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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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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36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10.20 19:20
조회
81
추천
4
글자
10쪽

이 머저리가 나라고?

DUMMY

리안의 요청을 마지못해 승낙한 주교.

때마침 주변에서 대기 중이었던 사도에게 연락이 닿게 되면서.

그는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고.


‘잘 됐군.’


리안은 조소를 머금었다.

이윽고 주교의 방에 도착한 인물은 첫 만남 시 잡담을 나누던 2인 중 한 명이었다.

상황을 전달받은 사도는 리안의 편을 들어주며, 주교의 주장을 묵살했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골리앗 씨는 저희들에게 성실히 협조하셨습니다. 별일이 아니라면 승인하셨으면 좋겠군요.”


당시 허물없이 보이던 외견과 달리 격식 차린 모습이었다.

이미 다 지나간 일인지라, 리안은 입씻고 모른 척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들이 은혜를 잊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따라오시지요. 이곳에선 열람할 수 없으니.”


주교는 잠시 침묵하다,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지고 나올 수 없는 자료인 모양입니다. 어서 가봅시다.”


사도가 흥미로운 미소를 띠며 리안과 함께 주교의 뒤를 따랐다.


“허락만 해준다면 나도 같이 보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상관없다.”


리안은 승낙했다.

쫓아내는 것보단 그와 같이 있는 게 더 이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주교와 소통하는 것보단 사도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원활할 것으로 보였다.


신전 기록관의 입구를 지키는 성기사를 지나치고.

겹겹이 둘러싸인 결계까지 헤쳐나가, 깊숙이 꼭꼭 숨겨둔 장소에 도착했다.


“설마···. 이곳에 보관된 겁니까?”


사도는 어느새 흥미진진한 것을 넘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의뢰를 했길래···.”


그가 곁눈질로 리안을 쳐다보지만, 리안이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주교는 품에서 열쇠를 꺼내어 잠긴 보관함을 연 다음. 그 안에서 두루마기 하나를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두루마기를 건네받은 리안이 그것을 조심스럽게 펼치는데.


‘윽!’


불시에 심장을 두드리는 듯한 진동이 육신에 퍼지고.

곁에 있던 주교와 사도가 사라지며 순식간에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뭐야?’


새하얀 대리석 벽은 온데간데없고, 여관에서 자주 볼법한 나무판이 보인다.

주위를 살피는 리안의 눈에 낯익은 두 사람이 나타났다.


“골리앗, 정말 의뢰를 맡을 생각이야?”


‘다윈?’


아니다.

순간 분위기가 비슷해서 착각했지만. 분명히 다른 사람이었다.

리안이 당황하는 사이, 다윈과 닮은 사람의 앞에 앉은 덩치 큰 남성이 쾌활하게 대답했다.


“그래. 그쪽에서 그렇게 사정하는데 들어줘야지. 신전에 밉보여서 좋을 건 없잖아? 이제 우린 귀족이 될 테니까! 으하핫!”


리안의 귀엔 조금 아리송한 목소리였지만.

둘의 이야기에서 남성이 과거의 골리앗임을 알 수 있었고.

몇 번이나 겪어왔었기에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과거인가··· 그렇다면 저쪽이 다윗이겠군.’


과거의 일을 보여주는 것일 터.

그도 글보다 이렇게 보여주는 편이 편했다.

서로 영향을 끼칠 수 없게 설계된 모양인지, 그가 곁에서 대놓고 대화를 엿들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니 이건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


다윗은 심각한 표정으로 의문을 표했다.


“왕국과 용병 길드를 통해서만 일을 진행하던 신전이 갑자기 지명의뢰라니. 수상하잖아.”


“비밀스러운 일인가 보지 뭐. ”


“그런 일엔 보통 사도들이 나서겠지. 왜 널 쓰겠냐?”


“내가 그들보다 강하니까! 으흐흐!”


대수롭지 않게 답하는 골리앗을 다윗이 노려보았다.

리안은 과거의 자신을 보고 혀를 찼다.


‘쯧. 저러니 내가 이 꼴이 된 거겠지.’


