버가 늘어서 왔어? 저 누가 봐도 귀족인 여자애는 누구야.”


하하, 역시 가려지지 않지~그가 보고 있는 건 후드를 눌러 쓴 채 에리와 카린과 함께 앉아 주스를 마시면서 여자모험가들과 이야기 중인 레이첼이다.


왕궁의 왕녀가 왜 날 따라 시작의 마을로 왔느냐. 간단하다. 내가 공주의 약혼을 깨트림과 동시에 계획했던 원조도 받게 되어 그 상으로 한동안 레이첼을 내 파티에 넣고 곁에 두고 싶다고 이야기하자 왕님은 불같이 화를 내며 반대했지만 왕비님는 레이첼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 하고 레이첼도 간절히 원한다며 설득하자. 장인어른...아니 폐하는 결국 승낙했다.


참 아내와 딸에게 약한 아버지시다. 또 다시 폐하에 대한 신뢰도와 친밀도가 올랐다. 분명 우리가 돌아올 때 내 뒤통수에 폐하의 날카롭고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얏!”


내가 그렇게 생각하자 내 머리에 누군가의 주먹이 내리꽂혔다.


“아프잖냐!”


내가 고개를 들며 소리치자 그곳엔 날 내려다보는 마나가 서있었다.


“너....무슨 속셈이야? 공....저 분을 왜 데려온 건데?”


“저 분이 원해서 데려온 거야. 당분간 내 집에서 같이 살 거고.”


“뭐?! 아....신이시여. 왜 자꾸 제게 이런 고난을 내리시나요....”


“고난이라니, 최근에 이 나라에서 가장 잘생기고 집안 좋은 남자와 교제하면서.”


내가 그 말을 하자 이목이 순식간에 우리에게 몰렸다. 정확히는 마나에게.


“뭐?! 마나가 남자가 생겼어?!”


“마나씨가?!”

“아아아아아!!!”


그녀는 길드 안의 사람들의 이목이 모이자 내 귀를 잡고 들어올렸다.


“아직 사귀는 건 아니거든?!”


“마나씨가 집안좋은 남자와 접점이 있었다는 건 사실이야?! 엘렌! 나도 좋은 남자 좀 소개시켜줄 수 있을까?!”


“엘렌! 나도!!”


순식간에 길드 안의 여자모험가들이 우리 쪽으로 오며 내게 말했다. 참고로 내게 달려든 여자들은 전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들이었다.


“잠깐...! 그 사람은 원래 마나를 좋아했던 사람이라 내가 도와준 거고! 만남이라는 걸 어떻게 억지로 정하냐...”


“넌 왕궁에서 새로운 여자를 데려왔으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고 딱 봐도 귀족이잖아! 그리고 어리고! 너 진짜로 연상한텐 흥미없는 거야?!”


어이 여자들, 그런 범죄자를 보는 눈으로 날 보지 말아주실까. 분명 한국이었다면 범죄고 발찌까지 찼겠지만 여긴 이세계고 저 여자는 엄연히 내 약혼자다. 그리고 연상한테 흥미....


“뭐어....연상보단 연하가 내 취향이긴 하지.”


“““로리콘.”””


“크윽...! 여러 명한테 동시에 들으니 데미지가 엄청나....! 그리고 누가 로리콘이냐! 저기 에리 안보여?! 저게 어딜 봐서 로린데!”


“지금 어딜 가리키는 거야?!!”


“잠깐만요! 저도 로리는 아니라고요!!”

“하하하하....”


시끌벅적하지만 평화롭다. 확실히, 왕궁보다 이곳이 더 편하다고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창밖을 내다보자 보름달이 밝게 떠있었다.







“이제 둘 남은 건가....”

“뭔 소리야?”


시간도 늦어지고 분위기도 무르익을 때쯤 내가 한 마디를 내뱉자 내 옆에서 술을 마시던 마나가 대답했다.


“마왕군 간부에게는 어둠의 힘이란 게 있대. 알고 있어?”

“어둠의 힘? 뭐야 그 유치한 이름은.”


“마왕에겐 그 힘이 있대. 그리고 간부들도 그 힘을 나눠가졌지. 만약 그 중 하나가 죽어도 그가 가지고 있던 어둠의 힘은 다른 이들에게 나뉘어 흘러간다고 해. 대악마가 말했으니까 틀림없겠지.”


