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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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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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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28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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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4. 고통을 먹는 자 (32)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32.

용병마법사들의 공격 우선순위는 안티 바하르칼 유저들에게서 위즈로 바뀌었다. 아군의 원호에 치중하던 용병마법사들이 위즈에게 주문을 발사했다. 불과 1분전만 하더라도 위즈를 상대하던 용병마법사가 대여섯이었던 것에 반해, 지금은 백 명이 넘는 숫자가 위즈만 노려보고 있다.

방금 전의 코로나가 보여준 위력을 보면 이러는 것도 당연하다.

단일 개체로서의 용병마법사는 상대할 만하지만, 이렇게 전쟁에 동원되어 집단으로 운용 될 경우엔 대응하기가 힘들다. 툭하면 마력을 공명시켜 스킬을 쓰며, 서로의 배리어를 바싹 붙여 단단하게 가드를 굳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위즈는 독을 쓰거나, 화공으로 주의를 흩트리고 공격을 했다. 그러지 않고는 공격이 통할 리 없었다. 암습을 한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게다가 게임 초반엔 리얼계로 플레이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 레미라에 있는 용병마법사의 대부분은 NPC일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전투용 마법에 특화된 개체들이니, 일개 유저 하나가 달려들어 막는 건 힘들다.

여럿이서 꾸준히 두드리고 두드려서 가드를 풀고 하나하나 상대해 나가던지, 주변의 지형지물을 폭탄으로 붕괴시킨다던지 해서 상대하는 게 전쟁에서 만난 용병마법사를 상대하는 방법이었다.

그런 용병마법사를 일격에 없애버린 범위공격이 나왔다.

그것도 무능력자인 자에게서.

유저들끼리야 직접 밝히지 않으면 모르지만, NPC라면 적어도 직업을 선택했는지 안했는지 정도는 그냥 안다.

무능력자인데도 저런 말도 안 되는 스킬을 써대는데, 나중에 직업을 구하면 어떻게 될까.

용병마법사들이 떠올린 생각은 같았다.

더 크기 전에 싹을 밟아라.

위즈로서는 벌통을 건드린 꼴이었다.

“우악!”

용병마법사들이 다양한 주문을 섞어가며 연계하기 시작했다.

섀도 런으로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위즈의 움직임이 느려지도록, 모래밭위에 축축한 늪지대를 소환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끈적거리는 점액을 품은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났고, 일직선으로 날던 발사체 타입의 주문들이, 풀숲으로 들어가 뱀처럼 휘어지며 불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위즈로서는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것도 마력을 보는 눈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섀도 런!”

마른 땅과 달리 섀도 런으로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발이 정강이까지 푹푹 빠지는 곳이다 보니, 한걸음을 떼놓기가 힘이 들었다. 그림자 속에 들어갔다 나온다고 해도, 고작 한걸음 차이였다. 그 정도는 예측 사격으로도 충분히 노릴만하다.

“진각!”

발끝에서부터 일어난 반탄력이, 발을 물고 있던 진흙을 밀어냈다. 위즈는 서둘러 다음 걸음을 내디뎠다. 아예 걸음걸음마다 진각을 사용하니, 발이 닿는 곳의 진흙이 왈칵 터져나가며 맨땅이 드러났다.

이제 섀도 런은 사실상 봉쇄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발이 푹푹 빠지는 늪에서는 달리기가 힘들었다.

늪지대가 ‘소환’된 시점에서, 위즈는 적의 손바닥 위에 올라간 거나 다름이 없었다.

‘늪은 반경 20미터에 불과하다. 여기만 빠져나오면!’

그렇게 생각한 위즈는 진각을 마구 펼치며 달려 나갔다. 그러자 용병마법사들은 아예 피할 수 없는 주문들을 날려댔다.

“썬더 브페이크!”

늪의 한 귀퉁이를 타격한 시퍼런 뇌전이, 늪 전체로 번져나갔다.

“으아아아아!”

