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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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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40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10.13 19:20
조회
86
추천
3
글자
10쪽

이게 이렇게 된다고?

DUMMY

유저보다 앞서 일찍 도시를 빠져나온 리안이 행동을 결정했다.


‘마중 나가는 게 낫겠지.’


아직 견왕과 그의 수하들이 도착할 때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었다.

자로 잰 듯이 일직선으로 주파했기에 경로는 얼추 예상할 수 있었다.

숲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크게 엇갈릴 일은 없을 것이다.


‘한번 얼굴을 봐서 다행이군.’


그는 일면식을 있다는 이점을 살려서 미리 합류한 다음,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때릴 계획이었다.

그렇게 앞으로 있을 상황을 곱씹을 찰나.


‘...뭐야, 언제 포위된 거지?’


주위를 감싼 상당수의 인기척을 느꼈다.

자세히 보니 하나 같이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보이는 이들.

리안이 긴장할 무렵.

그쪽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안심하세요, 골리앗. 저흰 당신과 적대할 생각이 없으니까.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요?”


심신을 안정시키는 청아한 여성의 목소리.

성스럽게 느껴지는 기운에서 그녀의 정체는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자들이 전부 사도들인가.’


하지만 리안은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대표로 나선 여성을 제외한 여섯 명의 인원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총 일곱 명···. 많이도 몰려왔군.’


여성 사도의 말대로 공격할 의사는 없는 듯.

그를 포위한 사도들이 한가롭게 잡담을 나누는 것이 들려왔다.


“저분도 상당히 오래 사셨다는데 당신처럼 늙지 않았네요.”


“...그래, 나와 동류로군. 나이로만 따지면 선배시지만.”


“어떻게 보십니까? 당신과 비교하면 어때요?”


“비슷하다. 저 정도가 인간의 한계겠지.”


“흐음, 역시 그런가요?”


조그맣게 대화한다 생각했겠지만.

이곳은 조용한 숲속.

그들의 이야기는 제법 크게 퍼졌고.

그들도 이 사실을 알아차렸다.


“으엑, 다들 이쪽 보는데요? 다 들렸나 봐요.”


대머리 남자는 옆 사람의 호들갑과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리안의 평가를 마쳤다.


“...하지만 이상하게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


“하핫, 그걸 지금 칭찬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대머리 남자는 진심으로 한 말이었지만.

청년은 립서비스라고 여겼는지 입을 가리며 키득거렸고. 리안을 연신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그래도 저런 사람이 또 있다니 놀랍네요.”


“대륙은 넓다. 세계는 더 넓고. 나 정도의 인물은 바다 너머를 뒤지면 수두룩하게 나올 테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닐 것 같은데요.”


“크흠!”


관심이 쏠린 것을 돌리기 위해 사도가 헛기침하며 리안의 시선을 끌었다.


“골리앗, 당신의 이야기는 아침에 연락받았습니다. 현재 주교의 의뢰를 수행하고 계시죠?”


리안은 곧장 사도들이 이곳에 도착한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신전에서 이런 일을 구경만 할 리는 없지.’


호시탐탐 오염군주 봉인을 노리고 있을 신전이 이 기회를 두고 볼 리 없었다.

분명 사전에 대기시켜 놓은 것일 터.

그 상황에서 그가 뒤늦게 전쟁에 뛰어든 판국이었다.


“맞다.”


다 아는 사실을 부정할 수도 없는 노릇.

리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리고 보아하니 견왕의 편에 선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건···.”


리안이 말끝을 흐렸다.

견왕에게 합류하고 배신하겠다는 계획을 말하기 꺼려졌다.

아는 이가 많을수록 일이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그렇게 어물쩍거리고 있자, 사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 당신을 추궁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한 가지 제안을 드리려 했을 뿐이죠.”


“...무슨 제안이지?”


“이왕 이렇게 된 거 힘을 합치는 거, 어떻겠습니까?”


열 세 명의 인원 중 과반수인 일곱 명이나 투입되었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자그마치 오염군주 간의 대격돌이기도 했고.

오염종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이 전면으로 나섰다간 전황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저희들 또한 당신을 도와 후왕을 사살하는 것에 힘을 보태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천우의 기회, 결코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되었다.

그렇기에 리안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다소 이기적이긴 했으나 남부 주교의 입장에선 원숭이를 정화하는 것이 베스트.

리안이 견왕의 편을 들 것이란 사실은 다분히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사도들의 착각이었다.


“저희의 공로 일정 부분을 양보해드리겠습니다.”


사도들은 리안의 사정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고.

그가 거절 못 할 조건을 들이밀었다.


“저희는 어느 쪽이든 오염군주를 봉인할 수 있다면 족합니다. 저희를 믿어주세요.”


그들은 그저 대륙을 위한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오염군주를 봉인하겠다는 열망을 지니고 있었다.


‘이걸 어쩐다.’


리안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확실히 강력한 패였지만 쓰기 어려운 카드이기도 했다.

과연 이들이 시기적절하게 쓰일 수 있을지 고민이었다.


‘애초에 여기서 거절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사도들이 합류했다는 가정하에 열심히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방향을 재수정하려는 고민하는데.


