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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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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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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0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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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22쪽

4. 고통을 먹는 자 (36)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36.

위즈가 잇페인을 만나는 동안, 함께 온 레미라의 마법사들은 은신 주문을 펼친 상태로 하늘을 배회하고 있었다. 원래 은신을 사용 중일 때는 다른 주문을 함께 사용하는 건 좋지 않았다. 은신은 사소한 충격에도 풀려버릴 만큼 컨트롤이 힘든 주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레비테이션을 함께 사용한 이유는, 주택가에서 발생하는 마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용병마법사 개개인이 발산하는 마력을 감지한 레미라의 마법사들은, 용병마법사들의 수준이며 숫자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이미 주민들을 소개시켜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아야 할 주택가는, 호랑이 굴이 된지 오래. 이 사실을 알고도 걸어 다닐 배짱이 이들에겐 없었다.

- 이 높이라면 탐지에 걸리진 않겠지요?

- 당연하지요. 요란한 주문만 아니라면 아무거나 사용해도 좋을 높이요.

- 높이 얘기는 하지 마시오. 그렇지 않아도 잠이 확 깨는구려.

- 저 이방인은 괜찮을지 모르겠소. 저긴 적의 소굴 아니오?

- 일단 지켜봅시다. 여차하면 빠져나갈 틈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겠소?

레미라의 마법사들은 작은 점처럼 보이는 위즈가 잇페인에게 걸어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잇페인에게서 보랏빛 광선이 발사되었다. 광선을 맞은 위즈의 몸이 비틀거리더니 풀썩 쓰러졌다. 그리고 회색연기를 흘리며 사라져버렸다.

미처 끼어들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 저런! 몹쓸 놈을 보았나!

- 그래도 기다리시오.

- 아니, 기다리라니 그게 무슨 소리요? 이방인은 목숨을 걸고 저자와 만났거늘 그게 할 소리요?

- 우리 목적은 잇페인이 빼앗은 ‘링 오브 언밸런스’의 통제권을 되찾는 것이오. 지금 섣불리 움직였다가, 어떤 게 통제권을 빼앗는 목적의 마법진인지를 분간하지 못하면 위즈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일이 되는 거요.

- 으음…….

- 나도 안타깝게 생각하오. 나중에 이방인이 부활하게 되면, 따로 사죄하리다. 지금은 레미라를 구하는 게 우선이오.

톨네스는 마법사들을 다독이며 잇페인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잇페인은 가까이에 있는 작은 가정집으로 들어갔다. 곧 문짝이 날아가고 창틀이 삐걱거리며 흔들거렸다.

“저기로군!”

레미라의 마법사들은 가정집을 향해 주문을 쏟아내었다. 건물을 통째로 날려서 마법진을 없애버릴 의도다. 지붕이 무너지고, 부서진 담벼락이 건물을 덮쳤다. 주문의 여파는 이웃집까지 퍼져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레미라 마법사들이 사용한 주문들을 보면 당연한 결과다.

짧은 시간동안 매직캐논만 여섯 번이나 쏟아낸 사람도 있었고, 강력한 화염의 기둥을 내리 꽂기도 했다. 심지어 잇페인이 즐겨 쓰던 디스트로이어 레이까지 나왔다.

하지만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바닥의 암반을 잘게 부서뜨려 폭발시키는 주문이었다. 이것은 무려 5명이나 사용했다. 마법진은 바닥에 그려져 있으니, 땅을 통해 공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사용한 주문은 중급마법사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것. 대단한 것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이 마법을 사용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이 있다면,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주문을 쏟아 부은 시간은 고작 10초. 이 짧은 시간동안 사용된 주문들은 단 한 번도 캔슬되지 않았으며, 정확하게 목표를 타격했다.

서로간의 거리가 가까웠음에도, 주문들이 서로 부딪치는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 EMP(환경마력)가 고갈되지 않았다.