위즈의 몸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솟으며 머리카락이 삐죽 섰다. 축축한 늪을 통해 전류를 흘려보낸 것이다. 위즈의 몸은 감전 상태가 되어 뻣뻣해졌다. 손끝하나 까딱할 수 없게 된 위즈를 노리고 주문들이 날아들었다.

“이걸로 끝이다!”

‘조금만 더 움직이면 여길 빠져나갈 수 있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에 날아드는 주문은 프로즌 스피어다.

바하르칼의 용병마법사가 득실거리는 섬에서 이 주문에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위즈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때는 용병마법사의 숫자가 적었으니, 그걸 다 맞고도 간당간당하게 살아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날아오는 프로즌 스피어의 개수는 100개가 다 되어 간다.

당장 죽진 않고 ‘세 갈래 운명의 길’의 효과가 발동하겠지만, 단지 이동속도만 증가한 분신들로 늪을 빠져나가긴 어려울 것이다.

‘이제부터 재미있어지려던 참인데!’

레미라 성벽을 올려다보며 위즈는 아쉬워했다. 하지만 죽음은 예정된 것.

위즈는 마지막으로 마력을 쥐어짜내, ‘밤하늘 아래 어둠 가시밭’을 사용하기로 했다.

“밤하늘…….”

그때 늪 바닥이 뒤집히면서, 위즈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위즈의 얼굴로 진흙이 후두둑 떨어졌다. 늪을 이루던 진흙이 몸을 일으켜 위즈를 가로막고 있었다. 프로즌 스피어르 맞은 진흙이 얼면서 딱딱하게 굳어갔다.

“위즈님 뛰어요!”

뒤를 돌아보니 안티 바하르칼 병력이, 용병들을 밀어내면서 이쪽으로 쇄도해오고 있었다. 용병마법사들이 위즈를 상대하느라 원호를 해주지 않자, 그 틈을 노려 용병들의 숫자를 줄인 것이다. 용병마법사들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황했다.

“후퇴! 후퇴한다!”

용병마법사들은 용병들을 배리어로 감싸며 뒤로 빠졌다.

“저 용병들은 Lv.50이상이라면서요?”

위즈가 알기로는 유저들의 평균 레벨이 30~40대였다. 그러면서도 머릿수에서는 양측이 별 차이가 안 난다. 그러면 레벨이 높은 바하르칼 용병쪽이 유리한 게 다행인 상황 아닌가. 저들을 상대로 제자리만 지켜도 다행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달리 압도하고 있었으니 위즈가 의아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 의문은 곧 풀렸다.

안티 바하르칼 진영에 정상인의 두 배나 되는 어깨넓이를 자랑하는 남자가 쉼 없이 거도(巨刀)를 휘둘러대고 있었다. 생긴 것만큼이나 엄청난 힘으로 휘둘러 대는 거도 때문에, 용병들은 끙끙 앓으며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

“저분이 끼고 나서 용병들이 맥을 못 췄어요.”

“고래상어…….”

바하르칼과 결탁한 혐의로, 고래상어가 속한 해적-로터스 단은 해체되어 사라졌다.

그 책임을 물어 처형되어야 했지만, 선처를 받아 공을 세워 죗값을 대신하기로 하고 이번 전쟁에 참여한 고래상어. 그가 어디로 보내졌는지 궁금했는데, 이곳 레미라에 있었던 것이다.

늪지대를 벗어난 위즈는 다시 안티 바하르칼과 합류했다.

“반갑군. 위즈.”

고래상어가 싱긋 웃었다. 짧은 인사였지만, 자신을 위해 애써준 위즈에 대한 고마움이 녹아있었다. 위즈 역시 마주 웃어주며 바하르칼의 용병들을 바라보았다.

“많이 해치웠나 봐요?”

“난입한 후 혼자서 스무 명. 한꺼번에 결원이 생기니 방어진형에 문제가 생기더군.”

그 말을 들으니 저절로 상상이 된다. 이빨 빠진 빗과 같은 꼴이 되어 방패로 만든 진형에 균열이 생기자, 용병들은 자신들이 두 갈래로 나눠지는 것을 경계했을 것이다. 그래서 무리하게 빈 곳을 채우려 이동하다가 손실이 발생한 것.

