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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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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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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3.3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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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
22쪽

4. 고통을 먹는 자 (34)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34.

잇페인이 나타난 것은 고작 10분이 지난 뒤였다. 핏스톤의 말대로 도발을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용병마법사들을 이끌고 걸어서 이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을 본 유저들이 동요했다. 잇페인이 레미라의 성벽에서 보인 ‘디스트로이어 레이’라는 마법만 난사해도, 이쪽은 전멸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잇페인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유저들과 거리를 벌린 잇페인이 소리쳤다.

“떨거지들에겐 관심 없다. 내 오랜 친구와 거기 서 있는 떡대, 둘만 남고 나머지는 지나가도 좋다.”

“뭘 믿고 네 녀석의 말을 따르란 거냐?”

“맞아 맞아. 그것보다 적의 수장을 잡을 기회 아닌가!”

안티 바하르칼의 모든 유저들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긴장했다. 자신들의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잇페인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자신들과 싸우는 동안 다른 곳에서 아군을 도와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들은 레미라의 마법사들이 이 정도로 무너질 만큼 약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싸우면 반드시 죽겠지만, 그 희생을 의미 있게 써줄 자들이 수두룩했다. 그 점이 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었다.

‘이들의 생각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굳이 죽음을 자처할 필요가 없는 게 사실이야.’

이미 핏스톤과 이야기가 되어 있었기에, 위즈가 앞으로 나섰다.

“저와 제 친구가 남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요새 쪽으로 가주세요.”

“동료를 남겨 놓고 우리끼리 가란 말입니까?”

“우리를 찾아온 건 용병마법사들뿐입니다. 전사계열 용병은 하나도 없잖아요? 그들은 아마 레미라 요새를 공격하게 하려고 남겨두었을 겁니다. 이 섬의 마법사들만으로는 벅찰 수도 있습니다.”

“레미라의 마법사 중에 중급 마법사의 숫자만 50명이 넘습니다. 실제로는 더 많을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레벨 50 갓 넘은 전사만 가지고 상대가 되겠습니까? 공성장비도 없이 전사만으로 요새를 공략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확신할 순 없습니다. 뭔가 믿는 게 있으니 이렇게 병력을 나눈 게 아니겠어요? 그리고 여기서 다 함께 덤벼봐야 몇 분이나 버티겠습니까? 5분? 3분? 어쩌면 1분 만에 전멸당할 수도 있어요. 여기서 다함께 몰살당하느니, 우리도 병력을 나누는 게 좋아요. 어느 한쪽이라도 더 오래 살아남아서 제대로 싸워야죠.”

위즈가 간곡히 호소하자 유저들은 못이기는 척 자리를 빠져나갔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봐도 이쪽이 훨씬 이득이다. 대신 유저들은 잇페인을 상대할 위즈를 염려하여 포션과 해독제를 내놓았다. 성직자는 자신의 신성력을 1/3이나 소모하여 축복을 걸어주었다.

“부디 살아남으십시오.”

유저들은 이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잇페인은 그만큼 힘든 상대였으니까.

그저 잘 피해 다니라는 말을 돌려 말할 뿐이다.

유저들이 용병마법사들을 지나 멀리 사라져갔다. 용병 마법사 몇이 그들을 따라 거리를 유지하며 뒤를 쫓았다.

“약속을 지켜라.”

위즈가 노려보자 잇페인이 변명했다.

“혹시라도 귀찮게 뒤에서 덤벼들면 곤란하니 말이지.”

말인즉슨 뒤치기 할지 모르니 감시역으로 붙여 놓았다는 뜻이다.

“이 많은 인원들을 고작 감시원으로 써먹으려고 데려왔단 말이냐?”

“그럴 리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잖아? 그보다도 내 오랜 친구는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나? 설마 아직도 부끄럼 타는 건가?”

『헛소리하지 마라. 넌 내게 친구였던 적이 없다.』

“이거 이거 단단히 삐지셨구먼 그래!”

『데스 스파이럴!』

바닥에서 뾰족한 돌기가 솟아오르며 잇페인의 몸을 꿰뚫었다. 잇페인은 코와 입에서 피를 쏟으며 버둥거리다가 고개를 푹 꺾었다. 그의 몸이 부풀면서 날카로운 가시가 삐죽삐죽 솟아올랐다. 데스 스파이럴 스킬로 생성된 꼬챙이로 몸을 꿴 다음, 밤하늘 아래 어둠 가시밭을 사용한 것이다. 내부에서부터 발현된 주문은 잇페인의 장기를 철저히 망가뜨려버렸다.

