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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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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38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10.23 19:20
조회
80
추천
4
글자
10쪽

더는 성스럽게만 보이진 않았다.

DUMMY

하루 연구 일정을 싹 비우고 다급하게 회의를 소집했건만.

정작 회의실 안의 신관들은 회의를 진행할 생각이 없는지 사색에 잠겨 있었다.

대체로 평등하지만 그나마 이들 중 가장 직책 있는 신관, 이 실험의 책임자인 추기경이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뗐다.


“...다들 이 사대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무엇이든 상관없으니 자유롭게 의견을 내봅시다.”


그의 발언에 신관들은 잡념을 떨치기는 했으나, 연신 침묵으로 일관했다.

도무지 입을 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종교의 근간을 흔들릴 불경스러운 내용.

쉽사리 입에 담을 이야기가 아니었다.


“조심스러운 건 이해하네. 하지만 언제까지고 이 일을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야.”


불과 며칠 후면 의뢰가 끝나고. 전원 신전으로 복귀한다.

그러니 미리 이 일을 논의하지 않고 떠날 수는 없었다.


“그럼 내가 먼저 의견을 내보이지. 내 개인적 소견이네만··· 이건 절대로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네.”


추기경의 발언을 들은 신관들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오염된 대지의 기운은 매우 지독하고. 일반적으론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었다.

육체적으로 강력한 수인들은 독기에 잠식당해도 돌연변이가 되어 살아가기도 하지만.

대체로 정신적인 결함이 생겼다.

그렇기에 신전에서 백해무익한 이 기운을 사악하다고 정의했다.


“...결코, 있어선 안 될 이야기입니다.”


처음 골리앗을 발견한 신관들은 그가 영락없이 죽었다고 여겼었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에 근접한 골리앗은 기적적으로 생존했으며.

그 사악한 기운을 자유자재로 다루기까지 했다.

마치 악마처럼 말이다.


“인간 돌연변이라니 그게 무슨!”


한 신관이 해괴망측한 이야길 들은 것처럼 경기를 일으킨다.

신관들 중 꽤나 진취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조차 이럴진데, 수도의 신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뻔했다.


여신의 교리대로였다면 골리앗은 살아남았더라도 악의에 찬 존재, 타락한 마인이 되어야 옳았고.

신관들은 그가 깨어나면 정화할 각오를 마쳤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지금 그는 대체 어떤 상태일까요?”


“글쎄. 지금으로선 뭐라 말하기가 어렵겠군.”


골리앗은 단순히 마기를 다루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신의 휘광을 받은 사도처럼.

본인이 지닌 무력 또한 대단히 발전해 있었다.

그것은 교단에서 정의한 마인과 비슷했다.


“설마 그가 마인이 된 이후, 그것을 숨기고 저희를 속이려는 것이 아닐까요?”


“함부로 단정 짓지 말게. 자네들도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나. 골리앗은 타락하지 않았어.”


골리앗은 평소와 다름없이 천진난만하게 행동했다.

외견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

문제는 그 모습이 너무나 멀쩡하고 마기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이었다.

그건 신전의 상식으로는 불가능했고. 여신의 교리를 부정하는 일이다.


“그럼 이 상황은 어떻게 설명해야 합니까? 저희는 그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봐야 하는 겁니까?”


그들은 골리앗을 의심 또 의심했지만 별다른 이상징후는 없었다.

여러 차례 실험으로 마기를 반복해서 사용시켰는데도.

특별한 부작용은 없었고, 무리하게 힘을 사용하고 생긴 평범한 후유증뿐이었다.


“아니 우리가 그걸 결정할 수 없을 것 같군.”


“그렇다면···.”


“우선 주교님께 보고드린 이후에 다시 토론해야겠지.”


보통 책임자인 추기경이 나서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방안을 마련했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로서도 감당이 안 될 일이었다.

주교와 골리앗의 처우에 관해 상의하기로 마음먹었다.

적어도 그때까지 비밀을 유지해야 했다.


“저희야 입을 다문다지만··· 골리앗은 어떡하실 거죠?”


“가볍게 행동해도 용병왕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리 입이 가볍진 않을 테지.”


함부로 떠벌릴 가능성은 적었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들로선 이후에도 골리앗을 다시 불러들이고 제압하는 것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전투적인 면에선 가히 비교할 수 없겠지만.

굳이 정면으로 싸워줄 필요가 없었으니 말이다.


다시 의뢰라면서 함정으로 끌어들이거나 실험이라면서 약물을 주입하는 등.

방법은 무궁무진했다.


‘이걸 다행이라고 봐야 하나.’


이유가 있었지만 바로 죽이겠다는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리안은 이것만으로도 골리앗의 배신감이 클 것이라 예상했다.


협의 끝에 주교의 뜻을 묻기로 한 신관들은 태연하게 골리앗과의 연구를 끝냈다.

의뢰를 마치고 수도로 복귀하는 골리앗은 그가 앞으로 어떻게 될 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수도의 신전에 들어선 신관들은 곧바로 주교와 비밀회의를 가졌다.


“확실히 이건 세간에 알려져선 안 될 사안이구려.”


주교의 의견은 신관들과 일치했고.

추기경의 강력한 어필로 인해 사살 대신 봉인으로 결정되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거군.’


리안은 이러한 결정에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어째서 그를 봉인한 것일까, 라는 점이다.


‘죽이는 것이 훨씬 깔끔할 텐데.’


그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지만 그를 둘러싼 배경은 멋대로 다시 골리앗에게로 돌아갔다.

수도에 도착한 골리앗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윗을 만나 회포를 풀었다.

물론 다윗이 아무리 다그쳐도 의뢰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다윈은 분명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고 했는데···.’


