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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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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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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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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8쪽

4. 고통을 먹는 자 (14)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14.

가구라고는 책상하나가 전부인 좁은 방.

라커 너덧 개 분량의 공간만을 차지하고 있어서, 누가 본다면 독방으로 쓰이는 감방으로 착각하기 딱 좋았다. 이 방에 앉아 있는 사람이 죄수복을 입고 있어서 더욱 그렇게 보였다.

“쯧……아무리 내가 위험인물이라 해도 그렇지. 이따위 걸 던져주고는 뭘 어쩌라는 거야?”

낮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던 자가 바삐 손가락을 놀렸다. 그럴 때마다 기계식 키보드가 달칵거리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 발밑에는 가조립된 구형단말기가 윙윙거리며 열기를 내뿜어댔다. 조명 상태도 좋지 않았다. 광도가 낮은 조명은 꺼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차라리 모니터 불빛이 더 밝아 보일 지경이다. 잠시 후, 깜빡거리던 조명이 꺼져버리자 좁은 방은 어둠에 휩싸였다.

“어이! 불 꺼졌다고! 사람을 부려먹으려면 그만한 대우를 해줘야 할 거 아냐!”

밖에서 투덜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 설마 포기인가?

“이 천재님을 뭐로 보고!”

“흥. 하루 남았다. 해결하지 못하면 다시 냉동감옥행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된 단말기를 달라고! 이따위 느려터진 걸 가지고 어따 써먹어!”

“명장은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문명인에게 돌도끼를 쥐어주는 법이 어디 있어!”

“엄살 피우지 마라. 예전의 너라면 망가진 장비를 고쳐서라도 일을 끝마쳤을 거다.”

“어우 열 받아!”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자는 주먹을 휘둘러 문을 쾅쾅 두들겼다. 허나 그 정도로 부서질 만큼 약한 구조가 아니다. 도리어 손목만 시큰거린다. 손목을 주무르며 죄수복을 입은 자는 이를 갈았다.

“이거 끝나기만 해봐, 가만 안 둬.”

꺼져버린 조명대신 모니터의 불빛을 밝게 키우자, 죄수복을 입은 자의 모습이 환히 드러났다.

짙은 갈색피부에 초록색 눈동자.

어깨까지 늘어뜨려진 탐스러운 흑발.

둥둥 걷어붙인 팔뚝은 마른 근육으로 잘 짜여있었다.

고집스러운 입매를 질겅이며 ‘그녀’는 암릿과 단말기를 연결했다. 암릿으로부터 불러들인 프로그램이 구동하면서, 메모리 스틱에 담긴 암호문이 해독되기 시작했다.

바이퍼, 에키드나, 제이콥슨……

모니터 가득 떠오른 ‘뱀의 언어’가 부서지며 인간의 언어로 변해갔다.


◇◇◇◇◇◈◇◇◇◇◇◇◈◇◇◇◇◇◇◈◇◇◇◇◇


더 오션에서 로그아웃하기 전에 위즈는 그랄누타이 제독의 기함에 올라탔다.

즉, 세이브 포인트를 배로 정했으니, 다음에 접속할 때는 바다 한가운데를 지나는 중일 것이다. 딱히 배에서는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편재는 로그아웃을 하고 미루어 둔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일이란……·.

“마음속의 성소에 웬 숫자가 붙어 있지?”

편재는 지금 더 오션의 시스템 로그 파일을 불러들여 읽는 중이었다. 게임을 하는 중에는 미처 확인하지 못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시간이 날 때 정리해두려는 것이었다.

특히 카피캣 때문에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카피캣은 타인이 가진 스킬을 훔쳐 배울 수 있게 해둔다.

