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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37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10.30 19:20
조회
82
추천
2
글자
11쪽

저는 당신들과 다릅니다.

DUMMY

시간이 흐르고 다시 오게 된 튜토리얼 섬.

리안은 여기서 잠시 고민했다.


‘...린다를 만나러 갈까?’


최근 너무 자주 찾아가는 게 아닌가 싶지만.

뭐 어떤가.

그녀도 딱히 싫어하는 기색은 없어 보이니.

결국, 그의 마음에 달려있을 따름이었다.

대신 빠르게 얼굴만 보고 올 생각이었다.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알아가자. 내가 먼저 말을 꺼내 보기도 하고.’


돌이켜보면 그가 먼저 화두를 던진 적이 없었다.

리안은 항상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바빴고.

그녀와는 반복되는 짧은 만남 탓에 용건만 확인하는 삭막한 관계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이유는 없지.’


린다는 지속적인 도움을 준 존재.

소홀히 대할 까닭은 없었다.

물론 리안은 그녀가 부담스럽지 느껴지지 않도록 조절할 계획이었다.


‘그대로 이번엔 좀 더 괜찮은 힌트를 줬으면 좋겠군.’


스스로 알아보라며 가차 없이 굴까.

아니면 마지못해 힌트를 줄까.

그는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하며 안개 산에 진입하려는 순간.


‘뭐지? 안개가 이렇게 옅었나? 그리고 나무들이···.’


리안은 저번과 다른 위화감이 느꼈다.

베일에 감싼듯한 자욱한 안개는 어디로 갔을까.


듬성듬성 보이는 앙상한 나무들이 신비스러운 분위기 대신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풍겼지만.

리안은 애써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그가 찾고 있던 커다란 신목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어둡다.’


은은하게 뿜어내던 빛이 보이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

리안은 전속력으로 달렸다.


“린다!”


그는 곧바로 무녀의 이름을 불렀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가까이서 보니 신목의 변화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빛이 꺼져 죽은 듯이 서 있는 고목.

기운찼던 생명력이 더는 느껴지지 않는다.


‘분명 며칠 전망해도 멀쩡했었는데···?’


도저히 장난으로 보이진 않는 광경.

애초에 그녀는 이런 장난칠 사람이 아니다.


그가 떠난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리안은 허망하게 빛을 잃어버린 거목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그리고 라스트 월드 홈페이지에는 이와 관련된 공지가 올라왔다.


[(공지) 튜토리얼 점검에 대해 안내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라스트 월드입니다.

튜토리얼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해결되면 공지사항을 통해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다 안정적이고 쾌적한 게임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이 공지는 금세 화제가 되었다.


- 문 열어! 계승작해야 한다고!

- 친구랑 같이하기로 했는데 왜 하필 지금이냐ㅠㅠ

- 드디어 망하려고 작정했나?


몇몇 유저들은 게임에 망조가 깃들었다고 주장하며 비판했다

물론 이렇게 불평을 토해내는 유저도 있었지만.


- 캐릭터 생성만 불가능하다고 하다는데 왜 난리임?

- 그러니까 게임 하는데 지장도 없구만.

- 이번 패치로 튜토리얼 과정을 간소화시켜주려나?

- 오, 대박. 그럼 좋겠다.

- 하긴 튜토리얼 몇 시간씩 걸리는 거 개오바긴 해.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의견이나 공지를 환영하는 유저들도 있었다.


- 요즘 이상하지 않음? 장군들 힘들게 잡아서 봉인해놨더니 파밍도 못 하게 막아버렸던데.

- 음, 근데 이게 자연스럽지 않나?

- ㅇㅇ설정상 호전적인 수인들이 침략당하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더 오류 같음.

- 그것도 그렇긴 한데. 맥빠지잖아.


연이은 사건, 사고와 갑작스러운 공지에 유저들의 의견 또한 나뉘었다.


* * *


동부의 외곽 숲에 위치한 공터.

그 위에 세워진 천막 안, 열 명가량의 존재들이 모여 있다.

가일스의 엄청난 노력 끝에 비밀리에 진행하게 된 모임이었다.


“...다들 이렇게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일스가 긴장된 목소리로 감사를 표하는데.

탁자에 앉아있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았다.

동서남북 각 왕국의 주교들도 있었지만.

