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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gongchirisa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2
최근연재일 :
2021.06.19 03:39
연재수 :
99 회
조회수 :
10,744
추천수 :
174
글자수 :
637,166

작성
21.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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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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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68장 그와 나.

DUMMY

제68장 그와 나.



“여기는....?”


붉게 물든 하늘 아래. 나는 그곳에 서있었다.

수많은 피와 수많은 사람이 대지에 쓰레기처럼 널려있었다.


수많은 검과 수많은 땅의 파편이 모래바람과 함께 주위에 흩어져있었으나 바람 소리만이 그 땅을 휘이 지나갔다.


“이게 뭐야....? 이게, 엘렌이 꾸는 꿈....?”


그곳은 전쟁터였다. 고요한 전쟁터.


피가 가득하고 시체가 가득했다. 부러진 검과 녹슨 창이 땅에 꽂혀있고 하늘은 붉어 피를 연상케했다.


마치 지옥을 보는 것처럼 두렵고 무서웠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공허했다.


“엘렌!!”


엘렌은 분명 여기에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난 조심스레 앞으로 걸었다.


해는 점점 지고 있었다. 태양이 점차 내려감에 따라 내 시선도 태양을 따르자 나는 믿지 못할 광경을 보았다.


수많은 마수들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있었고 그 위엔 한 남자가 두 검을 들고 서있었기 때문이다.


“.....엘렌?”


내 목소리가 들렸는지 시체로 된 산 위에 서있던 남자는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곳엔 몸 곳곳에 피를 묻힌 채 날 내려다보는 엘렌이 있었다.


“엘렌! 드디어 찾았어...!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이건 뭐야! 저주라니 뭐냐고! 당장 설명해!!”


나는 안도하며 그를 올려다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차가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곤 검을 고쳐 쥐었다.


“엘렌....?”


그 순간, 그는 내게 달려들어 검을 내리쳤다.


“?!?!?! [방어]!!”


방어막에 그의 검이 닿자 폭발이 일어나며 나는 뒤로 날아갔다.


강력한 일격이었다. 막지 않았으면 분명 죽었을 정도로. 하지만....[문슬래쉬]도 이 정도의 일격은 아니다. 그의 기술 중 이렇게 강한 공격을 할 수 있는 건 없다.


“크윽!”


내가 누워있자 그가 달려온다. 차가운 눈을 한 채 나를 노려다보며, 두 검을 들고 말이다.


“[커스드 라이트닝]!!”


내가 주문을 외워 번개를 내리치자 그는 옆으로 뛰며 번개를 피했다.


“[파이어볼]!!”


나는 주위에 수많은 불덩이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다가오는 엘렌에게 한꺼번에 발사했다.


“뭐...?!”


그는 하늘을 날았다. 정확히는 높게 뛴 것이다.


그렇다고 몇 미터를 뛸 수 있는 건 사람이 아냐...! 저건 엘렌이 아니라고!!


“크윽....!!”


내가 또 다시 불덩이들을 만들어내 공중에 있는 그에게 발사하자 그는 두 검을 재빨리 휘둘러 다섯 개의 불덩이를 모두 튕겨내거나 잘라냈다.


나는 그것에 놀라면서도 그에게서 도망쳤다.


그가 몇 미터의 상공에서 단 두 발로 무사히 착륙한 것에 놀라면서 나는 주문을 외웠고 내게 달려오는 그에게 소리쳤다.


“[인페르노]!!”


나는 거센 화염을 가까이 다가온 그에게 발사했다. 분명히 휘말렸을 것이다. 그럼 죽겠지만, 저건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엘렌이 아니다.


“[텔레포트].”

“뭐...?!”


그가 이곳에서 처음으로 뱉은 말이었다.

그는 순식간에 내 위로 이동했고 검을 휘둘러 참격을 발사했다.


[방어]로 방어막을 생성해 순간의 공격을 막았지만 폭발이 일어나며 난 땅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그러자 공중에 있는 그가 내게 검을 내리찍으려 하였고 나는 몸을 굴려 그에게서 벗어났다.


“정신차려! [아쿠아 브레스]!!”


화가 난 나는 구르면서 그에게 물을 발사했다 물대포가 그에게 명중하자 나는 바로 자세를 잡고 또 다른 손을 그에게 뻗었다.