그전에 조건을 충족해 배울 수 있게 된 스킬의 정보를 출력하는데, 마음속의 성소를 얻은 뒤로는 그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카피캣만 있을 때만 해도 공격받았을 때만 훔쳐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마음속의 성소를 얻은 뒤부터는, 그저 사람과 접촉만 해도 패시브 스킬의 정보가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위즈를 플레이 할 때 편재는 가끔씩 산만해져갔다. 정보가 많다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신경을 긁다 못해 게임을 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자, 편재는 카피캣과 관련된 로그는 출력하지 않도록 따로 설정을 했다.

그 내용을 이번에 확인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꼭 번거로운 일만은 아니었다. 이렇게 로그파일을 확인하다보니, 생각지도 못한 이점이 생겼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스킬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

이것저것 생기는 대로 다 배운다고 좋은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되면 스킬레벨을 올리는 속도가 느려진다. 또한 스킬들 중에선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게 있었고, 효율이나 기타 이유로 인해 잘 쓰지 않는 스킬이 존재했다.

“그런 스킬은 굳이 배울 이유가 없지.”

그렇게 배울 것과 배우지 않을 것을 골라내는 데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이다.

먼저 마음속의 성소에 붙어 있는 숫자.

스킬창에는 표시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로그파일에는 1.11 이란 숫자가 달려 있다.

“무슨 릴리스버전도 아니고. 대체 뭘 의미하는 숫자지?”

카피캣은 더 오션에서 오직 위즈만이 가진 스킬이다. 따라서 뭐가 문제인지 물어볼 사람도 없다. 개발사인 마도로스 社에 질문해도, 제대로 된 답변을 줄 리 없다. 게임 플레이에 관한 내용은 관여치 않기 때문이다.

앞뒤의 로그 기록을 살핀 편재는 일단 이것이 좋은 쪽의 변화라는 정도로만 이해했다.

이 뒤로는 빙글뱅글의 공격을 받고도 상태이상 메시지가 전혀 뜨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다. 그렇다면 버전 업 정도로 여기는 게 낫다.

“이상한 게 또 있네.”

이번에는 퀘스트를 수락한 내용이다. 하지만 편재의 기억으로는 이런 퀘스트 받은 적이 없다.

“내가 막아 놓은 건, 카피캣과 관련되어 출력되는 스킬정보인데. 어째서 퀘스트를 받은 내용이 뜨지 않은 거지?”

퀘스트의 내용도 괴이했다. 퀘스트를 주는 대상부터 진행내용까지.


§§§§§§§§§§§§§§§§§§§§§§§§§§§§§§§§§§§§§§§§§§§§§

[?? 퀘스트/ 학살의 흔적을 찾아서.]

이 땅의 어딘가에는 강자가 약자를 핍박한 흔적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는 오래전에 벌어진 비극적인 일로서, 이름 없는 여신의 관심을 끈 사건 중 하나입니다.

만약 이 장소를 발견하게 된다면, 당신은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난이도: D± / 레벨제한: 없음.

임무A: 학살의 흔적에 이름 없는 여신상을 가져다 놓을 것.

임무B: 학살의 흔적에 랏센의 머리를 가져다 놓을 것.

보상-A: 칭호 ‘학살을 가로막은자’ 부여.

보상-B: 칭호 ‘학살자’ 부여.

[A와 B의 조건을 가진 2인의 경쟁 퀘스트입니다.]

[만약 A, B 둘중 하나가 퀘스트를 완료하면, 남은 사람은 자동적으로 퀘스트를 실패하게 됩니다.]

§§§§§§§§§§§§§§§§§§§§§§§§§§§§§§§§§§§§§§§§§§§§§


퀘스트 내용을 다 읽은 편재는 난이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팬 사이트인 솔티워터에서 검색해보니 플러스마이너스(±)는, 플러스(+: 단서주어지지 않음)에 마이너스(-: 퀘스트 장소 숨김)까지 적용된 극악의 난이도였다.

“퀘스트를 받은 상황은 더 이상해.”


<이름 없는 여신상이 빛납니다.>


이 메시지가 뜬 뒤로 퀘스트가 생성되었다.