“일단 배까지 몰아넣는다!”

언제까지고 해안가에서 이들을 상대할 수는 없다. 성벽으로 들어간 자들을 쫒아야 했다. 저 안에선 얼마나 많은 피해을 입었을지 모른다.

이미 안티 바하르칼의 총수는 레미라에 주둔한 병력이, 일단의 용병마법사와 용병들을 상대로 교전을 벌이고 있음을 알렸다.

그중에 중급마법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니, 십중팔구는 잇페인이다.

레미라 앞바다에서 잇페인을 죽이고 배까지 나포한 위즈였지만, 잇페인은 우습게 볼 위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정신공격을 감행하여 아군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그의 특기가 발휘되면, 레미라를 지키는 쪽은 궤멸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혼자서 거대한 함선을 끌어 올려 조종할 만큼 대단한 마법실력을 지녔다.

이미 위즈는 그 사실을 레미라 측에 알렸고, 그에 대한 대책도 나왔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잇페인이란 이름 뒤에 붙은 숫자 때문이다.

위즈가 죽인 건 잇페인 2.

그렇다면 3도 4도 있을 수 있다. 만약 중급마법사 수준의 인원들이 한꺼번에 격돌하게 되면, 이 섬의 EMP는 순간적으로 고갈되어 마법을 쓸 수 없게 될 것이다.

‘결국 예정대로 마법사는 허수아비가 되고, 칼잡이들이 전장을 지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섬이라는 지역특성상, 상륙해서 싸울 수 있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안티 바하르칼에서 레미라 섬에 대기시켜놓은 병력은 2천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바다에서 바하르칼의 배와 싸우는 한편, 기회를 봐서 레미라에 상륙할 시기를 재고 있었다. 말하자면 눈치싸움이었다.

과거 ‘레드 오션’에서의 전쟁의 양상을 보면, 2천 명 정도는 초반에 마법 일점사만으로도 찢어버릴 수 있다. 그리 되면 손도 못쓰고 레미라를 점령당하게 된다. 이후 바하르칼의 지원 병력이 바다를 까맣게 메우며 다가오면, 두 번 다시 레미라를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2천의 병력이 소모될 때마다 재깍재깍 채워야 했다.

성벽 내부까지 들어간 건 극소수이나, 병력의 질은 바하르칼 쪽이 높았다. 이쪽에서 내세울 건 병력의 충원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콜 사인을 받은 안티 바하르칼의 배들이 해안가로 가면, 미리 상륙한 바하르칼 용병들이 방해해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흩어져서 상륙한 건, 레미라를 치기 위함이 아니라 봉쇄를 위해서였군요.”

“네. 놈들이 제대로 침입한 건, 이쪽 밖에 없답니다. 돌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마법사만 없었어도…….”

문득 위즈는 이들이 아직 잇페인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위즈가 일부러 잇페인의 정체를 숨겼고, 바하르칼 측에서도 딱히 공표를 하지 않았기에 유저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위즈야 현실세계에서 마도로스 社의 사장에게 직접 듣고 미리 준비하기까지 했지만, 일반유저들을 그런 거 몰랐고 준비도 못했다. 위즈는 더 이상 숨겨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이렇게까지 싸움에 발을 디밀었는데도 모르게 할 수만은 없었다.

이들도 적이 누군지는 알아야 대비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여러분들. 중요한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정색을 한 위즈가 입을 열었다.

“조금 전 여러분이 보신 중급마법사의 정체, 궁금하지 않습니까?”

“누군지 알고 있습니까?”

“바로 잇페인입니다.”

순간 유저들이 입을 모아 소리쳤다.

“그 사이코가 여기 떴다고?!”

