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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39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9.14 19:30
조회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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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척살령

DUMMY

“운영자, 혹은 감시자라고 불리는 자들을 보았나?”


“처음 들어보는군.”


가일스는 오염군주의 대척점이라 할 수 있는 신의 사도였지만.

이러한 일화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모양.


‘어디서부터 설명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군.’


리안은 칸과 생활하면서 뭘 하든 오염종이라서 편하다고 중얼거리던, 그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이야기가 길어지겠네.”


“서둘러야 하는 건 자네지. 헛수고겠지만 역량껏 열심히 설득해보도록.”


건너편에서 에그노르와 신의 사도들이 전투를 벌이는 상황.

에그노르의 패배는 거의 확정시 되었으니.

명확하고 간결하게 내용을 전해야 했다.

머릿속으로 첫마디를 정리한 리안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신전에서 모험가라고 부르는 불사자들은 사실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인간들이다.”


그들은 이 세계와 연결을 통해 넘어오고.

그 행위를 일종의 유희, 오락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허무맹랑한 이야기였지만.

가일스는 도중에 말을 끊지 않고 끈기 있게 그의 발언을 들어주었다.


“이곳이 게임 속 세상이라니, 거 참 재미있는 소리군.”


고저 없는 무감정한 목소리.

가일스의 얼굴에선 어떠한 표정도 보이지 않았으나.

리안은 꿋꿋이 말을 이어갔다.


신전에서 날조한 오염군주의 탄생을 설명하고.

그 의도와 목적을 종잡기 힘든 운영자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워낙 급하고 두서없이 말이었기에 중구난방이었지만.

가일스는 개떡 같은 설명을 찰떡같이 알아들었고.

도리어 리안을 당황케 만드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조물주라고 할 수 있겠군.”


‘...그게 그렇게 되나?’


리안은 말문이 막혔지만.

이는 가일스가 그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리안이 내뱉은 모든 말들을 악의적인 거짓말 혹은 간악한 속삭임으로 여겼다면.

저런 감상을 뱉을 리 없었다.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다.’


사도는 대체로 여신을 따르기 마련이었다.

신관만큼 신앙심이 아주 투철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믿음이 큰 경우가 많았으며.

근간이 흔들릴만한 문제가 생겼다면 진실을 파헤치고, 그것에 대해 고치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다.


“할 말은 그게 전부인가.”


“그래.”


중요한 말은 전부 끝났다.

리안은 가일스의 얼굴을 살폈다.

입이 바싹 말라갈 때.

잠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던 가일스가 눈을 뜨며 말했다.


“옛날의 너를 믿어보마. 내 두 눈으로 진실을 확인해보겠다.”


가일스는 결정을 보류했다.


“당장 이곳에서 떠나라.”


그리고 리안을 놓아주기로 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리안이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저쪽도 거의 끝나가고 있군.”


건너편에서 들리던 전투 소리가 줄어들었다.

곧 있으면 사도들이 이쪽으로 찾아올 것이다.


“만약 너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진다면 살아있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리안은 대답하지 않고 자리를 벗어났다.

그리고 막 도착한 사도 하나가 뒤늦게 추격하려고 개시할 때.

가일스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가일스 경, 왜 저자를 놓아주는 겁니까?”


“모험가다. 동족들을 학살했을 뿐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확실히 지금은 그 더러운 기운이 느껴지지 않군요···.”


모험가를 억압하지 않는 것이 신전의 규율.

사도 또한 모험가의 자유분방함을 인정했다.

물론 적정선을 넘을 경우, 즉결처분을 피할 수 없겠지만.

정말 장군을 도와준 것인지 애매한 상황.

실로 의심스러운 정황이긴 했으나, 가일스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놓아줘도 상관없었다.


“내 말을 못 믿겠나?”


사도마다 성향이 판이하다.

할 일만 마치는 인물이 있었으니 말이다.

단지 가일스가 그럴 사람이 아닌지라 다소 의외였을 뿐이었다.


“아닙니다. 다만 이 일은···.”


“걱정하지 말도록. 내 직접 대주교님께 보고드릴 터이니.”


