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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29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10.17 20:25
조회
87
추천
3
글자
11쪽

앞으로 길어야 1년이겠네

DUMMY

“넌 뭐야?”


이를 드러낸 채 사납게 으르렁거리는 장군.

리안은 위험을 무릅쓰고 대화를 시도했다.

짐승 같아 보여도 엄연한 지성체이니 말이다.


“...까먹으셨습니까? 불과 몇 시간 전에 당신네 동굴에서 봤었는데.”


“그랬나? 음.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장군이 기억이 가물가물한 어투로 중얼거리는데.

다행히 당시의 일을 송두리째 잊어버리진 않았다.


“공격을 중단하세요. 이들은 적이 아닙니다. 저와 함께 당신들을 도와준 사람들입니다.”


리안은 단순히 정보의 부재로 인한, 착각으로 비롯된 공격이라고 여겼지만.

아쉽게도 틀렸다.

장군이 그들을 습격한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누가 도와달라고 했었나? 자기들 멋대로 참전하고 배신하더니. 이제와 위한 척 유세나 떨고···. 참으로 보기가 역겹군그래.”


장군은 경멸을 내비치고 다시금 유저를 공격할 태세를 갖췄다.


“너에 대한 처분은 대장한테 결정한다. 거기서 구경이나 해.”


당장 유저들을 변호하면 리안조차 위험해질 분위기.

리안은 말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을 깨닫고 바로 물러섰다.

그에겐 위험을 감수하고 유저들을 감싸줄 의무는 없었으니까.

유저들은 그러한 공기를 금세 눈치챘다.


“이거 느낌이 싸한데.”

“설마 아니지?”

“아니긴 뭐가 아니야.”


불안감이 깃든 목소리로 소곤소곤 귓속말을 나누는 순간.

장군이 자리를 박차고 돌격했고. 리안은 제자리에서 방관했다.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유저들의 비명이 들렸다.


”배신이다! 배신“

”야, 이 배은망덕한 녀석!“

“젠장, 우리가 이곳에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러면 안 되지!”

“개만도 못한 새끼!”


죽어가는 유저들은 리안을 마구잡이로 비난했고.


“안 되겠군.”

“퇴각합시다.”


상황을 주시하던 사도들은 즉시 그 자리에서 자취를 감추고 금역을 벗어났다.


* * *


환영의 숲을 침범했던 유저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싹 정리되었다.

홀로 남겨진 리안은 장군과 함께 숲 중앙으로 향하는데.

그 모습이 흡사 죄인을 연행하는 듯했다.


‘불길한데. 예감이 안 좋아.’


이동하는 내내 리안의 마음속에 경종이 울렸다.

방심하지 말자고 다짐하자 그의 눈에 격전을 펼쳤던 구역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중앙에 도착한 리안은 곧바로 숨이 턱 막혔다.


“쟤야?”


견왕과 후왕이 사이좋게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 죽이겠다고 태하 꼬드긴 놈이?”


“맞아. 저 녀석이다.”


후왕의 물음에 리안을 유심히 바라보던 견왕이 답변하는데.

리안은 현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어째서 저렇게 멀쩡한 거지? 왜 같이 서 있는 거야?’


둘의 상태만 보아도 견왕의 승리는 확실했다.

그렇다면 후왕은 부활할 때마다 견왕의 손에 죽어 나가거나, 적어도 제압당한 상태여야 옳았다.

하지만 후왕은 보면 알 수 있듯 편안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꼬드김당한 건 나라고.’


본래 후왕의 편이었던 태하는 스스로 팀을 내팽개치고 그에게 합류했다.

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이들에겐 이해시키기란 어려웠다.


‘난 견왕의 편에 서서 후왕을 죽이려 했으니까.’


리안이 쏜 화살이 후왕에서 견왕을 거쳤다가, 다시 후왕으로 갔다가 이젠 그에게 되돌아온 상황.


그가 보기에도 진행 과정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죽일까, 대장?”


여우 수인은 귀찮은 일은 빨리 끝내자는 듯이 말하는데.

후왕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일단 죽이지 말아봐. 어디 이유나 들어보게.”


