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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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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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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58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9.0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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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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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해

DUMMY

“우리는 오염군주가 되고 싶어서 된 게 아니야.”


대륙의 유구한 역사를 부정하는 발언.

대륙의 주민이라면 간악한 오염군주가 본인을 시험하려 든다고 여기겠지만.

상식은 부족할지언정 세계의 특이점을 알고 있는 리안은 일리 있게 느껴졌다.


“그럼 그 신전에 기록되어 있는 촉수 괴물과의 전쟁은 거짓인가?”


“비슷한 사건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악마와 돌연변이, 언데드가 그 사건을 계기로 탄생했으니까.


“하지만 신전에서 말을 지어내기 시작했고.”


괴물이 사라졌으니 평화가 지속되고 각자의 영역에서 잘 살아갈 줄만 알았는데.

신전은 교묘하게 거짓을 섞어 역사를 왜곡시켰다.


“우리는 공적으로 낙인찍혔지.”


신전의 입지를 견고히 만들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인간들을 규합하기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마기에 오염된 수인을 상대로 대중의 의심을 부추겼고.

처음엔 이를 이해하지 못하던 인간들도 기나긴 세월이 흐르자.

수인을 탄압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신전은 대륙인들에게 사기극을 벌이고 있단 소리겠군.”


“같은 오염종이라서 그런지 바로 헛소리 지껄이지 말라고 안하네.”


억울할 만도 한데 칸은 마치 남의 일처럼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기준은 알 수 없었지만, 십이지에 속한 열두 명의 수인은 돌연변이들의 왕이 되었다. 단순히 호칭만이 아니라 그에 걸맞은 힘도 주어졌지.”


문제는 그들에게 강제적으로 부여된 힘이었다.

본래부터 강한 존재였던 칸은 별다른 일이 없었지만.

오랫동안 강력한 마기에 잠식되며. 정신적 결함을 지닌 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게 오염군주가 탄생한 배경이다. 이것도 벌써 천년이 넘었군.”


신전의 모략으로 천 년 동안 오염종에 대한 적개심은 나날이 상승했지만.

오염군주들은 금역에 머물게 탓에 그대로 잊혀지는가 싶었다.

터전을 지키면서 조용히 살아가고자 마음먹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예정대로 가는군. 대륙은 자멸할 운명인가.”


“그게 무슨 소리야. 자멸한다니?”


탄식 어린 말에 리안이 의문을 표했고.


“각 대륙의 오염군주가 하나씩 줄어들면···.”


한참 설명을 이어가던 말을 멈추고 목을 매만진다.


“쯧.”


말문이 막힌 것처럼 보인다.

나직이 혀를 차며 말했다.


“...자네는 유저였지. 스포일러는 금지라는 거군.”


리안은 스포일러라는 단어를 몰랐지만.

그가 언급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이해했다.


칸은 아쉬움을 접어두고 다른 인물을 소재로 삼았다.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하는 꼴을 보니 운영자도 만나봤을 것 같은데. 맞나?”


“...만나봤지.”


운영자에 대해서까지 나올 줄이야.

그는 대체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숨을 죽이고 칸의 입을 주목하는데.


“그자들이 자네를 통제하려고 들기 전에 빨리 거물이 되어야겠군.”


생뚱맞은 소리를 들었다.

운영자들이 리안을 통제하려 든다니.

그렇다고 마냥 억측이라고 보기엔 리안과 그들의 신뢰 관계는 두텁지 않았다.


“내가 도와주지. 자네는 그 대가로 간단한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그만이야. 어떤가?”


운영자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움을 주겠다는, 느닷없는 제안.

리안은 쉽사리 입을 뗄 수 없었다.


‘나한테서 데이터를 뽑아내는 게 전부가 아니란 건가···.’


거래를 빌미로 미약하게 이어지는 관계.

운영자의 목적은 따로 있으며, 어떤 흉계를 꾸미고 있단 뜻일까.


‘애초에 그럴 필요가 있나?’


전지전능에 가까운 그들이 대체 무슨 이유로?

리안은 골치 아픈 머리를 한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


“...나는 과거를 찾고 싶을 뿐이다.”


질문에 순순히 대답해준 것 고마웠지만.

믿을 수 없는 것은 칸도 마찬가지.

냉정하게 말하면 리안은 운영자와 척을 질 필요가 없다.


‘괜히 자극해서 수명을 깎아 먹는 꼴이 될 수도 있어.’