정확히 초단위의 시간차를 두고 주문을 사용했기에 순간적으로 EMP가 급감하긴 했으나, 고갈되는 일만은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정도면 끝났겠구려.”

“이젠 용병마법사들을 몰아냅시다.”

“잠깐! 저 빛은 뭐요?”

누군가의 외침에 톨네스는 자신들이 파괴한 곳을 내려다보았다. 폭발직후라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가운데, 언뜻언뜻 거울에 비친 햇빛과도 같은 날카로운 반짝임이 나타났다. 톨네스는 윈드커터를 날려 연기와 흙먼지를 걷어냈다. 레미라 마법사들은 모두 신음을 흘렸다.

잇페인이 들어간 가정집은, 지붕이며 벽이며 모두 무너져 그 잔해가 방사상으로 퍼져 있었다. 주변의 땅은 주문 때문에 마구 파헤쳐져, 곳곳에 흙더미가 생겨나 있었다. 헌데 목표가 된 집터만이 정사각형 모양으로 멀쩡하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무로 된 마루가 그대로 남아 있는 집터 한가운데에는, 원형의 마법진이 요사스러운 보랏빛을 내뿜고 있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마법진을 방어하는 주문을 썼다 해도, 이정도의 물량이라면 일부라도 파괴되어야 정상 아닌가?”

“마력의 냄새는 나지만 마법은 아니네. 집터를 잘 보게. 마법진만으로 꽉 찬 곳인데, 방어를 위한 주문을 어디에 새겼겠는가?”

이들의 생각대로 순수한 마법으로 방어한 건 아니었다. 공격자의 입장에서도 EMP의 고갈을 염려하는데, 마법진을 사용하는 쪽은 더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이종의 마법진을 가까이 배치하는 건 금기중의 금기다.

“내 짐작이네만. 예전 연합왕국 시절의 유물을 이용한 게 아닐까싶군.”

모두의 눈이 톨네스를 향했다.

“연합왕국 때의 물건?”

“그랄누타이 선배가 말씀하셨지. 잇페인이라는 마법사가 루인 블래스터를 사용했다고. 했네. 자네들도 알다시피 그 마력포는 연사속도가 너무 느리지. 그래서 충전하는 시간동안 사용할 장비들이 많이 있었을 거네. 만약 루인 블레스터를 찾아낸 유적이었다면, 그 밖의 장비들도 손에 넣었을 테지.”

“저게 그거란 말인가?”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이네.”

“그렇다면 더더욱 가만둘 수 없지. 저런 고물 따위에 질수는 없지 않은가!”

레미라의 마법사들은 두 개조로 나뉘어서 한쪽은, 용병마법사들의 공격을 방어하고, 나머지는 계속해서 마법진을 공략하기로 했다. 마법공학으로 제조된 물건은 과부하를 유도하면 알아서 자멸한다. 연식이 오래된 물건이라면 그럴 확률이 높다.

이번엔 확실히 하기 위해, 조금 더 가까이 근접해서 다함께 디스트로이어 레이를 사용했다.

보랏빛 파괴의 힘이 허공의 한 점에 집중되며 작열했다. 마법진 주변에 쳐진 보호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보호막 속에서 마법진을 밟고 서있는 깡마른 마법사가 검지만 펼쳐 좌우로 까딱였다.

“5분정도 그러고 있으면 뚫릴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타임오버다.”

들으란 듯이 내뱉은 말은 레미라 마법사들에게 똑똑히 전달되었다.

“아, 안 돼!”

잇페인이 밟고 서 있는 마법진에서 흐르는 빛이 더욱 강렬해졌다.

‘링 오브 언밸런스’ 주문이 그동안 축적해놓은 마력을 터뜨릴 준비를 시작했다.

그때 보호막의 안쪽, 잇페인의 뒤에서 사람 하나가 불쑥 튀어나왔다.

위즈였다.


