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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32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10.27 19:20
조회
75
추천
2
글자
10쪽

더이상 부럽지 않았다.

DUMMY

이리아스 대륙에 도착한 리안.

그는 망설임없이 남부 설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윈이 워낙 많은 물품을 준비해둔 터라 가는 길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태연하게 설산을 오르는 리안의 앞을 웬 처음 보는 인물이 막아섰다.


“멈춰라. 인간이 여긴 무슨 일이냐.”


리안은 반대로 묻고 싶었다.

동쪽 호수에나 서식할 리자드맨이 이 추운 지역에 있는 걸까.


“너 평범한 인간이 아니군. 뭐 상관없고 돌아가라. 아무도 위론 못 올라간다.”


리자드맨은 리안을 향해 축객령을 내리는데.

삐딱하게 바라보던 리안은 그의 경고를 무시한 채 걸음을 내딛었다.


“꼭 가야겠는데 비켜줄 수는 없나? 나는···.”


“시끄럽군. 정 원한다면 힘으로라도 내쫓을 수밖에. 자초한 일이니 원망하지 말도록.”


리자드맨이 리안의 말을 끊으며, 원시적으로 보이는 창을 앞으로 쭉 내밀며 선언.

리안도 그에 맞서서 대검을 양손으로 겨누었다.


“나와 싸울 생각인가. 상당히 멍청하다고 볼 수 있겠군.”


“너야말로 일 크게 만들지 말고, 진왕을 불러.”


리안은 리자드맨의 정체를 유추해냈다.


‘아마 장군이겠지.’


누구의 부하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리아스 대륙의 십이지 중 하나가 그를 만나러 온 모양이다.


“흐, 진왕 님이 네 친구냐?”


리자드맨의 비웃음과 함께 결투가 시작되었다.

섬광과 같은 찌르기가 리안의 명치를 꿰뚫을 기세로 나아간다.


‘빠르다···!’


리안은 자세를 고치고 방어에 나섰다.

널찍한 검면으로 수월하게 창을 막아내고.

창끝을 쳐내며 소리쳤다.


“친구까지는 모르겠고··· 친분은 있지!”


창과 대검이 충돌하며 불똥이 튄다.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지는 것 같았으나.

실제론 서로 여유가 있었다.

리자드맨이 고민한 끝에 입을 열었다.


“제법이군. 평소였다면 네 용기가 가상하여 보내줬겠지만. 보스는 누님과 이야기하느라 바쁘시다. 오늘은 물러가고 다음에 오도록.”


“누님이라고?”


“쯧. 사왕 레이나 누님을 모르는 거냐?”


리안은 사왕을 기억하고 있다.

분명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라던 사왕의 적대 행동.

그리고 그녀의 채찍에 비명횡사한 것은 잊을 수 없을 강렬했으니 말이다.


‘십이지끼리 대화 중이라고?’


제법 중요한 이야기가 오갈 듯싶다.

리안도 같이 듣고 싶었는데.

리자드맨을 그를 보낼 줄 생각이 없었다.


“후우, 두 분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할 순 없지! 널 보냈다간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르니까!”


각오를 마친 리자드맨이 본격적으로 마기를 끌어 올리며 시동을 거는 순간.


팡-!

기다란 채찍이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공기가 터져나가는 가공할 위력이었지만 리자드맨은 타격이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어, 누님···? 설마 이번에도 까인 겁니까?”


“닥쳐!”


사왕 레이나의 화끈한 등장.

리안의 눈엔 서슴없이 자신을 죽인 껄끄러운 인물이었다.

상대가 어떻게 행동할지 예의주시하는데.


“엉? 너는 그때 봤던 인간이네?”


레이나는 리안을 알아보았고.

그녀의 수하에게서 자초지종을 알아냈다.


“진왕 님을 만나러 왔다고? 안 그래도 궁금해하시던데 잘됐네. 따라와.”


전투할 각오가 무색해지게 단번에 통과가 허락되고.

리자드맨이 불평을 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 체면이···.”