이 게임의 마법은 ‘주문’과 ‘시약’, 그리고 ‘마력’의 3요소만으로 발현된다. 여기에 시동어를 통해 위력을 배가시키는 게 보편적인 것이다. 하지만 잇페인만은 그렇지 않았다. 마법사이면서 제물을 바치고, 의식을 통해 항상 얼토당토않은 거대한 마법을 사용했다. 실전된 것으로 알려진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사용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유저들은 잇페인과 관련된 퀘스트를 할 때면 욕지기가 올라왔다.

큼직한 마법을 상대하느라 지치고, 그걸 방해하면서 바쳐진 제물 때문에 비위가 상했다.

그래서 유저들이 붙인 별명이 ‘사이코’, ‘페인 더 리퍼’, ‘학살자’였다.

잇페인이란 이름을 입에 올리자 유저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렸다.

맞서 싸우겠다는 쪽과, 잇페인만은 피하겠다는 쪽으로.

물론 피하겠다는 쪽이 가장 많았다.

이는 위즈도 예상한 결과다.

‘후회는 하지 않아. 어차피 가까이 접근하면 다들 눈치 챌 거 아냐.’

그리고 이렇게 잇페인의 존재를 알려준 것은 다른 이유도 있었다.

아무리 고래상어가 도와준다고 해도, 짧은 시간 안에 모래사장의 바하르칼 용병들을 정리하고, 레미라 성벽을 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면 너무 늦어서 레미라에 주둔한 2천 명의 병력이 홀라당 날아 가버릴 수도 있다.

“여기서 병력을 둘로 나누죠!”

시간이 없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했기에 위즈의 의견은 받아들여졌다.

이곳은 고래상어가 주축이 되어 500명이 막기로 하고, 나머지 120명은 위즈와 함께 성벽을 넘었다.


◇◇◇◇◇◈◇◇◇◇◇◇◈◇◇◇◇◇◇◈◇◇◇◇◇


성벽을 넘어 레미라로 진군하는 자들은 두서가 없이 공격 일변도로 몰아치지 않았다. 철저히 준비하고 쳐들어온 자들답게, 길거리를 지나갈 때마다 미리 설치해둔 트랩을 해체하고, 혹시라도 은신으로 숨어 있는 자들이 있을까 싶어 몇 번이나 ‘탐색’을 사용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은 편집증 환자라 불러도 좋을 성질의 것이었다.

톨네스는 탐스러운 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헛수고 했군요. 선배님.”

주민들을 소개시켜 텅 빈 시가지에 트랩을 도배해놓으라고 시킨 건 그랄누타이였다. 은신이 가능한 자들은 얼쩡대면서 신경을 건드리라는 명령을 내린 것도 그랄누타이다.

톨네스가 보기엔 시간낭비, 자원낭비, 인력낭비였다.

그랄누타이는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한잔 따라 손에 들었다.

“이럴 줄 알고 시킨 거야.”

“그래봐야 시간끌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성벽을 넘어서 들어온 것은 저들뿐이야. 남의 집을 털러 오면서 고작 1천명이라니? 구린내가 나. 구린내가.”

“저들이 소수정예라는 뜻이로군요. 그 정도는 우리 쪽에서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걸 알면서 준비한 것만 믿고 있는 거냐?”

“레미라엔 그만한 저력이 있습니다.”

“뭐, 마법왕국 시절의 전통이 남아 있으니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안심이 안 돼. 저놈들이 여기 들어온 것만으로도 난 숨이 콱 막히는 느낌이라고. 이 늙은이의 걱정이 지나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어쩌면 오늘 레미라의 역사가 끝날지도 몰라.”

“예지……입니까?”

레모네이드를 꿀꺽꿀꺽 마신 그랄누타이가 소매로 입가를 훔쳤다.

“대선배님들 따라가려면 멀었지. 그냥 촉이라고 해야 하나, 감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거다.”

“평소 그런 게 잘 들어맞았습니까?”

“클클클…….”

그랄누타이는 컵을 내려놓았다.

“그럴 리가 있나.”


◇◇◇◇◇◈◇◇◇◇◇◇◈◇◇◇◇◇◇◈◇◇◇◇◇


세상에 커서 좋은 게 있고, 작아서 좋은 게 있다.