“그래서? 남은 간부인 대악마 루즈펠과 마왕. 이 둘이 강력한 어둠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거야?”


“어. 본래 7명이 나눠가지던 힘을 단 둘이 나눠가지게 됐으니 그 힘은 어마무시할 거야. 솔직히,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 루드라를 상대할 때도 진짜로 죽겠다고 생각했고 진짜 한번 죽었다시피 했으니까.”


“마왕군 간부 6인과 마왕.....아냐. 한 명 더 있어.”


그녀가 자신의 턱을 두 손가락으로 잡으며 말했다. 그 얼굴은 취기 때문에 붉었으나 그녀의 눈만은 무엇보다 진지했다.


“마왕의 딸. 공식적으로 마왕군 간부는 아니지만, 그 힘은 왕자님이나 왕비님도 고전했다고 들었어.”


“마왕의 딸....그러네. 분명히 그 여자도 어둠의 힘을 가지고 있겠지.”


“오라버니? 마나님?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하시는 건가요?”


내가 입을 틀어막으며 절망하고 있자 레이첼이 우리가 앉아있는 테이블을 향해 다가왔다. 아까까지 다른 모험가들을 반짝거리던 눈으로 본 그녀의 표정은 엄청 만족스러워 보였다.


“파티는 재밌으세요? 부끄럽지만 이게 저희가 가끔씩 즐기는 소소한 일상이랍니다.”


마나는 먼저 귀족답게 그녀의 안부를 먼저 물었다.


“네! 다른 분들도 친절하시고 먼저 다가와주시면서 모험담을 들려주셨어요. 많은 눈치를 봐야하는 파티보단, 이렇게 정신없어도 유쾌한 파티가 더 즐거운 것 같아요.”


“이걸 파티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즐겁다니 다행이네.”


레이첼이 내 옆에 주스가 담긴 잔을 들고 앉자 나는 그녀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말야. 그래도 이분은 이 나라의 공주님이니까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런 행동은 자제하지?”


“왜, 질투나냐?”


마나는 내가 놀리자 내 입술을 잡고 뜯어낼 듯이 잡아당겼다. 그러자 입술이 말리면서 그녀의 손에서 벗어났고 그 순간은 정말 아팠다.


“하~이~고~!! 웃기지 마셔. 변태양반.”


“악! 예예. 순정파 납셨어. 악!”


이번엔 구렛나루를 꼬집혀 들렸다.


“으으....정말 아픈데만 골라서 괴롭혀....레이첼, 보니 가문이 나 괴롭혀.”


“괜찮아요! 오라버니? 이 이상 여자를 늘리면 곤란하다고요? 분명 마왕군과의 전시로 혼란한 상황에서 인구를 늘리기 위해 일부다처제를 통과시켜 시행할 거지만 그렇다고 첩이 가득 있는 건 좋지 않아요. 에리님도 겨우겨우 설득시킨 건데 말이죠.”


“....레이첼. 가끔가다, 아니지, 난 자주 네가 13살이 맞나 궁금하다?”


“헤헷, 저도 제가 좀 더 나이가 많았으면 하고 생각한다고요? 카린님처럼 15살이거나 에리님처럼 17살이면 오라버니와 바로 혼인할 수 있었을 텐데. 아, 그래도 17살이면 오라버니를 오라버니라고 부를 수 없으니까 이왕이면 15살이나 16살이면 좋았을 거예요.”


“응, 이러니까 13살 같네.”


그녀가 밝은 미소를 보내오자 나는 마음이 치유됨을 느끼면서 그녀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이제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잖아? 나는 이미 네 약혼자니까. 그러니...결혼 전에 마왕을 쓰러트리고 전쟁을 끝내는 거야. 레이첼. 내일부턴 다시 단련이야.”


“단련이라고 해도 말야? 이런 초보자 마을에서 어떻게 단련을 할 건데. 여기선 레벨업의 속도도 느리고.”


“그치. 하지만 좋은 사람이 있어. 사람....? 응. 사...람?”


그녀들은 내가 말을 더듬으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의아했다. 그래도 뭐....사람은 맞아.













