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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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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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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07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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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1쪽

4. 고통을 먹는 자 (37)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37.

핏 스톤과의 협공을 정통으로 맞고도 도주하는 잇페인.

그 뒤를 쫓는 위즈.

두 사람의 추격전은 10분 가까이 이어지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날아서 도망치는 잇페인을 쫓는 일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어야 했으나……그게 현실로 나타난 이유는 잇페인이 얼마 날지 못하고 추락했기 때문이다.

위즈는 잇페인이 추락한 숲으로 곧장 들어갔다. 비스듬히 자라난 나무들이 가지를 드리우고, 바닥엔 뿌리가 솟아 있으니 쫓는 자나 쫓기는 자나 달리기 힘든 지형이다. 하지만 나무가 우거진 숲은 곧 위즈에게 이점으로 작용했다.

섀도 런은 순간적으로 시전자의 그림자 속에 숨었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스킬.

그런데 위즈가 다시 나타난 곳은, 나무그늘이 끝나는 곳이었다. 위즈의 그림자와 겹쳐진 나무 그림자 역시, 위즈의 그림자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이거라면 금방 따라 잡을 수 있겠어!”

위즈의 모습이 한번 사라졌다가 나타날 때마다 십여 미터 이상 전진했다.

잇페인이 추락한 장소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분.

몸을 일으키려고 애쓴 흔적들이 주변의 나무에 찍혀 있었다. 피 묻은 손자국이 그것이다.

“데미지가 컸던 모양이군.”

중간보스임에도 도주를 결심할 정도의 큰 부상.

이는 ‘밤하늘 아래 어둠가시밭’으로 인한 것이다.

“중상을 입었으니 마력을 컨트롤하기 힘들었을 거야.”

위즈는 뭉개진 덤불숲을 바라보며 마력을 보는 눈을 사용했다. 잇페인의 정확한 위치를 찾을 생각에서다. 그런 위즈의 선택은 의외의 것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숲 곳곳에 남겨진 마력의 흔적이 그것이다.

사람의 손자국과 액체가 튄 흔적들은 보라색과 검푸른 색이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꺾인 나뭇가지와 덤불도 마찬가지다.

두 종류의 마력이 한 장소에 존재한다는 건, 한 가지 사실을 추측케 했다. 한 사람이 두 가지 마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니, 이곳에 잇페인과 한패거리가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핏방울을 본 순간, 위즈는 그게 아님을 깨달았다. 핏방울에 깃든 마력은 연보라색기가 약간 감돌지만, 압도적으로 푸른색에 가까웠다.

위즈는 모자손을 매만졌다. 유령화 상태에서 부활하며 잇페인이 녹여버린 팔도 복구되었다. 자연스레 모자손도 돌아왔다. 위즈는 모자손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모자손에 남색과 파랑이 뒤섞인 어두운 색채가 떠올랐다.

검푸른 색, 이것이 위즈가 가진 마력의 색이었다.

위즈는 모자손을 푸르게 빛나는 핏자국 바로 옆에 대 보았다.

모자손에 흐르는 검푸른 마력과 바닥의 핏자국에 어린 마력은, 서로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같은 색을 띄고 있었다.

시험 삼아 플레임 플라워를 사용해보자, 화염을 품은 작은 씨앗이 정확히 핏방울로 이끌리며 불의 꽃을 피웠다. 이 현상은 마치 주문의 유도현상 같다.

동종의 마력에 이끌리는 성질을 이용한 게 마법사의 위저드 마킹.

즉, 핏자국에 담겨진 마력은 위즈의 것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유령화 상태에서 막 부활했을 때, 위즈는 ‘밤하늘 아래 어둠가시밭’으로 마법진의 컨트롤을 빼앗고 잇페인에게 부상을 입혔다. 그때 가시를 통해 위즈의 마력이 흘러들어간 것이다.

“그렇다면 핏스톤의 마력 역시 남겨져 있어야 하는데……아니다. 핏스톤의 것은 검은 색에 가까우니, 내 검푸른 색에 섞여 있겠군.”

어찌되었든 위즈는 본의 아니게 위저드 마킹을 한 셈이 되었다.

“섀도 런.”

위즈의 몸이 그림자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놈이 치료를 하면 핏자국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거야. 그러면 추적스킬도 없는 내가 찾아내는 건 무리. 서둘러야 해!”