인벤토리에 넣어두었으니 여신상에서 빛이 났는지 어쩐지는 모른다. 더군다나 이때는 빙글뱅글과 한창 싸우고 있었다.

“스캐빈저 스킬로 불러낸 거대 괴물 쥐에 올라탄 채 무작정 돌진했었지.”

한가롭게 NPC와 접촉해서 퀘스트를 부여받고 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편재는 이 퀘스트의 존재가 찜찜했다. 설마하니 네메시스를 이용해 강제로 폐쇄구역과 융합시킨 부작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최악의 경우 마도로스 社에서 더 오션을 갈아엎거나, 서비스를 포기해버리면 폐쇄구역으로 접근하는 길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그렇겐 안 돼지.”

편재는 네메시스를 불러 해당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조사하도록 시켰다. 카피캣으로 얻은 스킬 관련 정보는 솔티워터에서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네메시스를 통하면 스킬에 대한 정보 따위는 금세 얻겠지만, 역시 유저들이 직접 써보고 올린 내용을 읽는 게 더 이해가 쉬웠다.

“일단 카피캣으로 인식만 되면, 레전드 스킬이라도 훔쳐 배울 기회는 생긴다. 하지만 내 전투 스타일에 맞느냐는 별개의 문제.”

그래서 일반 유저들의 분석이 필요했다. 게다가 첨부된 동영상을 보면, 대략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 스킬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흠……역시 대부분 해적들이라 그런지 바다랑 관련된 게 많구나.”

시에니투스에서 얻은 건 그다지 건질 게 없었다. 수영이나 잠수, 수중전투 같은 게 다수를 차지했다.

“쯧. 12회 연속 베기나 뜰 것이지.”

로그아웃하기 전 엉뚱한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는 귀상어에게 12회 연속 베기를 맞았다. 하지만 피해는 피해대로 입고, 훔쳐 배우지는 못했다. 스킬의 등급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대충 작업을 마친 편재는 며칠 전 결려온 제퍼슨과의 전화 내용을 떠올렸다.

“리암이 뭔가 위험한 일에 휘말린 것 같다고 했지. 가만, 그날 저녁 브렌이 가져온 메모리 스틱이 리암의 방식으로 암호화되어 있었어!”

벌써 하루가 지났는데 이렇다 저렇다 아무런 소식이 없자, 편재는 곧장 브렌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브렌은 방에 없었다. 지나가던 경비단을 붙들고 묻자, 어제부터 브렌이 지하의 특실에 처박혀 있다고 알려주었다.

“설마 아버지와의 특훈인가?”

지하의 특실이란, 이따금씩 아버지가 체벌을 명목으로 사용하는 방이었다. 당사자들은 특훈이라 얼버무리고 있지만, 살기를 있는 대로 내뿜어 사람을 패닉으로 만드는 악질적인 가혹행위임을 편재는 잘 알고 있었다.

“뭐 별일 있을라고.”

편재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편씨 가문의 직계이기 때문에, 이 집에서 편재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은 몇 없었다. 지하 특실로 가는 버튼을 누르고 암릿을 가져다대자, 엘리베이터는 3층 아래로 내려갔다. 이곳이 지하특실이었다.

“브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불러보았지만 역시 브렌은 없었다. 또 허탕을 쳤나 싶어 돌아가려는데 누군가 편재를 불렀다.

“거기 누군지 모르지만 이 문 좀 열어줘요!”

목소리는 특실 중 하나에서 들리고 있었다. 편재는 혀를 끌끌 찼다.

‘아마도 신입을 교육시키는 중이었나 보구나.’

그렇게 생각한 편재는 말없이 돌아서려고 했다. 상대가 이 말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약속이 다르잖아! 일이 끝나면 보내주겠다고 했잖아! 당장 풀어주지 않으면 메모리 스틱을 부숴버릴 거다!”

“메모리 스틱?”