“그래서 저보고 단련을 도와달라고....”


다음 날 오후, 우린 한가로운 한 마도구점으로 향했다.

갈색의 긴 머리를 흩날리며 도구들을 정리하고 있는 여자의 이름은 로즈.


그렇다. 전 마왕군 간부이자 최강의 언데드 리치. 그녀는 현재 마왕군에서 나와 이곳에서 소소하게 마도구점을 이용하고 있다.


“엘렌, 이분은 누구야?”


“전직 대마법사. 마왕과도 싸운 적이 있지.”


“하하....패배하고 파티는 전멸할 뻔했지만요. 그래도 확실히 엘렌씨의 말대로 남은 3명이 가지고 있는 힘은 어마무시할 테니까요. 지금보다 더 강해질 필요는 있죠.”


그녀는 잠시만요라고 하고는 창고로 들어가 무언가를 가지고 나왔다. 그것은 하나의 낡은 책이었고 그녀는 그것을 품에 안은 채 우리와 함께 마도구점을 나와 문을 잠갔다.


“자, 여기라면 볼 사람도 없지.”


우리 집의 정원에서 나와 로즈는 마주보며 섰다. 그리고 내 동료들은 멀찍한 곳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로즈씨! 봐주지 말고 해주세요!!”


“아....그래! 봐줄 필요는 없어! 자, 간다!”


비록 어둠의 힘을 잃었지만 그녀는 전 마왕군 간부이자 리치. 아마 봐주지 않으면서 대련하면 절대로 무사하지 못할 거지만....뭐, 죽이지는 않겠지.


“후후, 오랜만에 전투네요. 비록 어둠의 힘은 빠져나갔지만 저는 오로지 힘만으로 간부가 된 괴물이랍니다. 자, 덤비세요.”


그래 나도 방금 그 생각했어. 그 말은 멀리에 있는 여자들에겐 안 들리겠지만 말이야.


“그럼...간다!!”


나는 검을 들고 그녀에게 돌진하였으나 그 대련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고 5분 후, 나는 시커멓게 탄 상태로 지면에 누워 있었다.


“......커헉!”


지금 입에서 검은 연기가 나왔다. 정신을 가다듬고 얼굴을 들자 아무 상처 없는 로즈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치가 검이 안 통하는 건 처음 알았어....”


“리치에겐 검이나 이빨같은 물리공격은 통하지 않는답니다. 하지만 확실히 강해지셨네요. 1년 만에 이렇게 강해진 거라곤 믿을 수 없네요.”


그녀는 내게 팔을 뻗었다. 누워있는 내 위로 뾰족하고 두꺼운 고드름들이 생겨났고 나는 재빨리 몸을 굴려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허억...허억....루즈펠이나 마왕, 마왕의 딸의 약점을 알려줘. 아니면 어둠의 힘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


“약점...으음....세 분 다 약점이라 할 게 없네요.”

“뭐?!”


“진짜로요. 루즈펠씨는 검같은 물리 공격은 아예 통하지 않고, 마왕씨는 모든 부분에서 최강이시라. 마왕씨는 그래서 전사에겐 검으로 상대하고 마법사에겐 마법으로 상대하죠. 마왕의 따님 역시 어렸을 때부터 최강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고 제가 마왕군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간부들보다 강했어요.”


젠장....터무니없네. 아니, 애초에 지금까지 싸워온 간부들 자체가 전부 터무니없는 이들이긴 했지.


“잠깐....! 제가 마왕군에 들어갔을 때라니...? 로즈씨, 마왕군이었어요?”


“하하....아무래도 엘렌씨가 말씀드리진 않았나 보네요. 그럼 오랜만에 인사를 드릴게요. 전 마왕군 간부이자 리치, 얼음의 마녀라고 불린 로즈랍니다?”


그녀는 미소를 지르며 앉아있는 에리와 다른 이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에리는 그녀에게 당한 적이 있었기에 얼어있는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어떻게....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그녀는 지팡이를 들고 로즈에게 향했다.


“엘렌씨가 절 구해주셨어요. 마왕군에서 고통받는 저를....후훗, 지금은 그저 마도구점을 운영하는 점주일 뿐이랍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커스드 라이트닝]!!”


