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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34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10.19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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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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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못 들었어? 걔네들 불러오라고.

DUMMY

라스트 월드의 운영진은 각 대륙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세력전이 부적절한 이벤트였음을 시인하고 일 절의 변명 없이 사과했다.

이벤트에서 몬스터나 NPC가 예기치 못한 행동을 했다, 등의 변명은 내부적인 기밀이기도 하며, 본인들의 무능함을 알리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달라진 모습으로 다음 업데이트를 기대해 달라 말하는데.

그들은 시나리오에 간섭하고 대륙에 영향을 끼칠수록 상황만 악화될 뿐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이젠 돌이킬 수도 없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숲속, 신목의 무녀 린다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치 대답이라도 하는 것처럼 신목이 빛을 뿜어내며 응답했다.


사실 이번 일뿐만 아니라 허점을 파악하지 못한 적이 제법 많았다.

그럼에도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는 전부 시스템이 뒤에서 수습해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도를 넘어섰군요.”


운영자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게임의 배경과 스토리의 골자를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여 유저들이 재미있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거기에서 멈췄으면 좋았을 텐데··· 기어코 자신들의 입맛대로 하려고 들었지요.”


자잘한 축제 같은, 이벤트에서 만족했으면 될 것을.

운영진은 본격적으로 게임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갈수록 개입이 심해지며, 그들은 결국 초창기 설계와 다르게 게임의 제어권을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끊임없이 손을 들이밀었고.

결국 시나리오가 시스템이 정해둔 방향과 어긋나버리고 말았다.

길을 탈선하면서 발생한 오류.

이제야 수면에 드러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초창기부터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이었다.


“어찌 그리 단순하게 생각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스템이 설정한 배경을 운영진들 멋대로 해석한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악당의 사연 같은, 진부한 스토리는 재미없어서 그런 걸까요?”


오염군주 중 각별히 신경 쓴 십이지의 배경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여지가 없이 악당으로 규정했고. 그 선동은 매우 성공했다.


오염종 중 일각인 돌연변이를 맡은 수인들과 십이지는 여타 오염종과는 궤를 달리했다.

그들과 인간은 충분히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수인은 중립적인 존재였지만··· 지금은 입장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처지가 바뀐 것은 십이지도 마찬가지였다.

십이지가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된 데는 의도가 있었다.

그 상태에서 유저들을 각자의 방식대로 자유롭게 대하라는 시스템의 설계가.


“하지만 운영자들은 이조차 멋대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들은 우습게도 시스템이 운영자의 원활한 활동을 위한 설정으로 착각하고.

직접 나서서 그들을 억압하기도 했다.


“과연 십이지 중 어느 누가 운영자를 곱게 볼까요.”


사방에서 쏟아지는 적의.

십이지는 그 사달을 일으킨 장본인은 운영자임을 알고 있지만.

글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들의 명령에 따르지 않아 골탕 먹이는 정도.

십이지가 회의적인 태도인 건 당연했다.


“무엇보다 짜증 나는 건, 운영자는 본인들의 잘못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운영자는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십이지가 얌전히 지시에 따르기를 원했다.

이대로 둔다면 운영진은 앞으로도 계속 얼토당토않은 짓거리를 이어갈 것이다.

대륙의 일원으로 그런 건 용서할 수 없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녀는 게임이라면서 무책임하게 사건만 일으키는 운영자가 없어져야 마땅하다 여겼고.

그들이 어떠한 짓도 못 하도록 만들 계획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가일스가 잘 해주고 있군요.”


세력전은 비슷한 시기에 발생하도록 운영자들이 조절했다.

그리고 이리아스는 그들의 예측대로 팔론데의 세력전에 이어서 진행되었지만.

앨리온드 대륙은 아무런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이 또한 오류라고 여기고 있겠죠. 어리석게도.”


운영자 측은 원인을 파악하고 다음엔 실수하지 않겠다, 정도로 넘어갈 것이다.

이로 인해 신관들의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말이다.