마법진은 너무 크면 좋을 게 없었다. 효율이 떨어져서다.

마법사라면 이 사실을 누구나 잘 안다.

하지만 바하르칼의 침입을 맞아 레미라측에서 준비한 것은, 섬 자체를 도화지 삼아 그려진 거대한 마법진이었다.

이는 대외적으로 레미라의 무력을 과시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다.

아무리 300년 전의 항마전쟁 때 큰 피해를 입었어도 그건 겉모습 뿐, 레미라엔 많은 것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그걸 바하르칼에 똑똑히 가르쳐줄 의도였다.

게다가 이미 위즈를 통해 잇페인이 저지른 일이 알려진 것도, 거대한 마법진의 가동에 일조했다.

잇페인은 광역기상 통제마법을 이용해, 레미라로 향하는 안티 바하르칼의 배들을 침몰시켰다. 이에 자극받은 레미라에서도 가만있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비대한 마법진을 구동했다간, 레미라 섬 주변의 EMP가 고갈되어버릴 것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레미라의 마법사들은 다른 방법으로, 마법진을 움직일 마법을 얻으려 했다.

바로 적들의 공격을 축적했다가, 그것을 마력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전환되는 효율은 지극히 낮았지만, 바하르칼의 병력이 워낙이 많다보니 불가능하진 않았다. 유저들은 모르고 있지만, 지금 해상에서 벌어지는 전투로 발생하는 충격과 폭발들이 차곡차곡 마력으로 바뀌는 중이다. 주문을 날려대며 신나게 싸우는 용병마법사들이 있는 곳은, 마력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40%나 되었다.

즉, 받은 대로 되돌려줄 수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바하르칼에서 노리는 ‘EMP고갈’ 문제를 해결하는 작업도 이루어졌다.

미리 준비된 엘리멘탈 스톤에서 마력을 뽑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이때 생기는 문제는 엘리멘탈 스톤의 속성에 해당하는 주문밖에 쓰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대다수 레미라 마법사들은 싸움이 길어질수록 불리한 건 용병마법사일 것이니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용병마법사들이 EMP고갈로 주문을 못 쓸 때, 레미라의 마법사들만 그에 구애 받지 않고 주문을 날려댈 것이기 때문이다.

“자! 쓰레기 용병 놈들아! 어디 올 테면 와봐라!”

레미라의 마법사들은 스태프에 마법시약을 뿌리며 공격태세를 갖추었다. 이들은 전부 높은 건물을 하나씩 점거하고 있었다. 높은 곳을 선점하여 자신만의 영역을 만든 마법사들은 그 자체로 감시탑과 같은 존재다.

곧 바하르칼의 용병마법사들이 이들에게 감지되었다.

레미라의 마법사들은 스태프를 들어 올려 매직 캐논을 발사했다.

매직스틱보다 훨씬 긴 스태프를 들고 사용한 주문은 사거리가 길다. 용병마법사들이 미처 감지하지 못할 거리에서 날아든 주문에 맞은 용병들이 방패 째로 튕겨져 나갔다. 용병마법사들이 전면으로 나서며 배리어를 쳤다.

“그래봐야 방어일 뿐! 쳐들어온 도적놈들의 패기는 어딜 갔느냐!”

조롱의 말을 던지며 레미라의 마법사들이 ‘썬더 브레이크’와 ‘아이언 미스트’를 섞어 뿌렸다. 대장간에서 얻은 쇠 찌꺼기들이 바스러지며 넓게 뿌려졌고, 단발성 주문인 썬더 브레이크는 쇳가루를 타고 넓게 퍼지며 전류의 그물을 만들었다. 원래 위력보다 훨씬 약해졌지만, 연이어 날아드는 썬더 브레이크 주문 때문에, 전류의 그물은 점점 거대한 플라즈마化 되었다. 뇌전이 마구 튀는 시퍼런 불꽃이 그 크기만 지름 20미터다. 이런 게 떨어지는데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바보는 없다.