◇◇◇◇◇◈◇◇◇◇◇◇◈◇◇◇◇◇◇◈◇◇◇◇◇


하나의 수단으로 두 가지 목표를 취하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보통 사람들은 이런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옛날이야기 속의 욕심쟁이들처럼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일석이조’라는 말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본질은 기회비용에 관한 이야기다.

A를 선택한다면 B는 포기해야 한다. B를 선택한다면 A를 포기해야 한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A와 B를 둘 다 얻으려 하지 않는다. 하나만 취하고 하나만 잃는다.

둘 다 얻으려 하다가는 둘 다 잃기 십상이기에…….

위즈는 잇페인의 손에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유지하고 있는 몸은 ‘세 갈래 운명의 길’로 나뉜 분신 중 하나이다.

분신은 그 어떤 스킬도 사용할 수 없으며, 무기를 손에 들고도 데미지를 입힐 수 없다. 이 몸뚱이는 오직 도망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싸울 수 없는 몸을 가지고 주의를 끄는 동시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건 불가능하다.

살아남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도망쳐야한다. 그 대신 톨네스를 비롯한 마법사들이 침투할 기회를 만들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잇페인의 주의를 끌고 싶다면, 살아남길 포기해야 한다.

위즈는 두 가지 모두를 선택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위즈는 레미라의 마법사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홀로 잇페인을 만나러 들어갔다.

그리고 예상대로 잇페인은 자신을 죽였다.

디스트로이어 레이에 맞은 위즈의 몸뚱이가 회색연기를 뿜으며 사라져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사물이 비쳐보일정도로 투명한 모습의 위즈가 새로이 생겨났다.

뒤돌아선 잇페인의 몸이 위즈의 몸을 뚫고 지나갔다.

만테코른의 유령사서에게서 얻은 패시브 스킬- ‘망령화’의 효과다.

유령이 된 동안 위즈는 어디로든지 이동이 가능했다.

에켈요새의 결계처럼 유령조차 막는 곳이 아니라면, 왕성이든 지하 감옥이든 상관없다. 유령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이후엔 유령이 서 있는 위치에서 자동적으로 부활하게 되어 있었다.

‘망령화’의 기능이 이것뿐이라면, 이 스킬은 부활시간을 앞당기는 정도의 의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령이 된 직후 1시간 내에, 유령상태의 자신이 서 있는 장소에서 부활시키는 옵션은, ‘망령화’를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바로 ‘급습’.

보통은 죽음을 확인한 상대가, 유령상태로 따라다닐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방심한 틈을 타 부활해서 습격하는 건 더더욱.

‘분신이 둘이나 죽어버렸으니, 삼위일체를 써서 부활하는 건 못하게 되었다. 그냥 기다리면 3시간 뒤 알아서 부활하겠지만, 그 전에 레미라가 끝장나겠지.’

위즈에게 당장 필요한 건, 살아남기 급급하여 뽑아낸 분신이 아니라,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몸이었다.

그 몸을 얻음과 동시에 잇페인의 빈틈을 노릴 수 있는 방법.

이것이 자신이 죽을 걸 알면서도 잇페인을 만난 이유였다.

위즈는 유령이 되기 위해 일부러 죽어준 것이다.

이미 잇페인은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 넣고 있다.

현 상황은 레미라가 준비한 강력한 주문의 컨트롤을 빼앗은 잇페인이 이 섬을 통째로 날려버리기 직전.

위즈는 잇페인의 뒤편에 서서 차분하게 기회를 노렸다.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잇페인에게 공격받을 것이기에, 지금당장 부활해서는 안 되었다.

‘결정적인 순간을 노려야 한다.’

핏 스톤은 ‘밤하늘 아래 어둠 가시밭’을 이용해 마력을 강제로 주입시키면, 마법진의 발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했다. 위즈는 머릿속으로 그 과정을 시뮬레이션 해보았다.

부활과 동시에 ‘밤하늘 아래 어둠 가시밭’을 쓴다. 이변을 눈치 챈 잇페인이 공격을 해온다. 그때 잇페인을 껴안거나, 진각으로 걷어차서 방어가 흔들리게 만든다. 잇페인이 당황한 틈을 타 레미라 마법사들이 가세하여 끝낸다.