짝짝짝짝.

박수소리가 울렸다. 후드를 눌러쓴 용병마법사 하나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위즈는 직감적으로 그게 잇페인임을 알고 모자손을 까딱거렸다. 모자손에 저장된 윈드 커터 스크롤이 찢어지며,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이 빽빽하게 쏘아져 나갔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배리어에 맞고 사라져버렸다.

“응? 뭐지 이건? 설마 이 산들바람을 윈드커터라고 쓴 건 아니겠지?”

“윈드 커터 맞다.”

“이게 끝인가?”

“얼음족쇄!”

차가운 냉기가 잇페인의 발목어림을 노리고 흘러갔다. 잇페인은 자신의 발목을 휘감는 냉기를 보더니, 그대로 발을 들어 짓밟아버렸다.

파짓!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얼음족쇄 주문이 사라졌다.

“시원해서 좋군. 남은 게 더 있나?”

“플레임 플라워!”

이번엔 목표를 태우며 화염의 꽃을 피우는 불씨가 튀어나갔다. 잇페인이 매직스틱을 느릿하게 들어올렸다.

“플레임 플라워.”

위즈와 같은 주문이 사용되었다. 콩알만 한 작은 불씨 두 개가 허공에서 서로 뒤얽혔다. 그리고 두 개의 같은 주문은 서로 경쟁하듯이 꽃대와 잎사귀를 피어오르며 쑥쑥 자라났다. 위즈의 플레임 플라워는 화염의 꽃을 피워내며 불티를 휘날렸다. 반면 잇페인의 주문은 꽃봉오리만 남겨두고는 사라져갔다. 잇페인이 매직 스틱을 가볍게 휘둘렀다.

“차징 & 버스트.”

그러자 화염으로 이루어진 꽃봉오리가 위즈 쪽으로 떨어지며 활짝 펼쳐졌다. 위즈가 사용했을 때와는 달리, 불티가 아닌 제대로 된 화염이 넘실거리며 사방을 휘저었다.

위즈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때 위즈의 앞과 뒤의 땅이 불쑥 솟아올랐다.

퍽!

퍽!

앞과 위를 막은 흙의 벽에서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이런 초보적인 수에 당하다니. 그대답지 않군. 위즈.』

그 말을 들은 위즈는 뒤쪽을 막은 흙벽을 살펴보았다. 날카로운 창 같은 게 뚫고 들어가 있었는데, 핏스톤이 막지 않았다면 그대로 위즈의 몸을 꿰뚫을 위치에 있었다.

“플레임 플라워는 그저 눈속임이었나?”

『눈속임 치고는 공을 들였다. 앞뒤 모두 진짜 공격이다.』

“동시에 두 가지 주문을 사용했다고?”

『그게 중급마법사다.』

“확인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어. 이제 어쩔 거야?”

『이미 말했다시피 녀석을 심상세계로 끌어들인다. 너는 심상세계에서 싸우고, 나는 무방비 상태인 잇페인의 육신을 노린다.』

“심상세계에서 상대하면 우리가 유리하다는 건 저놈도 알고 있어. 이미 마음속의 성전 때문에 두 번이나 피해를 입었으니까. 그런데도 이 방법을 쓰자는 거야?”

『두 번이나 피해를 입혔다는 말은, 달리 말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뜻이다.』

“조금 전에는 잇페인을 죽였잖아. 그냥 상대하는 건 안 되는 거야?”

『가짜 말인가? 배리어조차 두르지 않았더군.』

위즈는 넘버링을 붙여 부르지만, 핏스톤은 진짜와 가짜로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그 넘버링이 달린-가짜 잇페인도 심상세계로 쳐들어오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중급마법사인 건 똑같다. 위즈 입장에서는 진짜이든 가짜이든 큰 차이가 없었다.

습격을 하지 않는 이상, 위즈에겐 여전히 상대하기 힘든 중간보스일 뿐이다.

“끄응 진짜가 누군지 모르는데 이 방법은 의미가 없어.”