“[크리스탈 프리즈]!!”


빙결 마법이 물줄기와 함께 그의 얼굴과 상반신을 얼렸다. 그 사이에 나는 그에게서 거리를 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주먹으로 자신의 몸과 얼굴의 얼음을 깨부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가둔 얼음이 깨지고 그의 차가운 얼굴이 다시 모습을 보이자 나는 소리쳤다.


“[커스드 라이트닝]!!”


새까만 하늘에서 하나의 거대한 빛줄기가 그대로 아래로 내리쳤다.

그곳에 있는 엘렌에게 번개가 닿았고 그는 고통스러워하며 주저앉았다.


번개가 사라지고 타버린 그의 몸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자 나는 그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연기가 타오르며 탄내가 나는 엘렌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엘렌.....?”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날 올려다보았다. 여전히 차가운 눈을 한 채 그동안 다정한 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있었다. 다정한 그의 모습이 사라져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엘렌이었다. 올곧고, 바보같고, 무모하고, 정말로....멋진....내가 누구보다 좋아하는....엘렌의 모습이었다.


“넌....누구냐.”


그가 나의 이름을 묻는다.


“응...에리. 너의 동료야. 엘렌.”


나는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그를 품에 안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동....료....”


“응. 같이 싸우고, 같이 웃고, 같이 지켜주고, 서로 등을 맞대고, 서로를 믿고....사랑하는....동료....!”


난 또 바보같이 눈물을 흘린다. 아까까지 나를 죽이려던 바보를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분명...이 바보에게 바보바이러스가 옮은 것이다. 이 바보....!


“같이 싸우기로 해놓고, 너 혼자서만 그렇게 싸우면, 우린 어떡하라고....! 이 멍청이.”


난 또 그에게 독설을 한다. 평소에는 이렇게 말하면 그는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해줬다.


“싸워....싸우는 거야. 계속 반복될 전투를...살생을, 살인을. 학살을. 그만...이제 그만...!”


그가 내 품에서 중얼거렸다. 그러자 내 가슴에 따뜻하고 촉촉한 것이 닿기 시작했고 그것은 내 옷을 적셨다.


엘렌이 울고 있다. 울기 시작했다.


”학살....그렇구나. 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이 멍청이. 왜 그렇게 마왕군을 생각해주는 건데. 그리고 힘들다면, 힘들고 괴로웠다면....이야기해주지 그랬어....바보. 엘렌은 바보야.“


“왜 싸워야 하지? 왜 누군가를 죽여야 하지? 내가 무슨 자격이 있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수많은 생명을 빼앗지? 대체 나는 뭐길래...? 대체 내가 뭐길래!! 난....! 이젠....더 이상....싸우고 싶지 않아....!”


그가 내 품에서 소리쳤다. 내 품에서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난 그런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분명 눈물과 흙으로 지저분한 얼굴로 미소를 지은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바보야...넌, 우리의 영웅이야....”

“영...웅?”


“응. 날 구해줬어. 카린을 구해줬어. 공주님을 구해줬어.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수많은 생명을 지켰어. 언제나 용감하게 싸웠고 언제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앞장섰어. 넌 사람들의 영웅이야. 내가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도 또 사랑받는,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 그러니 엘렌. 우린 그 기대에 부흥해야 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우린 싸워야 해.”


“내가...? 영웅...? 어째서...? 어째서 너는 내게 싸우라고 하는 거야? 어째서 날 생사의 경계선을 향해 다가가게 하는 거야?”


“네가....엘렌이, 오성이가. 내게 같이 싸워달라고 했으니까. 언제나 곁에 있어달라고 했으니까. 날, 사랑한다고 해줬으니까. 내게, 약속해줬으니까.”


“내가...약속을...?”


난 그를 안은 손에서 살짝 힘을 빼고 그의 바로 위에서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온몸에서 번개에 탄 탄내를 내며, 눈물을 흘리며 날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런 그의 얼굴을 본 나는 살며시 그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대답했다.


“흑...! 그 말투, 짜증 나. 이제 정신차리란 말이야....더 할 말도 없고 이 이상 했다간 부끄러워서 죽어버릴 것 같아...! 돌아가자. 카린도, 공주님도, 다른 사람들도 널 기다리고 있어. 널 사랑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잔뜩 있어. 네가 어디에 있든, 내가 항상 곁에서 싸워줄게. 내가 언제나 너와 함께 있어줄게.”


