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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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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35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10.04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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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다윗의 후손

DUMMY

그렇게 가일스를 떠난 보낸 리안은 곧바로 항구로 향했다.

이전에는 순차적으로 튜토리얼을 끝내고 최소 레벨을 달성하고 나서야 섬을 나갈 수 있었는데.

이젠 귀찮게 레벨업도 퀘스트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걸 마냥 기뻐하긴 힘든 것이.

여태껏 누리고 있었던 혜택 또한 전부 사라졌기 때문이다.


‘많은 것들을 당연시하고 있었어.’


처음에야 커뮤니티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부분을 문제로 여겼지만.

가장 거슬리는 점은 따로 있었다.

리안은 허리춤에서 무기와 부딪치며 짤랑거리는 돈주머니가 너무나 신경 쓰였다.


‘유저들은 맨날 불평만 늘어놓던데, 정말 배부른 소리였군.’


인벤토리 외에도 길 찾기 등의 편리성 기능을 떠올리면.

유저들은 얼마나 쾌적한 환경에서 플레이하고 있는지 체감이 되었고.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지런히 공부해 두는 건데.’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게을러지고.

지식을 탐구하기보단 웃긴 글을 구경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낭비했다.

덕분에 기본 상식을 갖췄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았다.


‘이래서야 모험가 행세는 힘들겠지.’


그는 공식적으로 자격을 상실했다.

유저한테도 주민들한테도 모험가 노릇은 흉내내지 못할 것이다.

영락없이 NPC로 전락한 셈.

앞에 특수라는 글자가 붙었으니 평범하지는 않을 테지만.

그는 그것이 크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오히려 앞서 만난 가일스를 생각하면··· 처참했다.


‘그런 것도 조작이 가능한 건가.’


어쩌면 그가 지하굴에 갇히게 된 것에도 그들이 개입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운영자는 자신의 짓이 아니라고 했지만.

솔직히 신뢰하기 어려웠고.

한편으론 그 가설로 이루어보아 끔찍한 망상도 들었다.

가일스나 그와 같은 자들이 한둘이 아니며.

셀 수도 없는 사람들이 암시에 빠져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종당하고 있다는 상상.


‘과대해석이겠지···.’


과연 그러한 공간은 세상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애써 불안감을 억누르며 선박에 올라탔다.


* * *


신목의 무녀.

그녀의 정체에 관한 많은 글이 커뮤니티에 난무했지만 전부 추측에 불과했으며,

사실 진지하게 그녀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하는 유저는 많지 않았다.

라스트 월드에는 그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비밀이 무척이나 많았고.

그런 역할의 NPC는 다른 게임에서도 종종 보였으니까.

때문에 그녀가 어떤 사상과 목표를 가졌는지, 유저들은 물론 운영자조차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라스트 월드가 오픈하고 유저가 유입되던 초창기 시절부터 그 자리를 지켜왔다.

시스템이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따랐고 역할에 녹아들었고.

기다린 끝에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눈앞에서 그녀를 주시하는 가일스가 그 결과였다.


“당신이 신목의 무녀인가.”


우스갯소리로 누나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게임 속 실제 나이는 족히 몇백은 가볍게 뛰어넘는다.

리안은 대충 짐작하고 있겠지만 그녀 또한 이 세계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옛날이었으면 이교도의 말을 경청하지 않았겠지만, 내가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니겠지.”


달관한 미소를 지은 가일스는 짧은 침묵 후, 힘들게 입을 열었다.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질문이 잇따르는데.

그 안에 깃든 신앙심은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롭게 느껴진다.


그가 평생동안 믿어온 종교였다.

한순간에 저버리기 힘들며, 그렇다고 눈을 돌릴 수도 없었다.

괴로워하는 그에게 그녀는 무심히 말했다.


“애써 여신의 존재를 부정할 필요 없습니다.”


가일스와 린다가 다루는 신성력.

신앙으로 빚은 힘은 믿음의 근거가 있었다.


“하, 나보고 그것을 보고도 믿으란 말인가!”