“그래! 이거 꽤나 중요한 물건 아니었나? 복구도 못하게 부수는 것쯤은 일도 아니야!”

편재는 특실의 도어락에 암릿을 가져다댔다. 신원을 조회한 도어락이 풀리면서, 특실이 벌컥 열렸다. 그와 동시에 오렌지색의 잔상이 편재에게 달려들었다. 편재는 가볍게 무릎을 들어 상대의 몸을 걷어찼다.

“컥!”

상대의 제법 날렵했지만, 편재의 수준에서는 그럭저럭 막아낼 수준은 되었다.

“절 제압한다고 해도 여긴 못나가요. 여긴 파이오니어 컴퍼니의 회장님이 사는 저택이니까.”

“그렇다고 자유를 포기할 순 없지…….”

콜록거리면서도 오렌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몸을 일으켰다. 그 모습을 본 편재는 살짝 감탄했다. 적어도 기절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몸을 가누고 있다.

“그러고 보니 그 옷……죄수복이로군요.”

편재는 주먹에 힘을 넣으며 다가갔다. 여기까지 데려올 정도라면 무기 같은 건 진즉에 처분했을 것이다. 그러니 달리 위험해보이진 않지만, 혹시 또 모를 일이다.

“허튼수작부리지 말고 순순히…….”

말을 이어가던 편재는 주먹에서 힘을 풀었다.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상대도 눈을 둥그렇게 뜨고 편재를 바라봤다.

“피온 맞아?”

“리암?”

갈색 피부의 건강한 미녀가 양팔을 크게 벌리고 안겨왔다. 편재의 키가 압도적으로 컸기 때문에 리암의 발이 대롱거렸다. 적당한 볼륨감을 가진 지방덩어리가 편재의 살집어린 몸에 비벼졌다. 편재는 얼굴을 붉히며 리암을 떼어냈다.

“이게 얼마만이야!”

“4~5년 지났나……. 리암은 그동안 더욱 타락한 것 같네요.”

“아…이 옷? 뭐 어때. 목숨은 붙어 있으니 다행이지.”

리암은 뻔뻔하게 칼라를 바짝 세우며 폼을 잡았다. 그 모습을 본 편재는 리암이 과거와 달리 말이 많아졌다고 느꼈다.

“예전에는 과묵해서 멋졌는데, 지금은 많이 쾌활해졌네요.”

“그러는 너도 예전엔 댄디한 맛이 있었는데, 어째 지금은 오버 웨이트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살 빼지 그래?”

“빼는 중이에요. 그보다…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예요?”

“아……그게 말이지….”

리암은 갑자기 입을 꾹 다물었다.

“얘기하기 힘들면 하지 않아도 되요. 뭐 좋은 얘기는 아닐 테지요.”

“어. 그래.”

“브렌이랑은 만났어요?”

“……그랬지.”

갑자기 말수가 적어진 리암. 편재는 직감적으로 브렌이 리암을 이곳에 데려왔다는 것을 눈치 챘다.

‘그럼 간수와 죄수의 관계란 건가. 그래도 예전엔 동료였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담.’

따지고 보면 이렇게 이야기꽃을 피울 상황이 아니다. 당장이라도 제압해서 특실에 집어넣는 게 나았다. 망설이던 편재는 조심스레 리암의 눈치를 살폈다.

“저기…리암?”

“무슨 말 하려는지 알아. 피온에게 피해줄 수는 없지. 문이나 알아서 잠가줘.”

역시나 리암도 지금의 이상한 만남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었다.

편재의 말마따나 이곳이 편씨 가문의 저택이라면 자력으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하다. 파이오니어 컴퍼니 수장의 저택이니 무장수준부터 경비인원까지, 무엇하나 만만한 게 없다.

무엇보다 편재와 싸워 이길 자신도 없었다. 육체적인 스펙은 편재가 우위였고, 육체의 단련 수준도 편재 쪽이 압도적으로 높다. 싸우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얌전히 기다리며 선처를 구하느니만 못하다.