“잘됐습니다. 마침 저희가 기다렸던 정보원이 도착했군요.”


숲 밖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따라오라는 손짓에 사도들을 따라 숲을 빠져나가자 보이는 수십 명의 인간.

바로 다윈 가문의 손을 피해 달아나 재집결에 성공한 유저들이었다.


“...이게 다야?”

“이제 어쩌냐.”

“몰라. 망했어.”


마치 패잔병들처럼 한 데 모인 이들이 한탄하는데.

리안과 함께 튜토리얼을 진행했던 태하도 끼어 있었다.


“오셨습니까.”


태하는 어두운 얼굴로 사도들을 맞이하다가, 그들의 뒤에 서 있는 골리앗을 발견하고 흠칫 몸을 떨었다.


“근데 골리앗이 여긴 왜···?”


사도는 태하에게 먼저 골리앗을 소개하며.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저보고 배신하라는 말입니까?”


“신전은 모험가의 자유와 의지를 인정하지. 하나 이미 전황은 기운 상태이니. 자네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골리앗의 편을 들어줄 수 없겠나?”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그리고 태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사람 생각이 거기서 거기일까.

리안과 비슷하게 배신을 염두해두고 있었다.


“후왕과 긴밀한 관계였던 자네라면 큰 도움이 될 것이야.”


“물론입니다. 제대로 보여드리죠.”


“역시 모험가들이로군. 든든해.”


태하는 협력자로서 오염군주와의 교류 기간이 짧았다.

그렇기에 후왕과의 의리는 크지 않았으며 불리하면 언제든 배신할 사이였다.


“나머지는 제게 맡겨만 주시죠. 여러분들-!”


그는 이쪽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유저들에게 다가가 이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원숭이를 치면 되는 거죠?”


“네네. 그렇습니다.”


참여만 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은 사람들.

유저들은 손바닥 뒤집듯이 표적을 바꿨다.

골리앗, 신의 사도, 모험가의 연합이 만들어지며. 오염군주 봉인을 위한 즉석 회의를 시작했다.


“후왕과 그 휘하 장군의 성격과 위치는 전부 꿰뚫고 있습니다. 저에게 계획이 있는데 들어보시겠습니까?”


조율을 마친 태하가 오염군주의 협력자였던 경험을 살려서 의견을 내세운다.


‘...이게 이렇게 된다고?’


처음 리안이 생각했던 배신을 말할 타이밍을 놓쳤다.

이제 와서 반대로 하자고 말을 꺼내기도 힘든 상황.

결국 견왕을 이용해서 후왕를 죽인다, 는 본래의 목표로 결정되었다.


* * *


남부의 금역 환영의 숲에 도착한 견왕과 수하들.

꼬리가 여러 개 달린 커다란 여우가 의문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 으음, 뭐야? 왜 이리 시끄러워?


여우보다 더 높은 체고를 지닌 개. 견왕은 저편에서 펼쳐지는 전투를 바라보다 이내 숲 중앙으로 걸음을 옮겼다.


- 대장, 뭔가 이상하지 않아?


여우는 의아해하며 그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 조용히 해라.


검은 늑대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침묵 속에서 도착한 숲의 중앙.

나뭇가지에 인간 형태로 앉아있는 후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 나머지는 어디가고. 왜 너 혼자 있지?


“그러게 말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


견왕의 질문을 후왕이 풀이죽은 모습으로 대답했다.

그는 견왕이 자신의 영역으로 찾아오는 낌새를 느꼈을 당시.

정말 죽으려고 작정을 했나 싶었는데.


“웬일로 정직하게 오나 했지. 근데 믿고 있던 게 있었네. 머리 좀 썼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에 견왕이 호언장담한 이유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후왕은 한 방 먹었다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의외야. 네가 이런 수작을 부릴 줄은 몰랐는데.”


견왕은 그의 협력자를 꼬드겨서 이용했다.

정직한 그에겐 어울리진 않는 얕은 술수.

오랫동안 알고 있었는데. 뜻밖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죽을 때가 되면 사람이 변한다고 했던가. 아니 지금은 죽기 싫어서겠지.’


술수에 당했지만 후왕은 내심 유쾌했다.

견왕의 솔직한 심정으로 살고 싶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었으니까.


“뭐가.”


후왕이 허를 찔렀다는 듯이 말하지만.

견왕은 영문을 몰랐다.


“이것도 이기기 위한 전략이지.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비겁하다 욕하지 않으니까.”


후왕은 그가 진심을 감추려 하는 것처럼 느껴져 웃음을 터뜨렸다.

무료한 삶에 지친 친구를 위해 기꺼이 연극에 동참하기로.

그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친구야.”


그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낙하하고.

거대 원숭이 네 마리가 땅에 착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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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앞으로 길어야 1년이겠네 23.10.17 88 3 11쪽
111 어떻게든 해봐! 23.10.16 87 3 10쪽
» 이게 이렇게 된다고? 23.10.13 87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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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트롤 새끼들 23.10.10 102 3 12쪽
107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105 3 12쪽
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9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3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1 2 12쪽
100 해결 23.09.18 101 2 10쪽
99 인정 23.09.15 100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9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4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1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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