그는 이미 얻을 건 다 얻은 상황.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이제 과거의 실타래를 풀 일만 남았다.


“당장은 아무 일도 없으니 긁어 부스럼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내 눈에는 과거를 찾으면 자네의 역할은 끝이 날 것 같은데. 괜찮겠나?”


칸이 푸른 눈으로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과연 모든 것이 끝나고 무사할까?


그가 말하는 바가 분명했다.

그 뜻을 정확히 이해한 리안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고.

가슴 속의 있는 불신에 불을 지폈다.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운영자가 바란 일이었단 건가.’


그럴싸한 소리였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그는 무력하다.

당시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운영자는 무소불위의 능력자.

만약 운영자가 계략을 꾸미고 있다면, 리안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내게 원하는 게 뭐지?”


누구의 말이 정답일지 혼란스러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고. 대비할 수 있다면 해두는 것이 당연했다.


“서쪽이 무너지지, 않게 도와주면 된다.”


“나보고 수천의 유저들과 싸우라고?”


리안이 어이없는 목소리로 반박했다.


“힘들겠지만 그곳의 장군을 도와서 침공을 막아주길 바란다.”


한차례만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좋겠다는데.

서부에서 행해지는 탐사는 단순히 그가 노력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살행위나 다름없는 불가능한 일.


금역에는 장군이라는 막강한 전력이 존재하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다.


‘유저 측에도 신의 사도가 있어.’


리안은 두 명에게 봉인 당하는 걸 직접 목격했다.

칸이 가호를 내려 주는 것으론 턱도 없었다.


“자네는 본인의 힘을 경시하고 있군. 아직 기운을 한 번도 다뤄본 적이 없는 모양이야.”


막연히 여신의 신성력을 뚫고 시스템에 간섭하는 힘으로 여길 뿐.

무엇을 할 수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나마 기운을 느끼고 사용한 적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칸이 입꼬리를 올렸다.


“다행히 기본 활용법은 인지하고 있군.”


시스템 간섭은 부차적인 힘이었다.

본인이 진정한 사용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하는데.


“네가 직접 하면 되지 않나?”


굳이 번거롭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라파가 봉인되고 뒤늦게 도착한 베르티오는 유저들을 학살했다.

그처럼 행동하면 될 것을 어째서 본인에게 힘을 주면서까지 부탁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앨리온드의 쥐놈이 홧김에 금역 밖에서 큰 사고를 저질러줘서. 나를 비롯한 모든 오염군주는 감시받고 있다.”


“감시라고?”


“그래.”


그의 말을 빌려서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오염군주가 탐사대를 전멸시키려 들면 이를 지켜본 운영자가 개입한다는 소리였다.


“예전엔 그렇게 까다롭게 굴지 않았는데···. 이제 이쪽의 사정은 헤아려줄 생각이 없단 소리겠지.”


오염군주의 역할은 유저에게 사냥당하는 몬스터.

이전부터 취급은 좋지 않았지만.

탐사가 시작사고부턴 본격적으로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메인 시나리오는 유저를 위한 만들어진 연극, 역할 놀이다.

악역의 입장에서 이만큼 부조리한 일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리안도 그들과 비슷한 처지였다.


“그곳에서 활약하는 것이 자네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야.”


‘이게 강해진다고 어떻게 해결될 사안인가?’


강대한 오염군주조차 운영자에게 꼼짝도 못 하는 상황에서.

리안은 그로부터 본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느꼈다.


“무작정 따르고 믿으란 소리는 안 하겠다. 단지 자네에게도 우리에게도 좋은 제안을 건넬 뿐이다.”


리안은 이것이 전부 괜한 걱정이길 간절히 바랐지만.

생각할수록 불안한 감정이 그의 마음을 휘저었다.


“...하겠어.”


이것이 맞는 선택인지 알 수 없지만.

리안은 그의 협력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칸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 * *


이리아나 서버의 유저들이 본격적으로 시나리오에 참가한 지 2주가 지난 시점.

그들은 남부를 제외한 모든 외곽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고.

금역을 입성하여 오염군주의 수하, 장군을 찾아나서고 있었다.


앨리온드 서버에서 현재 ‘라파’의 레이드를 지속적으로 트라이하는 것에 비하면.

굉장히 진행속도가 느리다고 볼 수 있었는데.

사실 그곳이 특별할 뿐, 현 상황이 운영자가 원했던 탐사의 이상적인 형태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충원되는 유저들은 의욕적인 움직임으로 금역을 조사하고 있었고.

