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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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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1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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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7쪽

4. 고통을 먹는 자 (20)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20.

섬의 귀퉁이가 통째로 붕괴되는 일이 벌어졌지만, 마법사들은 동요하지 않고 일을 계속했다. 모든 인원들은 항구에 집결되어 있었다. 오가는 이를 감시하던 남쪽의 모래사장도, 동쪽의 항구도, 제단이 있던 서쪽도 인적이 끊겼다.

“으으으…….”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서쪽 계단에 앓는 소리가 울렸다.

불규칙적으로 변한 파도소리가 찰박거리며 계단을 때렸다. 폭풍이 이동해가면서 폭풍의 눈도 이 섬을 벗어나고 있었다. 바다가 거칠어지면서 자연스레 파고도 높아졌다. 이런 날은 배를 띄우기는커녕 헤엄도 못 친다.

그런 바다 속에서 사람의 팔이 튀어나왔다. 헛손질을 하던 팔뚝이 척 하고 계단에 걸쳐졌다. 뒤이어 반대편 팔이 물기를 뚝뚝 흘리며 올라왔다.

찰싹.

젖은 몸을 악착같이 끌어올리며 상체를 계단에 걸친 사람은 버둥거리며 다리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물기 때문에 축축해진 계단은 불청객을 반기지 않았다.

“으 어어?”

불청객은 팔을 허우적거리다가 다시 바다에 빠졌다.

“푸우!”

바다 속에서 머리가 튀어나오며 숨을 내뱉었다.

“제길! 또 몸이 말을 안 듣네.”

불청객의 정체는 위즈였다.

섬의 북쪽이 무너질 때, 위즈는 토사와 함께 물속에 파묻히다시피 했다. 하지만 물속이라서 오히려 탈출하기가 쉬웠다. 오랜 시간 퇴적된 토양이 아닌, 이제 막 덮이기 시작한 것이라 손으로 후비기만 해도 몸이 쑥쑥 빠져나왔다.

거기에다 사샤가 주었던 생명의 진주 덕분에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었다. 스태미나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위즈는 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위즈의 몸은 전체적으로 엉망이었다. 자연적으로 회복되어야 할 스태미나가 회복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인벤토리에 ‘이름 없는 여신상’이 들어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다.

모든 건 학살자의 망령에 깃든 영혼이 빙의되어 한바탕 날뛰고 난 뒤부터였다.

“마냥 좋은 게 아니야 이거.”

스태미나 말고도 다른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다. 프로즌 스피어에 찔린 상처도 문제다. 포션으로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나, 상태이상 저체온증에 걸리고 말았다.

위즈는 당분간 싸우는 건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섬을 떠나지 못한 건, 아직 핏스톤을 회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곳이 대륙이었다면, 따로 회수할 것 없이 땅과 동화된 핏스톤이 알아서 쫓아왔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은 섬. 핏스톤에게 헤엄칠 능력은 없으니 다시 불러내 펫 인벤토리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제단도 깨부숴야 했다.

“일단 학살자의 망령은 회수했으니까.”

계속 미끄러지면서도 위즈는 계단에 기어올랐고, 두 차례의 시도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후딱 해치우고 여길 빠져나가자.”

위즈는 지친 몸을 이끌고 제단이 있던 동굴에 들어섰다. 위즈는 작은 목소리로 핏스톤을 불렀다.

“어디 있어? 핏스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 위즈는 제단이 있던 동굴 끝까지 들어갔다.

동굴의 모습은 위즈가 떠날 때와 비교해 많이 바뀌어 있었다.

일단 벽 곳곳에 그을린 곳이 있었고, 녹아내린 곳까지 존재했다. 전투의 흔적이었다.

제단이 있던 자리는 바닥이 파헤쳐져 있었다. 위즈는 파헤쳐진 바닥을 학살자의 망령으로 때려보았다. 불꽃이 튀며 칼이 도로 튕겨져 나왔다. 그냥 단단하게 뭉친 흙이라고 얕볼 게 아니다.

‘용병마법사들의 반응을 보면 제단을 찾지 못한 건 분명해. 그럼 핏스톤은 어디 있지? 내가 찾아온 건 진즉 알고 있을 텐데?’

그때 누군가 위즈를 불렀다.

『댁이 위즈?』

“어? 맞는데.”

소리는 가까이에서 들리고 있었다.

