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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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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30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10.24 19:20
조회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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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이대론 끝이 없다.

DUMMY

라스트 월드의 제작사 비전의 직원 전용 캡슐실.

그곳에 있는 캡슐은 일반적인 유저가 아닌 운영자로서 활동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장치다.


“그럼 다들 접속하고 준비를 마치세요.”


도합 열 두 명의 인원이 일사불란하게 들어가고.


“정확히 12시 자정에 시작하는 겁니다.”


마지막 당부를 끝내며 이 대리 또한 라스트 월드에 접속했다.


‘아아, 쉬고 싶다아-.’


부웅-.

몸이 뜨는 듯한 부유감에 몸을 맡기자 편안함에 기절할 듯했다.

가까스로 정신줄을 붙잡은 그녀가 한숨을 내쉰다.


‘하아, 이것만 끝내면 연차라도 써서 다음 주는 몽땅 쉬어야겠어.’


팀장이 양심이 있다면 휴가를 반려하진 않을 것이다.

요 며칠간 평소 이상으로 몸을 많이 혹사시켰다.

다행히 이번 일만 마무리하면 역할은 끝.

당분간 죽은 듯 집에서 쓰러질 예정이었다.


‘거참 이렇게까지 빡세게 준비할 일이··· 맞네. 에효.’


시종일관 여유로웠던 그녀의 상사는 저번 사고를 기점으로 예민해졌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성급하게 굴었다.

거기에 더해 날밤 지새우며 야근을 몸소 실천했기에 그의 부하인 그녀는 정말이지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다.


‘잘하다가 한번 삐끗한 거로 자리가 위태롭진 않으실 텐데 왜 저러시는지 원.’


팀장의 손발로써 현장에서 일하고는 있지만.

그녀의 눈엔 어디까지나 단편적인 모습만 비칠 뿐이다.

팀장이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질 못했다.


‘팀장님은 저 없으면 안 된다니까. 제가 이번에도 잘 해결해드리겠습니다.’


현재 타부서의 지원까지 받아 작업을 진행 중.

세력전에서 계시를 내렸던 것처럼 신전을 이용하는 것이다.

투철한 신앙심을 가진 신전을 이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속셈.

이 대리는 몇 번 해봤던 일이라고 그새 자신감이 붙어 있었다.


‘팔론데 서버의 목표는 계왕이라고 했지. 응, 문제없어.’


지난 이벤트에서 실망한 유저들의 마음을 돌리는 방법은 오직 오염군주를 처치뿐.

운영진은 이에 대한 주제로 논의를 통해 각 서버의 표적을 선정했는데.

앨리온드의 토끼, 이리아스의 양. 그리고 팔론데는 그녀가 되새김했던 닭이 선정되었다.

이 결과는 온전히 분석팀의 보고서로 이루어졌다.


‘설마 이걸 잘못 계산하진 않았겠지.’


살짝 불안했지만 지체할 시간이 없었기에 통과되었고.

그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11시 55분.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할까.’


다시금 대륙에 오염군주 척결을 위한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주교를 움직여야 하며.

계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단체로 자정 시각에 시작하기로 했다.


12시.

이 대리는 때마침 기도실에서 기도를 올리는 팔론데 남부 주교의 앞에 천사로써 강림했다.


‘얘는 껌이지. 어려울 거 없어.’


그녀가 담당한 남부 주교.

그는 설정상 주교 중에서도 신앙심이 가장 높았기에 안심하고 있었다.

어려운 부분은 지원 온 타 부서 인원들에게 나눠주고.

가장 쉬운 부분을 맡은 것이다.


‘또 감동의 눈물을 흘리려나. 푸흐흐.’


그녀는 저번 만남에서 주교의 추태가 생각나 입가에 실소를 머금었다.

아마 주교는 이 비웃음을 인자한 미소로 여길 것으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주교의 믿음은 옅어질 대로 옅어진 상태라는 걸.


“부디 저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아 퍼석퍼석한 입가.

야윈 상태의 주교는 눈을 감아 흐릿해진 정신을 가다듬었고.

잠시 후 떠진 그의 눈동자에선 경건함이 물씬 풍겼다.


‘광신도라더니···. 정말 소름 끼치게 구현했네.’


천사의 역할에 몰입한 이 대리는 그가 어떤 얼굴이든 개의치 않았다.

광신도라는 배경이 있는 한 그녀의 말을 따를 것이 분명할 테니까.