그중에는 칸의 부탁으로 오게 된 리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 미안, 형한테 말해봤는데.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리안은 저번에 받았던 제안이 기억나서 저지먼트 쪽에 합류하려고 시도했지만.

단번에 거절당하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인원이 모자랄 일이 없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 대신 내가 좋은 파티 알아봐 줄게.


- 고맙다.


이왕이면 임무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대규모 길드에 소속되는 편이 좋겠지만.

그는 탐사를 방해하는 입장.

친구인 성훈을 속이고 동행하는 상당히 껄끄러웠다.


‘차라리 이쪽이 마음은 편하군.’


성훈의 추천으로 한 파티에 들어갔다.

일반적일 파티와는 다른 저지먼트의 인맥으로 구성되었는데.

비록 추천으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실력은 보장된 유저들로.

저지먼트의 2군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곳에 새롭게 합류한 리안은 뜻밖의 인물과 마주쳤는데.


“반갑습니다. 골드 마법사 강속구라고 합니다.”


로브를 뒤집어쓴 수상한 인물.

이전의 물 축제에서 지나치듯 만났던 사람이었다.


‘유저였나?’


그는 리안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는 듯했지만.

그때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하는 옷차림에 리안은 또렷하게 기억해낼 수 있었다.


[강속구] Lv.220


‘어디서 사기를 치고 있어.’


레벨만 봐도 명백히 최상위권에 속한 유저란 것을 알 수 있다.


‘스파이인가?’


리안은 3년을 알고 지낸 사이라고 엿들었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배신한 것이 아니라면, 강속구는 여전히 오염종의 편에 있을 터.

저지먼트에 참가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그를 위해 하늘이 선물을 준 것일까.

보다 괜찮은 정보원이 나타났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리안은 곧바로 강속구와 접선을 시도했다.


“난 네가 누군지 알고 있다.”


“네?”


“로틀리엔 왕국의 수도. 물 축제. 거기서 오염종과 같이 있었지. 아닌가?”


정확히 오염종인지는 판단할 수 없었지만.

리안은 일부러 확신에 찬 말투로 속삭였다.


“무, 무슨 헛소릴!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당황하며 발뺌하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리안이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얼굴로 그를 응시했다.

모른 척 연기를 하거나 경계심을 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난 역시 틀려먹었어. 내가 그렇지 뭐. 이건 시작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야···.”


강속구는 망연자실해서 자조적인 모습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예상외의 반응에 잠시 표정을 찌푸린 것도 잠시.


“뭔가 착각하나 본데. 난 적이 아니다.”


리안은 땅으로 파고들려는 그를 진정시키고자 자신의 정체를 밝혔고.

강속구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 그렇다면! 남부에서 온 지원군이란 말씀이시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일단 목소리부터 좀 줄여.”


파티원들이 아까부터 이쪽을 희한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주목받아서 좋은 일은 없었다.

그 사실을 인지한 강속구 또한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이야, 살았습니다. 여긴 어떻게 잠입하신 겁니까? 정말 대단하시네요.”


“친구의 도움을 받았지.”


동료의 존재가 퍽 든든한 모양.

리안도 그 심정을 다소 공감할 수 있었지만.

강속구의 기대는 그 이상이었다.

하늘을 넘어서 우주 끝까지 날아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럼 이제 제가 무엇을 하면 될까요. 장군님?”


[리안] Lv.###

직업 : 격투가

가호 : 고대 거인의 체술(#) 거인의 주먹(#) 용혈(#)

특성 : 컨디션 관리(#) 피해보정(#) 강인한 육체(#)

능력치 : <### ##>

특이사항 : Warning! 상태창에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고객센터에 문의해주세요.

.

.


그가 충분히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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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더는 성스럽게만 보이진 않았다. 23.10.23 81 4 10쪽
114 이 머저리가 나라고? +2 23.10.20 83 4 10쪽
113 못 들었어? 걔네들 불러오라고. 23.10.19 85 4 11쪽
112 앞으로 길어야 1년이겠네 23.10.17 89 3 11쪽
111 어떻게든 해봐! 23.10.16 87 3 10쪽
110 이게 이렇게 된다고? 23.10.13 87 3 10쪽
109 과대평가 23.10.11 99 3 11쪽
108 트롤 새끼들 23.10.10 102 3 12쪽
107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105 3 12쪽
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9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3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1 2 12쪽
100 해결 23.09.18 102 2 10쪽
99 인정 23.09.15 101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9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5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1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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