◇◇◇◇◇◈◇◇◇◇◇◇◈◇◇◇◇◇◇◈◇◇◇◇◇


위즈를 비롯한 100여명이 잇페인을 쫒아 성벽으로 넘어간 지도 1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해안가에 상륙한 안티 바하르칼 병력들은 고래상어의 도움에 힘입어, 바하르칼 용병들을 그들이 타고 온 배까지 몰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활약은 거기까지였다.

바하르칼의 배-페인킬러는 마력이 흐르는 배.

자가 수복능력에 힘입은 철벽방어 때문에 싸움은 고착상태에 빠졌다.

아무리 때려도 부서진 곳이 다시 원상복구 되어버렸으니, 차라리 다른 곳으로 침투한 자들을 찾아 움직이는 게 더 나았다. 하지만 이쪽에서 그런 낌새를 보일라치면 저들이 슬금슬금 배를 빠져나오려 했다. 바하르칼 역시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아군과 합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양쪽 다 서로의 의도를 알고 있으니 결국 눈치 싸움으로 이어졌다.

자기들이 아군과 합류하자고, 상대편이 적과 합류하는 걸 지켜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얼마 안가 바하르칼의 대응이 180도 달라졌다. 단순한 발 묶기였던 방해공작이 어떻게든 돌파하려는 시도로 바뀐 것이다.

이유는 성벽을 넘어간 거대 골렘 때문이었다.

약, 한 시간 전 성벽과 이어진 경사로가 무너지더니 골렘이 몸을 일으켰다. 10층 건물 높이의 거대 골렘이 몸을 일으키자, 모래로 이루어진 백사장에까지 충격이 전해졌다. 골렘이 쿵쿵거리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가 흔들리고 해변에 파도가 쳤다.

누가 골렘을 조종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경사로를 잇페인이 만들었으니 바하르칼의 병기라고 다들 지레짐작했을 뿐이다.

분명한 사실은 그런 게 성벽을 넘어 갔으니, 안쪽에서는 난리가 났을 거라는 점.

지금쯤이면 요새가 함락당해 성벽을 넘어 바하르칼 용병들이 떼로 몰려오고 있을 지도 모른다. 절박함이 안티 바하르칼 유저들에게 깃들었다. 헌데……그건 바하르칼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바하르칼의 골렘이 성벽을 넘었으니, 시간만 벌어도 승리할 수 있다. 그런데 오히려 발악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주문의 위력이 강해진 것이 그 증거다.

“놈들이 배를 보호하는 마력을 뽑아다 주문에 쓰고 있습니다.”

“그러면 방어가 약해지잖아?”

“마력 공급이 끊기는 몇 초 동안 공격을 받으면, 저들의 배가 부서질 겁니다.”

어느 마법사 유저의 예상대로, 황소상어가 휘두른 공격에 배의 옆구리 부분이 우두둑 뜯겨나갔다. 그 너머로 배의 내부가 드러날 만큼 커다란 피해.

하지만 다시 마력이 공급되자 부서진 잔해들이 다시 달라붙었다.

“대체 저건 어떻게 되어먹은 구조야!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

“마법시약으로 처리해둔 거라더군요. 저거 진짜 비싸요.”

“제길! 그렇게 돈이 많으면 좀 같이 먹고 살아야지! 뭐 얻어먹을 게 있다고 이 난리야!”

배가 한번 박살날 뻔했지만, 여전히 바하르칼의 용병마법사들은 배의 마력을 가져다가 주문에 사용했다. 이런 짓을 하다가는 배도 부서지고 자신들 목숨도 버릴 수도 있다. 그걸 알면서도 이들은 계속 같은 방식으로 주문을 사용했다.

급기야 용병마법사들은 모래사장을 늪으로 바꾸는 주문을 마구 쏟아부어버렸다. 그리고는 뱃전에서 뛰어내려 찰박거리며 모래사장을 뛰어갔다.

“저, 저놈들 잡아라!”

유저들이 화살을 날리고 주문을 퍼부었다. 그러자 용병마법사들 몇이 와르르 엎어져버렸다. 배리어조차 치지 않은 것이다. 설마 한방에 잡을 줄은 몰랐기에 안티 바하르칼 유저들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 그 틈에 용병마법사들과의 거리는 더욱 벌어지고 말았다.

“저놈들 얼마나 급했으면…….”

“제길! 쫓아가고 싶은데 발이 빠져서 안 움직여!”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안티 바하르칼 유저들은, 이들이 발악하는 이유를 쉽게 알아차렸다.

그동안 눈치 채지 못한 게 더 이상할 정도다.

“조금 전 그 골렘!”

