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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n50 님의 서재입니다.

튜토리얼 보스가 탈출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완결

Sn50
작품등록일 :
2023.05.10 17:42
최근연재일 :
2023.11.01 19:20
연재수 :
121 회
조회수 :
20,993
추천수 :
434
글자수 :
637,414

작성
23.06.12 19:20
조회
165
추천
4
글자
12쪽

네 말대로 잠이나 잘 걸 그랬네

DUMMY

“서로 거리 간격 벌리고 유지하세요!”


원정대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입구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던 마법사 무리에 고치가 떨어지고.

낙하한 고치가 바닥에서 닿으며, 끈적한 거미줄이 터져 나온다.


“제기랄. 이거 제대로 걸렸네.”


신체를 움직이지 못하는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웁! 우웁!”


찐득한 점액질 덩어리를 뒤집어쓴 유저는 숨을 쉬기 위해 필사적이었으니까.


“이봐 이것 좀 끊어줘!”


운이 좋게 범위에서 벗어나 발목만 붙잡힌 마법사가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을 경호하기 위해 뒤쪽에 배치되었던 부상자들이 구조를 시작했다.

리안이 발에 엉킨 거미줄을 끊어내고 구출하자.


“독액 발사! 잘 피하세요!”


어김없이 원정대장의 경고가 울려 퍼지는데.

하필 그 방향이 마법사들이 뭉쳐있는 방향이었다.


“어, 어?”

“야야, 빨리···!”


그들이 어서 서두르라 재촉했지만.


“야 이 자식들아, 어디가!”


전사들은 구조를 포기하고 살기 위해 몸을 내뺐다.

덩어리진 장소에 독액을 끼얹어졌다.


치이이익-.


“끄아아아아!!!”


피부가 타들어 가는 소음과 비명을 지르는 소리.

끔찍한 광경에 비해 유저들이 느끼는 고통은 엄청나진 않았지만.

눈앞에서 육신이 녹아내리는 장면을 본다면, 누구든 비명을 터뜨릴 것이 분명했다.


“으아···,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리안이 구출한 마법사가 뒤늦게 감사를 전했다.

그는 위급 상황임을 감지하고 일찌감치 물러난 상태였다.


‘조금만 뒤에 있었으면 나도 당했겠어.’


천장을 유의하며 전황을 살폈다.

가볍게 레이드를 시작한 것과 달리 제법 처절한 전투가 펼쳐졌다.


‘저걸 두 파티로 사냥할 수가 있나?’


이런 대규모 인원으로도 고전하는데.

리안은 간다르프가 무슨 깡으로 보스에게 사냥하러 들었나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리안이 뭘 몰라서 하는 오해였다.


“와, 미쳐버리겠네. 이게 이리 어려웠나? 정신 나갈 것 같아.”


“거리 좀 더 벌려! 너무 좁아서 피할 수가 없잖아!”


여왕 거미의 위험한 스킬인 고치와 독극물 모두 범위기술이다.

레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공간 확보였는데.

비좁은 입구 지역에서 레이드를 벌인 것이 너무나 악수였다.


보통은 보스 룸의 중앙에서 레이드를 시작했겠지만.

그 주변엔 제단의 수호자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으니.

공간의 제약 하나로 평소보다 엄청나게 위협적이고 까다로운 보스가 되었다.


“그냥 전부 버리세요! 다 같이 딜 집중!!!”


상상 이상으로 피해가 심각해지자 원정대장은 목이 터져라 외친다.

원정대장의 명령에 유저들이 희생을 감수하고 한마음 한뜻으로 거미 여왕을 조지기 시작했다.


“어그로 끌린다, 조심해!”


“끄으으. 살려줘······.”


몸을 사리지 않는 공격으로 언뜻 피해가 더 커진 것처럼 보였지만.

여왕 거미를 쓰러뜨렸으니 결과적으론 나쁘지 않은 판단이라 평할 수 있었다.


[거미 소굴의 보스 여왕 거미를 처치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경험치가 분배됩니다.]

[경험치가 충족되었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Lv.26]


리안은 메시지창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띄웠다.

그가 한 일이라곤 마법사들의 곁에서 제 살길을 찾아 고치와 독물을 피하는 것뿐이었다.

소위 말하는 버스를 탄 셈.


‘이거 좋은데?’


평소라면 몸을 사리는 전사에게 경멸의 눈초리를 보냈겠지만.

이곳에 있는 누구도 리안을 나무라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크하핫! 이게 게임이지!”


“인정. 오랜만에 재밌네.”


“호-우-!”


죽어버린 다른 원정대원들에게 미안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여왕 거미를 사냥하는 데 성공하다니.

원정대원들은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각자 성취감을 만끽하고 있을 무렵.


“야, 야, 야, 야, 템 떴다!”


누군가의 외침이 모든 유저들의 정신을 바짝 차리게 만들었다.


“이게 뜬다고?”


“보스 잡고 나온 장비면··· 최소 레어급이지?”


평소라면 눈에 차지도 않았을 저렙 아이템이지만.

현재 뉴비 유입과 복귀 유저들로 인해, 모든 장비들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실정.

원정대원들의 시선이 탐욕스럽게 빛나고 있었다.



“다들 눈에 힘 좀 푸세요. 제가 책임지고 처분한 뒤 모두에게 골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괜한 소란이 일어나기 전에 원정대의 리더가 한발 앞서 나오며 선언한다.


“좋습니다.”


“경매장으로 정확히 계산하세요.”


리더는 인망이 두터운 인물이었는지, 가까이 있던 전사들이 잠자코 뒤로 물러섰다.


한편, 리안은 드랍된 아이템이 아닌 건너편의 또다른 보스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여길 보고 있는 것 같은데···.’


