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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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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
글자수 :
637,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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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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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다시 찾아올게

DUMMY

메인 시나리오와 연관된 특수 NPC의 퀘스트.

특수 NPC한텐 전부 이러한 임무가 주어지는 걸까.

리안은 살짝 호기심이 샘솟았지만, 의문은 잠시 뒤로 미뤘다.

지하굴에서 부활 시 의무적으로 해결할 과제가 있었으니까.


“후욱, 훅.”


멀리서도 들려오는 심호흡.

잔뜩 긴장한 유저가 경직된 발걸음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귀찮군.’


평소라면 상투적으로나마 어울려줬을 텐데.

그는 며칠째 추격전을 벌이며 정신이 말라비틀어진 상태.

괜히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지나가라.’


그가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유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안 움직여? 버근가?”


리안은 유저를 먼저 보내기로 결정하여, 그를 무시한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데.

유저가 그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갑자기 움직이는 거 아니지?”


유저는 예의 바닥에 꽂힌 성검을 주워 리안을 푹-, 찔렀다.

어깨에 고통이 번진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리안은 상대의 머리통을 부수려는 걸 가까스로 참았다.


“쳇, 싱겁게시리.”


다행히 유저는 리안을 죽일 생각은 없었는지 공격이 이어지지 않았고.


“이런 자잘한 버그나 고쳐줄 것이지. 또 무슨 대규모 업데이트를 하겠다고 야단법석인지.”


투덜거리며 발길을 돌렸다.

유저가 나가고 잠시 후.

리안은 어깨에 박힌 검을 거칠게 뽑아 던졌다.


‘곱게 좀 나갈 수 없나.’


예전처럼 닫힌 석문을 강제로 개방한 뒤, 지하굴을 벗어났다.

괜히 앞에 있을 유저와 마주치지 않도록 천천히 뒤따르는데.


‘늦게 나올 걸 그랬나.’


그는 곧 있으면 나올 풍경을 상상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저 새끼도 S급이 뜨겠지.’


여태까지 있었던 일을 짐작해보면 그와 만난 유저는 전부 S급 가호를 받았었다,

자신은 A급도 나온 적이 없는데.

생판 모르는 유저가 그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S급 가호를 확정되다니.

심사가 뒤틀리고 배가 아팠다.


“실력도 없어 보이는 놈이, 너한텐 F급이 딱 어울릴 텐데 말이다.”


리안은 무녀와 대화를 나누는 유저를 보며 멀리서 저주를 퍼부었다.

그 원념이 깃든 저주가 통한 걸까.


“씨발!”


환호성을 터뜨렸을 장면 대신 유저가 욕설을 퍼붓는 광경이 보였다.


[고블린의 지혜(F), 날카로운 송곳니(F), 난쟁이의 주머니(F)]


예견했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하아, 이러면 볼 것도 없다.”


유저가 바닥에 침을 탁, 뱉고는 사라졌다.


‘사실 여태까지 전부 우연이었나···?’


리안은 본인의 존재에 너무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는 착각에 민망해하면서도.

한편으로 고소한 얼떨떨한 마음을 품은 채, 신목의 무녀에게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리안. 오랜만입니다.”


그녀와 신목에서 보이는 은은한 빛.

눈부신 광채를 흩뿌리는 신성력과 반대로, 온화하면서도 산뜻한 기운.

외견만 봐서는 수수해 보였지만 신전에서보다 훨씬 편안하게 느껴졌다.


“오염군주의 탄생에 대해 알아왔다. 덕분에 내 과거에 대한 단서도 찾을 수 있었고.”


“그런 것 같군요. 바란 대로 실마리를 찾은 모양입니다.”


린다의 말을 끝으로 잠깐 침묵이 흘렀다.

리안은 진득한 대화를 나누기에 앞서, 가호를 먼저 받기를 기다렸는데.

그녀는 그를 멀뚱히 쳐다볼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먼저 가호부터 내려주지 그래?”


참다못한 리안이 한마디 내뱉었는데.


“당신에겐 은총이 내려지지 않습니다. 이제 당신은 모험가 리안이 아니라, 팔론데 출신의 용병 골리앗이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야?”


알 수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이제 유저가 아니란 뜻일까?

자세한 질문을 하기도 전에 알림 문구가 리안의 눈을 가렸다.


[퀘스트 ‘골리앗의 여정’이 새롭게 갱신되었습니다.]

