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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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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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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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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10.0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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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그건 조금 곤란한데

DUMMY

“일이 성가시게 되었군요.”


비밀을 캐내긴커녕, 일거리를 가져온 리안.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다윈이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신전의 절차는 한 나라의 국왕일지라도 무시할 수 없다.

당시의 사건을 열람하기 위해선 순순히 신전의 요구에 응해야만 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아주 불가능할 일은 아니어서.”


오염군주 사살, 이전이었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었겠지만.

동부와 남부의 오염종간의 전황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활약해야 한다는 부분입니다.”


단순한 오염군주의 사살만이 목표였다면.

별다른 조치를 할 필요가 없었다.

가만히 손 놓고 있어도 오염군주끼리 격렬한 전투를 펼칠 테고 패배한 자는 온전하지 못할 테니까.

하지만 업적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에서 전투 참가가 강요되었다.


“우선 자리부터 옮기죠.”


미리 대기시켜 놓았는지 마차가 신전 앞에 떡하니 승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태연하게 다윈을 따라 탑승하자 빠르게 출발했다


마차는 이전에 두 사람이 만났던 낡고 허름한 건물로 향하지 않았다.

귀족이 아닌 이상 자리 잡지 못할 중앙 구역.

수도의 중심지에 있는 다윗 가문의 저택으로 들어섰다.


‘예상은 했지만, 상상 이상이군.’


어느새 해가 저무는 늦은 시각.

저택 앞에 있는 수행원들이 그들을 정중히 맞이했다.


“가주님. 옆의 분은 손님입니까?”


노년에 접어든 집사가 마차에서 내린 다윈에게 물었다.


“그래, 손님방을 하나 내어드려. 귀한 손님이시니 불편함이 없도록 하고.”


다윈은 자연스럽게 지시했고.

그 모습에서 리안은 그가 저택의 주인이라는 것이 여실히 느꼈다.


“그리고 아버지껜 말씀드리지 말도록.”


“네. 알겠습니다.”


마지막 말은 속삭이듯 말했는데.

집사는 그가 데려온 인물이 비밀 손님이란 걸 알아들은 듯했다.

만족스럽게 표정은 지은 다윈이 리안을 돌아본다.


“시간이 늦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내일 오전으로 미루겠습니다. 집사.”


다윈은 집사에겐 자신과 동등한 대우를, 아니 그보다 더한 것을 지시했다.

골리앗은 그가 존경하는 할아버지의 친우. 그것도 보통 친구분이 아니라 생사고락을 함께했을 친우였다.

불편한 것이 없게 극진히 모시되 또 부담스럽지 않게 모시라고 당부했다.


“손님방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까다로운 지시에도 집사는 별다른 내색 없이 명령을 수행했다.

다윈은 집사를 따라가는 리안을 잠시 쳐다보다 고개를 저었다.


‘아직 말씀드리긴 이르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분이 찾아왔다는, 이 기쁜 소식을 아버지께 당장이라도 전달하고 싶었지만.

잠시 비밀로 해두기로 했다.


‘어차피 회포를 풀지 못할테니까, 괜히 심란하기만 하시겠지.’


신전의 보증으로 사기꾼이라 여기진 않겠지만.

가뜩이나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 당사자는 기억조차 못 한다고 하니.

무슨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진전이 되질 않을 터.


‘지금 만나봤자 아쉬움과 조바심을 느끼실 거야.’

혼선이 빚을 것이 뻔하다.

아버지께 소식을 전하는 것은 모든 일을 무사히 마무리 짓고.

기억을 되찾은 이후에 정식으로 소개해도 늦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다윈은 손님방으로 향하는 내내 저택을 신기하게 쳐다보며 어색하게 걷는 리안을 보며.

그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 * *


리안은 집사를 뒤따라 손님방에 도착했다.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언제든 탁자에 놓인 종을 울리시면 됩니다. 그럼 편안히 쉬시길.”


집사가 나간 문을 한참 바라보던 그는 근처에 놓인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정신없군.”


그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저택의 풍경이 낯설고 생소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곳이 어쩌면 자신의 미래였을 것이란 생각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지하굴에 갇히지 않았다면 나도 이런 곳에서 살았겠지.’


대궐 같은 저택과 수발을 들어주는 하인들.그리고 한 가문의 가주.

솔직히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내가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인가?’