“그거 우리 편이었어?”

“누가 그런 걸? 레미라 쪽 마법사인가?”

“골렘이 문제가 아닐지도 몰라. 저놈들은 진즉 이렇게 도망칠 수 있었잖아? 그런데1시간이나 지나서야 이런 짓을 벌인 걸 보면…….”

“잇페인을 잡았나?”

“잡았거나, 아니면 우리 편의 압도적인 우세.”

“오오!”

배에 남은 바하르칼 용병과 용병마법사들이 보이는 움직임도 이러한 추측에 근거가 되어주었다. 지금 안티 바하르칼 유저들을 공격하는 건 용병마법사 뿐이었다. 나머지 용병들은 이리저리 배를 뛰어다니면서, 닻을 거둬들이고 도르래를 움직여 돛의 위치를 조정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떻게든 배를 뒤로 빼내려는 모양새다.

이로서 누가 곤란한 상황에 빠진 건지는 분명해졌다.

안티 바하르칼 유저들의 사기는 올랐고 바하르칼 쪽의 사기는 떨어졌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고래상어는 자신의 무기를 크게 휘둘렀다. 그가 사용하는 무기는 길이 2미터에 폭이 30센티미터나 되는 거대한 도(刀). 그것이 휘둘러지자 궤적을 따라 늪에 채워진 진흙이 밀려나며 발이 드러났다. 고래상어는 손목의 힘만으로 거도를 연거푸 회전시켰다. 그러자 바닥을 짓누르는 압력이 강해지면서 진흙이 쓸려나갔다.

그래봐야 약간이었지만, 몇몇 유저들은 운신할 수 있었다. 고래상어는 같은 방법으로 늪에서 유저들을 조금씩 늪에서 꺼내주었다. 그 모습을 본 용병마법사들이 화들짝 놀라며 주문을 외웠다. 고래상어가 애쓴 보람도 없이 모래바닥은 다시 늪으로 바꿔버렸다.

“이놈들!”

고래상어가 으르렁거렸다. 그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은 죄를 공으로 씻으려 참전한 것인데, 생각보다 활약이 부진하다. 어서 이곳을 정리하고 다른 지역에 가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용병마법사들의 잔재주에 발목 잡혀 저들이 도망치는 모습을 구경만 할 상황이 되었다.

마침 물때 역시 밀물인 상태. 바하르칼의 배가 빠져나가는 건 기정사실로 보였다.

그때 쾅 소리가 나면서 바하르칼의 배-페인킬러의 선체가 옆으로 기울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모래사장의 깊숙이 밀고 들어왔다. 반대쪽 옆구리에 불타는 배의 잔영이 보였다.

“프로미넌스?”

고래상어가 놀란 건, 프로미넌스가 페인킬러를 밀어낸 사실 때문이 아니다.

프로미넌스가 다섯 척이나 달려든 점에 놀란 것이다.

고래상어가 알기로, 레이스 단은 해상에서 용병마법사들과 전투를 벌여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레미라 앞바다에 뜬 프로미넌스의 숫자도 평소보다 적었다. 그런데 한꺼번에 다섯 척이 하나의 대상에 달려든다?

고래상어가 의문을 떠올리는 동안에도, 페인킬러는 모래를 밀며 가까이 다가왔다. 안티 바하르칼 유저들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조금만 더 들어오면 모래더미에 파묻혀 죽을 지경이다. 유저들은 바리케이드고 뭐고 다 내버리고 도망쳤다.

바닥에 소환시킨 늪을 계속 유지할 정신을 가진 용병마법사가 하나도 없었다.

이미 선체가 기울려지며 갑판에 자리 잡고 유저들을 공격하던 용병마법사들이 절반이나 바닥에 떨어졌다. 그들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모래를 헤집으며 밀려나는 선체에 깔려 사망했다. 운 좋은 일부는 난간에 대롱대롱 매달렸지만, 그런 상황에서 새로이 주문을 사용할 여유는 없었다. 항해준비를 하던 용병들의 상황은 더욱 처참했다. 잡을 곳이 없어서 다들 배 밖으로 몸이 내동댕이쳐졌다. 프로미넌스로 내쳐진 자들은 통구이가 되었고, 무사히 모래사장에 떨어진 자들도 어디 한두 군데는 부러지며 의식을 잃었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군.”

고래상어는 모두가 피하는 와중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섰다.