“어디야?”

『둔하긴……발밑을 봐.』

위즈의 고개가 숙여졌다. 정말로 뭔가 있었다. 사람 주먹만 한 진흙덩이가 방방 뛰면서 위즈의 신발을 툭툭 치고 있었다. 하지만 핏스톤은 아니다. 핏스톤은 이런 깜찍한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다.

“진흙덩이?”

『시간이 없으니 본론만 말하지. 난 분체다.』

“그게 뭔데?”

『핏스톤이 본체고, 난 필요에 따라 잠깐 만들어진 존재란 거야. 학살자의 망령은 가지고 왔겠지?』

“지금 들고 있는 게 그거야.”

『제단을 끌어올릴 테니까 그걸 파괴해라.』

위즈는 학살자의 망령을 단단히 틀어쥐었다.

“난 준비되었으니까 시작해.”

『제단을 끌어 올리면 난 힘이 다해 소멸된다. 그전에 하나 더 알려주지. 내 본체는 납치됐다.』

“뭐?”

『내 본체 핏스톤이 납치됐다.』

위즈는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한테 납치당했는데? 아니, 그전에……땅속에 숨어서 피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

『왜 못 피했는지는 본체한테 가서 따지도록 하고. 납치한 놈은 잇페인이라는 녀석인데, 곱슬머리 길게 늘어뜨린 마법사다.』

“잇페인이라고?”

『어이? 나 너무 오래 버티고 있었다고. 본체가 준 마력이 부족하면 제단을 끄집어내지 못할 수도 있어.』

위즈가 느물거리자 핏스톤의 분체가 채근했다.

“알았어. 제단이나 불러내.”

핏스톤의 분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높이 튀어 올랐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지자 철퍽 소리를 내며 납작해졌다. 바닥이 소리 없이 둥글게 부풀어 올랐다. 이윽고 솟아난 바닥의 가운데가 쭉 갈라지며 하얀 돌덩이가 드러났다.

우윳빛 광택을 흘리는 네모난 돌.

염소를 제물로 갖다 바치던 제단이었다.

“흐읍!”

위즈는 학살자의 망령을 높이 치켜들어 힘껏 내리찍었다. 손목이 떨어져나갈 것처럼 굉장한 반탄력을 각오하며 위즈는 그 어느 때보다 긴장했다. 허나 그 각오가 무색하게도 학살자의 망령은 그냥 제단에 박혀들었다. 장작 패듯이 너무도 수월하다. 위즈는 제단에 발을 걸치고 학살자의 망령을 힘주어 뽑아냈다. 제단에 실금 같은 균열이 번지더니 와스스 부서져 내렸다.

“핏스톤의 말대로야.”

부서진 제단의 파편을 뒤지니 둥근 수정구 같은 게 나왔다.

위즈로서는 이번이 세 번째로 보는, 마력을 품은 결정-봉인구이다.

이제껏 위즈가 접해온 봉인구는 어둠의 열매를 처리 후 얻은 부산물이었다. 부산물에는 마력이 없었다. 반면, 제단 속에서 나온 것은 봉인구 상태인데도 마력이 넘실거렸다. 마력을 보는 눈으로 확인해보니, 너무 짙어서 검정에 가까운 보라색 덩어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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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된 봉인구]

엄청난 마력을 인위적으로 모아두었습니다. 취급에 주의를 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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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챙겨 넣자.”

위즈는 인벤토리 속에 봉인구를 보관해두었다.

“이것만으로는 뭔가 아쉽기도 하단 말이야?”

주변을 둘러보니 흙더미 속에 손잡이만 내밀고 있는 물체가 있었다. 흙을 치워내 보니 제단과 한 쌍이라던 크리스였다.


====================================

[아렌의 크리스][내구도: 무한]

의식용 단검.

제물의 생명을 마력으로 변환시켜주는 물건입니다.

[제물이 가진 현재체력의 1/100이 1의 마력으로 바뀝니다.]

물리공격력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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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단검이라고?”

일반적인 검만 한 크기를 단검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으나,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내구도가 무한인 물건이라는 점이다.

“내가 가진 모자손도 일단은 내구도가 무한……비파괴 오브젝트라 이거지”

더 오션의 비파괴 오브젝트는 주로 게임의 배경들이었다.