저리 술을 마구 들이켜는 것을 봐선 이야기가 와전된 모양이었다.

이윽고 골리앗이 봉인될 그 날이 찾아왔다.

신전의 부름을 받고 찾아간 한적한 장소에 도착한 골리앗.

당연히 기밀이었기에 누구한테도 기별을 넣지 않았다.


“너희들··· 뭔가 다르군. 뭘 꾸미고 있지?”

그곳에 도착한 골리앗은 육감으로 함정이란 걸 눈치챘지만 이미 늦었다.

그는 결사 항쟁을 펼치며 고군분투했지만 제압당했다.

이후 그가 어떻게 되었을지 리안은 대충 예상되었다.


‘그 지하굴로 향하는 거겠지.’


그렇게 행방불명된 골리앗.

용병단은 그를 찾으려 애썼지만.

끝내 발견할 수 없었다.


물론 진실을 완전히 숨길 수는 없는 법.

신전의 병력들이 동원되었기에 신전 내부에서도 약간의 비밀은 새어 나왔다.


이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인지하고 있는 각 왕국의 주교들에겐.

무분별한 기운에 노출된 골리앗이 폭주로 사살로 설명했다.

실로 납득이 가는 적당한 변명이었다.


“역시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수습에 저희도 도움을 드리지요.”


남부 신전은 인간이 돌연변이가 되었다는 점은 누락시키고.

오염을 다룰 수 있다는 성과만 은근히 알렸다.


그로써 마기를 다루는 비전은 이어졌다.

골리앗과 같은 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지한 위험기술.

신앙심 깊은 사도만이 이를 익힐 수 있게 만들었다.


세간에는 골리앗에 대해 무관하게 대응.

관련자들은 다윗의 추궁에도 이를 묵인했고 진실을 덮어두었다.

그렇게 정확한 진상은 남부 신전의 소수만이 안 채.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기록관에 보관되었다.


“골리앗. 정말 미안하네. 우린 진실을 받아들이기엔 준비가 안 됐어.”


추기경은 하늘을 향해 몇 번이고 빌었다.

그는 신전의 치부를 감추고 외면한 비겁자.


만에 하나 봉인이 풀리고 골리앗이 빠져나온다면.

머나먼 후대에는 진실을 받아들이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것이 골리앗을 정화하지 않고 봉인한 이유였다.


공간이 일그러지고 시야가 어둠에 물든다.

마치 눈을 감았다가 뜨는 것처럼 리안은 신전의 기록보관소에 돌아와 있었다.


‘후우, 본인은 상관없다더니···. 이걸 그렇다고 봐야 하나?’


예전 그의 과거에 관해 물었을 때 태연스럽게 본인 탓이 아니라던 운영자가 떠오르고.

분노가 치밀었다.


‘나는 정말 오염군주와 다를 바 없는 처지였군.’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운영자가 나왔다.

한 가지 차이점은 단지 그들보다 약해서 봉인까지 당했다는 점이다.


‘억지로라도 확인해보길 잘했어.’


리안이 의뢰를 확인한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후왕은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굴었지만.

그도 이렇게 자세한 내막은 몰랐을 것이다.

골리앗이 복제된 것은 어디까지나 유저라는 불사자가 진입하기 전이었을 테니까.

시스템이 지하굴의 보스로 삼은 것 또한 이러한 배경을 인지하고 나서였다.


“이게 전부 사실일까요?”


특유의 활발함은 어디 가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루마리를 확인하던 사도가 진중한 음성을 내뱉었다.


“...그렇겠지요.”


주교는 한 박자 느리게 대답했다.

느닷없이 눈앞에 던져진 충격적인 진실에 정신을 가다듬기 힘든 모습이었다.


“신전이 이런 선택을 할 줄이야. 실망스럽습니다.”


사도가 특이한 직책이었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주교는 말을 늘어놓을 수 없었다.

과거 선인들의 결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골리앗은 누가 봐도 억울한 사람이었다.


“골리앗, 당신에게 정말 몹쓸 짓을 했군요. 죄송합니다.”


주교는 전대 주교를 대신해 사죄했고.

몹시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각자 이에 대해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그 자리에서 뿔뿔이 흩어졌다.

리안은 다윗의 저택으로.

사도는 그의 친구에게.

주교는 개인 기도실로 향했다.


‘여신이시어. 저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겁니까.’


주교는 심각한 표정으로 조각상에 하염없이 기도를 올렸다.


‘저에게 답을 내려주소서.’


그렇게 부동의 자세로 하루, 이틀. 사흘이 흘렀다.

바깥에서는 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주교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벌써 나흘째입니다. 조금이라도 끼니를 때우시지요.”


수많은 신관이 그를 걱정했지만.

주교는 계속 식음을 전폐하고 기도를 올렸다.


‘제발 대답해주십시오.’


그의 간절한 기도가 여신에게 닿은 것일까.

끝내 여신은 응답해주었다.


‘이건···!’


정신이 일 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

한번 느껴본 적 있었던 감각이다.

어느새 새하얀 공간에 도착해 있었다.


“오셨군요···.”


며칠 동안의 자세 유지로 그가 뻣뻣하게 굳은 몸을 일으킨 순간.

이전에 한번 만나 뵀던 얼굴이 보인다.

그의 앞에 다시금 천사가 강림한 것이다.

하지만 심적인 갈등 탓일까. 아니면 지속된 고행 탓일까.

주교의 눈엔 천사의 모습이 더는 성스럽게만 보이진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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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앞으로 길어야 1년이겠네 23.10.17 88 3 11쪽
111 어떻게든 해봐! 23.10.16 8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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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105 3 12쪽
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9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3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1 2 12쪽
100 해결 23.09.18 101 2 10쪽
99 인정 23.09.15 100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8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4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1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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