자신을 비롯한 이방인들이 기를 쓰며 저들을 잡아두었더니, 뒤늦게 나타난 프로미넌스 몇 척으로 단숨에 말아먹으려 한다. 고래상어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래상어는 자신의 거도를 양손으로 단단히 틀어쥐며 앞으로 내달렸다. 전장 200여 미터짜리 배가 모래를 파헤치며 다가오는데, 피하기는커녕 그 앞으로 달려드는 모습이 너무도 무모해보였다.

하지만 곧 고래상어는 자신이 왜 ‘상어’라고 불리는 지 증명해냈다.

거도가 아래에서 위로 올려쳐졌다.

날이 아닌 거도의 넓적한 옆면이 공기를 뭉텅이로 밀어냈다.

예리하지도 않은 둔한 휘두름.

그것도 공격대상인 배와는 직접 닿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런 무의미해 보이는 동작의 결과는 놀라웠다.

파도처럼 밀려들어오는 거대한 모래더미가 갈라지며 텅 소리를 냈다. 갈라진 모래더미 속에서 드러난 거대한 선체가 순간 들썩이며 속도가 줄었다.

고래상어의 공격이 닿은 것이다.

고래상어는 올려친 자세에서 다시 거도를 아래로 내리쳤다.

모래사장을 밀고 들어오던 페인킬러의 선체가 깊숙이 파묻히며 빠르게 속도가 줄었다.

이번에는 거도가 X자 모양으로 두 번 휘둘러졌다. 그러자 페인킬러의 옆구리가 움푹 파이더니 완전히 멈춰 섰다.

이 과정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고래상어는 배가 멈추기도 전에 거도를 바닥에 꽂아 넣고는 몸을 웅크렸다. 거도를 휘두를 때만큼이나 신속하게 이루어진 동작.

뒤이어 고래상어가 이런 자세를 취한 이유가 드러났다.

주변의 모래가 들썩이며 성난 해일처럼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고래상어와 페인킬러에게 들이닥쳐 뒤덮어버렸다. 해변에는 순식간에 모래 산이 생겨났다.

순전히 바람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안티 바하르칼 유저들은 눈만 끔벅거렸다. 배에 깔려죽지 않으려고 달리다가 뒤에서 굉장한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았더니, 배는 저절로 멈추고 모래 산이 하나 덩그러니 솟아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유저들이 당황해하고 있는 동안, 모래 산의 귀퉁이가 허물어지며 고래상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퇫퇫!”

고래상어는 모래 산을 기어올라 페인킬러에 내려섰다. 갑판에는 용병마법사들과 용병들이 앓는 소리를 내며 널브러져 있었다. 간간히 정신을 차린 용병이 검을 쥐고 달려들었지만, 그 기세가 무색하게 검이 빗나갔다. 자꾸만 다리가 꼬이며 엉뚱한 곳에 공격을 퍼붓는 것이다.

고래상어는 철제 난간에 대고 자신의 거도를 내리쳤다.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고, 용병들은 귀를 움켜쥐며 비틀거렸다. 고래상어는 괴로워하는 용병들의 목을 가볍게 쳐내주며 반대편 난간까지 걸음을 옮겼다. 배가 기울어진 상태라 지금 서 있는 곳에서는 반대쪽, 그러니까 바다 쪽을 볼 수 없었다.

방해자들을 처리하며 난간에 올라선 고래상어는 눈을 찌푸렸다.

맨 먼저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프로미넌스를 둘러싼 불길이었다. 고래상어는 목청을 높였다.

“안보이니까 불 좀 꺼!”

고래상어의 모습을 확인했는지 프로미넌스에 붙은 불이 서서히 꺼져갔다. 그제서야 고래상어는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

“역시 그랬군!”

고래상어는 비로소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

작은 배들이 레미라 앞바다를 뒤덮고 있었다. 레미라에 상륙한 용병들이 다시 배를 타고 빠져나온 것이다. 그들은 일방적으로 학살당하면서도 어떻게든 섬을 벗어나려 몸부림쳤다. 패주하는 자들의 다급함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그리고 도주를 막는 안티 바하르칼의 배는 처음보다 숫자가 두 배나 늘어 있었다.

모두 폭풍을 뚫고 온 배들이었다. 그동안 안티 바하르칼 유저들은 폭풍에 아랑곳 않고 배를 꾸준히 띄워왔다. 침몰한 배의 숫자가 꽤 되었지만, 그럼에도 살아남은 자들이 있었다. 그런 배들을 모아놓고 보니 엄청난 숫자였다. 그들이 한데 모여 자체적으로 함대를 꾸며 도착한 것이다.