『가짜라 해도 중급 마법사인 건 같다. 적으로 만난이상 쓰러뜨려야 할 상대지. 가짜가 하나라도 남아 있다면, 안티 바하르칼 병력을 해치우고 다닐 테니까. 그렇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하지만 꼭 심상세계에서 싸우길 고집해야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 잇페인은 충분히 강하잖아? 심상세계로 들어오려고 하겠어?”

『아니, 녀석은 꼭 심상세계로 들어올 것이다. 내가 가진 마력을 노리고 있으니까. 』

“나한테는 너만큼의 마력은 없어.”

『한 가지만 묻지. 그대는 잇페인과 몇 번이나 싸웠지?』

“두 번.”

『그 두 번 모두 심상세계를 공격하던가?』

“그랬지.”

『그렇다면 위즈 그대에게도 노리는 게 있을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이상하긴 하다. 잇페인의 실력이라면 굳이 심상세계에 침범할 이유가 없다. 약해빠진 위즈를 조종해봐야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니까. 이미 위즈는 잇페인에게 조종당해 그랄누타이를 공격한 적이 있다. 당연하게도 그랄누타이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하지만……잇페인이 집요하게 심상세계를 노린다면, 이는 현 상황을 타개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방법을 써야 하나?”

잇페인은 한참동안 핏스톤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도, 잡다한 주문들을 날리며 툭툭 건드려 댔다. 그러다가 위즈가 모습을 드러내자, 주문을 캔슬시켰다. 그의 행동은 혹시라도 위즈가 크게 다칠까봐 염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모습을 본 위즈는 핏스톤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위즈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잇페인과 마주섰다.

“너 마력포랑 함께 날아 가버린 게 아니었어? 그때 뒈져버린 줄 알았더니 아직까지 살아있네. 훌륭한 악당의 표본이다. 그 끈질김은 칭찬해주지.”

“실력도 없이 다른 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한 쓰레기 주제에 말이 거칠군.”

“글쎄? 페인킬러 2호에서 분명히 죽였는데, 또 나와서 어슬렁거리고 있는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쌍둥이냐? 그렇다면 미안. 형제를 죽여 버렸네? 내가 죽인 게 형이야 동생이야?”

“적당히 하시지…….”

잇페인의 얼굴에 불쾌함이 떠올랐다.

“무서워서 그래? 하긴 형제가 같은 흉수에게 죽다니, 그보다 더한 비극은 없지.”

“입만 산 쓰레기가!”

잇페인이 발끈하며 매직스틱을 들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위즈의 몸은 땅에서 솟은 날카로운 돌기에 꿰뚫렸다.


<남은 체력의 절반을 소모해 전사의 기만을 사용합니다.>

<체력이 1750 남았습니다.>

<1610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간신히 빈사상태는 면했지만, 고통은 그대로 전해져 온다. 위즈는 이를 악물며 잇페인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 몸 전체에 빨간 십자마크가 가득 덮여 있다. 어딜 공격해도 1.5배의 치명타가 들어간다. 위즈는 인벤토리 속에서 투척용 단검을 꺼내어 자신의 그림자에 대고 던졌다. 위즈의 뒤편에서 땅이 갈라지며 빛이 새어나왔다.

핏스톤이 사용한 라이팅 주문이다.

뒤쪽에서 발생한 강력한 광원 때문에 위즈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그것은 단숨에 잇페인에게 닿았다. 위즈가 자신의 그림자에 대고 던진 단검이, 튀어 올라 잇페인의 허벅지에 꽂혔다.


<치명타가 터졌습니다!>


“이 쓰레기가! 윈드커터!”

잇페인이 불같이 노하며 매직스틱을 마구 휘저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이 위즈의 몸을 할퀴고 지나갔다. 뒤쪽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며 건물이 풀썩 주저앉았다. 위즈는 침을 꿀꺽 삼켰다. 제대로 맞았다면, 몸이 두동강 났을 것이다.

“이게 중급마법사의 위력…….”

“이제야 깨달았느냐! 감히 무능력자주제에 중급마법사에 맞서려 하다니!”

잇페인의 눈이 시커멓게 물들어갔다. 위즈는 일부러 저항하지 않았다. 녀석을 최대한 끌어들여야 했다. 마음속의 성전이 어딜 가는 것도 아니다.