하지만 가일스는 신성력이 문제가 아니었다.

스스로를 천사라고 칭한 존재가 그를 우롱했다.

정신을 잃고 마을에서도 여신을 믿었던 자신이 어리석어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마음이 산산이 바스러질 것 같았다.


“그들이 스스로를 여신이라 칭했다면, 그렇게 말했어도 믿으시겠습니까?”


“아니, 절대로 그럴 리 없지! 그런 경박한 것이 여신이라니!”


기품 없고 경망스러운 것이 그리 주장했다면 그는 결코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천사라는 말을 믿을 이유 또한 없지요.”


린다의 무심한 목소리에 가일스의 눈동자에 이채가 반짝였다.


“...그래 악마다, 악마였던 게야!”


그는 악마가 천사로 사칭했다고 보았고.

린다는 굳이 악마와 감시자를 구분하여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오염종 중에 악마와 언데드는 진짜 인류의 적이었고.

하는 짓이 간악했으니 말이다.


“모험가들은 뭐지? 그들의 수하였나?”


가일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적인지 파악하고 있었다.

유저들 또한 운영자와 한통속인가 싶었지만 이내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다.


‘모험가는 욕심은 많지만 너무나 미약한 존재들이야. 악마와는 큰 접점이 없을 테지.’


그는 이윽고 모험가들 또한 자신과 비슷하게 악마한테 휘둘리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빌어먹을 놈들!”


빠르게 피아식별을 끝낸 그가 무녀에게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했다.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면 좋지?”


신의 사도인 그를 간단히 현혹한 매우 강력한 악마였다.

그에 대항하기 위해선 지혜가 필요했다,


“더욱 여신을 의심하세요. 하지만 신앙은 잃지 마셔야 합니다.”


“알았네.”


모순된 부탁이었지만 가일스는 다부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린다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오랜 세월 끝에 비로소 그녀에게 강력한 패가 생겼기 때문이다.


‘전부 리안 덕분입니다.’


여태껏 운영자의 동태를 살폈던 그녀는 알고 있다.

운영자는 시스템을 철석같이 믿고 태만한 운영을 벌이고 있다는 걸.


그녀는 탈출한 리안을 처음 목격했을 때.

그에게 많은 기대를 했고, 실망스러운 모습에 아쉬워하기도 했었다.


‘결국 해냈군요.’


리안이 감시자들의 시선을 끌어주는 사이.

운영자의 시야에서 벗어난 가일스는 암시를 풀어주고 다닐 순례자가 되어줄 것이다.


“...아일린, 그녀를 찾아가면 되는 건가.”


첫 번째 목표는 최근에 눈을 뜬 앨리온드 대륙의 성녀 아이린이었다.

오염종이 아니기에 큰 노력과 시간이 걸리겠지만.

실패할 걱정은 하지 않았다.

여차하면 납치한 후 금역의 기운을 빌리면 그만이니까.

그에겐 그럴 능력이 차고 넘쳤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무녀가 흙으로 빚어진 화분 세 개를 가일스에게 건네주었고.

그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받았다.

그 위에 트인 새싹의 성스러운 기운이 물씬 풍긴다.

결코 평범한 식물이 아니었다.


“감시자··· 악마를 물리치는데 유용할 겁니다.”


이곳은 불합리함이 넘쳐나는 이상한 세계지만.

몇 가지 합리적인 측면이 있었다.


사도인 가일스가 여신을 의심한다면, 반드시 여신의 신성은 흔들린다.

계속해서 그와 같은 이들을 설득하게 된다면 일반 신도조차도 이상을 알아차릴 것이다.

흔들리는 신앙을 유지하기 위해 허상이 아닌 물체를 찾을 터.

신성한 생기가 흐르는 신목의 새싹은 이에 적합했다.

신물로 선정된 새싹은 더욱 빠르게 신목으로 자라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운영자는 천사의 자리를 박탈당하겠죠.’