배의 숫자가 늘어나자 포위망은 튼튼해졌고, 바하르칼의 작은 배들은 먼 바다로 빠져나가기도 전에 불에 타 가라앉았다.

“용병들이 내빼고 있다는 건, 레미라의 마법사들이 잘해주었다는 것이겠고……. 이쪽 상황은 이걸로 끝이군. 나머지는 연합장들에게 달렸다.”


◇◇◇◇◇◈◇◇◇◇◇◇◈◇◇◇◇◇◇◈◇◇◇◇◇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특히나 태풍이 자주 발생한다. 안전한 항해를 바란다면 이때는 배를 띄우지 않는 게 기본. 하지만 이러한 상식으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있었다.

바로 바하르칼이다.

더 오션의 세계에서는 태풍이 제 1대륙에서 2대륙인 바하르칼 쪽으로 이동해간다. 그러면서 태풍의 힘이 약해지며 결국 소멸하고 만다. 육지에 올라오지 않은 태풍이 저절로 소멸하는 건 꽤 드문 경우였으나, 바하르칼 입장에서는 매번 발생하는 현실의 일이다. 하다못해 끝물인 태풍조차 바하르칼에 상륙하지 않았으니, 사람들은 이곳을 가리켜 바다의 분노조차 피해가는 곳이라 불렀다.

이러한 조건은 바하르칼의 해안가에 어업이 융성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당연히 바하르칼의 주된 식량은 염장한 해산물이 되었다.

반면, 바하르칼의 내륙지대는 바싹바싹 타들어 갔다. 태풍이 내륙에 닿질 않으니, 1년 강수량을 박박 긁어모아도 마실 물 대기도 빠듯했다. 나무도 풀도 잘 자라지 못했으니, 농사를 짓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내륙 지방은 사람들은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다.

이런 환경에서 나고 자란 탓인지 바하르칼 사람들은 기질이 거칠었다.

나누기 보다는 빼앗고 독차지하는 것에 익숙했다. 여기서 밀린 이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려 했을 때, 이를 받아주는 나라는 한군데도 없었다. 마땅한 기술이나 능력을 가지지 않은 절대 다수의 인구가 한꺼번에 밀어닥쳤으니, 이들을 수용할 땅도 계획도 세워지지 않은 건 당연하다.

그러나 바하르칼 사람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이민이 아니더라도 타국에 체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해답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권다툼과 전쟁에 있었다.

싸움이 벌어지는 곳에는 언제나 사람이 부족했다. 바하르칼 사람들은 그런 곳에 들어가 돈을 받고 대신 싸워주었다. 용병이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적성에 맞는 천직을 찾은 것이라 볼 수 있었다. 그들의 드센 기질은 용병에 잘 어울렸다.

세상 곳곳은 수 없이 많은 분쟁으로 시끄러웠고, 그런 곳에는 언제나 바하르칼 용병들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바하르칼 용병들은 대단한 성공을 거두어, 본국의 많은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었다. 어느덧 바하르칼 어린애들의 장래희망 1순위는 용병으로 바뀌었다.

단순히 고국을 벗어나 다른 나라에서 ‘체류’하고자 벌인 일이, 이제는 출세의 수단처럼 바뀌어버린 것이다.

이는 바하르칼 사람들의 엑소더스 아닌 엑소더스를 부채질 했다.

그렇게 300년이 흘러, 바하르칼은 백성 대다수가 용병인 기형적인 국가가 되었다.

백성의 1/3 이상이 타국에 파견되어 살며 때때로 죽어갔다.

백성들이 죽어간 만큼 전쟁기술이 습득되었고, 막대한 재화가 모여들었다. 이제 전쟁은 바하르칼에 있어서 중요한 사업이 되었다. 어찌 보면 약탈을 비즈니스로 삼는 해적들의 확대판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바하르칼의 상층부는 어떤 계획을 꾸미게 되었다.

바하르칼의 땅은 대부분이 메마르고 황량한 대지다. 이런 쓸모없는 땅을 부여잡고 사느니, 새로운 터전을 찾아나서는 게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세상의 모든 땅에 임자가 있다는 것.

하지만 그 문제는 곧 간단한 논리로 해결되었다.

빼앗자.

그동안 바하르칼 용병들은 수백 년간 타국을 전전하며, 풍요로운 대지와 맑은 물이 넘쳐나는 강과 호수를 보아왔다. 그러한 땅에서 살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것에 반대하는 자는 없었다. 그래서 바하르칼이라는 국가의 운명을 걸고 벌이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그 첫 단추가 레미라 침공.