예를 들어 궁전에 매달린 샹들리에에 사용된 보석 같은 것이 그렇다. 유저들의 접근을 원천차단하기 위해서다. 만약 그런 보석들을 빼어 갈 수 있게 된다면, 많은 유저들이 왕궁을 털려고 줄을 설 것이다. 레벨 쉽게 올리겠다고 NPC도 죽이는 PK들이니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비파괴 오브젝트는 알게 모르게 더 오션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런데 가끔 유저가 사용하는 아이템 중에 내구도가 무한인 것들이 등장한다.

재료아이템의 경우가 흔하지만, 간혹 퀘스트의 중요아이템이 그럴 때도 있다.

위즈는 이 크리스에서 퀘스트의 냄새를 맡았다.

”혹시 모르니까 이것도 챙기자.”

위즈는 방수포를 꺼내 크리스를 잘 감쌌다. 마력을 뽑아내는 물건이라고 하니, 인벤토리속의 수정구와 접촉해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었다. 수정구의 설명에도 조심하라고 적혀 있지 않은가.

“아예 수정구도 감싸버리자.”

위즈는 방수포를 찢어서 수정구까지 돌돌 말았다. 그렇게 두 개의 아이템을 챙기고 나자, 위즈는 부서진 제단에도 생각이 미쳤다. 이미 부서져버린 제단은, 파괴된 오브젝트라 아무짝에 쓸모도 없지만 일단 확인은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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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의 제단파편-(49/100)]

제단을 이루는 파편입니다. 마력회로가 완전히 날아가 버린 조각은 이제 평범한 돌조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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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있던 걸 내려놓고 다른 조각을 집어 들자, 같은 내용의 아이템설명이 떴다. 달라진 건 뒤에 달린 숫자뿐이다. (49/100)이라는 건 100개의 조각 주에 49번째라는 뜻이었다.

“숫자가 붙어 있으면, 다른 게임에서는 모았단 말이지…….”

위즈는 입맛을 다시며 주섬주섬 조각들을 인벤토리에 담았다. 100개나 되는 조각을 모두 모으자 인벤토리의 빈공간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이게 쓸모가 있기만을 바라자.”

챙길 것 다 챙긴 위즈는 손을 툭툭 털고 일어섰다. 이제 이 섬을 빠져나가는 일만 남았다.

“아쿠에리언이 갇힌 얼음도 지금쯤이면 녹았을 테니 퀘스트 완료보고만 하면 되겠군.”

원래대로라면 얼음은 쉽게 녹지 않아야 했다. 마력으로 생성된 얼음이니까.

하지만 위즈는 주문보다 무서운 게 마력의 간섭이라는 것을 알고 그걸 이용했다.

바다 속에 빠지기 전, 용병마법사들은 위즈를 꼼짝 못하게 해놓고는 서로의 마력을 공명시켜서 강력한 주문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마력으로 이루어진 허상으로 들이받은 것만으로도, 그들의 마력이 폭주하여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었다.

그것에 착안하여 위즈는 얼음에 서린 마력의 일부를 지워버렸다. 대단한 도구가 필요한 일도 아니었다. 그저 모자손에 마력을 담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러자 바다에 빠지면서 금이 간 부분이 비로소 녹기 시작했다.

섬으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는 아쿠에리언 아이들의 팔다리가 일부 밖에 드러난 상태였다.

“걔들은 알아서 집으로 돌아갔을 거고. 이제 남은 건 납치된 핏스톤인데…….”

신임사장인 케이트에게서 잇페인의 등장을 들어서 알고 있었기에, 위즈는 그동안 잇페인에 대해 이것저것 연구를 해왔다.

Lv.50 유저가 1000명이상 존재해야 비로소 등장하는 보스 잇페인.

위즈는 잇페인이 레미라에 상륙하기 전, 바다에서 싸움을 걸면 승산이 있다고 보았다.

해적들을 이용해 난전을 걸고, 그 틈에 배를 통째로 가라앉혀버리는 것이 위즈의 계획이었다. 그리고 만에 하나의 경우를 대비해 빌헬름텔에게 저격을 맡기면, 잇페인을 죽이진 못해도 레미라를 지키는 건 충분하다고 여겼다.

“어차피 싸워야할 상대야. 겸사겸사 핏스톤도 구해내지 뭐.”

