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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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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43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9.13 19:20
조회
104
추천
3
글자
12쪽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DUMMY

전투에 참가하지 못한 다수의 유저들이 한가하게 수다나 떨고 있는 상태였지만.

치열한 격전을 펼쳐지는 현장은 그리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몇 번을 말해, 멍청이들아! 몸통 말고 머리나 다리를 노리라고!”


어그로가 끌리지 않는 적정선에서 공격을 유지하며 장군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사도가 죽으면 죽도 밥도 안돼. 무조건 지켜!”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시 근처에 대기 중인 전사들이 막무가내로 돌격한다.

유저들은 장군을 상대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선보이는데.

가일스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후우, 만만치 않구만.’


몸통박치기에 한쪽으로 날아갔던 가일스.

그는 다섯 명의 전사들의 희생으로 한숨을 돌린다.


‘직접 나서길 잘했어.’


같이 온 사도들은 홀로 한쪽을 담당하겠다고 선언한 가일스를 만류했었는데.

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집대로 결행한 것은, 지금 생각하면 정말이지 옳은 선택이었다.

관록 있는 그조차 모험가들의 목숨을 제물로 바쳐서 버티는데.

만약 후임들의 주장대로 가장 젊은이가 이 자리에 섰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


‘얼마나 희생되었을지 짐작도 가지 않아.’


아주 끔찍할 터.

시체가 산을 이루고 흘러내린 피로 강이 흐른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게 될 것이다.


그는 곧바로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다시금 전투에 돌입했다.


‘최대한 빨리 와줬으면 하는데.’


가일스는 후임들이 괴물을 무사히 마무리 짓고 어서 이곳으로 와주길 바랐지만.

하지만 그보다 더 일찍 도착한 다른 존재들이 있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양 탈을 뒤집어쓴 두 사람을 본 유저가 의아해했다.


“인원 보충해달라고 누가 메시지 보냈어?”


“달랑 둘 뿐이구만. 인원보충은 아니겠지.”


“야, 딱 보니 너희들 잘못 온 것 같은데. 정신 사납게 얼쩡거리지 말고 꺼져.”


“실수할 수도 있지. 뭔 말을 그렇게 싸가지 없게 해? 님들 위험하니까 원래 자리로 돌아가세요.”


“네~. 아주 천사 납셨네요.”


눈앞에서 길드원이 죽어 나가는 전시 상황.

유저들의 신경은 날카롭고 예민했으며.


“꺼지라고 말했는데, 지금 내 말 무시하냐?”


알지도 못할 불청객의 등장을 반가워하지 않았다.

리안과 강속구는 그들의 경고를 흘려들으며 상황을 파악했다.


“아직 뒤쪽 이야기를 전달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상상 이상으로 단합력이 떨어지는군.”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여, 최대한 싸움을 피하면서 왔다.

살아남은 인원이 분명 재빨리 연락을 보냈을 텐데.

아무래도 이쪽 사람들이 전투에 집중하느라 메시지를 못 봤을 가능성이 컸다.


“어쨌든 운이 좋았네요. 바로 시작할까요?”


리안은 대답 대신에 오브를 꽉 쥐었고.

손안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 * *


장군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전사 부대.

한 유저가 의문을 토해냈다.


“...야, 아까부터 이상하지 않아?”

“나도 알아.”

“야단났네.”


그도 그럴 것이 장군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공격의 주기가 길어졌다.

그 공격을 이곳에서 목격하는 그들이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교체될 시간도 한참전에 지났어. 아무래도 그쪽에서 큰 사고가 터졌나 봐.”


“아악, 저새끼 또 날뛴다. 일단 몸으로 막아!”


전사들은 내키지 않는 심정을 삼키고 기합을 지르며 장군의 움직임을 막았다.

6미터는 훌쩍 뛰어넘을 크기의 트럭에 치인 것마냥 날아갔고.

몇몇은 발굽에 짓밟혀 죽었다.


‘모험가들한테 무슨 문제가 생겼나?’


그리고 가일스도 이 일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지만.

아직까지도 다른 사도들에게선 무소식이다.

당장의 도움을 기대하진 어려웠고.


- 이제 너만 남았군.


그나마 남아있던 전사들마저 전멸하면서, 하염없이 밀리기 시작했고.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저놈들인가. 모험가들을 죽인 녀석들이.’