어깨를 늘어뜨리며 리암이 특실로 들어갔다. 그녀의 모습을 쫓던 편재의 눈에 특실의 책상이 들어왔다. 구형 기계식 키보드와 모니터가 놓여 있는 책상엔, 메모리스틱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거 리암이 해독한 거예요?”

“어? 맞아. 조금 전 해독한 물건이지.”

편재는 메모리스틱을 집어 들었다.

“이거 푸는데 얼마나 걸렸어요?”

“두 시간 정도? 이런 고물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장비를 썼다면 5분 만에 풀었지.”

리암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편재는 입을 벌렸다. 저 장비는 리암의 말마따나 고물이 맞지만, 그걸 이용해 겨우 2시간 만에 작업을 끝마치는 건 아무나 못할 일이다. 오직 리암이라서 가능한 일.

“예나 지금이나 리암은 클래스가 다르네요.”

“나야 뭐 이게 전공이니까. 그거 궁금하면 봐도 돼. 언락해서 도로 저장해놨거든.”

“……딱히 보고 싶진 않지만, 그렇게 말하니 살짝 궁금하기도 하네요.”

편재는 암릿에서 연결단자를 뽑아내어 메모리스틱과 연결했다. 암호화가 풀린 데이터의 정체는 동영상과 몇 건의 문서였다.

먼저 동영상을 재생시켜보자 낯익은 얼굴이 등장했다.

짧게 깎은 머리카락에 하얀 피부의 남자.

남자의 풀어헤쳐진 셔츠사이로 단단한 근육이 꿈틀거렸다. 아버지 편재의 것과는 달리, 과하지 않아 아름답게까지 느껴지는 근육이다.

“응? 이거 영희 단장 아냐?”

편재는 서둘러 암릿과 모니터를 연결했다. 암릿으로 보는 건 화면이 작은데다가, 홀로그램이라서 노이즈가 있었다. 모니터 속의 영희는 술을 따라 마시고 있었다. 주변의 정경으로 보아하니, 단장이 머무는 방이었다. 그런 공적인 공간에 술을 가지고 들어가 마신다? 영희답지 않다고 생각하며 편재는 모니터를 주시했다.


- D-day가 코앞이다. 그동안 해온 작업이 결실을 맺으면,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겠지. 하지만 전혀 기쁘지 않다. 이건 배신을 배신으로 덮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배신?”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편재의 심장이 세차게 고동쳤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걸 보고나면 돌이키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편재는 눈을 떼지 못했다. 모니터 속의 영희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날카롭게 빛나는 눈이 모니터 너머의 편재를 쏘아보았다.


- 후회하진 않는다. 아니, 그렇게 믿으려 한다. 하아……


영희는 술잔을 비우고는 다시 술을 따랐다.


- 나는 D2계열의 분리주의자와 닿아 있다. 그래. 안다. 원래 그럴 목적으로 들어온 건 아니냐는 거겠지. 당연히 아니다. 나는 회장님의 온정 덕에, 우연히 편씨 집안에 들어온 고아일 뿐이다. 내가 분리주의자들의 혈통임을 알게 된 건, 내 나이 18살 때다. 그때부터 파이오니어 빌딩을 테러하기 위한 준비가 차곡차곡 쌓여갔지. 내가 맡은 역할은 신분을 위장한 D2분리주의자를 빌딩의 무장경비로 고용해 훈련시키는 일이었다……


편재는 메모리스틱을 뽑아 탁 소리가 나게 책상에 올려두었다.

“이만 가보겠어요.”

“얼굴색이 좋지 않네. 괜찮아?”

리암이 걱정해주었다. 편재는 거세게 고개를 저었다.

“문제없어요.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문 닫을 게요.”

편재는 기계적으로 특실의 문을 닫고는 성큼성큼 걸어서 엘리베이터로 갔다. 마침 사람을 싣고 내려온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편승과 브렌이었다.