위즈는 학살자의 망령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옷가지를 단단히 여몄다. 그리고 달렸다. 동굴을 벗어나 바다로 뛰어들기 위해서이다.

퍽. 우당탕!

위즈는 머리를 감싸 안았다. 누군가 맞은 편에서 걸어오다 위즈와 부딪친 것이다. 상대도 머리를 쥐고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상대의 복장을 확인한 위즈는 모자손으로 상대의 얼굴을 후려갈기며 저장된 스크롤을 사용했다. 플레임 플라워를 피울 작은 불꽃알갱이가 상대의 이마로 쏘아졌다.

“크아아아악!”

로브자락이 타들어가며 선명한 불로 이루어진 꽃을 피워냈다.


<450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어차피 이 섬에 로브를 걸친 자들은, 위즈를 제외하면 전부 바하르칼의 용병마법사다.

“시간을 너무 끌었어.”

위즈는 인벤토리 속에서 윈드커터 스크롤을 두어 장 꺼냈다. 미처 필사를 해놓지 못해 펑펑 써댈 만큼 스크롤이 넘치지 못했다. 배리어를 친 용병마법사들이 스크럼을 짜고 동굴로 들어섰다. 그 뒤로 매직스틱을 엇갈려 겹친 자들이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배리어 역시 공명하고 있다. 스크롤 따위로는 흠집도 못 낼 것이라 생각하자 손에서 힘이 빠진다. 스크롤이 팔랑거리며 바닥에 내려앉았다.

“망했군.”

위즈는 씁쓸하게 웃었다.


◇◇◇◇◇◈◇◇◇◇◇◇◈◇◇◇◇◇◇◈◇◇◇◇◇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위즈는 사로잡혔다. 싸워서 얻을 게 없을 때는 포기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위즈는 조금 전 자신의 판단을 후회했다.

퍽!

용병마법사들 중 나이가 지긋한 자가 위즈의 허리를 걷어찼다. 자연스레 허리가 새우처럼 구부러진다.

“어디다 뒀냐고!”

“관리소홀로 잃어먹고는 애먼 곳에 화풀이라니…….”

얻어맞으면서도 위즈는 실실 쪼갰다.

“이 놈이!”

다시 발길질이 날아들었다. 위즈는 온몸이 묶여 있었기에 피할 수 없었다.

용병마법사들이 서쪽의 동굴에 찾아온 것은, 의식용으로 쓸 아렌의 크리스를 가져오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애타게 찾는 크리스는 지금 위즈의 인벤토리 속에 들어 있다. 도둑 스킬이 있으면 모를까, NPC들이 인벤토리 속의 물건을 꺼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들은 인벤토리에 크리스가 들어 있다는 것도 모른다. 위즈가 입을 꾹 다물고 모른 체 했기 때문이다.

“그만하십시오. 그러다 죽겠습니다.”

“화가 나서 그런다. 화가 나서! 그 중요한 걸 어째서 그곳에 두고 왔나!”

“죄송합니다.”

“잇페인 그놈이 항상 문제지. 후우후우…….”

나이를 헛먹은 게 아닌지 늙은 마법사는 금세 평정을 되찾았다.

“할 수 없다. 이대로 의식을 진행한다. 염소들을 모조리 가져와!”

“제단이 무게를 버틸까요?”

“그건 네놈들이 알아서 할 문제다. 만약 의식이 끝나기도 전에 제단이 무너지면, 너희들은 한날에 장례를 치를 줄 알아라!”

그 말을 들은 기술자들이 후닥닥 뛰어가 제단에 굄목을 기대어 놓았다.

이들이 말하는 제단이란, 나무를 짜 맞춰 만든 커다란 구조물이었다.

‘건물을 부숴서 만든 거로군. 게다가 나무를 많이 사용했으면서 이렇게나 높이 쌓아놓다니?.’

구조물의 높이는 10층 건물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나무들이 지나치게 얼기설기 짜 맞춰져, 아슬아슬해 보인다. 잠시 후 마법사들이 염소들을 끌고 와 구조물로 올려 보냈다. 목줄까지 풀어주자 염소들은 신이 나서 계단을 올라갔다. 원래 높은 곳을 좋아하는 짐승다웠다.

“너도 올라가라.”

용병마법사들이 위즈의 등을 떠밀었다.

“무슨 속셈이지?”

“닥치고 올라가기나 해. 죽고 싶지 않으면.”