제 3자의 시선으로 보니 그는 너무나 태평해 보였다.


다윗의 경고에도 장난스럽게 받아치는 골리앗.

그는 결국 다윗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전을 찾아갔고.

의뢰 내용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그러니까 나보고 금역에 가달라는 소리군. 그것도 꽤 길게 말이야.”


‘금역’이라는 단어에 골리앗의 눈이 번뜩인다.


“그래. 다윗과 골리앗 용병단의 유명세는 익히 들었네. 특히 자네의 용맹함은 엄청나더군.”


골리앗은 왕국 단위로 시도하는 외곽 탐사를 용병단 단독으로 진행하고.

무사히 귀환한 끝에 엄청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조차 지독한 환경과 보급 문제로 금역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신전에서 지원을 해주겠다고 선언했다.


“무엇 때문에 거기에 가라는 거지?”


골리앗은 그 이유를 물었다.

아무리 보상이 크고 본인이 바라던 일이라고 해도 심상치 않은 의뢰를 생각 없이 덥석 받을 수 없었다.


”우린 악마의 힘. 마기를 연구하고 있다네.“


”신관이 악마의 힘을 연구한다고?“


상당히 위험할 수도 있는 발언.

골리앗이 의구심을 드러내자 신관은 착각하지 말라는 듯 딱 잘라 말했다.


”오해하지 말게. 그저 그 마기가 인간에게 어떠한 악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두기 위함이니.“


나중을 위해 그들의 사특한 기운을 연구하고 대비할 속셈이라는데.


”잠깐, 설마 얼마 뒤에 악마라도 부활한다는 거야?“


골리앗이 그의 말을 끊으며 질문했다.

신관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금세 입을 열었다.


”이건 기밀이지만··· 당사자이니만큼 특별히 알려주지. 함부로 떠벌리지 말게나.“


”응.“


”우리가 이런 연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네. 왕국의 기사단장. 그리고 심지어 자네와 같은 직종의 용병, 전대 용병왕도 이에 의뢰를 받았지.“


”오, 전대 용병왕이?“


골리앗이 작게 감탄했다.

본인 이전의 최강의 용병이었던 자.

조금 관심이 생긴 모양이다.


”자네도 천년 전 신화에 대해서는 들어봤겠지?“


무식한 골리앗이라도 신화에 대해선 간략하게 알고 있었다.

신관은 언젠가 그 신화 속에 있는 존재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말이다.


”음···. 이거 생각 이상으로 중대한 의뢰였군.“


골리앗이 침음을 흘린다.

그가 의뢰를 받아들이는 건 기정사실이 되었다.

이런 설명을 듣고도 발을 빼기도 몹시 힘들었다.


‘안돼! 받지 마!”


리안이 골리앗의 곁에서 열심히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당연히 들릴 리 없었다.

골리앗은 속으로 다윗에게 사과하며 신전의 의뢰를 받아들였고.

리안은 체념하며 일을 감상했다.


’...뭐 여기까진 그래. 넘어가. 중요한 건 왜 지하굴에 감금당한 거냐는 거다.‘


금역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의뢰와 상관없는 시간이 재빠르게 넘어가고 이어서 출발하는 날짜가 되었다.


외곽 지역을 조심히 가로지르는 골리앗은 신관의 능력에 놀라고 있었다.


“신관이 있어서 든든하군.”


오염된 대지의 기운은 생명을 좀먹는다.

왕국이 외곽에 도시를 세우는 것은 신전의 도움 없이는 절대 이룰 수 없는 일이었다.

축복을 받아 한결 편안하게 움직이는 일행들.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외곽을 주파했고 금역에 도착했다.


“지금으로부터 이주 뒤에 찾아오도록 하겠네.”


은닉을 위한 결계와 주변 정리를 통해 안전을 확보해준 이후.

신관 무리는 금역을 벗어났다.


“크흠, 조용하네.”


괜스레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골리앗.

항상 같이 다니며 말동무를 해주던 동료가 없어서 굉장히 어색했다.


“...성수나 미리 마셔놓자.”