“전혀 눈치채지 못하겠죠. 그들은 신도들을 인격체로 여기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시스템이 정한 규율대로 운영자의 권한을 박탈하겠다는 계획은 막힘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 * *


이리아스 설산의 정상 부근.

하얀 눈이 쌓인 평평한 바위 위에서 한 무리가 떠오른 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절경을 보던 여성이 미소 지으며 말한다.


“낭만 있네요. 이왕 밑으로 온 거 제 수하들이랑 같이 이곳으로 이사 올까요?”


선전포고했다가 도착하고 항복을 선언한 사왕, 레이나였다.

그리고 그 곁에는 전쟁의 승리자 진왕 칸이 언짢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언제까지 있을 생각이지? 바라던 대로 해돋이를 봤으니 네 구역으로 돌아가라.”


칸이 매몰차게 말하자 레이나는 개의치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답하는데.


“여전히 열심히시네요. 오기 전에 청소 싹 하고 왔으니까 조금 쉬는 것 정도는···.”


칸의 불쾌감을 표시하려는 순간을 눈치채고 가볍게 엉덩이를 털며 일어났다.


“네네, 그럼 이만 돌아가도 할게요.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진왕님.”


살얼음판 같은 분위기를 조심스레 지켜보던 사왕의 장군들은 내심 쾌재를 불렀다.

서둘러 보금자리로 돌아갈 채비를 하는데.

그중 한 명이 손을 펄쩍 들어 질문했다.


“누님! 진짜 저 남아야 합니까? 여기 너무 추운데요!”


으슬으슬하다는 듯 팔뚝을 쓰다듬는 연신 쓰다듬는 장군.

피부가 온통 비늘로 뒤덮여 영락없이 몬스터같이 생겼지만, 그도 엄연한 수인이었다.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그냥 데려가라.”


믿음직스럽지 않은 모습에 칸은 물건 반품하듯이 리자드맨을 돌려주고자 했는데.

레이나는 손사래 치며 이를 거부했다.


“저래 보여도 제 부하 중에서 제일 쓸모 있어요. 반드시 도움이 될 거예요.”


추위에 약해 엄살피우고 있지만.

맨 먼저 거둬들이고 가장 오랫동안 그녀를 보필한 장군.

한 명이 남아야 한다면 그가 남는 것이 옳았다.


“저도 좀 풀어주실 수 없으십니까.”


밧줄에 묶여 있는 한 용병이 입을 열었다.

복슬복슬한 수염을 지닌 남자는 용의 신도임을 자처했던 생존자 데일이었다.

도시에서 발생한 소란에도 신경 쓰지 않고, 진왕에게 도움이 되고자 설산을 오르던 그는 사왕의 세력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제가 오해했었군요. 레이나 님도 진왕 님의 신자셨을 줄이야.”


칸은 데일의 헛소리를 무시하며 푸념을 내뱉었다.


“...이래도 될지 모르겠군.”


이번 일은 상당히 골치가 아팠다.

운영자의 지시를 어긴 것도 모자라 엉망으로 만들다니.

칸은 이 사건으로 인해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우려스러웠다.


“그렇게 걱정되면 대신 양이라도 죽이러 갈까요?”


정작 당사자인 레이나는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처럼 밝게 말했다.

물론 그녀도 낙관적으로 보는 건 아니었다.

괜히 오염군주나 되는 작자들이 웅크려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런 질 나쁜 농담은 그만둬라.”


“보스의 지시라면 따라드리죠.”


그래도 칸은 총대를 매준 레이나에게 내심 고마웠다.

그녀의 기지가 아니었다면 십중팔구로 양이 죽었을 테니까.

그렇기에 수하가 되겠다는 요구를 받아들이고 위에서 방패가 되어주기로 했다.


‘아마 그걸 노린 거겠지.’


그는 알면서도 마지못해 그것을 수락했다.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여기로 올게요.”


“...그러지 않길 바라야겠군.”


이미 사방이 적. 의지할 상대라곤 서로밖에 없는 상태였다.

비슷한 동반자가 없었더라면 이들은 진작에 삶을 포기했을 것이다.