선발대는 잇페인을 비롯한 용병마법사가 핵심이다.

이들은 독자적인 임무 수행을 함과 동시에, 1대륙의 모든 국가들이 레미라 침공에 정신 팔리도록 만드는 미끼였다.

그 뒤를 받치는 건 다양한 병과로 이루어진 전투부대. 이들의 2할은 레미라를 정벌하는데 동원될 것이고, 나머지는 기습적으로 1대륙에 상륙해 바다와 인접한 왕국 서너 개를 점령하게 된다.

바하르칼은 처음부터 많은 걸 바라진 않았다. 그저 약간의 곡창지대와 1대륙에 자신들만의 항구가 필요했을 뿐이다. 이미 중장보병의 상륙과 동시에 양동을 펼칠 산적들까지 미리 회유해 둔 상태.

그러니 결국은 시간싸움이었다.

각 나라들이 후발대의 존재를 눈치 채는 건 시간문제.

그 전에 최대한 후발대를 멀리 내보내야 했다.

헌데, 그런 중요한 역할을 맡은 함대는 바하르칼 앞바다를 벗어나지도 못했다.

바하르칼과 레미라의 중간지점, 최단거리를 그리는 항로에 1대륙 왕국들의 배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 선두에는 크레센토 왕국의 해군이 있었다. 마법으로 증폭된 목소리가 바다를 때렸다.

“어이~용병들! 조속히 키를 돌려 귀국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한다!”

몇 년을 준비해온 전쟁인데 배를 돌리라고 하는가. 바하르칼 후발대 역시 같은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어째서 귀국은 바하르칼을 핍박하는가?”

“우리들은 패트롤 도중 그대들의 무장도가 지나치게 높아 접근한 것이다. 함선의 숫자도 지나치게 많질 않나?”

“우리들은 용병이다! 고용주의 요구에 따라 조속히 병력을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사정을 봐 달라!”

“그럴 수 없다! 마주치지 못했다면 모르되, 이미 맞닥뜨렸으니 그냥 넘어갈 수 없다! 하필이면 패트롤 중인 우리들과 만난, 너희들의 악운을 원망해라!”

저들은 단순히 패트롤 중이라고 우기고는 있지만, 그렇게 보기엔 너무도 군함의 숫자가 많다. 게다가 속도가 느린 아크 드레드노트 급이 무슨 패트롤이란 말인가?

아크 드레드노트 급은 말 그대로, 배위에 투석기와 캐터펄트를 실어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움직이는 요새다.

당연히 저런 귀중한 전력이 패트롤 따위에 동원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그것도 한두 척이 아니다. 무려 5척.

배마다 서로 다른 국기가 걸려 있는 걸로 보아서, 각 나라마다 한 척씩 지원해준 게 틀림없다. 이것만 봐도 1대륙 국가들 전체가 작정을 하고 길을 막아선 거나 다름없다.

“대장님.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시는 게? 배의 속도는 우리 쪽이 더 빠릅니다.”

후발대를 지휘하는 중급마법사는 부하의 의견을 듣자마자 고개를 저었다.

“퇴각한다.”

“네?”

“퇴각하라고 했다.”

“하지만 고지가 코앞인데…….”

“느려터진 아크 드레드노트가 호위함도 없이 먼 바다까지 나와 있을 리 없다. 그 많은 호위함들이 전부 어디에 가 있을 것 같나?”

중급마법사의 말에 부하의 얼굴이 노래졌다.

“설마?”

“바하르칼 앞바다에 와 있겠지. 우리가 멋대로 움직이면 항구에 보복공격을 가할 것이다. 게다가 저 아크 드레드노트들이 순순히 보내줄 리도 없다. 1대륙에 상륙하기도 전에 피해를 입어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나? 그리고 설사 아크 드레드노트들을 따돌리는데 성공해도 그걸로 끝이 아니다. 공성병기를 잔뜩 실은 떠다니는 요새들이 항구에 2차 공격을 가할 것이다. 공성병기의 사거리를 생각해봐라.”

“그리되면 우리들은 돌아올 곳을 잃게 되겠군요.”

결국 바하르칼의 후발대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후퇴해야만 했다.

항구에 도착하니 역시나 1대륙 왕국의 깃발을 단 호위함들이 바다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분한 마음을 추스르며 후발대들은 배에서 내렸다.