‘오냐……네 녀석의 엉덩이를 두들겨 패주마!’

위즈의 심상세계로 침입하는 동안 잇페인의 몸은 우뚝 멈춰서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게 되었다. 그러자 용병마법사들이 배리어를 친 상태로 잇페인을 에워쌌다. 핏 스톤은 무너진 건물에서 벽돌을 추려내 흙과 뒤섞었다. 그리고 그것에 자신의 몸을 실었다. 자신을 핵으로 삼아 골렘 비슷한 것을 만들어낸 것이다. 자연석이 아닌 벽돌이 들어갔기에 내구도는 훨씬 떨어졌지만, 불에 구워 만든 벽돌에는 불순물이 적었다. 불순물이 적다는 건 마력이 원활하게 소통된다는 것. 그러면서도 진짜 바위보다는 훨씬 가볍다.

당연히 일반적인 골렘과 비교하면, 반응속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골렘의 몸을 얻은 핏스톤이 휘리릭 몸을 날려 용병마법사들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한 마리 표범이 먹잇감을 향해 달려드는 것처럼 날쌔기 그지없다.

“큭! 무슨 골렘이 저렇게 움직여?”

날아드는 속도만큼이나 막대한 운동에너지가 실려서, 핏스톤과 배리어가 충돌했을 때는 주변의 땅이 움푹 패어 들어갈 정도였다. 배리어 역시 충돌지점에 거친 파문을 일으키며 부르르 떨렸다.

『데스 게이져!』

핏스톤은 충돌직후 재빨리 몸을 빼내며, 쿵 소리가 나게 바닥을 밟았다. 마치 인간의 진각과 같은 행동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바닥에서 시커먼 기운을 품은 거대한 창이 솟아나 용병마법사들을 찔렀다. 하지만 배리어로 발밑까지 보호한 탓인지, 바닥에서 생겨난 창은 일정 높이 이상 솟아나지 못했다. 용병마법사들은 이를 악물며 창을 밀어냈다.

파직!

스파크가 튀면서 핏 스톤이 불러낸 창이 사라졌다.

『데스 스피이럴!』

이번에는 바닥에서 암석으로 이루어진 돌기들이 순차적으로 솟아오르며 용병마법사들의 배리어를 때려댔다. 그것과는 별개로 핏 스톤의 몸이 다시 날아들었다. 사방에서 무작위로 솟아나 용병 마법사들을 괴롭히는 암석의 돌기. 그리고 핏스톤의 거친 육탄 돌격.

용병마법사들의 배리어가 물결치면서 경련을 일으켰다.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실제 용병마법사들이 친 배리어는 내구 한계에 도달하고 있었다. 마력으로 파손된 부위를 수복하는 것보다, 들어오는 데미지가 더 높았다. 서로의 마력을 공명시켜서 겨우겨우 막아내고는 있으나, 그것도 이젠 한계였다.

그때 용병마법사들의 가운데에서 보호받던 잇페인이 눈을 번쩍 뜨더니, 입에서 시커먼 연기를 토해냈다.

“크아아아악!”

잇페인은 머리를 움켜쥔 채 괴로워했다. 핏스톤의 뒤쪽에서 위즈가 걸어 나왔다. 위즈의 머리위에는 둥그런 휘광이 맺혀 있었다.

“성공이다.”

『위즈. 섀도 런을 이용해 마법사들에게 접근해라. 배리어는 곧 깨진다.』

“알았어!”

위즈는 힘차게 진각을 밟으며 잇페인과 용병 마법사들에게 뛰어들었다. 서로의 그림자가 닿는 순간 위즈는 섀도 런을 펼치며, 단검을 휘둘렀다.

‘제대로 베었다!’

종아리 어림에서 피를 콸콸 흘리며 잇페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위즈는 쓰러지는 잇페인의 머리를 노리고 단검을 내던졌다. 잇페인은 무방비 상태라 피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글아이의 패시브 효과로 인해 명중률이 향상되었다.

위즈가 던진 단검이 잇페인의 얼굴에 틀어박혔다.



<잇페인 3를 해치웠습니다.>

<경험치 3800을 얻었습니다.>

<‘전사의 기만’의 부가 효과로 인해, 잇페인의 부하들이 공포에 빠집니다.>


공포에 빠진 용병마법사들은 배리어를 치지 못했고, 도망조차 치지 못했다. 핏스톤은 그들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두들겨서 모조리 해치워버렸다.