하늘에 먹구름이 생기더니 순식간에 번개가 로즈에게 내리쳤다. 하지만 방어막을 만들어 그것을 방어한 로즈가 멀쩡히 서있자 에리는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잠깐...! 에리!”


나는 로즈의 앞으로 달려가 로즈에게 내리치려던 그녀의 지팡이를 막았다.


“비켜! 엘렌, 이 여자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잊어버린 거야? 너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잊어버렸냐고!”


“잊을 리가! 지금도 상처들이 쑤시는데 잊어버릴 리가 없잖아! 하지만 로즈는 이미 마왕군이 아니야, 어둠의 힘도 없고 사람들을 해치지도 않는다고!”


“그래서?! 그 전에 벌였던 일들이 없어지기라도 해? 이 마을을 습격하고, 널 몇 번이나 죽일 뻔하고, 그때마다 내가 얼마나....!”


“난 이미 아무렇지도 않아! 오히려 그렇게 몇 번이고 죽다 살아나다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야! 로즈도 이유가 있어서 마왕군이 된 거야. 마왕이 동료들을 살리고 싶으면 자신의 말에 따르라고 시켰고 그거 때문에 몇십 년 동안 마왕군 안에서 고통받으며 살아왔어.”


“그래서?! 저 여자가 사람들을 죽인 적이 없어? 아니잖아! 마왕군 간부로서 사람들을 죽여 왔을 거 아니야! 그런 여자가 번듯하게 살아있는데 모른척하고 있으라고? 난 못해!”


“엘렌씨. 자리를 피해주세요. 에리씨의 말이 맞으니까.”


“로즈...! 너까지...!”

“비켜 엘렌!”


나는 두 여자를 번갈아 바라봤다. 에리의 말이 맞다. 로즈는 자신의 뜻이 아니었다고 해도 몇십 년 동안 마왕군의 간부로서 살아왔다. 그것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행동이며 그것이 알려졌다간 분명 그녀를 죽이려는 자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걸 눈감아줄 수 있는 이는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나도 안다. 그녀를 이해하고 눈감아줄 수 있는 내가 이상한 것이란 걸.


로즈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검을 거두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러자 두 여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하였다.


“잘도 뻔뻔스럽게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아가네.”

“....예. 엘렌씨 덕분이죠.”


“엘렌이 너를 용서했다 해도 난 아냐.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난 용서 못해. 날 죽이고, 엘렌을 죽이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너네를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고! 그러니까 난 여기서 널 죽일 거야. 너희가 우리에게 했던 것처럼!! [인페르노]!!”


그녀는 지팡이를 로즈에게 겨누며 거센 화염을 내뿜었다. 그러자 로즈는 순식간에 얼음벽을 만들어냈고 상반된 두 물질이 부딪히자 새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며 점차 작아졌다.


“절 용서해달라고는 하지 않겠어요. 시답잖은 변명도, 용서를 구하는 것도 제겐 자격이 없으니까요. 사랑하던 동료들은 이제 전부 이 세상에 없고, 그나마 있던 친구들도 섭리에 따라 떠나갔으니까요. 그리고 모험가일 때부터 이루고 싶던 소원도 이뤘어요. 마도구점을 운영하는 거요. 하지만 미련이 있다면.....이세계에서 온 여러분의 모험을, 끝까지 보고 싶었어요. 그러니, 제게 더 시간을 주시지 않겠어요?”


연기가 걷히고, 두 손을 모으고 말하는 로즈에게, 에리는 공격을 하지도, 뭐라고 말하지도 못하였다. 이를 꽉 깨물고는 앞으로 나가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에리....미안해. 또 속여서.”


나는 에리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에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노려봤고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에리 네가 정말로 저 여자를 용서하지 못해서 그녀를 죽여야만 한다면...적어도 유예를 주지 않을래?”


“....저 여자는....아군이야? 엘렌....”


“난 아군이라 생각하고 싶어. 넌 어때? 우린 마왕을 쓰러트릴 거야. 모험가로서, 과거에 너의 부하였던 자들을 죽이겠지. 넌....그런 녀석들에게 마법을 가르쳐줄 수 있어?”