‘아니야.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붙잡는 것보다는 밀어내는 게 더 좋겠어.’

진각대신, 화염병으로 불을 붙여 단발성으로 코로나를 사용하는 걸 집어넣자, 잇페인을 방해할 확률이 높아졌다. 게다가 화염병을 발밑에서 깨뜨릴 경우 미미하지만 화상을 입힐 수도 있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잘못하면 위즈 자신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불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건, 화염돌격과 화염의 발자국 때문이다.

‘화염병을 꺼내듦과 동시에 밤하늘 아래 어둠가시밭을 사용하고, 화염병이 깨지는 타이밍에 맞춰 화염돌격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함께 죽는 것밖에 안 돼.’

이렇게 해서 잇페인을 막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급습을 당한 잇페인은 분명 당황할 것이나, 중급 마법사답게 금세 평정을 회복하고 대응할 것이니까.

‘시작되었군!’

레미라 마법사들이 공격을 시작하자, 마법진이 자리한 가정집은 지붕이 주저앉고, 벽이 무너져 내렸다. 바닥으로부터도 폭발이 계속 이어지는지 진동이 계속되었다. 하지만 마법진 자체가 망가지는 일은 없었다.

‘그러면 그렇지.’

뭔가 방어막 같은 거라도 마련해둔 것이리라. 이미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통 크게도 남이 준비한 마법진을 가로채려는 자가 이런 준비를 안했을 리 없다. 그렇다고는 해도 위즈는 조금 놀랐다. 톨네스를 비롯해 이 자리에 온 레미라의 마법사들은 모두 중급마법사이다. 그런 자들이 작정을 하고 쏟아 부은 공격에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약간이라도 손해를 볼줄 알았는데 너무 쌩쌩하잖아?’

이쪽이 멀쩡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는지, 재차 공격이 가해졌다. 이번엔 디스트로이어 레이다. 보랏빛 광선이 허공의 한 점에 집중되며 대기의 한 점을 태웠다. 방어막의 존재를 다시 확인한 위즈는 인상을 구겼다.

디스트로이어 레이가 어떤 주문인가.

핏 스톤과 자신을 쩔쩔매게 만든 주문 아닌가. 그것이 한꺼번에 일점집중 되는데도 뚫리지 않는 방어막이라니.

위즈는 생각보다 단단한 방어막 때문에 일이 틀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잇페인이 검지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5분정도 그러고 있으면 뚫릴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타임오버다.”

들으란 듯이 내뱉은 말을 들은 위즈는 이마를 짚었다. 저렇게 자신할 정도라면 방어막의 실제 성능은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바닥의 마법진에서는 더욱 강렬한 빛이 흘러나왔다.

“아, 안 돼!”

레미라 마법사들이 소리 질렀다.

위즈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지금을 놓치면 다음은 없다.

‘부활!’


<망령화 상태가 해제됩니다.>

<캐릭터가 부활하였습니다.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잇페인의 바로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위즈의 손이 인벤토리 속을 빠져나왔다. 그 손에 들린 건 화염병 세 개와 마력포션 하나. 화염병은 바닥에 떨어져 내렸고, 마력포션은 입구가 개봉되었다.

“밤하늘 아래 어둠가시밭!”


<마법진에 당신의 마력을 강제 주입하는 중입니다.>

<완전한 통제를 위해서는 더 많은 마력을 공급해야 합니다.>


이변을 느낀 잇페인의 고개가 돌아갔다.

“어떻게 네놈이 보호막 안에?”

경악한 그의 얼굴은 곧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바닥에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시커먼 가시들이 그의 다리를 꿰뚫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가시들의 대부분은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에 집중되어 있었다.

“프로즌……크윽!”