외곽과 금역의 몬스터가 끌릴 수 있기에 축복의 결계는 설치하지 못했기에.

일정 시간마다 성수를 마셔줘야 했다.


“이건가. 양이 좀 많네.”


큰 물병 하나에 담겨진 성수를 벌컥벌컥 들이키는데.


’이 병신!‘


이를 곁에서 지켜본 리안은 욕설을 참을 수 없었다.

골리앗이 마신 양은 자그마치 이주에 걸쳐서 마셔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날.

골리앗은 그 문제를 깨달았다.


“씨발, 좆됐다.”


’...이 머저리가 나라고?‘


리안은 믿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성수를 다 마시고 하루, 이틀이 흐른다.

마침내 삼 일 째 되던 날.

골리앗은 신체를 침범하는 독기에 고통스러워했다.


“크윽, 별거 아니네···!”


진땀을 뻘뻘 흘리며 이가 부서져라 악물며 말하는데.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리안은 한심스러운 시선으로 골리앗을 지켜보았다.


허세를 부리던 기운도 사라진 골리앗은 바닥에 몸을 뉘었고.

그대로 며칠을 보냈다.


’결말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군.‘


피부가 검게 물들었다가 퍼렇게 질리고.

몸집이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바람 빠진 것처럼 쪼그라든다.

그가 지하굴에 멀쩡히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생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음, 사실 죽었던 건 아니지?‘


그것도 일주일이 지나도 가만히 누워 있자 슬슬 걱정되었다.

관찰하다 보니 시간은 훌쩍 흘렀다.

이주가 지나고 신관 무리가 골리앗을 찾아왔고.

그의 상태를 확인한 신관이 기겁했다.


“이보게! 자네 괜찮나?”


신관들이 골리앗을 살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

그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는데.

깨어난 골리앗은 놀라운 성취를 보여주었다.


“그게 뭔가?”


“악마가 다루는 힘, 같다.”


그는 마치 현재의 리안처럼 마기를 내뿜었고.

이주일 동안의 성과를 보여주었다.

신관들은 곧바로 골리앗과 그 힘을 탐구했다.


‘내가 시초였었나.’


사도들이 마기를 다루는 능력.

그건 골리앗으로 비롯된 기술이었다.

하지만 신관들이 열광한 것도 잠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연구를 거듭할수록 신관들의 낯빛이 어두워졌고.

리안은 그들을 주시했다.


‘뭐가 문제지?’


신관들이 불안에 떨면서도 연구는 지속되었다.

그들이 성과를 기반으로 하여 발전을 이룩해 나갔다.

그리고 증명되었다.

오염되었다고 생각한 기운이 인간 또한 사용 가능한 힘임을.


“오늘은 뭘 할 거지?”


“골리앗, 미안하지만 오늘은 쉬도록 하게.”


신관이 휴식을 제안했지만, 골리앗은 하루빨리 의뢰를 끝내고 돌아가고 싶었다.

연구를 재촉하자 신관이 그를 달랬다.


“걱정하지 말게. 곧 있으면 돌아갈 테니.”


“그래?”


“대신 거기서도 협조 부탁하네.”


“돈만 두둑이 챙겨준다면.”


씨익 웃는 골리앗을 미소로 화답하며 돌려보낸 신관은 곧바로 중대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0 kl****
    작성일
    23.10.21 17:24
    No. 1

    NPC류 소설을 쓴 사람들 중에 작가님만큼 잘 쓴 분을 아직까지는 본 적이 없네요. 설정도 필력도 넘사벽인 듯

    찬성: 2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5 Sn50
    작성일
    23.10.23 12:05
    No. 2

    아아...이걸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칭찬 너무 감사합니다.
    요즘 손목이 말썽인지라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하고 글의 퀄리티가 걱정되었는데.
    재밌게 보시는 분이 있으시다고 하니 위안이 되네요.
    소중한 댓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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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105 3 12쪽
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9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3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1 2 12쪽
100 해결 23.09.18 101 2 10쪽
99 인정 23.09.15 100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8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4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94 지금 도망가시는 거죠? 23.09.08 11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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