“여산께서 너희를 어여삐 여기어, 친히 그분의 말씀을 전하러 왔다,”


처음의 연기와 비교하면 아주 괄목할만한 성장.

그리고 전과 다를 바 없는 성스러운 광채가 그럴듯한 연기에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주교의 반응이 전과 판이하였다.


“잠시만, 제가 감히 그분의 말씀에 대해 한가지 여쭤보아도 되겠습니까.”


“그, 그러하라.”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지 못했으나, 그녀는 임기응변에 상당히 약한 편이다.

나름 쉬운 상대를 골랐다고 생각했지만.

콩깍지가 벗겨진 주교는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저번에 전달해주신 예언은 틀렸습니다. 이에 대한 별다른 첨언은 없으십니까?”


주교는 단단한 심지로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 그것조차 여신의 뜻이다.”


긴장한 것치곤 잘 대답했지만.

주교의 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저는 골리앗이라는 죄인을 만났습니다. 덕분에 저는 신전의 치부를 보고야 말았습니다.”


‘크으, 이 자식!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이 대리는 순식간에 낭떠러지에 몰렸다.

저번만 하더라도 납작 엎드려서 하염없이 눈물을 줄줄 흘리던 인물이.

고개를 뻣뻣이 들고 그녀에게 반박했다.


”그만! 난 네게 답을 주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전 여신님의 말씀을 따를 수 없습니다.“


주교는 의지를 담아 확고히 답변했다.

종을 자처하는 자가 감히 여신의 뜻을 거역하다니.

말도 안될 일이지만. 주교의 자리에 올라서며 그에게도 본인의 신념은 있었다.

이것은 길고 길었던 시간, 신전의 의뢰에 억울하게 희생당한 골리앗한테 속죄하는 길이었다.

결국 참다못한 이 대리가 가면을 벗어던졌다.


“에라이, 진짜 하라면 해! 왜 이렇게 토를 다는 거야-!”


두 주먹을 불끈 쥐었던 그녀는 검지를 뻗어 주교를 가리켰다.


“하아, 진짜 안 그래도 짜증 나는데 너까지 말썽이야!”


절규하듯 말을 쏟아붓는데.

말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 저주가 있는 것처럼 주교의 육신이 반응했다.


“크아아악!!”


고통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는 주교.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서 허우적거린다.


“내가 만만해? 만만하냐고!”


이 대리가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지르자 더욱 고통이 심해진다.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풀 듯이 주교를 괴롭혔다.

그녀는 어차피 기억을 지우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끄윽, 흐윽! 죄송, 죄송합니다!”


왈칵-.

주교의 단단한 마음을 간단히 부수고 용서와 자비를 구하게 되는 통증.

입에서 피를 토하고 두 눈덩이에서 붉은 선이 그어진다.

바닥을 긁는 손의 손톱이 뽑혀나가는데.


“그러게 죄송할 짓을 왜 했어!!!”


그녀는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며칠 동안 영양과 수분 섭취를 안 한 어디서 이런 힘이 솟아났는지 몸을 뒤틀며 끔찍한 고함을 지른다.


‘저는 대체 무엇을!’


하염없이 고통 속에서 몸부림칠 때.

한순간 머리를 관통하던 아픔이 씻은 듯이 사라진다.

그리고 바닥에 고인 한 줌의 핏물조차 소멸해 말끔해졌다.


“어,어?! 왜 이래?”


주교는 당황하는 이 대리 너머의 광채를 보았다.


“...여, 여신님?”


주교는 순간 그를 구원하기 위해 여신이 나타났다고 여겼다.

어두워진 시야가 갑자기 회복된 탓에 천사의 광휘를 잘못 본 것이고.

신목의 무녀가 실행한 계략으로 운영자의 권한이 약해진 탓이었지만.

적어도 진실을 모르는 주교의 눈엔 그렇게 보였다.


“으아아아!!!”


겨우 제자리 서기.

하지만 주교는 괴성을 지르며 가까스로 일어섰다.

공포를 극복해내며 소리쳤다.


“넌 천사가 아니다.”


그는 마침내 깨달고 말았다.


“당장 내 앞에서 꺼져라, 악마!”


그의 앞에 선 존재는 천사가 아닌 것을.

그리고 마치 악마를 정화하듯이.


“뭐, 뭐야 이게?! 꺄아아아악!!!”


이 대리는 소멸, 라스트 월드에서 튕겨 나갔다.

그리고 다른 대륙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하고 있었다.

아니 앨리온드의 경우는 이보다 더욱 빨랐다.


“왔구나! 이 마귀 녀석!”