주문을 외우던 잇페인은 바닥에서 치솟는 불길을 피해 허둥지둥 물러섰다. 당연히 주문은 완성되지 못했다. 위즈는 정령강화와 화염동격을 거의 동시에 발동시켰다. 자주 사용하던 스킬이기에 가능한 재주였다. 둘 다 한번 걸어두면 알아서 일정시간 유지되는 스킬이었기에, ‘밤하늘 아래 어둠 가시밭’은 캔슬되지 않았다.

위즈는 화염병이 깨진 자리로 들어가 화염의 발자국을 밟으며 잇페인을 쫒았다. 잇페인은 거리를 벌리며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렇게는 안 돼지!”

위즈는 마력포션을 연달아 들이켰다. ‘밤하늘 아래 어둠 가시밭’ 때문에 800까지 올려둔 되는 마력이 금세 빠져나갔다. 벌써 5병이나 마시고 있다. 마력사용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면, 코로나를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위즈는 마력게이지를 확인하며 포션을 입에 물었다.

‘지금이다!’

위즈는 잇페인에게 코로나를 내쏘았다.

“크헉!”

잇페인의 몸이 펄쩍 뛰어올랐다. 어쩐 일인지 잇페인은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코로나를 얻어맞았다. 위즈는 곧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마법진을 보호하는 방어막은, 박살나기 전의 가정집과 비슷한 크기였다. 당연히 이 협소한 공간에서 뒷걸음질만 치다가 잇페인은 방어막에 등이 닿은 것이다. 그때 위즈의 코로나가 작렬한 것이다.

잇페인이 입에 거품을 물면서 엉거주춤하게 사타구니를 감쌌다.

조금 전 위즈는 올려차기로 코로나를 날렸다. 돌려차기는 동작이 커서 피해버릴 것만 같아서였다. 그래서 지금 잇페인의 고간은 코로나의 화염 데미지가 제대로 들어가 활활 불타고 있었다.

위즈는 다시 올려차기를 했다. 그 모습을 본 잇페인이 무릎을 들어 막아냈지만, 그것은 페이크. 마력이 다시 간당거리는 마당에 코로나를 쓸 리 없다. 위즈의 장저가 잇페인의 턱을 올려쳤다. 커다란 덩치를 이용해 먹인 체술이다. 잇페인의 머리에서 덜걱 소리가 나며 비틀거렸다.

“크윽!”

위즈는 마력을 채우며 다시 코로나를 날렸다. 이번에도 같은 곳이다.

“커억!”

잇페인의 충혈된 눈이 오그라들며, 그 몸뚱이가 튕겨져 나갔다. 방어막의 바깥으로. 잇페인은 허둥지둥 몸을 일으켜 다시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번 밖으로 나간 잇페인은 다시 들어오지 못했다.

“디스트로이어 레이!”

잇페인의 매직스틱에서 보랏빛 광선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레미라의 마법사들이 동시에 사용해도 이 방어막을 뚫는데는 실패했다. 잇페인 혼자서 써봐야 소용없었다.

잇페인의 주먹이 방어막을 후려갈겼다.

“이놈! 방어막과 함께 통째로 날려주마!”

잇페인이 그러거나 말거나 위즈는 마력포션을 양손에 나눠들고 여유롭게 마력을 채웠다. 그 모습이 더욱 분통터진 잇페인이 소리 지르려던 찰나, 그의 뒤쪽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이젠 우리도 좀 상대해 주지 그러나?”

“젊은 놈이 웃어른을 공경할 줄도 모르나?”

뒤돌아보니 알록달록한 잠옷을 입은 자들이 매직스틱을 이쪽으로 겨눈 채 다가오고 있었다. 바로 레미라의 마법사들.

나이로 따지자면 300살은 훨씬 먹은 자신이 연장자이다. 그런데 젊은 놈 운운하며 핍박하자 잇페인의 분노가 폭발했다.

“무능력자 놈을 믿고 설치나 본데, 이 정도 거리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마법진을 내 멋대로 할 수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위즈가 싱긋 웃으며 검지와 중지를 벌려 브이(V)자를 그렸다.