위즈는 마지못해 계단에 발을 올렸다.


◇◇◇◇◇◈◇◇◇◇◇◇◈◇◇◇◇◇◇◈◇◇◇◇◇


파도가 점점 거칠어졌다. 굵은 모래가 조개껍데기를 몰고 물속을 휘저었다. 이미 물속은 모래가 뒤집히면서 혼탁해지고 있었다.

특히 토사가 흘러내린 섬의 북쪽은 그 정도가 심했다.

그 혼탁한 물속에서 창백한 피부의 팔다리가 마구 버둥거렸다. 그럴 때마다 ‘딱딱’ 하고 둔한 소리가 울렸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돼!』

『태풍이 몰려올 거야! 서둘러!』

이들은 얼음에 갇힌 어린 아쿠에리언들이었다.

위즈의 예상과는 달리, 얼음이 녹는 속도는 느렸다. 이들은 아직도 얼음에 끼어서 빠져나가질 못하고 있었다.

『인간이 얼음을 다 녹여주었으면 우리가 이 고생 안하잖아!』

『사정이 있겠지. 입 놀릴 시간에 얼음이나 부숴.』

『크아아악! 열 받아!』

경비병의 축소판처럼 생긴 아이는, 괄괄한 성격을 참지 못하고 얼음을 긁었다.

4개의 팔꿈치가 굽혀지면서, 뾰족한 돌기가 튀어나왔다. 그것이 얼음을 때릴 때마다 틱틱 소리를 내며 얼음에 금이 갔다.

『됐어. 여기부터는 내가 해볼 테니까 가시를 거둬, 쥐스킨. 흐읍!』

쥐스킨이라 불린 어린 아쿠에리언이 팔을 쭉 폈다. 그러자 얼음을 부수던 가시가 쏙 들어갔다.

그러자 다른 아쿠에리언이 물을 빨아들이면서 몸을 부풀렸다. 아이의 몸은 풍선처럼 빵빵해졌다. 밖에서 때려 약화시킨 얼음은, 내부의 압력을 버티지 못했다.

와자작.

얼음이 부서지며 파도에 휩쓸려 나갔다. 그것에 부딪치지 않도록 피하며 어린 아쿠에리언들은 더 깊은 바다로 빠져나왔다.

아무리 물속에 사는 아쿠에리언이라 해도, 태풍에 휘말리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들이 있는 바다는 얕아서 파도칠 때마다, 물속의 부유물들이 요동쳤다.

『야. 잠깐만.』

『왜?』

『돌아가야겠다.』

『놓고 온 물건이라도 있어?』

『어.』

『뭔지는 몰라도 나중에 찾으러 오자. 파도가 심상치 않아.』

『나중에는 늦어.』

쥐스킨이 4개의 팔이 팔짱을 끼자, 날카로운 가시가 끝까지 튀어나왔다. 어른들의 것보다는 못하지만, 독을 품고 있어 위험하다는 것만은 똑같다. 아쿠에리언 중에서도 하만 부족은 용맹한 전사. 그 피를 타고 난 쥐스킨이 투기를 내뿜자 다른 아쿠에리언이 당황했다.

『너 왜 그래?』

『이대로 돌아가는 건 싫어. 인간 놈들에게 한방 먹여주지 않으면 분이 풀리질 않아.』

『너 미쳤어? 물밖에 나가면 약해지는데 무슨 수로? 마법사들에게 들킬 거야!』

『태풍이 섬으로 오고 있잖아. 밖에 싸돌아다니는 놈들은 없을 거야. 이틈에 배에 구멍을 뚫는 거지. 이 정도는 괜찮잖아?』

『확실히 그 정도라면…….』

『린켄 너도 화날 거 아냐?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거야?』

『하지만……어른들이 걱정할 텐데』

린켄은 고개를 숙인 채, 모아 쥔 양손을 꼼지락거렸다. 그 모습을 본 쥐스킨은 분통을 터뜨렸다.

『에라, 그러고도 사내자식이냐? 나 혼자라도 간다. 겁쟁이는 집에나 돌아가!』

쥐스킨은 뒤돌아서 섬으로 헤엄쳐갔다. 섬 주변의 얕은 바다는 미쳐 날뛰고 있었다. 쥐스킨은 자꾸만 헤엄치는 방향이 뒤틀어졌다. 조금 전에는 그래도 헤엄치는 것을 방해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확실히 위험해지고 있었다. 쥐스킨은 어른들의 말을 떠올렸다.