바하르칼의 병력들은 메뚜기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거대한 플라즈마 덩어리가 닿은 곳은 열기와 함께 치솟는 증기로 인해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건물의 외벽을 이루는 돌은 주홍색의 걸쭉한 액체로 변해 주변에 뜨거운 열기를 퍼뜨렸으며, 나무로 된 문짝이며 기둥들은 금세 불타올라 시꺼멓게 변해버렸다. 화단의 흙은 눌러 붙어 퍼석거리는 덩어리가 되었고, 쇠붙이는 우그러들며 쇳물을 뚝뚝 흘려댔다.

그대로 서 있는 자가 있었다면, 뼈조차 못 추릴 참혹한 광경이다.

하지만 바하르칼 용병들은 전부 피해버렸다. 그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빼곡하게 도배된 트랩과 은신중인 안티 바하르칼의 유저들이었다.

찰칵. 찰칵!

미리 깔아둔 쇠 덫들이 바하르칼 용병들과 마법사들의 다리를 물었고.

스겅. 푸학!

은신 상태에서 날린 공격에 백스탭 효과가 실려 치명타를 입혔다.

안티 바하르칼 유저들은 다시 은신한 채 물러섰다.

한번 발목을 잡고, 한번 치명타를 입혔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레벨 차이 때문에 제대로 맞붙으면 가망이 없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이제부터는 레미라의 마법사들에게 맡겨야 한다.

이제 곧 레미라 마법사들이 저들에게 참혹한 최후를 안겨 주리라고, 유저들은 기대에 어린 눈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아무리 기다려도 주문이 떨어지지 않았다.

조금 전의 거대한 플라즈마 덩어리가 아니더라도, ‘매직 애로우’나 ‘윈드 커터’같은 주문 정도는 쏟아질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없다.

“더 큰 걸 준비 중인가?”

유저들의 눈이 건물의 옥상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는 알 수 없는 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


레미라의 한적한 주택가.

이미 소개령이 떨어져 모든 주민들이 피신하고 남은 것은 텅 빈 거리와 건물뿐이다.

이곳은 전략적으로 크게 중요한 곳도 아니었고, 침입자들이 발을 들이기엔 해안과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이곳엔 사람의 그림자조차 존재할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 로브를 걸친 마법사 하나가 걷고 있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또 다른 나 자신이여.

깨어나라.

오늘 여기서 불멸의 전설을 다시 쓰자꾸나.


주택가 곳곳에서 인기척이 울렸다.


작가의말

1.

이제 연참은 이틀 남았습니다.

일단 내일까지 버티면 쉴 수 있겠네요.


2.

http://blog.munpia.com/gazha/category/9303/post/37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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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4. 고통을 먹는 자 (25) +2 14.03.20 1,708 34 24쪽
77 4. 고통을 먹는 자 (24) +3 14.03.19 2,093 35 25쪽
76 4. 고통을 먹는 자 (23) +2 14.03.18 1,702 27 27쪽
75 4. 고통을 먹는 자 (22) +3 14.03.17 2,397 60 21쪽
74 4. 고통을 먹는 자 +21화 +2 14.03.17 1,604 29 13쪽
73 4. 고통을 먹는 자 (21) +2 14.03.15 1,260 30 16쪽
72 4. 고통을 먹는 자 +20화 +2 14.03.15 1,233 40 12쪽
71 4. 고통을 먹는 자 (20) +3 14.03.14 2,339 30 27쪽
70 4. 고통을 먹는 자 (19) +3 14.03.13 2,779 112 24쪽
69 4. 고통을 먹는 자 (18) +2 14.03.12 1,991 42 22쪽
68 4. 고통을 먹는 자 (17) 14.03.11 1,514 41 25쪽
67 4. 고통을 먹는 자 (16) +2 14.03.10 1,513 29 22쪽
66 4. 고통을 먹는 자 (15) +4 14.03.08 1,909 29 24쪽
65 4. 고통을 먹는 자 (14) +3 14.03.07 2,483 117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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