“닥치라고. 너 농땡이 피운 거 내가 모를 줄 알았냐?”


“그, 그걸 어떻게···!”


레이나는 그의 불평을 일축했다.

화들짝 놀라는 리자드맨을 향해 살벌한 미소를 띄운다.


“역시 그랬구나?”


“이런 젠장!”


레이나의 뒤에서 나온 두꺼운 꼬리가 리자드맨을 설산에 거꾸로 박아넣었고.

그녀는 한 마디하며 자리를 옮겼다.


“나 올 때까지 그러고 있어라.”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어색하게 레이나의 뒤를 따르는 리안.

그는 어째서 사왕의 태도가 달라졌는지 추측했고.


‘...설마 진왕의 가호가 없기 때문인가.’


정답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레이나는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말했다.


“우리 첫 대면이 살~짝 서로 안 좋게 끝났었지?”


무어라 답하기도 전에 그녀가 이어 말한다.

레이나는 막무가내식 성향이 짙은 인물이었다.


“내가 그 나쁜 녀석의 협박을 못 이겨서 어쩔 수 없이 너를 죽여버렸잖아.”


왜곡된 사실이 있었으나 리안은 지적하진 못했는데.


“그땐 미안해. 욱해버렸어.”


진실이 어떻든 간 데 그녀는 진심을 사과를 건넸다.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받는 것은, 그녀의 위치를 생각하면 뜻밖의 일이었다.


“...유저들한테 죽는 것보단 나았지.”


십이지는 그와 똑같은 처지.

이제 같은 편이나 다름없는 상황이고.

사실상 리안이 가장 불안전한 상태이다.

죽은 걸 개의치 않기란 힘들지만.

먼저 몸을 숙이는 걸 완강히 거부하고 적대시할 이유가 없었다.

불편해질 사유는 해결할 수 있을 때, 푸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좋았다.


‘하지만 토끼, 타냐 만큼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군.’


양쪽의 입장을 아는 리안으로선 무어라 단정 짓기 어려웠다.

십이지의 관점에선 루스 용병단의 전멸은 자초한 일.

외곽을 무모하게 도전한 대가였다.


‘물론 진왕처럼 평화롭게 해결할 수도 있지만···.’


그걸 강요할 수 있을까.

심경이 여러모로 복잡했다.

리안의 어두운 얼굴을 본 레이나는 리안의 팔목을 덥석 잡더니.

자신의 목으로 끌어당기며 물었다.


“영 분이 안 풀리면 한번 죽어줄 수도 있어.”


상념에서 깨어난 리안은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고.


“...됐습니다. 진왕에게 안내나 하세요.”


레이나는 히죽 웃을 따름이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라고. 큭큭.”


그렇게 화해 비스무리한 것을 마치고 도착한 설산의 뒤편.

진왕이 반갑게 그를 맞이해주었다.


“리안인가, 살아남았다니 정말로 다행이야.”


그리고 그는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가능성은 크지 않았는데. 잘 해냈어.”


상당히 무모하고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진왕을 나무랄 순 없었다.

당시엔 그것밖에 방도가 없기도 했고.

정작 그가 부탁했던 선행과제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리안은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그럼 저는 이것으로 해방된 겁니까?”


리안이 여태까지 무사한 것이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진왕의 표정은 애매했다.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군.”


“네?”


그는 안전을 확보했다고 말해줬겠지만.

지금 상황에선 그것을 확언해줄 수 없었다.


“어째서인지 알 수 없지만··· 현재 감시자가 움직이고 있질 않아서 말일세.”


이번 세력전을 엉망진창으로 끝냈다.

분명 어떤 식으로든 조치해야 했는데.

이상하게도 감시자의 반응이 없었다.


“차라리 적당한 대응을 보였으면 모를 텐데 너무나 조용해.”


이것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는 뜻이라면 좋겠지만.

“일에 신경 쓰지 못할 만큼 사고가 생겼단 소리일 수도 있지.”


만약 그렇다면 사건을 수습하고 뒤늦게 이들에게 조치를 가할 수 있었다.