다행히 리안의 말을 들어줄 인물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게 리안의 고해성사가 시작되었다.


“나도 처음엔 이러고 싶진 않았다.”


초장부터 툭 튀어나온 변명.

장군들의 표정이 찌푸렸지만.

이후 이어지는 그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육십 년 전 기억을 잃고 갇힌 골리앗.

그리고 그에 관련된 후왕의 의심스러운 정황.

되도록 오염종의 피해를 줄이고 싶었다는 심정까지 빠짐없이 전달했다.


“인간 돌연변이라니, 흥미롭네. 그것보다 그때 일과 관련되어 있을 줄이야.”


그때 일, 이란 단어에 리안의 눈빛이 번뜩였다.

당장 그에 관해 묻고 싶었지만, 리안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


“내 말을 믿나?”


“과연 이렇게 디테일하게 거짓말을 할 수나 있을까? 그게 더 힘들겠다.”


딱히 리안의 발언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가 내뱉은 내용은 하나같이 평범한 사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사정이야 어찌 됐든 당신을 죽이려 했습니다. 다시 지하굴에 쳐넣어 버리시죠.”


한순간 등골이 오싹한 과격한 발언이 튀어나왔지만.


“난 상관없어. 네 마음대로 해라.”


견왕의 한마디에 모두가 그에 동의했다.

그리고 이어서 후왕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용서해줄게.”


후왕의 입장에선 이번 사건은 다소 불쾌한 일이었지만.

배신한 장본인에겐 이미 복수를 마쳤으며.

이 사건 덕분에 견왕이 살아갈 의지를 다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좋게 마무리되었으니 너그럽게 용서해주었다.


“그렇게 고마워할 필요 없어. 네 물음엔 답하지 않을 테니까.”


대신 그가 원하는 것도 들어주지 않을 셈이었다.

리안은 그의 발언이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

용서해준 것만으로 감사해야 하는 상황.

마지못해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알아들었으면 내 집에서 나가.”


떠나라는 축객령.

리안은 과격한 의견을 내뱉은 장군의 손에 이끌려 환영의 숲 밖으로 쫓겨났고.

문득 한 가지 의문을 느꼈다.


‘...잠깐, 이러면 퀘스트는 어떻게 되는 거야?’



* * *


견왕과 후왕이 세력전을 펼치고 정오가 지났을 무렵.

라스트 월드 홈페이지에는 각종 항의가 폭주하고 있었다.


- 운영자야 이게 맞냐?

- 거짓말이지? 어서 거짓말이라고 말해!

- 뭐야 무슨 일인데? 다들 난리임? 자고 일어나서 모름

- 이제 일어났냐ㅉㅉ

- 세력전 끝나서 그럼

- 엥? 일주일은 지나야 한다며?

- 맞음. 그래서 난리 난 거임

- 오우쉣.


가뜩이나 참가 못 한 유저들이 많아서 불만인데.

세력전의 결말을 전달받은 유저들이 더욱 분개했다.


- 이미 끝난 건 어쩔 수 없고.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됨?

- 몰루.

- ㅋㅋㅋ

- 장난치지 말고 빨리 말해라.

- 모른다고.

- 진짜 아무도 몰라서 그럼ㅋㅋ


팔론데 서버의 유저들은 어렴풋이 견왕의 승리를 점치고 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알림이 뜨질 않았니 단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새롭게 들려온 소식이 더욱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 속보) 2대륙도 전쟁 끝났다고 함.

- 이건 또 무슨 소리래?

- 세력전이 아니라 속도전이었냐. ㅈㄴ 빠르네.

- 설마 거기도 결과 안 떴음?

- ㄴㄴ여긴 용이 이겼다고 함.

- 오, 의외네. 당연히 뱀이 이길 줄 알았는데.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리아스의 대륙의 세력전 역시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용과 뱀은 싸워보지도 않고 뱀이 항복해버린 것이다.


- 막상 붙으려니까 쫄렸나.

- 이럴거면 왜 선전포고 한 거임?

- 그러니까ㅋㅋㅋ

- 님들 근데 그게 전부가 아님.