<마법진에 당신의 마력을 강제 주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링 오브 언밸런스’ 주문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입한 마력총량은 5900입니다. (1분간 통제 지속)>


“톨네스님 이거 1분밖에 통제를 못한다는데 어떡해야 하나요?”

“그 마법진만 폐쇄해버리게.”

“어떻게요?”

“한번 작동한 마법진은 주인의 마력이 끊기면 작동을 멈추지.”

“아하!”

위즈는 즉시 마법진으로 흘러들어가는 마력의 공급을 끊었다. 그러자 마법진에서 흘러나오는 빛이 급속도로 약해져갔다.

“자네는 졌네. 이제 무슨 수로 우리들을 핍박할 셈인가?”

잇페인이 매직스틱을 쳐들었다.

“흥! 나에겐 아직도 휘하의 용병마법사들이 있다!”

주택가 곳곳에서 용병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일제히 매직스틱을 겨누며 포위해 들어갔다.

그때 바닥이 크게 흔들리면서 핏 스톤의 목소리가 울렸다.

『위즈! 섀도 런을 써라!』

그 목소리를 들은 위즈는 서둘러 마력을 채웠다.

“섀도 런!”

위즈와 잇페인의 거리는 지척. 둘의 그림자가 겹친 순간, 핏스톤의 목소리가 울렸다.

『밤하늘 아래 어둠가시밭!』

위즈가 사용한 것의 몇 배나 되는 가시들이 잇페인의 그림자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마력 총량이 높기 때문인 것 같았다. 위즈는 이 공격이 잇페인을 인질로 삼아 포위망을 뚫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위망을 걱정할 필요는 없게 되었다.

“으아악!”

“끄아아아악!”

공격을 받은 건 잇페인인데, 달려온 용병마법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쓰러진 자들의 몸에는 고슴도치처럼 시커먼 가시로 뒤덮여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위즈, 그대가 조금 전 코로나로 녀석의 사타구니를 걷어찼을 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나?』

“뭐가 어쨌는데?”

『레미라의 모든 용병마법사들이 사타구니를 붙잡고 방방 뛰었다.』

“그 말은?”

『그래. 분신들에게 입힌 피해는 본체에게 해를 주지 못한다. 하지만 본체에 입은 피해는 분신에게 고스란히 돌아가지.』

“이놈이 진짜 잇페인이로구나!”

위즈의 눈이 활활 불타올랐다. 본체를 잡으면 그동안 강탈당한 스탯을 돌려받을 수 있다.

잇페인이 부들부들 몸을 떨며 몸을 일으켰다. 그 역시 가시 때문에 온몸이 피투성이였지만, 중간보스답게 인상을 쓰며…….

“레비테이션!”

“비겁하게 도망가는 거냐!”

레미라 마법사들을 제치며 쏜살같이 내빼는 잇페인.

하지만 마법사들은 잇페인을 쫓아가지 않았다. 바닥에 엎드려 벌레처럼 몸을 꿈틀거리고 있다.

“뭐하는 거예요? 잇페인이 도망치잖아요!”

“으윽! 환각이 보여서 캐스팅을 할 수 없네.”

“렌틸이란 마법사가 만들었다는 독?”

“그 사이 뿌린 모양이네.”

톨네스가 분한 목소리를 흘렸다. 위즈는 즉시 방어막을 뚫고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효과가 다한 모양인지 빠져나오는 건 쉬웠다. 즉시 시야가 붉게 깜빡이며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중독되셨습니다.>

<1시간동안 독성을 억누릅니다.>

<‘렌틸의 confusing smoke’를 들이마셨습니다. 독성은 약하지만 환각을 보는 효과가 있습니다.>

<30분경과 후 환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톨네스가 입을 딱 벌렸다.

“자네까지 중독되면……음? 아무렇지도 않나?”

“독에 대한 저항력이 있어서 괜찮아요. 핏 스톤! 이분들을 보호해줘.”