이 행위는 운영자의 무능함을 알리고 해악만을 끼친다고 시스템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

이 일이 성공한다면 그가 믿어 의심치 않는 시스템에게 배신당할 것이다.


* * *


잔잔한 파도가 이는 해변.

팔론데 대륙의 항구에 도착한 리안은 우선 하늘과 주변 환경을 둘러보았다.


‘날씨만 봐선 이곳이 어디인지 모르겠군.’


나중에 린다를 찾아가기 위해선 이곳의 위치를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내 그럴 필요가 없음을 깨달았다.


‘잠깐, 난 유저가 아니잖아.’


대륙인들이 튜토리얼 섬으로 가는 것은 언제나 자유로웠다.

지금 곁에서 오가고 있는 상인들이 그 증거.

리안은 쓸데없는 걱정을 집어치우고 퀘스트를 열심히 수행했다.


“네, 요청하신 신원 조회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천천히 확인하시고 이동하실 지역을 말해주세요.”


대륙이 다르기 때문일까.

예전 탐사대에 참가하기 위해 행했던 두루뭉술한 식별 조사와 달리, 그의 정보가 제법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퀘스트 ‘골리앗의 여정’이 새롭게 갱신되었습니다.]

[신전에서 등록된 신원을 조회해본 결과, 남부의 용병단 ‘다윗과 골리앗’의 속해있었음을 알아냈습니다. 당신은 더욱 자세한 정보를 얻기 위해 히슬린 왕국의 수도에 있는 용병단 본부로 이동하기로 정합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된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리안은 자신의 출신을 알아내려고 발버둥 친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신원 조회는 보통 대륙인들이 우편을 받거나 토지를 매입할 때 이용되는 정보였으나.

유저 용병 패와 마찬가지로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칠 뿐,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었으니.

그가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원래부터 용병 일을 했었나 보군.’


레벨만 봐도 한가락 했을 것이 분명한데.

본인의 이름을 딴 용병단까지 존재하는 거로 봐선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작은 종이에 간략하게 쓰인 본인의 정체.

하지만 그것을 읽고 리안이 느낀 감정은, 드디어 알아냈다는 성취감이 아니라 ‘이게 맞나?’ 하는 위화감이었다.


넌 어디의 누구누구다, 라고 말해주면 그렇구나 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텍스트로 나열된 일련의 정보들은 전혀 실감 나지 않았다.

솔직히 믿기지 않았고 멋대로 적은 걸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다.


‘...가일스를 만나서 그렇게 느껴지는 거겠지.’


사람을 멋대로 조작하는데 무엇이 불가능하겠는가.


‘그래도 이건 조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


앞서 말한 대로 탐사대에서 이미 다른 대륙임을 알아냈으며.

진왕의 말과 무녀의 말로 그가 이곳 출신임은 분명히 했다.

만약 퀘스트가 온통 거짓말로 이루어졌을 경우, 무녀가 먼저 귀띔해줬을 것이라 믿었다.

적어도 그의 과거를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내진 않을 것이다.


'일단 가보자.'


리안은 그렇게 믿으며 용병단의 본부가 있는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도착한 목적지.

리안은 주소가 적힌 표지판을 몇 번이나 확인했다.

주소는 정확했지만,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이곳이 맞나···?”


귀신이라도 튀어나올 버려진 허름한 흉가.

본부가 수도에 있어선 안 될 것 같은 낡은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어젖히자 아무렇게나 자란 덩굴 식물이 그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정체 모를 식물을 지르밟으며 도착한 건물의 문 앞.


끼이이익.

소름 끼치는 소음을 내는 문을 열고 들어가자, 리안의 눈에 왜소한 덩치를 지닌 사람이 보였다.


“...설마 싶었는데, 정말 오셨군요.”


외모와 더불어 중성적인 목소리로 성별이 헷갈리는 인물.

그는 자신을 다윗의 후손이라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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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9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 다윗의 후손 23.10.04 103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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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1 2 12쪽
100 해결 23.09.18 101 2 10쪽
99 인정 23.09.15 100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8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4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1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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