“...설마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단 소립니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태로 얼마나 있어야 하는 걸까.

아무도 모른다.

리안이 절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진왕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을 꺼냈다.


“이런 나보다 이 동향을 잘 파악하고 있을 인물이 있지.”


앨리온드의 북쪽의 쥐, 베르티오였다.

그 또한 리안과 좋지 못한 마무리를 가진 존재였다.


‘돌고 돌아서 결국 앨리온드 대륙인가.’


또다시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귀찮음이 몰려드는 것도 순간일 뿐.

리안은 소득이라면 소득이라 할 수 있는 정보를 쥐고 설산을 나섰다.


‘지금 항구로 가봤자 섬으로 향하는 배는 없겠지.’


그는 서부 왕국의 수도에 이동했고.

수도 변두리에 있는 한 저택의 부근을 맴돌았다.


“다행히 어디 가진 않았군.”


여전히 그곳에 있는 저스티스의 길드 본부.

리안 덕분에 논란이 일며 한차례 휘청거렸고 몇몇 길드원들의 이탈이 있었지만.

해체까지 되진 않았다.

썩어도 준치라고. 위기를 극복한 저스티스 길드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길드장이 당분간 금역은 넘보지 말라더라.”


“왜? 무슨 일 있나?”


“갑자기 수인들이 몰려와서 유적지를 점령했다잖아.”


“오염종은 수인들하고도 적 아니었나?”


“그러니까. 여태까지 잠자코 있더니 갑자기 뭔 오염군주를 편든다냐.”


“어째 순탄치가 않네. 보통 레이드 성공하고부터는 다음 진행은 수월해지는데 말이야.”


유저들의 관점에선 난데없이 방해꾼들이 등장한 셈이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금역 한구석에서 십이지의 보호를 받던 수인들이 저항하고 반격을 시작했다.

리안에겐 전부 깨알같이 소중한 정보였다.


“...녀석도 잘 지내는 것 같군.”


이를 멀리서 숨어서 지켜본 리안은 기어코 성훈의 모습까지 확인했다.

방패와 창을 등에 멘 그는 어엿한 저스티스 길드의 탱커처럼 보였다.


‘이 정도면 됐다.’


리안은 만족했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그는 성훈을 배신했고 의도치 않았지만, 그대로 연락까지 두절되었다.


‘그래놓고 눈앞에 버젓이 나타난다니, 그렇게 못하겠다.’


물론 이는 리안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성훈은 계속 리안의 연락을 기다릴 것이다.

두 사이의 인연은 진심일지라도 사건은 자체는 게임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다윗의 후손들의 가족이 되면서 완전한 대륙인이 된 리안은 이 점을 눈치챌 수 없었다.


‘애당초 오염종인 나, 그리고 오염종을 물리칠 유저들은 정반대의 역할이란 거겠지.’


오염군주를 몬스터로 여기고 사냥하려는 이상, 리안과 유저는 적이었다.

하지만 리안은 유저에 대한 지나친 증오와 관심은 사라졌고.

필요 이상의 적의도 없었다.


‘참 재밌었어.’


오히려 한때나마 유저와 오락을 즐거운 추억으로 삼을 것이다.


더없이 홀가분한 기분.


리안은 이제 더이상 유저가 부럽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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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그건 조금 곤란한데 23.10.09 105 3 12쪽
106 괜찮겠지. 아마도. 23.10.06 99 3 9쪽
105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고 23.10.05 100 3 11쪽
104 다윗의 후손 23.10.04 102 3 11쪽
103 가일스 23.09.27 100 3 12쪽
102 너만 오면 시작이다 23.09.26 102 3 11쪽
101 다시 찾아올게 23.09.25 101 2 12쪽
100 해결 23.09.18 101 2 10쪽
99 인정 23.09.15 99 2 10쪽
98 척살령 23.09.14 98 2 11쪽
97 너는 얼마나 알고 있지? 23.09.13 104 3 12쪽
96 시나리오 실패 23.09.12 106 3 11쪽
95 규칙 23.09.11 10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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