- 또 뭔데.


이리아스의 세력전은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 이후에 사왕의 세력이 통째로 진왕의 휘하에 들어가버린 것이다.

오염군주가 다른 오염군주 수하를 자처하는 해괴한 짓.

믿기 힘들지만 전부 거짓이 아닌 진실이었다.


- 오늘 무슨 날이냐? 뭔가 이상하다.

- 아! 나 왜 뱀이 용 밑으로 간지 알았음!

- 개소리일 것 같지만 일단 물어볼게. 왜?

- 봐봐. 용에 밑에 뱀이 들어가면 머리는 용, 꼬리는 뱀이잖아.

- 아아, 용두사미··· 이런 깊은 뜻이···.

- 아오, 진짜.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렇게 두 서버가 시끌벅적한 와중에도 앨리온드 서버는 매우 잠잠했다는 것이다.


* * *


라스트월드의 제작사, 비전의 운영실.


“팀장님.”


이 대라는 의자에 시체처럼 늘어진 김 팅장을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다.

그는 죽은 것처럼 누운 상태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끊임없이 고뇌하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거지?’


사실 세력전은 여태까지의 행했던 이벤트 중 가장 길게 이어질 기획이었다.

게임 구조상 최종 보스인 오염군주를 싱겁게 소멸시킬 수는 없었으니까.


‘죽을 거 같으면 후퇴하라고도 했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예상과 다르게 단기 결전이 되어버렸다.

이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었다.


‘전혀 통제가 안 되고 있어.’


팔론데 서버의 견왕과 후왕의 세력전은 불발.

이리아스 서버는 사왕이 황당한 짓을 저질러버렸다.

그리고 앨리온드 서버는···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였지만.

실제론 그곳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쪽은 아예 무산될 분위기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너무 감감무소식이다.


‘아이린은 갑자기 사라졌고. 수인 간의 마찰도 종식되었어.’


그는 게임 내 시스템이 고장 났나 의심이 되었다.

모든 게 통제하에 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시스템아. 다 계획이 있는 거겠지 그렇지···?’


“...팀장님!”


이 대리의 외침이 그를 상념에서 깨웠다.


“어, 뭐라고?”


그녀는 딱딱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새로운 유형의 버그 제보입니다.”


“잠깐, 확인 좀 하고.”


그는 메일로 첨부된 문서를 확인했다.


“태하? 그 네임드 유저네. 가호가 자꾸 사라진다고?”


“네, 그 유저분이 가호가 사라졌다고 오류를 제보했었습니다. 그래서 복구를 해줬는데 그 이후로 계속 없어진다고 합니다.”


“그건 확실히 문제가 되겠네. 일단 해결할 때까진 요청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복구해줘.”


“네, 근데 그보다 이제 어쩌실 겁니까?”


유저들은 단지 오염군주가 죽지 않아서 이번 이벤트를 비난하는 게 아니다.

오염군주를 살리는 부분에 대해선 오히려 순순히 받아들이는 부류가 많았다.

그저 겉만 번지르르한 허위 이벤트였다는 것을 비난하고 있었다.


“먼저 사과하고. 어떻게든 다음 이벤트를 대단한 걸로 준비해야겠지.”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준비할 것은 진심어린 사과의 말.

그리고 다음 이벤트 예고였다.

그의 노력에 따라 분위기는 반전될 여지가 있었다.


‘한다면 오염군주 레이드 정도는 돼야겠지.’


그 정도 컨텐츠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바로 게임의 수명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그가 처음 계획했던 시나리오가 끝나며 이번 시즌은 예상보다 빠르게 종료될 수도 있었다.


‘앞으로 길어야 1년이겠네.’


지난 시즌이 2년을 가뿐히 넘었는데.

그는 요즘 유저들이 컨텐츠 소모 속도가 빠르다고 작게 한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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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길어야 1년이겠네 23.10.17 8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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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과대평가 23.10.11 9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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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105 3 12쪽
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9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2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1 2 12쪽
100 해결 23.09.18 101 2 10쪽
99 인정 23.09.15 99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8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4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1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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