머릿속으로 이해는 된다. 상태창만 보아도 그 정도는 거뜬했으니까.

하지만 아직도 실감이 가지 않는다.

지하굴에서 초보자 상대로 결투하던 인물이 사실 전설적인 용병이라니.

경험과 기억에 따라서 사람이 이렇게나 달라지는구나 싶었다.


“가주라 멋지겠군.”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가 저도 모르는 사이 잠에 빠져들었고.

그렇게 소파에서 하룻밤이 훌쩍 지나버렸다.

.

.

푹신한 소파에서 잠을 청하던 리안은 서서히 다가오는 기척에 번뜩 눈을 떴다.


똑똑.

이윽고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 기침하셨는지요.”


잠긴 목소리로 대꾸하자 잠시 뒤 하녀가 세숫물과 식수를 가져왔다.

자그마한 잔에 물을 세 번이나 채워 연거푸 마신 뒤.

간단하게 세수를 마쳤다.


“식사는 어떤 것으로 하시겠습니까?”


리안은 집사의 질문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떤 요리든 상관없다는 뜻일까.


‘보통 정해진 메뉴가 있을 텐데···.’


집사는 그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준비할 태세였다.

리안은 호기심이 동했으나, 굳이 시험해볼 생각은 없었다.

대충 아무거나라고 답하자 알아서 요리를 내왔다.


[음식 효능이 중복됩니다. 능력치가 오르지 않습니다.]


음식을 만든 요리사는 실력 있는 요리사였다.


‘중복이었나.’


그가 다소 아쉽다는 표정을 짓자.

집사는 이를 다르게 해석했는지 음식이 연이어 들어왔다.

리안은 게걸스럽게 음식들을 먹어치웠다.


“더 드시겠습니까?”


“됐다.”


그가 포만감에 만족하며 냅킨으로 입을 벅벅 닦고 있자니.

집사가 이어 말했다.


“그럼 나가실 채비를 부탁드립니다. 가주님게서 부르십니다.”


“...미리 말했으면 식사를 빨리 마쳤을 텐데.”


“서두르시지 않으셔도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았지만.

다윈이 직접 그리 말했다니 뭐라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부름을 받아 도착한 회의실.

다윈은 버젓이 있는 의자를 사용하지 않고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걸 본 리안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다윈은 방 안에 있는 인원들을 전부 내보냈다.


“자네도 문밖에 서 있도록.”


그의 뒤에 있는 호위 기사까지 쫓아내는데.

호위 기사는 리안을 빤히 바라보며 무언의 경고를 날리고 나갔다.


신원 미상의 용병 나부랭이.

호위로서 그를 경계하는 건 당연했다.


‘가소롭기는.’


리안은 개의치 않고 자리에 앉았다.

원형 탁자 위에 펼쳐진 지도.

그 위에는 다양한 색깔의 장기말이 동서남북의 끝부분에 놓여 있었다.


“대륙에서 파악한 모든 오염종들을 표시한 겁니다.”


다윈은 서와 북은 젖혀두고 앞으로 있을 일과 관련 있는 남과 동을 가리켰다.


리안의 주요 목표는 사살과 활약.

상황을 고려하여 이 자리에서 둘 중 하나를 표적으로 지정할 것이다.


“보면 아시겠지만 가장 큰 두 세력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우연히도 두 세력의 장군은 셋으로 수가 동일했다.


“정보가 부족하여 정확한 전력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엄청난 차이가 있진 않다고 봅니다.”


이것은 다윈 개인의 의견이 아니다.

왕국과 신전조차 정확한 비교가 불가능했기에 그저 비슷하다고 추측할 뿐이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외부세력의 힘이 크게 작용할 테지요.”


다윈은 말을 이어가며 작은 말들을 남쪽에 세웠다.


“그리고 소문에 의하면 모험가들이 원숭이와 함께 개를 물리칠 생각이라고 합니다.”


모험가라는 작은 말이 남쪽에 추가되자, 비등하게 보였던 형세가 원숭이에게 매우 유리하게 바뀌었다.


“일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싶으시다면 원숭이 쪽을 가세하는 것이 좋겠지요.”


북적북적한 남쪽을 보다 보니 동쪽이 허전하게 보인다.

무난하게 원숭이가 개를 이길 것이 예상되었다.