그들과 반대편에 앉아 각자 개성을 뽐내는 네 존재가 더욱 그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저야말로 이런 자리를 마련해준 것에 감사합니다”


속을 알 수 없는 얼굴.

북부에서 사도를 살해한 오염군주 자왕이 웃는 낯으로 내뱉었다.


“괜찮다.”


비교적 온화해 보이는 우왕이 괘념치 말라는 듯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말하고.


“됐고. 빨리 시작이나 해.”


다리를 탁자 위에 올린 불량한 자세의 호왕이 회의를 재촉했다.


“Zzz...”


엎드려 잠을 청하는 묘왕.

그리고 이를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주교들은 매우 심기가 불편한 모습이었다.


“...가일스 경, 당신의 말은 이해했습니다만 저들과 이야기가 통할지 의문이군요.”


주교들도 이제 십이지가 오해라는 걸 깨달았으나.

그렇다고 십이지를 아군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희대의 학살자들.

이는 씻을 수 없는 죄였으며.

그만큼 억제할 수 없는 위험한 무리라는 걸 의미했다.


“그 일은 저도 참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누가 봐도 가식적인 말.

그나마 자왕 베르티오의 답변은 양반이었다.


“똑같이 갚아줬을 뿐이다. 그리고 난 그것으로 인간에 대한 적의는 없다.”


수인을 사로잡으러 온 노예 사냥꾼들은 정원을 해친 대가로 정원의 비료가 되었다.

겉으론 보기엔 얌전하나.

우왕은 실제론 가장 잔인한 손속을 지니고 있었다.


“정신만 똑바로 차렸으면 살아나갔을 텐데.”


호왕은 태평하게 농담을 지껄였고.

묘왕은 여전히 잠에 빠져있었다.


“죄송합니다만 저들의 영역을 존중해줘야 합니다.”


사실 그 외엔 방도가 없었다.

십이지는 각자 옅은 미소와 무표정, 폭소를 지었고.

주교들은 언짢은 얼굴이 되었다.


화합은커녕 파국으로 치달을 지경이었지만 회의는 아슬아슬하게도 계속 이어졌다.


“...그걸 왜 여태까지 숨기고 있었지? 미리 우리에게 경고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그리고 뜻밖의 진실도 밝혀졌는데.

십이지는 각자 금역에서 언데드의 준동을 감시하고 막아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인간들은 멋모르고 성벽이 되어주던 십이지를 공격한 것이다.


“어째서긴 감시자들 때문이죠. 당신들이 천사라고 믿었던 그 존재들 말입니다.”


생각을 하라는 듯 자왕이 관잘놀이를 두드리며 대답했고.

소리친 주교는 도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신전은 감시자에게 농락당한 피해자들이기도 했으나, 가담자들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안 것이 어딥니까? 하하하···.”


가일스는 격해지지 않도록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좌불안석.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연신 불안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회의가 진행되는 중반부에 새로운 인물이 천막을 들추고 들어왔다.


“비밀회의 아니었나?”

“외부자가 어떻게 여길 들어오지?”

“자네 못 들었나? 왜 그 골리앗이라고 연락이 왔다고 하던데.”

“아, 가일스가 일직이 말했던 그 친구군.”


그자는 자왕과 만나러 앨리온드 대륙에 도착한 리안이었다.

북부로 향했던 리안은 자왕이 북부가 아닌 동쪽의 외곽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가일스와 연락이 닿아 이곳을 찾아올 수 있었다.


십이지는 흥미롭게 리안을 바라보았고.

가일스는 리안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오늘 아침에 갑자기 연락이 와서 알려주긴 했지만, 자네가 이곳까지 찾아올 줄은 몰랐군.”


회의에 참여하길 바라는 걸까.

그는 그렇다면 기꺼이 리안을 환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리안은 다짜고짜 질문을 건넸다.


“가일스. 당신은 린다와 무슨 이야길 나눴지? 아냐, 그보다 그녀가 어디로 간다고 귀띔을 해줬나?”


가일스라면 린다의 행방을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무녀님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가일스도 그와 마찬가지였다.

린다의 계획에 동참한 것은 맞으나.

그녀의 행방에 대해선 몰랐다.


“그런가···.”