가일스는 지친 눈으로 전투가 끝나자마자 찾아오는 낯선 두 인영이 보였다.


“에그노르! 제가 왔습니다!”


서부의 오염군주 파이스의 장군, 에그노르는 고개를 숙여서 그들에게 눈을 맞추고 감사를 표했다.


- 리안이라고 했던가. 도와주어서 고맙소. 그리고 강속구···. 넌 용케 다시 돌아올 생각을 했군.


그 용기가 가상하다는 듯이 말하는데.

협력자이긴 하지만 별다른 기대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다 리안님 덕분이죠.”


강속구는 실력이 뛰어난 편이었으나. 리안이 없었다면 감히 이곳으로 올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제가 어딜 가겠습니까. 어차피 갈 곳도 없어진 마당에.”


강속구는 세리를 죽였을 때부터 앞으로 평범하게 게임하긴 글렀다고 판단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의리라도 지키겠다는 마음이었다.


- 그런가. 어쨌든 수고가 많군. 지금은 급박한 상황이니 해후는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지.


그들은 에그노르의 말에 찬성했다.

대강 주변을 정리했지만, 아직 살아남은 유저들이 있다.

리안과 강속구의 활약에 많이 당황하고 있지만.

이내 유저들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전열을 가다듬고 이곳을 찾아올 것이다.


“...쉽게 죽어주진 않겠다.”


그들의 대화를 코앞에서 엿들은 가일스가 가까스로 일어서며 말했다.

싸움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청년이었던 그의 얼굴에는 주름이 잔뜩 새겨져 있었는데.

마나 고갈로 인해 본래 나이로 돌아가는 현상으로.

그 말인즉슨, 더는 싸울 여력이 없다는 뜻이었다.


‘가일스.’


리안은 그를 보며 망설였다.

강속구를 다그친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겠지만.

NPC를 죽이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루스와 마찬가지로···. 소멸하는 거겠지.’


딱히 깊은 인연은 아니었지만.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진다니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그렇다고 그가 살려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리안은 그저 그가 죽는 것을 고개를 돌리지 않고 직시할 따름이었다.


“그럼 저희는 이제···.”


강속구가 맵을 보며 다음 위치를 확인하는 찰나.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이 강속구의 목을 관통했다.


“컥, 컥!”


숨통을 부여잡으며 쓰러진 그는 곧바로 숨을 거뒀다.

미처 방어할 수 없는 속도와 고레벨 마법사를 즉사시킬만한 위력.


“사도···!”


리안이 그 정체를 파악하는 순간.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방패가 나타나, 가일스를 짓밟으려는 장군의 발을 막았다.


“가일스 경! 괜찮으십니까?”


“바로 치료해드리겠습니다!”


따스한 바람이 가일스의 주위를 맴돌았다.

핏기가 없었던 얼굴에 단숨에 혈색이 돌아왔다.


“다행히 제때 도착해주었구려.”


가일스가 안도하며 미소를 지었고.


“좀만 더 빨리 올 것이지.”

“이제라도 와준 게 어디냐.

“휴, 살았다···.”


이를 지켜본 살아남은 유저들 또한 한껏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 헤그노르는 이미 당한 건가···.


아마 다른 장군을 말하는 것일 터.

침음이 섞인 목소리를 들은 사도 하나가 코웃음 쳤다.


“더러운 오염종이어도 동료는 걱정되는가 보군.”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너도 똑같이 봉인해주지.”


그 말을 필두로 세 명의 사도들이 앞으로 나섰다.


“가일스 님은 쉬고 계시겠습니까?”


신관 차림의 여성이 가일스에게 다가와 물었는데.


“괜찮네. 마찬가지로 넷이서 저놈을 상대해주겠나?”


거절 의사를 내뱉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리안과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게,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신지···.”


“아까부터 저 시선이 거슬려서 말이지. 내 함 부탁하네.”


“네, 알겠습니다. 방해되지 않게 멀리서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언제든 불러주세요.”


운명인지 우연인지 리안은 얼떨결에 가일스와 일대일로 대면하게 되었다.


* * *


‘...난 거기서 왜 안도했을까.’


리안은 가일스가 살았다는 생각에 안심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오염군주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었음에도.