‘어차피 어떤 곳을 고르든 세력전이 벌어진 이상 오염군주의 죽음을 막긴 힘들겠지.’


이전에 한번 시나리오를 겪었던 리안은 결말이 예상되었다.

이번에도 막지 못할 가능성이 더 컸다.


‘...선택하는 게 의미는 있을지 모르겠군.’


특히나 이번 일은 스케일이 남달랐다.

각 세력의 전투원들이 총동원된 고래들의 싸움. 새우가 무슨 짓을 해도 영향이 없을 것이다.


“골리앗님. 저의 의견을 들어보시겠습니까?”


리안이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자 이를 잠자코 지켜보던 다윈이 입을 열었다.


“개인적으로 개 편에 서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그는 어째서 그쪽이 이득인지를 설명했다.


“아무리 골리앗 님이라도 장군 다수와 싸우는 건 위험합니다.”


일대일은 무리 없다는 소리일까.

리안은 올라오는 의문을 삼키고 그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다윈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오염종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유저들을 상대로 활약상을 극대화하자는 뜻이었다.


‘...천잰데?’


실로 비겁하지만 아주 적절한 이유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육십 년 전 신전의 의뢰지는 금역이었죠. 그렇다면 남쪽의 원숭이는 그 사건과 연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다윈은 확신하지 못했지만, 모종의 사유로 리안은 원숭이가 그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히든 몬스터를 잡고 보았던 동영상이 근거였다.


‘내가 아는 분신은 태하가 얻은 가호뿐이지만.’


오염종과 분신이라는 키워드를 합쳐서 고민해 봤을 때.

그가 떠올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후왕뿐이다.


“원수일지도 모르는데 편을 들어주기엔 영 마음이 내키지 않겠죠.”


다윈은 이를 간단히 유추해냈다.

아마 이전부터 의심했을 것이다.


“골리앗 님은 복수를 원하시죠?”


리안의 원한은 소멸하지 않았으나 후왕은 연관 있을 확률이 높을 뿐, 원흉일 가능성은 현저히 낮았다.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영상에서 그리 말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도 의심의 여지는 있었다.


“어차피 은혜를 입혀서 입을 열 확률은 낮습니다.”


수많은 유저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협력한다고 오염군주가 알아주기나 할까.

견왕의 위세를 힘입어 캐묻는 것이 도와주는 쪽보다 원활하다.


“설사 개가 진다고 할지라도 리스크는 영에 수렴하고요.”


오염군주는 인간 세계의 사정은 어두울 터.

어떻게든 속이면 그만이다.


“좋은 생각이다.”


거기서 끝났다면 좋았을 텐데.

다윈은 리안이 예상치 못한 효과를 보탰다.


“더욱이 최선의 결과물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견왕의 편을 들어서 세력의 균형을 맞추고 두 오염군주가 모두 공멸하는 길.

다윈은 신전에게 큰소리치고 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리안이 바라는 상황은 아니다.


‘그건 조금 곤란한데.’


한꺼번에 사망하는 건 그에겐 있어 도리어 최악의 결과물이었다.


“혹시 무슨 문제 있습니까?”


기뻐하던 얼굴에 먹구름이 끼자 다윈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니다. 좋은 의견이야. 잠깐, 고민 좀 해야겠어.”


처음부터 골리앗이 본인인 걸 밝힌 건 좋았지만.

그는 도저히 자신이 오염종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못했다.

이건 그가 골리앗이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오염종은 겉으로만 봐서는 일반종과 구분하기 어렵다.

말만으론 믿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기운을 보여주면 어찌어찌 이해를 시킬 수 있겠지만···. 너무 위험해.’


그것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모른다.

최악의 경우, 가일스처럼 운영자가 다윈을 찾아갈 수도 있으니 조심스러웠다.


째깍째깍.

시간이 흐르고.

마음의 결정을 마친 리안이 입을 열었다.


“역시 견왕 쪽에 붙는 게 맞겠어.”


다윈은 자신의 의견이 수용되었단 것에 몹시 기뻐했고.


‘이러면 괜찮겠지.’


리안은 오염군주 둘이 한번에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속으로 2차 계획을 미리 세워두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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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100 3 12쪽
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8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98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1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99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0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99 2 12쪽
100 해결 23.09.18 100 2 10쪽
99 인정 23.09.15 98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7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2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3 3 11쪽
95 규칙 23.09.11 103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0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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