물론 죽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말이다.


“리안은 어찌 됐을지 궁금하군.”


칸은 동반자라고 하니 저번에 만났던 인간이 떠올랐고.

레이나는 떨떠름한 기색으로 대답했다.


“아아···. 진왕 님이 힘을 빌려줬었던 인간 말이군요.”


여러 짜증 나는 상황이 맞물려서 홧김에 죽여버렸다.

그녀는 칸이 리안의 안부를 물었을 땐 적잖이 당황했고.

운영자의 등장으로 만남이 어그러졌다고 얼버무렸었다.


“전 이만 가볼게요. 간간이 찾아오겠습니다.”


급하게 떠나기 직전, 레이나는 이곳에 남겨질 장군을 붙잡고 귓속말을 전했다.


“잘 보필해라.”


“네, 알겠습니다.”


“진왕 님이 쉬라고 했다고 쉬면··· 알지?”


“...물론이죠.”


그녀는 단단히 주의하라 일러두곤 설산을 벗어났다.


* * *


[퀘스트 ‘골리앗의 여정’를 실패했습니다.]


‘이게 끝이라고?’


남부 외곽의 도시로 돌아온 리안에 나타난 알림.

허탈한 것도 잠시 곧바로 어깨가 무거워지고 몸이 둔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여신의 저주가 다시금 발동된 것이다.


‘제대로 힘 써보지도 못했는데.’


그가 한 일이라고 이동하고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다.

허무한 마음으로 도시에 돌아온 리안은 유저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을 들었다.

바로 조금 전에 끝난 세력전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영문을 모르는 소식이었지만 이로써 그는 한 가지 새로운 사실도 깨달을 수 있다.

절대란 건 없다는 것이다


‘세력전 분명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을 것이라 했지··· 하지만 아니었어.’


예상과 다르게 견왕과 후왕 아무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이것도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대차게 실패해버린 상황.

신전에 찾아가면 일반적으로 또 다른 방안을 제시하거나 포기하라고 말할 것이다.

뭔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주교를 압박할 수단은 있다.’


그의 머릿속에 한가지 방안이 떠올랐고.

리안은 즉시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다.


다윈은 그에게 휴식을 권하는 걸 뿌리치고 수도에 도착한 리안은 바로 신전으로 향했다.

세단이나 높은 의자에 앉아서 리안을 내려다보는 주교가 비웃었다.


“...뻔뻔하게도 요구하는군. 내가 그걸 들어줄 의무가 있나?”


예상대로 리안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했지만, 리안이 내세울 것이 있었다.


“실패했을지라도 나는 많을 걸 증명해냈다고 생각한다.”


“하하, 고작 그걸로 말인가?”


주교가 코웃음 쳤다.

그는 이야기를 이미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다윗 가문의 위력행사는 명백히 리안을 위해 벌어진 일.

그의 공이라고 할 수는 있으나, 그것으론 한참이나 부족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저 불필요한 소동이었다고 일축할 수 있으니 말이다.

리안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내 힘으로 주교를 설득하는 건 힘들어.’


그리고 그건 다윈도 마찬가지다.

귀족의 권력으로도 신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신전 쪽 인물을 데려오면 그만이다.’


리안은 이미 주교급, 아니 그보다 높을 인물 7명과 인사를 나눴었다.


“사도를 불러와라.”


그에게 협조했던 7인의 사도들.

그들이 리안의 편을 들어줄 것이니.

굳이 많이 부를 필요도 없다.

한 명의 동의만 있어도 주교는 분명 쩔쩔맬 테니 말이다.


“네놈이 감히 그분들을 입에 함부로 올려···!”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던 주교의 가면이 깨지고.

리안은 다시 앞선 말을 반복해주었다.


“못 들었어? 걔네들 불러오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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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들었어? 걔네들 불러오라고. 23.10.19 85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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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105 3 12쪽
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9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2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1 2 12쪽
100 해결 23.09.18 101 2 10쪽
99 인정 23.09.15 100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8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4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1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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