내가 조심스레 로즈를 향해 묻자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한 손을 내리고 한 손을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댄 채 말했다.


“엘렌씨, 그리고 에리씨도, 지금의 힘으로는 마왕씨를 쓰러트릴 수 없어요. 그러니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제와서 인간들의 편에 설 자격 따위 제겐 없지만 여러분의 선배 모험가로서 여러분을 도와드릴게요. 수많은 고난을 겪어오면서 수많은 기적을 보여준 두 분이라면, 또 다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나는 에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로즈의 밝은 미소를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이를 깨물었다. 그리곤 로즈에게 다가가더니 이내 손을 내밀었다.


“항상 감시할 거야. 만약 엘렌이나 우리에게 해를 끼친다면, 바로 쓰러트릴 테니까.”


그녀가 손을 내밀자 나를 포함해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은 미소를 지었다. 로즈는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에리가 내민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꽉 쥐더니 눈물을 흘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네! 에리씨가 저를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만들어드릴게요!”

“뭐어?! 난 지금도 이길 수 있거든?”


“흐음...하지만 에리씨의 공격은 그다지 섬세하지 않아가지고 아직 많이 부족해요. 애초에 에리씨나 엘렌씨는 마력을 다루는데 서툴러 보이니까요.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효율적이고 강하게 싸울 수 있어요!”


“으윽....!”

“자자...진정하고, 무슨 뜻이야? 마력을 다루는데 서툴다니.”


나나 에리, 특히 에리의 경우에는 강한 마력을 지니고 있어 소량의 마력으로 자신의 손 위에 불을 입힌다든가 지팡이에 마력을 입혀 더욱 단단하게 하는 등 우리 둘은 꽤 마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근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도 우리보다 레벨도 높고 힘도 강한 전 모험가이자 전 마왕군 간부가 말이다.


“저와 싸울 때의 엘렌씨도, 지금 저와 싸우신 에리씨도 무작정 힘으로 밀어붙이는 공격을 주로 해요. 하지만 그래선 효율좋게 마력을 쓸 수 없어 금방 마력이 바닥나고 말아요. 상대가 강적이라 승부가 길어질 것 같으면 마력을 아끼면서 자신에게 유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크윽...! 왕비님에게도 들었던 말이야.”

“하하하....”


“자, 여기서 질문. 카린씨? 마력은 어디에 존재할까요?”

“넵! 대기와 땅과 생물체에게 깃들어 있습니다!”


넌 무슨 선생님 수업받는 학생이냐. 옆에 레이첼도 수업을 듣듯이 반듯하게 앉아서 로즈의 수업을 듣고 있고.


“예, 맞아요.”


그녀가 두 손에 빛을 쥐고 두 팔을 환하게 벌리자 공중에 새하얀 빛들이 시골 밤의 반딧불처럼 공중에서 반짝거리며 날아다녔다.


“공기가 순환하듯, 마력도 사람의 몸에서, 땅속에서, 물속에서 순환하고 있어요. 그게 이 세상을 유지시키죠. 마력이 다 떨어진 사람의 몸은 주위에 있는 마력을 조금씩 흡수하며 마력을 회복해요. 자, 여러분은 마법의 수업을 받은 적이 없었겠죠? 마력을 사용해 스킬을 쓸 때에는 몸에 깃든 마력을 무기나 팔, 혹은 다리나 전신에 퍼트려 [파이어볼]이나 [가드]같은 스킬을 쓰죠. [인페르노]나 [세이크리드 턴언데드]같이 많은 마력을 쓰는 고위 기술들은 마력의 흐름을 고르게 하고 정교하게 쓰기위해 주문을 외우는 거죠.”


“그런 건 카린에게 들었어. 하지만 그렇다고 가지고 있는 마력이 아닌 공기 중에 마력을 가져다 쓸 수는 없잖아?”


“후후후후후후....!”


“뭐야, 왜 웃어? 혹시 주위의 마력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거야?”


그녀는 마력들이 빛나고 있는 공중에다 팔을 뻗었다. 그러자 반딧불보다 작은 크기의 마력이 그녀의 손으로 모여들었고 곧 빛이 사라졌다.


“바로 그 부분이에요. 두 분, 아니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스킬을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니까 그게 뭔 소리냐고.”