“어쩐지 너무 쉬운데?”

『또 가짜인가?』

“아까는 가짜라도 쓰러뜨리자며?”

『그렇다고 가짜이길 바란 건 아니다. 바하르칼 용병단에는 대체 중급마법사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군……가짜를 상대할 때가 아니니 서둘러 이동하지.』

“먼저 가. 아이템은 챙겨야지.”

『알았다.』

핏스톤이 자리를 빠져나가려 움직였다. 그때 연보랏빛 광채가 번쩍이더니 핏스톤의 몸이 쓰러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핏스톤이 입은 골렘의 육체가 그랬다. 벽돌과 흙으로 이루어진 상반신이 녹아서 마그마와 같은 진홍색 액체가 펄펄 끓었다. 본체에는 스치지도 않았지만, 핏스톤은 괴로워했다.

『끄으으으……』

용병마법사들의 몸을 뒤져 아이템을 추려내던 위즈는 한발 늦게 그 모습을 보았다.

“핏스톤!”

『이건, 디스트로이어 레이다! 피해라 위즈!』

하지만 그 경고는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빛이 번쩍이더니 위즈의 한쪽 팔이 증발해버린 것이다. 위즈는 광선의 궤적을 따라 고개를 들어올렸다.

건물 위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 있었다. 그림자가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날렵하게 바닥에서 몸을 일으킨 자가 푹 눌러쓴 후드를 뒤로 젖혔다.

길고 검은 곱슬머리, 창백한 피부. 핏발 선 눈동자가 드러났다.

지금까지 질리도록 보아왔던 잇페인과 같은 모습이었다.

위즈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도 예상은 했었다.

“이번엔 몇 번이지? 4번? 아니면 5번?”

이번에 나타난 잇페인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32번.”

“……32번? 그렇다면 네 앞에는 31명이 있다는 거냐?”

“28명이지. 3명이나 죽었으니까.”

‘잇페인 28’이 매직스틱을 들어 올려 위즈를 겨누었다. 위즈는 인상을 찡그렸다. 날아가 버린 쪽의 팔에 모자손이 장착되어 있었다. 신체절단 등의 피해를 입을 경우엔, 다음에 부활했을 때 해당신체와 함께 장착된 아이템이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모자손은 지금 당장 필요하다.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고 있어야만 하나?’

하지만 잇페인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위즈를 겨눈 매직스틱을 높이 들어 하늘을 향했다.

“라이팅!”

매직 스틱 끝에서 강렬한 빛을 내뿜는 구가 하늘 높이 떠올랐다.

“뭐 하는 거지?”

“우리들을 3명이나 해치운 녀석들이니, 확실하게 끝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역시 숫자가 많으면 쉽겠지?”

“지금 당장 공격해도 난 널 못 당해.”

“물론 그렇지만……우리들은 원래 심상세계에서 할 일도 있으니까. 숫자가 많을수록 좋다는 거지.”

“대체 뭘 원하는 거냐?”

“힘.”

“힘? 무슨 힘?”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나?”

잇페인 32가 낄낄 웃었다.

“이럴 수가!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에게 당한 3명은 대체 얼마나 덜떨어진 거지?”

위즈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잇페인 32는 핏스톤의 상태를 살피더니 손을 툭툭 털었다.

“또 다른 내가 올 때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으니 특별히 알려주지. 이방인아. 날 만나기 전의 네가 가진 힘과, 지금의 네 자신이 가진 힘은 동등한가?”

이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확인할 것도 없지. 사망하지 않았으니 능력치가 떨어질 일은 없어.”

“그렇게 생각하나? 일단 확인이나 해보고 그런 소릴 지껄이시지?

위즈는 스탯창을 열었다. 무심코 스탯을 훑던 위즈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 얼굴을 본 잇페인 32는 즐거워했다.

“이제야 눈치챘나보군.”


======================================

보너스포인트 : 0 [-80(강탈)]

--------------------------------------

힘 : 58 [-10(강탈)]

민 첩 : 58 [-10(강탈)]

지 능 : 40 [-10(강탈)]

집중력 : 161

행 운 : 1 [-10(강탈)]

근 성 : 6 [-40(강탈)]

--------------------------------------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뭐긴 뭐냐? 우리들이 훔친 것들이지.”