“네가 어떻게 여기를?”

“제가 못 올 곳이라도 왔나요?”

편재가 이글거리는 눈을 들어 편승을 쏘아보았다. 그 눈빛을 담담하게 마주본 편승은 말이 없었다. 아들의 반항을 하루 이틀 본 게 아니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비켜주었다. 편재는 터덜터덜 엘리베이터로 걸어 들어갔다.

문이 닫히며 두 사람의 의아한 얼굴이 사라졌다. 편재는 벽을 짚고 몸을 떨었다.

구원절, 모두가 축제를 즐기던 그날.

빌딩에는 편승도 편재도 와있었다. 왜 하필 그날 테러가 벌어졌을까?

테러는 이 두 사람을 노린 것이었다.

그날 영희는 테러에 대해 아무런 언질도 주지 않았다.

편재는 구역질이 날 것만 같았다. 영희는 편재와 편승이 죽어도 아무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툭탁거리던 영희다.

‘모두 거짓이었어.’

곧 가족이 되리라 생각한 사람이 배신을 했다.

그 결과 많은 이가 다치고 죽었다.

만약 테러가 조금만 일찍 시작되었거나, 성공했다면 네메시스가 가동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녀’를 일 역시 사실상 포기해야만 했을 것이다.

바닥이 일렁거리고, 온몸의 관절이 뻐근해져왔다. 관절 부위를 기준으로 무감각이 퍼져나갔다. 단단한 바닥이 스펀지처럼 발을 깊숙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귀에서는 윙윙거리는 이명이 울린다. 편재는 잘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에 힘을 주며 침대까지 걸어왔다. 어떻게 방까지는 들어온 모양이다.

영희가 배신을 했다.

그리고 영희가 남긴 메모리스틱은 뱀의 언어로 잠겨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리암 역시 이번 일에 관련되어 있었다는 뜻이 된다.

가족이 될 수도 있었던 사람의 배신과, 옛 동료의 배신을 인지한 순간 편재는 머리가 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파왔다. 요즘 들어 뜸해진 두통이었다.

“으흐흐흐흐……. 빌어 처먹을 세상.”

편재는 침대보를 움켜쥐며 신음을 흘렸다. 두통약을 먹을 기운도 없고, 그럴 생각도 들지 않는다. 차라리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고통 때문에, 정말로 머리가 깨져버렸으면 싶었다.

머리끝까지 치달은 분노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져간다.

이런 기분이라면 반드시 기분 나쁜 꿈을 꾸게 된다.


◇◇◇◇◇◈◇◇◇◇◇◇◈◇◇◇◇◇◇◈◇◇◇◇◇


- 피가 겨우 멎었습니다.

땀을 닦으며 의사가 한 말이다. 그 말에 모두가 안도했다.

하얗게 질린 아이의 얼굴엔 푸른 기마저 돌았다. 아이는 사신의 손길을 뿌리치고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의사의 말에 어른들은 기뻐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 이 아이의 증세로 보아 혈우병이 분명합니다.

- 그게 무슨 병입니까?

- 쉽게 말하자면……피가 잘 멎지 않게 되는 유전병입니다.

- 이제까지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혈우병이라니요?

- 과거 무기로서 개발된 유전자폭탄의 예도 있습니다. 멀쩡하던 인간의 유전자가 갑자기 변하는 것은 드물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 그렇다면 당장 유전자치료에 들어가 주십시오.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 혈우병은 이미 5세기 전에 사라져버린 질병입니다. 유전자치료 데이터베이스에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일이지요.

- 어떻게 이런 일이!

하지만 탄식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른들 중 하나가 물었다.

- 지금이라도 연구를 시작한다면 유전자치료는 가능하겠지요?

- 넉넉잡고 3년이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의사의 대답에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대 의학으로 정복하지 못할 병은 없다. 혈우병은 당장 죽는 병도 아니니 아직 시간은 있었다.