『이럴 때는 차라리 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게 낫다고 했지.』

쥐스킨은 헤엄치는 것을 포기하고 밑바닥에 내려섰다. 온갖 부유물들이 일어나 바닥은 지저분했다. 저 멀리 파도가 부자연스럽게 갈라지는 게 아쿠에리언의 민감한 감각에 잡혔다.

『배는 저쪽이군.』

쥐스킨은 바닥을 걸어서 항구에 도착했다. 항구 쪽은 지형 때문에 물속 사정이 훨씬 나았다. 모래가 적고 돌이 드러나 있어서 시야확보에도 문제가 없었다. 쥐스킨은 물속에 가라앉은 커다란 닻을 발견했다. 닻과 배를 연결한 굵은 쇠사슬을 툭툭 치며 쥐스킨은 입맛을 다셨다.

『이것만 끊어버릴 수만 있으면 간단한데.』

아무리 하만족의 독가시가 대단해도, 멀쩡한 쇠를 뚫는 건 어렵다.

어른들 중에서도 일부만이 그런 재주를 부릴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쥐스킨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실행에 옮겼다.

『그럼 바닥에 구멍을 뚫어볼까?』

쥐스킨은 배 밑바닥으로 헤엄치며 손목을 꺾었다. 팔꿈치로 빠져나와야 될 가시가, 손목의 균열로 삐죽 튀어나왔다. 역방향으로 튀어나온 가시는 훨씬 가늘고 예리했다. 쥐스킨은 용골을 피해서 움직였다. 배 밑바닥은 얇은 동판을 러셋으로 박아 고정시켜두었는데, 그 사이에 가시를 넣고 비틀자 동판의 틈이 벌어졌다. 가시를 빼내자 동판과 동판 사이로 목재가 드러났다. 쥐스킨은 가시를 세워 나무를 후벼 팠다.

『인간들이 눈치 채면 곤란하니까, 최대한 작게…….』

그 대신 쥐스킨은 배 한 척당 10개 이상의 구멍을 뚫어두었다. 구멍이 작다고는 해도, 동시 다발적으로 물이 새면 누구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정작 위험한 곳을 찾아내지 못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뚫은 구멍은, 언제나 근처의 목제를 긁어서 얇게 만들어 두었다. 본격적으로 물이 새면, 목재가 갈라지도록 독을 스며들게 만든 것이었다.

하만 족의 독은 생물체의 부산물인, 목재에도 부식독으로서 효과를 나타냈기에 가능한 장난이었다.

『좋아. 남은 건 저쪽에 있는 작은 배인가? 인간을 많이 태우진 못하겠지만, 확실하게 처리해두는 게 좋겠지.』

가장 섬과 가까이에 있는 배였기에 들킬 수도 있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한 번도 마법사를 만나지 않았다.

『마법사가 있었다면, 배를 뚫는 걸 구경만 하고 있진 않았겠지.』

그 자만심에 대한 벌이었을까. 쥐스킨이 소형선박에 구멍을 뚫기 위해 다가갔을 때, 머리위로 특이한 착수음이 울렸다. 무언가가 수면을 때리며 바다 속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가늘고 촘촘한 밧줄로 엮은 그물이었다.

『으앗! 안 돼!』

쥐스킨은 방향을 바꿔 항구를 벗어나려 했지만, 들어왔던 방향으로도 그물이 쳐져 있었다. 쥐스킨의 몸은 그물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게 되어버렸다.

가시를 뽑아 그물을 끊으려 했지만 그것도 소용없었다. 줄이 끊기는 것보다 쥐스킨이 물 밖으로 끄집어내진 게 더 빨랐기 때문이다.

『야 이 치사한 놈들아! 함정을 파놓고 기다린 거냐!』

쥐스킨의 팔에 얼음족쇄를 채운 마법사가 실실 웃었다.

“함정? 물고기가 날 잡아가주세요~라고 헤엄쳐오는데 그걸 잡지 않을 어부가 어디 있냐?”

『난 물고기가 아냐! 이 멍청한 놈아!』

“그래그래. 나 멍청하다. 곧 제물로 바쳐지는 게 불쌍하니, 때리진 않으마.”