“네.”


그렇게 리안의 도주는 성공하며 일단락되었지만.


“어, 저 새끼 도망간다.”

“아니, 왜 저걸 놓아줘?”


이를 멀리서 지켜본 유저들은 어이가 없었다.

불평이 입 밖으로 나오려는 찰나.


[메인 스트림 ‘오염 군주들의 탄생’의 정보가 갱신되었습니다.]

[이리아나 대륙의 모험가들은 해당 여신의 신전과 협력하여 오염 군주의 휘하 장군을 봉인하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로써 대륙의 구원에 한 발짝 다가섰습니다.]

.

.

[앞으로는 신전을 통해서 ‘헤그노르’와 ‘에그노르’의 레이드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끝이야?!”

“오오!”


세계에 알려지는 공지를 보며 불만을 사그라들었다.


앨리온드 대륙에 이어서 이리아나 대륙까지 장군 토벌에 성공했다.

유저들이 축배를 들었다.

하지만 리안은 그 기쁨을 만끽할 수 없었다.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음에도 칸의 부탁을 성공적으로 완수하질 못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애초에 성공할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은, 그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되는 거고.’


칸은 서부에서의 일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는데.

리안은 과연 이걸 활약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이대로라면 사실상 두손 두발 놓고. 운영자가 그의 튜토리얼 데이터가 목적이기만을 바래야 했다.


리안은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며 홀로 외곽을 벗어났다.


‘반납은 해야겠지.’


어쨌든 서부의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아쉽지만 그의 장비들은 다시 칸의 창고로 돌아갈 예정이다.


‘갖고 튀어도 딱히 의미가 없어.’


이까짓 아이템보다 칸의 조언이 더 절실한 상황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새까만 밤이 됐을 무렵.

리안은 남부 설원에 도착했다.


한숨을 내쉬며 마음의 준비를 마치는데.


띠링.

갑자기 친구 창에 알림이 켜졌다.


띠링. 띠링.

그것도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낼만한 인물은 정해져 있었다.


‘아마 성훈이겠지.’


리안은 연락을 무시할까 생각했지만.

우중충한 기분을 환기라도 할까 싶어서 창을 열었는데.

예기치 못한 소리를 들었다.


- 리안, 시나리오에서 등장한 양 탈이 정말 너야?


‘제길. 벌써 알아차렸나.’


알려질 수도 있을 거라 짐작은 했지만.

그 순간이 너무도 빨리 찾아왔다.


‘3대륙으로 넘어갈 시기가 되었군···.’


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각을 재고는 있었다.

사실 서부의 일이 실패하면 죽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가일스 덕분에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


‘커뮤니티를 한번 살펴볼까.’


다른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리안은 상태창을 열어 로그아웃하려 했지만.


.

.

-로그아웃(비활성화)


“뭐야?”


그럴 수가 없었다.


* * *


이리아스 대륙도 시나리오가 진행되었다.

당연하게도 커뮤니티에서는 이 주제를 이야깃거리로 삼아 대화가 오갔는데.

특히 자칭 1서버 앨리온드 서버와 2서버 아리아스 서버의 비교가 주를 이루었다.


- 신의 사도를 다섯 명이나 보냈어ㅋㅋ 미친 버스 탔네.

- 신의 사도한테 도움받는 건 똑같잖아.

- 그때랑 지금이 같나~?


먼저 시나리오를 진행한 앨리온드의 유저들이 우세했다.


- 우린 이미 사냥 중인데.

- 고대등급이 쏟아져나오네. 달다 달아.


물론 이리아스 유저들도 자랑할 게 있었다.


- 이쪽은 투 배럭이다ㅉㅉ

- 곧 있으면 따라잡을 듯ㅋㅋ

- 이쪽은 며칠 안에 혈맹이 하나 만들어줄 듯. 소식 들었는데. 세 명 투입할 예정이래.

- 맨날 거대 길드가 독점하더니. 이제 도전할 수 있는 거냐?

- 동서남북 다 뚫리면 가능.

- 이 속도면 최소 세 달은 걸리겠네. 일반 유저들은 배려 안 하냐?