- 단, 그때까지는 이 아이를 격리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학교도 일단은 쉬게 하고요.

그렇게 아이는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많은 장난감과 책이 주어졌고, 때때로 자상한 선생님들이 찾아와 지식을 나누어주었다. 하지만 아이는 틈만 나면 창밖을 내다보았다. 진짜 하늘이 아니지만 스크린루프의 하늘을 바라보았고, 기상조절시스템이 뿌리는 비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아이에게 물었다.

- 유명한 의사선생님들이 네 몸을 검사하고 싶다는 구나. 어쩌면 그분들이 네 병을 낫게 해줄지도 모른단다.

- 병이 나으면 밖에 나갈 수 있나요?

- 물론이지.

아이는 의사선생님들에게 몸을 보였다. 검사결과는 좋았다. 이미 이들은 아이와 같은 타입의 혈우병을 연구 중에 있었다. 의사들의 권유를 받은 아이는 이곳에 머물겠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나아서 바깥세상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낯선 곳에서 지내는 두려움을 희석시켜주었다.

하지만 얼마안가 아이는 이 연구시설이 엉뚱한 것을 연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시설은 인간을 기계 속에 집어넣어 부품처럼 만들고 있었다.

가장 상성이 좋은 인간은 유전자에 특정한 패턴을 보이는 경우였다.

바로 이곳에 있는 아이들처럼.

아이는 겁에 질려 아버지를 부르려했다. 하지만 연구시설에서는 전파를 차단해버렸다. 사실상 아이는 외부와 고립되어버렸다.

그때 아이와 똑같이 생긴 얼굴이 다가왔다.

- 이 길을 따라 똑바로 쭉 가.

- 넌 누구지?

- 구해주려고 왔어.

애가 애를 구하려한다. 하지만 아이는 당장이라도 이 무서운 곳을 빠져나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자신과 닮은 아이의 안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다보니 연구소는 불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때서야 자신과 닮은 아이가 걱정되었다. 하지만 자신을 얼싸안는 아버지의 땀 냄새에 취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잊어버리기로 했다.

.

.

.

.

- 피가 겨우 멎었습니다.

사람으로 보이는 흐릿한 것들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 이 아이의 증세로 보아 혈우병이 분명합니다.

- 그게 무슨 병입니까?

- 쉽게 말하자면……피가 잘 멎지 않게 되는 유전병입니다.

- 이제까지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혈우병이라니요?

- 과거 무기로서 개발된 유전자폭탄의 예도 있습니다. 멀쩡하던 인간의 유전자가 갑자기 변하는 것은 드물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 그렇다면 당장 유전자치료에 들어가 주십시오.

말소리는 이렇게나 또렷한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 혈우병은 이미 5세기 전에 사라져버린 질병입니다. 유전자치료 데이터베이스에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일이지요.

- 어떻게 이런 일이!

- 지금이라도 연구를 시작한다면 유전자치료는 가능하겠지요?

- 넉넉잡고 3년이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 단, 그때까지는 이 아이를 격리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학교도 일단은 쉬게 하고요.

학교를 쉰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 다음 날 멀쩡한 몸으로 학교에 갔다. 그리고 날 때린 녀석을 찾아가 한바탕 휘저어주었지. 코피를 터뜨리니까 그냥 울더군.

그리고 쉬는 시간에 녀석이 데려온 형이란 놈도 짓밟아주었다. 도중에 칼에 찔리기도 했지만 출혈은 멎었다. 혈우병? 웃기는 소리 작작해.

하지만 내 행동이 과하다고 도중에 제지당했다.

- 문제를 일으키지 마라.

나는 자숙을 이유로 감금당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기분 나쁜 경험이었다.

난 충분히 정상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저놈들은 반성을 몰라! 죽여야 한다고!

더러운 기분을 삭이며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한 녀석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게 보인다. 어째서 바보처럼 얻어터지고 다니는 거야?