“에?”


지원 온 사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분명 전달받은 사항으로는 정해둔 대본만 읊으면 된다고 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마귀 놈이! 감히 우릴 능멸하려 드느냐!”


천사를 우러러봐야 할 주교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진다.


“그게 아니라, 어, 나 천산데···?”


“그깟 거짓부렁에 넘어가지 않는다!”


운영진들이 열심히 회의를 거치는 동안, 가일스가 앨리온드의 신전에 끼친 영향력은 막대했다.

불신이란 정신적인 방어막을 두른 주교들에겐 그들의 연기는 먹히지 않았다.


“우리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속셈이군!”


가일스와 같은 결론에 도달한 자들도 있었고.


“크롸아아아아악!!!”


광신도라는 명성이 헛되지 않은 듯 그들에게 발광하는 자들도 있었다.


“죄송합니다!”


꽤 효과적인 방법이었는데.

광적인 모습으로 마귀를 물리치기도 했다.

점잖았던 이들이 진심으로 분노하는 모습은 마귀가 따로 없었다.

그렇게 속속들이 쫓겨난 운영자들.


“악!”


강제로 접속종료 당한 직원과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고.

나머지도 차례대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이게.”


접속 종료한 직원들과 멀뚱멀뚱하게 이 대리를 쳐다보았다.

온통 황당하다는 반응들뿐이었다.


* * *


시간을 거슬러 주교가 식음을 전폐하고 기도를 올릴 무렵.

다윗의 저택에 돌아온 리안은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되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함을 커졌다.


‘다 끝났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운영자가 갑자기 그를 찾아오지 않을까.

아니면 신전에서 또다시 자신을 봉인하러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말 그대로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


끼익.

누군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

리안은 반사적으로 대검을 움켜잡았는데.


“아, 다윈인가.”


“...골리앗 님.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다윈이 그를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난 괜찮아.”


“저에게 말씀하시길 힘든 걸 알고 있습니다.”


다윈은 그가 어떤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걸 안다.

사실 신전에 갔다 온 뒤로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하는데 모를 수가 없다.


“다만 잊지 마십시오. 저뿐만이 아니라 다윗의 후손들은 모두 당신이 어떠한 비밀을 가지고 있든 받아들일 것이라고요,”


힘들지만 다윈의 가문의 식구들에게 리안의 소개를 끝마쳤다.

그에 대한 믿음이 강한 것일까.

아니면 후손으로서 직감인 있는 걸까.

리안을 진심으로 가문의 어르신으로 모시기로 결정되었다.


“그렇다고 감히 당신을 재촉하는 건 아닙니다. 끝까지 숨기셔도 어쩔 수 없지요. 하지만 망설이고 있으시다면 주저 없이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윗의 후손들은 리안이 그들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었다.

호기심을 죽이고 부담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말이다.

무엇보다 고민을 알아차린 탓이 컸다.


‘과거의 나는 헛살지 않았구나.’


솔직히 똑똑하다고 할 수 없었지만. 자신은 좋은 친구를 두었다.

낯선 상황이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그들의 마음은 알 수 있었다.


그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손만 내밀어주면 언제든지 발 벗고 나설 사람들.

계속 기다리게 하는 것은 몹쓸 짓이었다.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이지. 하지만···.’


가볍게 입에 올릴 화제가 아니었다.

만약 이를 계기로 운영자가 찾아온다면.

그리고 다윗의 후손들이 그를 새카맣게 잊어버린다면.

루스의 일 이상으로 좌절하고 말 것이다.


‘이대론 끝이 없다.’


아무리 고민해도 그로선 답은 없었고.

운영자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관심이 끊긴 것일까.

운영자의 손아귀에서 온전히 벗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리안은 결심했다.

진왕을 만나서 조언을 구해보기로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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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론 끝이 없다. 23.10.24 8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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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이 머저리가 나라고? +2 23.10.20 81 4 10쪽
113 못 들었어? 걔네들 불러오라고. 23.10.19 84 4 11쪽
112 앞으로 길어야 1년이겠네 23.10.17 88 3 11쪽
111 어떻게든 해봐! 23.10.16 87 3 10쪽
110 이게 이렇게 된다고? 23.10.13 86 3 10쪽
109 과대평가 23.10.11 99 3 11쪽
108 트롤 새끼들 23.10.10 102 3 12쪽
107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105 3 12쪽
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9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2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1 2 12쪽
100 해결 23.09.18 101 2 10쪽
99 인정 23.09.15 99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8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4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1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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