한참을 언쟁을 벌였지만.

시간이 지나, 시들시들해지며 새로운 주제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 근데 그 양 탈 새끼들은 누구임?

- 수인임. 비늘 있는 거 보면 뱀이나 용 쪽 녀석들일 듯.

- 글쎄. 장군은 아니라고 하던데?

- 그것보다 주변 정찰도 안 했나. 왜 그것들이 갑자기 난입해 들어온 겨?

- ㅇㅇ 솔직히 그것 때문에 실패하는 줄.


몇몇 유저가 허술함을 지적했고.

서부의 유저들은 억울함을 토해냈다.

그들이 조용히 잠입해서 포위망 뚫고 유저들이 있는 구역으로 들어갔다고.

하지만 유저들은 그 변명을 비웃을 뿐이었다.


- 숨어들었단다ㅅㅂㅋㅋㅋㅋ

- 니들이 못 알아본 거겠지.

- 몬스터가 위장잠입이라고? 참신한 개소리네.


그 와중에 어쌔신 길드의 간부가 PK를 당했다는 소식도 알려졌다.


- 용케 성공했네. 아주 난장판이야ㅋㅋㅋ

- ㄹㅇㅋㅋ

- 세리: 양 탈 쓴 새끼들이 날 죽였다니까? 그놈들 수인 아니고 유저야!


하지만 그 장본인이 직접 등판해서 썰을 풀면서 이야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 게네들이 유저들이라고?

- 누님, 농담이 지나치시네.

- 세리: 못 믿겠으면 직접 봐라. 얘네들이니까.


세리는 아주 작정을 했는지 저지먼트에게 참가자 명단을 요구하며.

그들의 신원을 조회해왔다.


- 이 두 명이란 소리네.

- 격투가. 한쪽은 마법사네. 오, 일리 있어.

- 뭐가 일리 있단 소리야ㅋㅋㅋ 둘 다 마법사였는데.


거짓말로 치부되려나 싶었지만.

몇몇이 그녀의 말을 반신반의, 혹은 놀리려는 심산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 강속구? 이 듣보잡은 누구임?

- 아 걘가? 3년 전부터 해온 올드비 있음. 레벨도 꽤 높을 듯.


강속구의 걱정대로 유저들의 주목을 받았고.


- 어쌔신 길드에서 척살령 떨어짐.

- ㄹㅇ?

- 엥? 정말이네.

- 양 탈은 젖혀두고서라도 저놈들이 범인인 건 확실하네. 쓰레기 같으니.

- 세리: 걔네들 확실하다니까!


정의구현이라는 명목하에 유저들은 진지하게 행적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 강속구 골드라는데?

- ㄴㄴ 내가 같이 사냥했는데 데미지 보면 최소 플레티넘이었음.

- 그걸 어떻게 암?

- 서부에서 같은 파티였으니께.


증언들이 속속히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 다른 한쪽인 리안을 공략하는데.

뜻밖의 정보가 나왔다.


- 리안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그 악질 유저 아님?

- 이건 또 무슨 소리야?

- 앨리온드 서버에서 시나리오 중에 나온 혈맹 측의 전사 유저임.

- 근데 왜 여기 있지?

- 서버 이동했나 보지.


깡주노의 팬이라도 존재했던 걸까.

앨리온드에서 있었던 이야기가 나오고.


- 그거 아냐? 저 파티 사실 저지먼트 길드 지인들로 구성된 거?


그리고 사실상 특혜가 있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 이런 더러운 세상.

- 와, ㅁㅊ 그런 게 있었어?

- 끼리끼리 논다더니 ㅅㅂ

- 저지먼트 이미지는 좋던데.

- 그냥 쓰레기임.


이후 이를 지켜보던 저지먼트의 내부자가 등장하면서 논쟁이 길게 이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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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이게 이렇게 된다고? 23.10.13 86 3 10쪽
109 과대평가 23.10.11 9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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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105 3 12쪽
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9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3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1 2 12쪽
100 해결 23.09.18 101 2 10쪽
99 인정 23.09.15 100 2 10쪽
» 척살령 23.09.14 99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4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1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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