그는 본인은 오염종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이전의 마인드를 벗어던지지 못했다.


‘조금만 서둘렀다면 저들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을까?’


까놓고 말해서 그는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아마 그가 이보다 더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실패했을 것이다.


라스트 월드의 메인 시나리오는 처음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다.

리안은 발버둥은 잠깐의 위기, 전체적인 긴장감을 주었지만. 결과를 바꿀 수 없었다.


“너는 계속 왜 날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가일스는 곧바로 전투에 들어가는 대신 리안에게 질문을 던졌다.

눈빛이 거슬렸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그때완 입장이 달라서일까.

예전 가일스의 성격은 무척이나 너그러웠던 것으로 알았는데.

상당히 거친 말투였다.


“...예전에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어서.”


“오호, 그렇군.”


가일스는 계속 지껄여보라는 듯 리안을 가만히 응시한다.


“최근에도 외곽의 도시로 입성할 때 기억하나?”


“겨우 며칠 전의 일인데.”


“가일스라고···. 너의 이름을 내뱉은 사람이 있었지.”


‘맞아. 그랬었지’라고 동의하는 가일스에게 리안은 그 사람이 자신임을 밝혔다.


“···? 설마 그게 전부인가?”


가일스의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힘을 꼴깍 삼킨 리안이 입을 열었다.


“아니지 더 있고말고. 너는···. 리안을 기억하고 있나?”


“리안, 리안이라···. 미안하네만 잘 모르겠군.”


“멋모르고 마법사를 하려고 했던, 전사가 어울리는 모험가라고 말하면 알려나.”


리안은 정확히 떠올릴 수 있도록 자세히 말해주었다.


“...아, 그래. 그런 친구가 있었지.”


“그것도 나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본인의 이름을 밝혔다.


“...헛소리 마라.”


가일스는 그의 말을 부정했다.


“왜 그러지? 마법서도 추천해주고 오브도 보여주면서 꽤 친근했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 일화를 어찌 아는지 모르겠지만···. 적당히 해라. 돌연변이.”


가일스한테 리안은 순박한 청년이었다.

사악한 오염종과 그를 빗대는 것이 리안에 대한 모욕이었다.


“귀를 기울였지만, 역시나 쓸데없는 이야기군,”


가일스가 전투할 마음으로 스태프를 들어 올릴 때,

리안이 깨달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그래, 이것 때문에 못 알아봤군.”


리안의 목에 돋아난 비늘이 사라지고.

세로로 찢어진 푸른 눈동자가 본래 모양으로 돌아왔다.

그의 몸을 감쌌던 어두운 기운이 전부 사라졌다.


“...”


장비가 달라지긴 했지만.

손에 든 오브, 갑옷까지 당시와 비슷한 모습이었으며.


“어때, 이제 좀 알아보겠어?”


거기다 화룡점정으로 그가 선물해준 강철 지팡이까지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가일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가 이내 고요해졌다.


“...그렇군. 결국 타락하고 만 건가.”


리안을 인정하며 그가 오염되었다고 여겼다.


“아니, 난 오염된 게 아니야. 그저 성장했을 뿐이다.”


이번엔 리안이 작게 웃으며 그 사실을 부정했다.


“그럼 그 사특한 기운은 어찌 설명할 거지?”


“강력한 힘이 소름 끼치고 두려운 건 생물로서 당연한 반응이다.”


더럽다고 하는 건 그저 꺼림찍한 걸 표현한 것뿐.

되려 신관이 사용하는 신성력이 대놓고 성스럽게만 느껴지는 것이 수상했다.


“무엇보다 사도들도 마기를 다룰 수 있다. 그걸로 증명된 셈이지.”


실제로 앨리온드에서 학자는 금역에 있는 지력의 기운을 이용했었다.


“...그사이에 말재주가 많이 늘었군. 오염되면서 혓바닥까지 강화된 건가?”


“그저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익혔을 뿐이야.”


물론 리안은 칸의 말을 있는 그대로 읊은 것에 불과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반대로 나도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중요한 건 그가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없는가일 뿐.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운영자, 혹은 감시자라고 불리는 자들을 보았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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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105 3 12쪽
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9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3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1 2 12쪽
100 해결 23.09.18 102 2 10쪽
99 인정 23.09.15 100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9 2 11쪽
»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5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1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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