곧이어 더욱 분통 터지는 소식들이 들려왔다. 전쟁과는 상관없이 임무수행을 위해 병력을 수송 중이던 배들이, 해적들의 연이은 습격으로 절반 이상 격침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내륙에서 활동하던 용병들이 산적들의 습격으로 죽어나갔다.

“우리가 너무 성급했구나! 세상을 적으로 돌려버렸어!”

중급마법사는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


섀도 런의 위력에 힘입어 지긋지긋한 숲에서 벗어난 위즈는 눈앞에 보랏빛 마력이 번쩍이는 것을 보고 황급히 진각을 밟으며 옆으로 내뺐다.

가까운 바다에 떠있는 바하르칼의 함선-페인킬러에서 날아든 주문이었다.

위즈는 얕은 바다를 철벅거리며 뛰는 잇페인의 모습을 발견했다.

“다친 몸으로 여기까지 뛰어온 건, 역시 배를 타고 섬에서 빠져나가려는 것이었군.”

멀리서 봐도 잇페인의 상태는 위중했다. 좌우로 흔들리는 몸체는 달리는 속도를 자꾸만 줄였고, 물속에 처박히기를 반복했다. 과다출혈에 탈진까지 겹쳐 맛이 간 상태였다.

마력을 보는 눈을 켜둔 상태이기에, 위즈는 생각했던 것보다 잇페인이 궁지에 몰려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잇페인의 주변에는 배리어도 쳐있지 않았고, 마력을 모으는 일체의 징후가 감지되지 않았다.

마법사가 레비테이션을 사용해 날아갈 정신머리도 없이, 바다를 헤엄쳐 건너야 할 만큼 몸이 망가져있는 것이다. 원래 패잔병을 잡는 건, 전투에서 적을 죽이는 것보다 쉬운 일이지만…….

‘그렇대도 이렇게나 망가질 줄은 몰랐어.’

하지만 잡으려 해도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없게 되었다.

위즈가 수풀에서 머리를 내밀라치면 페인킬러에서 주문을 날려댔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잇페인을 놓치고 만다. 그리되면 강탈당한 내 스탯들은 전부 날아 가버리고 말아!”

위즈가 어떻게 키운 캐릭터이던가. 남들처럼 육성하지 않고, 특이한 방법을 취하느라 성장속도도 느리고 전투능력도 떨어진다. 내세울 만 한 것은 다양한 스킬들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끌어내는 정도다. 그런데 게임의 기본이 되는 스탯이 초보자 수준으로 떨어져버렸으니, 이건 게임을 계속하느냐 접느냐의 선택을 강요받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동안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어!”

위즈는 인벤토리를 열어 커다란 도를 꺼내들었다.

녹이 잔뜩 슬어 고철에 가까운 이 무기는 학살자의 망령.

인벤토리를 벗어나자마자 학살자의 망령이 바닥을 찍었다.

초보자 수준으로 전락한 위즈의 스탯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무게였다. 위즈는 있는 힘껏 양손에 힘을 주고 겨우 들어 올릴 수 있었다.

이렇게 되리라고는 위즈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 입맛이 썼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들고는 다녔는데…….’

지금 상태로는 무게를 감당하는 게 고작이지만, 위즈는 끝끝내 학살자의 망령을 집어넣지 않았다. 주문을 막아내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 마력회로가 들어간 아이템에 자신의 마력을 집어넣어 방어하는 것. 게다가 학살자의 망령에 마력을 밀어 넣으면 단순히 방어만 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니다.

학살자의 망령은 말 그대로 무기 자체에 ‘망령’이 붙어 있는 칼.

망령이 깨어나면 그대로 몸을 차지해 미친 듯이 날뛰게 된다. 이미 위즈는 그 덕을 본적이 있다. 용병마법사들에게서 아쿠에리언 꼬맹이들을 구해낼 때, 이 무기덕분에 위즈는 한차례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그 대가는 마력과 스태미나의 완전 소모와 탈진.

문제는 탈진에 걸리면 적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잇페인을 놓치는 것보다는 나아!”

위즈는 학살자의 망령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위즈의 마력에 반응하여 가드에 박힌 둥근 보석이 피처럼 붉게 물들어갔다. 그리고 검붉은 기류가 학살자의 망령에 둘러지자 붉어진 보석이 한차례 번쩍하고 빛이 났다. 마치 잠들어 있던 악마가 눈을 뜬 것처럼 섬뜩한 분위기가 흘렀다.