“훔쳐? 스탯을?”

“넘버링이 부여된 ‘우리들’은 무슨 수를 써서든 심상세계에 침입한다. 그리고 그때 상대의 능력을 일부 빼가지고 나오는 거다.”

“하지만 내 심상세계에 들어간 놈들은 모두 죽였다고! 그럼 원래대로 돌아가야 하잖아!”

“빼앗긴 것들은 즉시 본체에게 넘겨진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즉시 넘어가버리지. 그러니 우리들을 아무리 죽여 봐야 빼앗긴 힘은 돌아오지 않아. 그나저나……이제 다들 올 때가 됐는데? 오! 저기 왔군.”

잇페인이 가리킨 건물로부터 또 다른 잇페인이 둘이나 뛰어내렸다.

“저기도 있네?”

위즈의 뒤편 골목에서도 다섯이 튀어나왔으며, 잇페인의 뒤쪽에서는 무려 30명이 몰려나왔다. 모두 합쳐 37명이 차례대로 돌아가며 심상세계에 침입하면 위즈의 스탯이 개털 되는 건 한순간이다.

‘아……마음속의 성전만 믿었는데, 놈들이 이런 짓을 할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심상세계에 들여보내지도 않았을 거야!’

위즈는 핏스톤 쪽을 바라보았다. 핏스톤은 아직까지도 골렘의 옷을 입은 채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디스트로이어 레이란 것을 맞은 영향인 것 같았다.

이방인인 위즈와 달리, 이세계의 주민인 핏스톤에게는 치명적인 효과가 부여되는 모양이었다.

위즈는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있다간 둘 다 잇페인들에게 당하고 만다. 일단 핏스톤만이라도 펫 인벤토리에 넣어버리자. 그럼 하나라도 살아남잖아? 게다가 녀석들이 핏스톤의 마력을 노린다는 건, 그 마력으로 레미라를 어떻게 해보려는 속셈이 분명해. 그래, 레미라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핏스톤을 피신시키자.’

시간이 없었다. 터덜거리며 걸어오는 잇페인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저들이 지척에 이르면 두 번 다시 기회는 생기지 않는다.

위즈는 즉시 진각을 밟으며 섀도 런을 사용했다. 하나밖에 남지 않은 팔로 땅을 때려, 기울어지는 몸을 한차례 세우고 연달아 진각을 밟으며 핏스톤에게 다가갔다.

“어딜!”

잇페인 32가 눈의 흰자를 검게 물들였다. 위즈의 시야가 어둡게 물들어갔다. 위즈는 안간힘을 다해 펫 인벤토리를 열고, 핏스톤을 아공간 속으로 던져 넣었다.

“소용없는 짓이다. 널 조종해서 다시 꺼내면 그만이니까.”

“흥! 마음속의 성전!”

위즈의 머리에 둥근 휘광이 맺히며 검은 기운을 몰아냈다. 잇페인 32는 괴로워하면서도 씨익 웃었다.

“빼앗았다!”

잇페인 32는 푹 고꾸라져 움직이지 않았다.


<잇페인 32를 해치우셨습니다.>

<경험치 3800을 얻었습니다.>


위즈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죽을 걸 알면서도 심상세계에 쳐들어왔다. 그리고 위즈의 스탯을 훔쳤다.

이런 식이면 얼마 안가 모든 스탯이 0이 되고 말 것이다.

“벌써부터 그런 표정을 지으면 쓰나. 난 잇페인 11번. 네 능력을 가져가겠다.”

깡마른 마법사의 눈이 시커멓게 물들었다.


작가의말

연참 끝 ! ! !


다 끝나고 보니...제가 쓴 건 글이 아니라 똥이었습니다.

ㅠㅠ

그동안 싸지른 것들...오타며 오류 잡아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네요.

아이 신나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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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시러스
    작성일
    14.03.31 21:09
    No. 1

    오호 스탯에 빨대를 꼿는다니 ㄷㄷ 유저입장에선 저거보다 최악이 없는데요 잘보고 갑니다
    고생하셨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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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4. 고통을 먹는 자 (36) +3 14.04.04 1,244 35 22쪽
88 4. 고통을 먹는 자 (35) +2 14.04.02 1,326 30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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