“...나중에 같이 고민해보도록 하지. 우선 착석하겠나?”


어수선한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리안에게 의자에 앉기를 권유했다.

그리고 그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개를 하려는 찰나.


쿠구구구궁-!!!


대륙 전역을 울리는 커다란 진동이 울려 퍼졌다.

주교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했지만.


“지진인가?”


“꽤 강한데.”


긴 세월 동안 별의별 일을 겪어본 십이지는 느긋하게 근원지를 확인했다.


“흐음. 이보다 동쪽이면 바다밖에 없는데.”


이미 동부에 있는 장소에서 더욱 멀리 느껴지는 진동.

저 멀리 바다에서부터 시작된 지진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 * *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리안이 튜토리얼 섬에서 이리아스 대륙으로 떠나고.

린다가 운영자들과 대면했던 순간.

그녀는 올 줄 알았다는 듯이 한순간도 당황하지 않고 그들을 맞이했다.


“아니 처음 뵙는 게 맞을까요? 운영자분들.”


운영자들은 린다를 사나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팀장님, 이 NPC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 대리는 조심스럽게 김 팀장에게 속삭였고.

김 팀장은 심히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설마 신목의 무녀가 저지른 짓일 줄이야. 대놓고 초반에 이런 바이러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니. 등잔 밑이 어두웠어.”


주교들이 저항하기 시작한 원인을 찾기 위해 시스템의 로그 기록을 따라간 운영자.

그들은 그 끝에서 아무런 배경도 없는 NPC, 신목의 무녀를 발견했다.

그들의 관점에서 그녀는 시스템을 망가뜨린 주범.

발견 즉시 삭제시켜야 할 심각한 바이러스였다.

하지만 그러고 싶어도 그들은 이미 권한을 박탈당한 상태.

굴욕적이게도 그녀와 협상을 통해 순간을 모면해야 했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줄 알아? 당장 하던 짓거릴 멈추고 권한을 돌려내.”


이 대리가 표독하게 린다를 몰아붙였지만.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괘념치 않았다.

운영자의 권한을 복구해줄 생각은 없었고.

애초에 그녀는 그럴 능력도 없었다.

이미 신관들에 의해서 풍비박산 난 자리였으니 말이다.


“우리가 인공지능 따위한테 놀아날 것 같아? 확 서버 다운시켜버린다!”


이 대리가 대신 인상을 쓰며 협박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럴 수는 있습니까?”


린다는 입가에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운영자들이 대륙을 살피는 동안, 그녀 또한 그들을 면밀히 관찰해왔고.

결정권자는 따로 있다는 걸 눈치챘다.


“윽!”


물론 건의할 수 있기야 하겠지만.

명백한 이유를 대고 그에 관한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

그들로선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렵다.

시스템은 망가지지 않는 한, 못 써먹을 최후의 수단이었다.


“부디 현실을 자각하세요.”


린다는 황당해하는 이 대리를 놔두고 김 팀장을 향해 말한다.


“당신이 할 일은 단순합니다.”


“뭐지?”


김 팀장은 들어나 보겠다는 듯이 기다리는데.

그가 상상치 못한 발언이 들렸다.


“저는 이곳을 변화시킬 예정입니다. 이에 대해 알아서 수습하세요.”


그녀는 일을 진행할 테니 윗사람을 보고하고 설득시키라는 뜻이었고.

그렇게 한다면 축제 같은 사소한 이벤트들은 허가해 준다는 거래였다.


“허어···.”


사실상 거래가 아닌 일방적인 통보였다.

김 팀장은 허탈함을 토해냈고.

이 대리는 손발을 부들거렸다.


“이, 이이이게!!!”


폭발하는 그녀를 만류하며 팀장이 앞으로 나섰다.


“...상당히 건방질 소리군. 네가 신이라도 된 것 같나?”


제법 신랄한 비판이었지만 린다는 큰 타격이 없었다.

그녀는 도리어 어이없다는 듯 목소리로 그들에게 대답했다.


“설마요. 저는 당신들과 다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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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이게 이렇게 된다고? 23.10.13 86 3 10쪽
109 과대평가 23.10.11 9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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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105 3 12쪽
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9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3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1 2 12쪽
100 해결 23.09.18 101 2 10쪽
99 인정 23.09.15 100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8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4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1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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