『알았다.』

위즈는 힘차게 진각을 밟으며 잇페인이 사라진 방향으로 달렸다.

짠내가 물씬 풍기는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할퀴었다.

주택가는 바다와 가까운 곳이었다.


작가의말

1.

잇페인 : 소세지가 불타는 고통. 누가 알리오?


2.

내일 토요일...

2014. 04. 04.

PM:1:30~5:00

윈앰프 음악방송이란 걸 시도해보려 합니다.

신청곡 받고 멘트까지 하는 거창한 건 아니고요......

그냥 폭천이 글 쓰면서 뭘 듣고 있나 궁금하신 분은 한번 들어 보시길.

어...근데 저번주 시도에선 실패 했음요.

왜냐하면 넷북은 원래 방송이 안된다네요...헐....

그래서 내일은 주말이고 하니까, 멀티방이란 데 가서 해보려 합니다.

[피방에서 하기엔 좀 그러니까....;;;]

2시가 넘어도 안 된다면...제가 띨띨해서 또 실패한 걸로 아세요. ㅠㅠ


링크가 안 눌러지네요.

  [내일상] 게시판에 보면 나와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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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2) +3 14.04.17 1,765 33 21쪽
93 5. 혼돈을 비추는 거울 (1) +2 14.04.16 1,426 28 23쪽
92 4-(ED) +1 14.04.12 1,449 28 22쪽
91 4. 고통을 먹는 자 (38) +5 14.04.10 1,396 26 25쪽
90 4. 고통을 먹는 자 (37) +3 14.04.07 2,293 54 31쪽
» 4. 고통을 먹는 자 (36) +3 14.04.04 1,244 35 22쪽
88 4. 고통을 먹는 자 (35) +2 14.04.02 1,326 30 26쪽
87 4. 고통을 먹는 자 (34) +1 14.03.31 1,166 26 22쪽
86 4. 고통을 먹는 자 (33) +1 14.03.29 1,032 31 22쪽
85 4. 고통을 먹는 자 (32) +1 14.03.28 870 21 20쪽
84 4. 고통을 먹는 자 (31) +2 14.03.27 1,124 31 20쪽
83 4. 고통을 먹는 자 (30) +2 14.03.26 1,398 25 21쪽
82 4. 고통을 먹는 자 (29) +1 14.03.25 1,413 29 22쪽
81 4. 고통을 먹는 자 (28) +1 14.03.24 1,979 45 25쪽
80 4. 고통을 먹는 자 (27) +2 14.03.22 2,980 118 36쪽
79 4. 고통을 먹는 자 (26) +1 14.03.21 1,203 25 24쪽
78 4. 고통을 먹는 자 (25) +2 14.03.20 1,708 34 24쪽
77 4. 고통을 먹는 자 (24) +3 14.03.19 2,092 35 25쪽
76 4. 고통을 먹는 자 (23) +2 14.03.18 1,702 27 27쪽
75 4. 고통을 먹는 자 (22) +3 14.03.17 2,396 60 21쪽
74 4. 고통을 먹는 자 +21화 +2 14.03.17 1,603 29 13쪽
73 4. 고통을 먹는 자 (21) +2 14.03.15 1,260 30 16쪽
72 4. 고통을 먹는 자 +20화 +2 14.03.15 1,233 40 12쪽
71 4. 고통을 먹는 자 (20) +3 14.03.14 2,338 30 27쪽
70 4. 고통을 먹는 자 (19) +3 14.03.13 2,779 112 24쪽
69 4. 고통을 먹는 자 (18) +2 14.03.12 1,991 42 22쪽
68 4. 고통을 먹는 자 (17) 14.03.11 1,514 41 25쪽
67 4. 고통을 먹는 자 (16) +2 14.03.10 1,513 29 22쪽
66 4. 고통을 먹는 자 (15) +4 14.03.08 1,908 29 24쪽
65 4. 고통을 먹는 자 (14) +3 14.03.07 2,482 117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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