『뭐? 제, 제물?』

쥐스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법사가 쥐스킨을 돌아 앉혔다. 산처럼 높이 쌓은 제단이 드러났다.

“굉장하지? 저기가 널 태울 장작더미야. 왜? 할 말을 잃었나?”

『나, 나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갈 거다!』

“후회할 때는 늦은 법이지. 어서 가자꾸나. 팔 네 개 달린 물고기야.”


◇◇◇◇◇◈◇◇◇◇◇◇◈◇◇◇◇◇◇◈◇◇◇◇◇


위즈가 막 제단을 오르려는 그때, 항구 쪽에서 소란이 일더니 손수레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위즈는 물론 마법사들의 눈이 수레를 향했다. 거기엔 팔이 네 개 달린 소년이 그물째로 실려 있었다. 위즈가 물었다.

“아쿠에리언?”

소년의 눈이 그렁그렁해졌다.

『나쁜 인간 놈아! 어서 날 구해라!』

어린 아쿠에리언의 말을 들은 위즈는 골치가 다 아팠다.

‘몸에 얼음창까지 맞아가며 구해줬더니, 왜 또 이렇게 잡혀 왔어?’

둘의 해후를 지켜보던 늙은 마법사가 히죽거렸다.

“역시 네놈 짓이구나?”

불이 번쩍이더니 위즈의 턱이 돌아갔다. 늙은 마법사가 손목을 주무르면서 소리쳤다.

“제물이 더해졌으니 의식을 시작하자!”

“바하르칼이 세상을 지배한다!”

“지배한다! 지배한다!”

마법사들이 위즈와 쥐스킨을 붙들어 제단에 올랐다.

그때, 피우웅 소리가 나며 땅이 울렸다.

벼락은 아니었다. 전조증상인 번쩍임이 없었다. 공기를 가르는 듯한 소리는 벼락과도 거리가 멀다. 다시금 파공성이 들리며 땅이 울렸다. 이번에는 모두가 그 정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으아악! 내 다리! 내 다리!”

“뭐야 이건!”

마법사들이 모여 있는 곳에, 전에 없던 큼직한 바위가 있었다. 근처는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나있었고, 죽은 사람과 팔다리가 으깨진 자들이 뒤섞여 아수라장을 연출했다.

“남쪽이다! 바다다! 바다 쪽에서 날려대는 거다!”

위즈는 항구 너머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멀리 거대한 섬과 같은 실루엣이 나타나있었다. 근처에는 이 섬말고 다른 섬은 없다. 위즈는 눈을 찌푸리며 안력을 돋웠다. 이글아이 스킬의 레벨이 낮아서, 뭔가 인공적인 구조물이란 것밖에는 알아볼 수 없었다.

피유웅.

“으아! 또 날아온다!”

이번에는 제단 근처에 떨어졌다. 당연히 마법사들은 제단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모두 세 번 날아온 바윗덩어리. 그것들이 탄착점은 삼각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점점 제단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위즈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탄착점이 수정되고 있다. 이다음에는 분명히…….

“네 번째가 진짜다! 제단이다! 놈들이 제단을 노린다!”.

상황을 파악한 늙은 마법사가 목청을 돋웠다. 이미 바윗덩어리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들고 있었다.

“도망쳐! 제단에서 떨어져!”

제물을 담당한 마법사들도, 위즈와 쥐스킨을 내버리고 도망쳤다.

나무로 이루어진 제단은 기단부가 박살이 나버리자, 비틀리며 몸을 뉘었다. 위즈는 수레를 끌고 와 쥐스킨을 싣고 달렸다. 제단이 무너져 내리며 덮쳐들었다.

『으악! 쥐스킨 살려!』

재빨리 행동한 덕분에 파편에 깔리는 일은 피할 수 있었지만, 놀란 쥐스킨은 계속 비명을 질러댔다. 위즈는 수레를 멈춰 세우고, 쥐스킨의 머리에 군밤을 먹였다.

『아얏! 왜 때리냐! 나쁜 인간!』

“입 벌리면 여기 놓고 간다.”

쥐스킨은 금세 조용해졌다. 하지만 위즈는 수레를 움직이지 못했다. 이미 항구는 지옥도를 연출하고 있었다. 그속에 뛰어들 엄두가나지 않았다.