[지하굴을 빠져나온 당신은 안개 속에서 신비한 여인을 만났습니다. 그녀가 알려주길 골리앗, 그것이 당신의 이름이었습니다.]


[골리앗] Lv.300 오염종

가호 : 거인의 후예(S) 왕의 자질(S) 자가회복(A)

특성 : 컨디션 관리(A) 피해보정(A) 강인한 육체(A) 눈썰미(B) 악의 씨앗(S)

능력치 : <상세히 보기>

특이사항 : ‘여신의 저주’와 ‘신목의 속박’으로 봉인되어 능력치가 대폭 하락해 있다.


억지로 주어진 퀘스트는 멋대로 리안의 존재를 바꿔놓았다.

아니 이 경우엔 돌려주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마음을 가라앉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린다의 차분한 목소리에도 그의 머릿속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설정, 로그아웃이 전부 사라졌어.’


리안이 유저가 되는 것이 그렇게나 문제였을까.

다신 유저가 되지 못하도록 못을 박아버렸다.

그는 앞으로 커뮤니티는커녕 친구창도 이용하지 못할 것이다.

든자리는 몰라도 난자리는 안다고.

로그아웃이 비활성화됐을 때도 느꼈었지만. 맹인이 된 기분이었다.


‘레벨이 300···?’


그 대신이라고 해야 하나.

리안에게 괴랄한 스펙이 주어졌다.


시스템을 벗어난 능력, 마기 또한 소멸되진 않았다.

힘의 베이스가 되었던 용혈이 소멸된 건 아쉬웠으나, 다른 대체재가 생겼고.

전투력 측면에선 엄청난 성장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누가 이런 걸 달라고 했나.’


불쾌감이 한없이 치솟았다.

지하굴에 갇힌 이유을 알고 싶긴 했지만, 그는 이런 걸 바라지 않았다.

기간은 짧았지만, 유저로서 리안의 삶은 매우 가치가 있었는데.

그걸 송두리째 빼앗겨버렸다.


“난 골리앗이 아니라 리안이다.”


그렇기에 그는 이름을 거부했다.


“그 이름으로 불리길 원한다면야,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말을 이어가는데, 그 억투가 마치 대본을 읽는 듯한 딱딱했다.


“골리앗, 당신을 구속하고 있었던 속박은 해제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어서 팔론데 대륙의 히슬린 왕국으로 가서 당신의 과거를 되찾도록 하세요.”


린다의 발언이 끝나고 리안은 의문을 느꼈다.


‘잠깐,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의 힘으로 지하굴에 묶여있는 신세였다.

부활 지점은 항상 그곳에 고정되어 있었고.

때문에 어디서 죽든 지하굴에서 부활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시스템상 공식적으로 지하굴을 탈출한 상태가 되었다.


‘설마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하나, 아니면···?’


리안은 덜컥 본인의 목숨에 대한 걱정이 앞섰는데.

린다가 그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퀘스트를 진행되며 당신은 세계수의 속박에서 풀려났습니다. 더는 지하굴에서 소생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역시 그런가···.”


앞으로 막무가내식 플레이는 제한해야 하나 싶었지만, 잇따른 설명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한 오염종은 쉽게 소멸하지 않지요. 그리고 그건 당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마기를 깨우치고 오염종이 되면서 리안은 여타 NPC들처럼 소멸하진 않는다는 뜻이었다.

오염군주를 도와주겠다는 당시의 결단이 모든 면에서 좋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직접 당해보니 정말 터무니없군.’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제멋대로 상태가 정해진다니.

불쾌하고 어이없는 일이었다.


“퀘스트를 이어서 진행하시겠습니까?”


고개만 끄덕이면 지하굴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퀘스트를 수행한다면 그가 이곳에 갇힌 이유와 원흉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그토록 바라고 궁금했던 것들이었으나.

어째서인지 리안은 망설여졌다.


‘느낌이 안 좋아.’


스스로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꺼림칙한 느낌.

불길한 예감이 강하게 느껴졌지만.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하겠다.”


리안은 시스템을 이용하기로 결심.

불길함을 애써 무시하며 퀘스트를 수용했다.


“네. 당신의 선택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그녀가 입을 닫자 신목이 가지를 흔들었다.

리안은 저번처럼 나무줄기나 뿌리가 움직이려나 짐작했지만.