“후후후, 이건 배태랑 모험가들의 노하우인데요, 주문을 외우며 공기 중의 마력을 조금 흡수하는 거예요. 즉 공중의 마력을 끌어다 쓰고 모자란 부분을 자신의 마력으로 채우는 거죠. 그럼 마력을 아끼면서 오래 싸울 수 있잖아요?”


그렇구나.....! 그런 방법이 있었어....하지만 그래선....


“하지만 그래선 위력이.....”


“예. 주인이 없는 마력엔 힘이 거의 없으니 오로지 자신의 마력만 쓴 기술보단 위력이 떨어지겠죠. 하지만 스킬은 공격용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눈속임용의 기술까지 최선을 다할 필요는 없죠. 적당한 마력과 대기 중의 마력을 섞어 공격하며 마력을 아끼고, 상대의 틈을 만들어 자신만의 마력으로 확실한 공격을 퍼붓는다. 어때요? 이 정도면 도움이 될까요?”


이 정도면 도움이 아니라 스승으로 모실 레벨이긴 하다. 확실히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노하우다.


“우리에게 그 노하우를 가르쳐줘.”


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짓고는 내 뒤통수에 손을 올리며 소리쳤다.

“네!!”


작가의말

Q : 그래서 에리하고 로즈가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A : 몰라요. 하지만 몇 십년 동안 살아온 경험과 노하우로 로즈가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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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가는 이유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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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제71장. 그들은 더 이상 초보자가 아니다. 21.06.14 68 0 15쪽
» 제70장 그녀는 그들을 돕고 싶다. 21.06.14 68 0 21쪽
69 제69장 그녀들은 그의 이유가 되어준다. 21.06.13 67 0 11쪽
68 제68장 그와 나. 21.06.13 62 0 12쪽
67 제67장 진실이란건 숨어있는 법이다. 그것을 드러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21.06.12 61 0 13쪽
66 제66장 그녀들은 또 다시 눈물을 흘린다. 21.06.12 62 0 15쪽
65 제65장 세상은 잔혹하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슬퍼하면 누군가는 기뻐한다. 21.06.11 62 1 11쪽
64 제64장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1.06.11 71 1 17쪽
63 제63장. 그녀들은 강하다. 21.06.10 66 1 12쪽
62 제62장 사면초가 21.06.10 71 1 16쪽
61 제61장 그들은 더 이상 이용당하며 살지 않는다. 21.06.09 67 1 14쪽
60 제60장 어둠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21.06.09 70 1 16쪽
59 제59장 그들은 정체를 숨긴다. 21.06.08 70 1 14쪽
58 제58장 어리석은 남자는 여자들에게 이용당한다. 21.06.08 68 1 10쪽
57 제57장 그리고 그는 과거로 떠난다. 21.06.07 74 2 19쪽
56 제56장 대악마는 보고 싶어 한다. 21.06.07 85 1 19쪽
55 제55장 그들은 함께 성장해나간다. 21.06.06 72 2 14쪽
54 제54장. 마력공급이라면 합법...이려나? 21.06.06 73 3 22쪽
53 제53장 그들은 물과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21.06.05 71 2 9쪽
52 제52장 그는 이제 숨기지 않는다. 21.06.05 72 1 9쪽
51 제51장 그녀는 그에게 의존하기 시작한다. 21.06.04 75 1 11쪽
50 제50장 그들은 원래부터 솔직하지 못했다. 21.06.04 78 1 12쪽
49 제49장. 그는, 그녀들을 사랑한다. 21.06.03 82 2 16쪽
48 제48장 그는 그녀만을 사랑하지 않는다. 21.06.03 81 2 10쪽
47 제47장 친구 21.06.02 76 2 16쪽
46 제46장 인생에선,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반드시 찾아온다. 21.06.02 77 2 14쪽
45 제45장 위험은 언제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난다. 21.06.01 81 0 11쪽
44 제44장 남자의 질투는 때론 초라하고 볼품없다. 21.06.01 77 0 17쪽
43 제43장 왕자는 의외로 순정파다. 21.05.31 92 0 16쪽
42 제42장 하렘 주인공의 주위엔 남자가 거의 없다. 21.05.31 8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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