<학살자의 망령에 깃든 영혼이 깨어났습니다.>

<이 영혼은 강렬한 전의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싸움에 목마른 영혼이 당신의 몸을 잠식합니다.>

<이 영혼은 당신의 몸을 빌려 적을 섬멸할 것입니다.>

<영혼이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50의 마력이 소모되고, 일반 공격을 할 때마다 100의 스태미나가 소모됩니다.>

<근성과 집중력 스탯의 영향으로, 영혼을 다시 잠재울 수 있습니다.>


『피…피 냄새가 나를 부……른다.』

무기에 깃든 망령의 섬뜩한 목소리가 울렸다. 망령을 달래거나 제어할 필요는 없었다. 가까이에 싸울 대상이라곤 잇페인 밖에 없었으니까. 위즈의 몸이 포탄이 쏘아지듯 엄청난 속도로 잇페인을 향해 쇄도해갔다. 바다에 떠 있는 페인킬러에서 날아든 주문은 폭발적인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동안 잇페인에게 당도한 위즈가 바다에 뛰어들자 물보라가 높이 솟았다. 잇페인의 몸이 물살에 떠밀려 엎어졌다.

학살자의 망령이 바다를 거칠게 때렸다. 그러자 바다 위에 시뻘건 화염이 뿌려지며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그 수증기에 닿은 잇페인이 비명을 질렀다.

“크으아악! 레비, 레비테이션!”

『마법사……놓치지 않는다…….』

잇페인의 몸이 날아오르자 위즈의 무릎이 굽혀졌다가 펴졌다. 높이 점프한 위즈의 몸이 잇페인의 몸을 후려갈겼다. 하지만 잇페인은 공중에서 방향을 틀어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속력을 높여 페인킬러 쪽으로 날아갔다.

『크으아아!』

위즈의 몸을 지배한 망령이 분노를 터뜨리며, 학살자의 망령을 마구 휘둘렀다. 그 궤적을 따라 조금 전과 같은 불줄기가 솟구쳤다. 언뜻 보면 화염방사기의 불줄기 같아 보이지만, 위즈는 그 모습에서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코로나?”

『코…코로나……?』

망령의 어눌한 목소리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그러자 화염방사기처럼 일직선으로 뻗어나가던 불줄기가, 기다란 곡선을 그리며 쏘아져 나갔다. 위즈가 발차기를 통해 사용하는 코로나와 똑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잇페인은 자신에게 날아드는 불줄기를 모조리 피해버렸다.

“더 날리고 싶지만 이제 한계로군.”

위즈는 체력을 제외한 모든 소모치가 0이 되어 풀썩 주저앉았다.


<스태미나가 0이 되었습니다.>


잇페인이 바하르칼의 전함-페인킬러에 착지하는 모습이 보였다.

“게임 오버다. 빌어먹을 자식아.”

먼 바다 쪽에서 빛나는 섬광하나가 잇페인을 향해 날아드는 모습을 보며 위즈는 싱긋 웃었다.


◇◇◇◇◇◈◇◇◇◇◇◇◈◇◇◇◇◇◇◈◇◇◇◇◇


잇페인 역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빛을 보았다. 하지만 피하지 않았다. 언뜻 보니 그 빛은 뒤편의 돛대를 노리고 있었다. 급히 포션을 들이키며 잇페인이 매직스틱을 들어올렸다.

“디스트로이어 레이!”

보랏빛 광선이 정체불명의 섬광을 향해 날아들었다.

디스트로이어 레이 정도면 궤도를 틀어버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정체불명의 빛은 길게 뻗어나간 광선을 타고 올라왔다. 뭔가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을 때는 잇페인의 가슴에 빛나는 화살이 틀어박힌 뒤였다.

“크으하악!”

화살에 실린 힘은 대단해서 잇페인의 몸이 붕 뜨며 난간을 넘어 바다로 떨어져 내렸다. 잇페인은 황급히 레비테이션 주문을 외우려 했다. 하지만 부상이 도진 몸에는 마력이 흐르지 않았다. 잇페인의 몸이 물속에 잠겨들었다. 그는 허우적거리며 잡을 것을 찾았다. 그의 손에 멀쩡해 보이는 작은 보트가 잡혔다.

“크윽……이 굴욕 언젠가는 갚아주겠다.”

보트에 기어오른 잇페인은 사람이 탈 곳이 전혀 보이지 않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게다가 어디선가 탄내도 난다. 코를 킁킁거리던 잇페인은 살짝 열려진 덮개부분을 발로 차 열었다. 그곳에는 기름을 듬뿍 먹인 심지가 타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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