마법사들은 서둘러 배를 띄우고 섬을 벗어나려 했다. 미처 배에 타지 못한 마법사들이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와중에도, 하나둘씩 배가 출항했다. 바다위에서 열심히 손발을 버르적거리던 마법사들은 파도에 휩쓸려 물속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무사히 항구 밖으로 빠져나간 배들이라고 무사하진 못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불타는 배의 형상이었다.

“뭐, 뭐야 저건!”

이글거리는 화염을 두른 배는 똑바로 항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쪽은 이제 막 항구를 겨우 벗어난 배.

반면 저쪽은 한껏 속도가 붙은 배.

저쪽에서 비켜주지 않으면 피할 도리가 없다.

배에 탄 용병마법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비켜! 비키라고!”

하지만 불타는 배의 형상은 그대로 이들을 들이받았다.

우지직. 콰직.

전쟁에 대비해 건조된 바하르칼의 함선은 막강한 방어력을 자랑했지만, 화염을 두른 배의 돌진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방향을 틀어 옆구리를 내보인 배는 그대로 두 동강이 났고, 정면으로 부딪친 배는 뱃머리가 박살이 나버렸다. 진형의 가운데를 뚫린 바하르칼의 배들은, 인기척에 놀란 참새 떼처럼 뿔뿔이 흩어졌다.

불타는 배는 그들을 추격하지 않았다. 그대로 항구를 들이받았다.

드드득. 푸쉬쉭.

선체를 뒤덮은 불길이 꺼지면서 수증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 속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울렸다.

“위즈님! 살아 계십니까?”

“빌헬름텔님?”

배에서 뛰어내린 빌헬름텔이 화살을 재며 달려왔다. 위즈는 수레를 뒤엎으며 그 뒤로 숨었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칼날에 수레의 손잡이가 잘려나갔다.

“이놈들! 가만 두지 않겠다!”

미처 피하지 못한 용병마법사들이, 제단의 잔해를 헤치며 몸을 일으켰다. 그 선두에는 위즈를 샌드백처럼 두들기던, 늙은 마법사가 있었다.

위즈는 반색하며 인벤토리에서 화살을 꺼내들었다.

“노인장! 이번엔 내 차례요!”


작가의말

연참 5일째.

더 쓸 수도 있지만, 이젠 꺼야 해서 눈물을 머금고 일어섭니다.

내일 하루만 더 버티면 좀 쉴 수 있겠네요.


ps-1) 끊긴 부분은 +20 이라는 제목으로 내일 올리겠습니다.

연참때문에 수정을 잘못하면

부정행위가 될 수 있어서 부득이하게 나눕니다.

연참이 끝나고 +20화는 20화와 합칠 것입니다.


ps-2) 물론 21 도 올릴겁니다.


ps-3) 작전명테러 님이 지적해주신,

         ‘타게'=>’애타게'로 오탈자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파고’는 ‘파도의 높이’를 용어입니다. 주로 일기예보나 바닷가에서 쓰는 말이라, 일반인은 잘 쓰지도 않는 말입니다. 그렇지만 태풍으로 인한 바다의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무리하게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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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4. 고통을 먹는 자 (25) +2 14.03.20 1,708 34 24쪽
77 4. 고통을 먹는 자 (24) +3 14.03.19 2,093 35 25쪽
76 4. 고통을 먹는 자 (23) +2 14.03.18 1,702 27 27쪽
75 4. 고통을 먹는 자 (22) +3 14.03.17 2,397 60 21쪽
74 4. 고통을 먹는 자 +21화 +2 14.03.17 1,604 29 13쪽
73 4. 고통을 먹는 자 (21) +2 14.03.15 1,260 30 16쪽
72 4. 고통을 먹는 자 +20화 +2 14.03.15 1,233 40 12쪽
» 4. 고통을 먹는 자 (20) +3 14.03.14 2,339 30 27쪽
70 4. 고통을 먹는 자 (19) +3 14.03.13 2,779 112 24쪽
69 4. 고통을 먹는 자 (18) +2 14.03.12 1,991 42 22쪽
68 4. 고통을 먹는 자 (17) 14.03.11 1,514 41 25쪽
67 4. 고통을 먹는 자 (16) +2 14.03.10 1,513 29 22쪽
66 4. 고통을 먹는 자 (15) +4 14.03.08 1,909 29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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