얼마안가 녀석은 자취를 감췄다. 어디냐? 어디로 간 거야? 그 약해빠진 몸을 이끌고 어디로 숨어버린 거냔 말이다!

CCTV를 조사한 끝에 단서를 찾았다.

게르마니시아의 연구소? 여긴 최근에 흉흉한 뒷소문이 도는 곳인데?

왠지 직접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직접 연구소에 잠입해 꼬박 하루를 관찰했다. 그리고 역시나……이곳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이 바글거리는 지옥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지식욕에 몸을 부대끼다가 인생 말아먹는 놈들은 많았다. 최근 내가 읽고 있는 프랑켄슈타인도 같은 맥락이었지.

다행이도 녀석을 찾는 수고는 덜 수 있었다. 녀석도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출구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 난 그 뒤를 쫓았다.

- 야. 밖에 나가고 싶지? 이 길을 따라 똑바로 쭉 가라.

- 넌 누구지?

나와 꼭 닮은 얼굴이 얼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하! 지금 그게 중요한가? 하지만 안심시켜줄 필요는 있었다.

- 구해주려고 왔어.

그 말을 듣자마자 녀석은 뛰어서 사라졌다. 그래.

뒷정리는 이 몸께서 해줄 테니까 넌 그렇게 사라져주는 거다.

그림자는 그림자답게!

여기를 불지옥으로 만들어주지!

.

.

.

.

- 이게 그날의 기억이로군. 대단하구나. 과연 편家의 그림자.

- 약물로 그 작은 두뇌를 활성화시키고, 나노머신을 몸의 안팎에 집어넣어 육체적인 능력까지 향상시켰다. 그야말로 라엘리언 테크놀로지의 정수로군.

- 차라리 도망친 아이보다, 그림자 쪽이 더 쓸모 있지 않을까?

- 내 생각도 마찬가지. 혈우병의 유전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도 상관없으니까.

.

.

.

.

날 때린 녀석을 찾아가 한바탕 휘저어주었다. 코피를 터뜨리니까 그냥 울더군.

그리고 쉬는 시간에 녀석이 데려온 형이란 놈도 짓밟아주었다. 도중에 칼에 찔리기도 했지만 출혈은 멎었다. 녀석이 보는 앞에서 형이란 작자를 근처의 변압기에 던져 넣었다.

화가 머리 끝가지 치밀어, 참을 수가 없었다. 녀석은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는 형을 보며 오줌을 지렸다.

전기통구이다! 감사히 먹도록!

- 잘했다. 편가의 적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맞아! 저놈들은 반성할 줄 몰라! 그래도 전기통구이는 너무 심했을까.

뒷정리는 이 몸께서 해줄 테니까 넌 그렇게 사라져주는 거다.

그림자는 그림자답게!

여기를 불지옥으로 만들어주지!

어…그런데 그녀석이 누구더라?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가만 최근에 읽은 책이 프랑켄슈타인. 그래 그 녀석은 프랑켄슈타인이다.

하하하! 난 프랑켄슈타인을 탈출시키려고 싸운다.

여기를 불지옥으로 만들어주지!

가만, 그 녀석은 혈우병 때문에 여길 왔었지. 그렇구나. 혈우병에 걸린 프랑켄슈타인이었어.

- 넌 누구지?

나와 꼭 닮은 얼굴이 얼빠진 목소리로 물었다. 하! 지금 그게 중요한가? 나와 똑같이 닮은 얼굴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 야. 밖에 나가고 싶어?

- 응.

나는 들고 있던 곤봉으로 그 얼굴을 내리쳤다. 피가 얼굴에 튀고, 곤봉의 움직임에 따라 벽이며 바닥에 피가 흩뿌려진다. 기분 최고다! 내가 날 살해하고 있어!

죽어라 버러지! 죽어버렷!

난 이 빌어먹을 연구소에서 빠져나가지도 못하는데, 너는! 너는!

- 아무도 여기서 나가지 못해! 내가 막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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