예상과 다르게 신목의 나뭇잎이 떨어져나와 그의 가슴에 붙었다.

초록빛으로 화한 잎은 리안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신목의 속박’이 해제되었습니다. 봉인된 힘이 풀려납니다.]


리안은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자신의 능력치를 대략적으로 가늠했다.


‘대충 플래티넘 정도인가.’


대화 몇 마디로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다니.

마치 시스템이 밥상 차려주고 숟가락까지 떠먹여 주며. 어서 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바라던 바다.’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

운영자의 의도가 담겨 있든 말든, 수행하는 와중에는 깊게 관여하지 않을 터.

그리고 퀘스트를 통해서 대륙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솔직히 뭘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지만···. 해내야겠지.’


여기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그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그 미래가 최후에 유저들에게 잡혀 봉인 당하는 결말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운영자에 손아귀에 있는 생사여탈권을 가져올 수 있을 터.

일단 지금은 그것이 시급한 사안이었다.


“오늘이 저희의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겠군요.”


생각에 잠긴 리안을 일깨우는 린다의 한마디.

그 말을 듣고 리안도 어쩌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신목의 무녀 린다.

그녀는 정말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었다.

실제로 그녀의 정체는 베일에 감춰져 있다.

지금이야 때아닌 논란으로 초반을 제외하곤 시들했던 골리앗 떡밥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지만.

무녀의 정체는 커뮤니티에서 자주 언급되는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그러고 보면 언젠가 꼭 샅샅이 봐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당시의 감정이 옅어지고 어느새 뒷전이 되어버렸다.

그가 무례했다는 걸 깨닫고 깊게 파고들지 않은 걸 수도 있었지만.

사실 다른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만약 성훈이랑 칸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계속 집착했을지도 모르지.’


리안의 정체를 알고 하나의 존재로서 바라보는 성훈.

그리고 비슷한 처지에서 공감해주는 칸이 있어서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있었다.


그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진 않았어도, 린다는 만난 횟수만 꼽는다면 가장 높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도 그녀에 대해선 하나도 짐작이 안가지만.

딱히 미련이 남지 않았다.

다만···.


“내가 널 알아내고 다시 찾아올게.”


리안은 린다를 찾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어째서인지 그녀가 아쉬워하는 듯한 기색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기다리겠습니다.”


평소와 같은 미동도 없는 입가와 무덤덤한 모습.

그만의 착각이었나 싶었는데.

그래도 기다리겠다는 대답이 마음에 닿았다.

그는 이때의 약속을 떠올리고 언젠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었다.


* * *


리안은 그렇게 다짐하며 린다와 작별했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 안개산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염종은 본래 이렇게 부활하는군···.'


나무에 처박힌 상태로 쓰러져있던 리안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부활하고 나서 동굴이 아니란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이거 큰일이다.’


그는 태하와 튜토리얼을 하면서 발견한 히든 몬스터.

그림자를 사냥하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강해질 줄이야.’


그의 짐작대로 신목의 속박이 풀린 그의 스탯은 플래티넘 유저와 비슷했고.

그것이 도리어 고난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리안에겐 이곳에선 절대 구하지 못할 무기가 있으니 안심하고 있었는데.


‘스킬만 해금된다면서, 저 무기는 뭔데?’


태하의 설명과는 달랐다.

시커먼 그림자의 손에는 그와 마찬가지로 검은색의 쌍절곤이 쥐어져 있었다.

물론 리안이 태하를 원망하는 것은 잘못되었다.

상식적으로 튜토리얼 섬에서 200레벨 수준의 기량을 갖춘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여튼 리안으로썬 당황스러웠지만 그림자에게 도전했고.

그 결과 한 시간 내내 박살이 났다.

괜히 태하가 적정 레벨을 1로 지정한 것이 아니었다.


‘후우, 이게 유저들의 심정인가···.’


죽음이 반복되는 와중에 리안은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넌 내가 죽이고 간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튜토리얼 섬에서 며칠이 흘렀다.


골리앗이 서둘러 팔론데 대륙으로 가길 원했던 운영팀.

그들에겐 무척이나 피가 마르는 시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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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99 3 12쪽
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8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98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1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99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0 3 11쪽
» 다시 찾아올게 23.09.25 99 2 12쪽
100 해결 23.09.18 100 2 10쪽
99 인정 23.09.15 98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7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2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3 3 11쪽
95 규칙 23.09.11 103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0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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