“넌....대체 누구야?”


난....훗. 응. 나는.....


“내 이름은 에리. 대마법사이자 용사 엘렌의 동료, 그리고 연인. 전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널 사랑하고 지켜봐줄, 지금처럼 언제나 널 안아주고 너에게 안겨줄, 귀찮은 여자야.”


그에게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난 눈물을 흘렸다. 그의 얼굴에 내 눈물이 떨어지자 그는 내게 말했다.


“에...리?”

“응, 에리야. 엘렌.”


그리고 나는 그에게 입을 맞췄다. 그의 목덜미와 그의 뒤통수를 안고 고개를 숙여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대었다.


피맛과 살짝 탄맛이 나는 그의 입술에서, 나는 달콤함을 느끼며 입술을 움직였다. 조심히, 그리고 천천히 그의 입술을 빨며 눈물을 흘렸고 그가 입을 벌리자 내 혀를 집어넣었다.


부드럽고 단단한 두 혀가 얽히며 침을 섞었고 우리 두 사람의 눈물도 섞여 침과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난 그를 안으며 그의 혀와 입술을 움직였고 그 역시 내 허리와 등을 안고 눈을 감은 채 내 혀를 느껴주었다. 그리고 내가 조심히 내 타액을 흘려주자 그는 작게 꿀꺽꿀꺽하는 소리를 내며 내 것을 삼켜주었다.


그러자 붉고 검게 물들었던 세상이 우리를 중심으로 새하얗게 칠해져갔다.


새하얀 도화지같은 세상의 위에서, 나는 내 얼굴을 붉은 색으로 칠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난....”


입술을 떼자 두 사람을 잇는 타액의 실이 늘어지며 우리 둘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귀까지 붉어진 상태로 손가락으로 실을 끊어내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눈은, 맑고, 다정하며, 따뜻한, 나의....엘렌의 눈이었다.


“방금 그건 내가 아니었어. 그러니까 난 너한테 진 게 아니야.”


그리고 평소의 유치한 엘렌으로 돌아온 그를 보며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응, 나도 알아. 아까 그 차가운 눈도 멋졌지만, 이렇게 다정한 눈을 가진 엘렌이, 더 멋지고 강한 사람인걸.”


“읏...!”


그는 부끄러워했다. 입에 손등을 갖다대고 고개를 돌리며 부끄러워하는 그를 보니 귀여워서 참을 수 없었다.


“에잇!”

“앗...! 너어...!”


난 그를 내 가슴에 안았다.


“돌아가자. 엘렌. 돌아가면 실컷 혼나고, 실컷 이야기하는 거야. 힘들다고 또 혼자 끙끙대지 말고. 앞으로는 다 이야기하는 거야. 네가 왜 힘든지, 왜 아픈지. 그리고 왜 숨겼는지.”


“....응.”


그는 저항을 멈추고 내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간지러우면서 단단하고 부드러운 그의 얼굴위로 난 그의 머릴 쓰다듬었다.


“그나저나...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내가 그를 놓자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몸을 일으켰다. 나 역시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자 그가 내게 다가와 내 두 어깨를 잡았다.


“아까 키스해서 정신을 차리고 세상이 변했으니까....또 하면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딴청을 피우면서도 제대로 말했다. 나참, 카린이나 공주님에게 들이댈 때는 대놓고 하면서, 후후, 어쩌면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얼굴은, 나만의 특권일지도 모르겠네?


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들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내 귀밑과 머리에 들어오는 그의 손을 느끼며, 내게 들어오는 그의 입술과 혀를 받았다.


정말로 달콤한, 그 무엇보다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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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제70장 그녀는 그들을 돕고 싶다. 21.06.14 66 0 21쪽
69 제69장 그녀들은 그의 이유가 되어준다. 21.06.13 67 0 11쪽
» 제68장 그와 나. 21.06.13 6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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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제66장 그녀들은 또 다시 눈물을 흘린다. 21.06.12 61 0 15쪽
65 제65장 세상은 잔혹하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슬퍼하면 누군가는 기뻐한다. 21.06.11 59 1 11쪽
64 제64장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1.06.11 71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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