제단의 수호자가 날카로운 손가락을 까닥거리고, 고개가 이쪽으로 향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금세 고개를 돌리는 모습에 기분 탓인가 싶은 찰나.


‘뭐야, 어디 갔어?’


잠시 눈을 비비는 사이,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위험을 감지한 리안이 주위를 경계하며 경고하려는 순간.


“우와아아악!”


낯익은 목소리의 비명이 울려 퍼졌고. 천장에서 핏물이 쏟아졌다.

위를 쳐다보자 보이는 광경은 수호자의 날카로운 손톱에 찔린 리더의 모습이었다.

영악하게도 아이템을 루팅하고 있을 때를 노린 모양.


“어그로 끌렸어. 레이드 시작이다!”


“전사들 뭐해? 일단 발부터 묶어놔!”


“저 높이에 있는 걸 어떻게? 먼저 마법으로 떨궈주고 말해!”


대장을 잃은 대원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한다.

수호자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천장에서 떨어져 습격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시작된 레이드는 정말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오른쪽이다!”


“오케이..컥!”


“아 죄송, 왼쪽이었네?”


“모르면 입 닫고 있어!”


잘못된 브리핑으로 인해 치명상을 입었으며.

하나의 목표에 집중하지 못하고 각기 딴짓하기 일쑤였다.


“잠깐! 지금 어디 가시는 겁니까?”


“일단 아이템부터 수거해야죠.”


어느새 말을 맞췄는지 두 명의 전사가 멋대로 대열을 이탈한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고오!”


전열에 담당하는 다른 전사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지만. 그들은 걸음을 멈출 기색이 없었다.


캬아오오오오-!


[아라크네의 종속, 제단의 수호자가 ‘유령 거미-유체 소환’을 시전했습니다.]


수호자가 양팔을 펼치며 포효하자.

오면서 익히 보았던 유령거미들이 벽면을 유령처럼 통과하며 등장했다.

총 여덟 마리의 거미가 사방에서 튀어나오며.

유령거미들이 원정대 사이로 난입했다.


“쫄몹 소환됐어요! 쫄몹부터 빠르게 제거합시다!”


누군가 목이 터져라 소리치며, 어떻게든 레이드를 이끌고 나가려 했지만.

딱히 소용이 없다는 듯, 상황은 좀처럼 수습되지 않았다.


“누가 저 새끼 좀 막아주세요!”


“방어 마법으로 버티세요! 이놈부터 마무리하고 도와드릴 테니까···!”


“그게 아니라, 지금 쿨타임이라···!”


콰직!


원활하지 못한 소통의 문제가 있었고.

단순히 팀원 간의 분열이 일어나기도 했다.


“저 피 얼마 없습니다.”


“일단 막으라고!”


“하, 지금 저보고 그냥 죽으라는 겁니까?”


애초에 그들에겐 목숨을 내던져서 지킬 의리는 없었다.

입구에서 대충 모아 만들어진 공략대였으니까.

구심점인 공대장이 죽은 순간부터 무너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히익-!”


“님들, 여기 좀 봐주세요!”


아이템을 주우러 갔던 전사 두 명이 유령거미에게 고립되어 죽는다.

아주 총체적 난국, 오합지졸이 따로 없다.


전사 두 명의 죽음이 방아쇠가 되어 전세는 순식간에 기울어지고.

전열이 부족해지면서 각자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치르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이게 무슨 일이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힘을 합쳐 맞서 싸운 동료들이지 않았나.

분명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갔었는데···.

한순간에 망가져 버린 공략대에 리안은 할 말을 잃었다.


전황은 기묘하고 긴박하게 흘러갔지만.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똑같은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레이드는 실패했다.’


이래로라면 전멸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후! 쫄몹 클리어!”


어찌어찌 잔몹은 정리했지만, 가장 중요한 보스 몹이 남아있었다.


“씨이이발, 이걸 나 혼자 어떻게 버티라고···! 누가 제발 교대 좀 해주ㅅ··· 끄윽!”


수호자를 상대로 메인 탱커를 자처하던 이가 쓰러지고.

어느 순간부터 간혹 들리던 외침조차 사라져 있었다.


“...우리 언제 이렇게 숫자가 줄었냐?”


남아있는 인원은 총 8명.

그래도 딜을 누적시켜 놓았으니, 살아있는 인원으로도 할만해 보였는데.

문제는 보스를 붙잡아둘 전사들의 부재.

남아있는 전열이라곤 생명력이 절반도 채 안 되는 부상자들이 전부였다.


“네 말대로 잠이나 잘 걸 그랬네.”


금방이라도 포기할 것 같은 우중충한 분위기.

그 공기를 반전시킨 것은 리안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었다.


퐁-.


장소와 어울리지 않는,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를 따는 마찰음.


꿀꺽.

꿀꺽.


이윽고 음료를 들이켜는 소리가 들리는데.

바로 리안이 회복 물약을 마시는 소리였다.


“허어-, 지금 포션을 마신 거에요?”


그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직관한 유저가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저 새끼랑 맞붙으려면 회복부터 해둬야 할 거 아닙니까.”


뭐가 문제냐는 듯한 반문에 유저의 표정은 더욱 희한하게 변했다.


‘굳이 마실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죽을 테니까.’


레드 플레이어가 아닌 이상, 가치가 높은 장비 귀중품은 웬만해서 떨어뜨리지 않았다.

회복약 또한 가격이 상당했기에, 죽을 게 뻔한 상황에선 아끼는 게 정상적인 사고방식이었다.


‘그런데 그걸 주저없이 마셔버린다고?’


그는 이 레이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이다.

이 행위는 자신감의 표현일까. 아니면 객기에 불과할까.

어떤 의미를 지녔든 꽤 재미있는 짓이었고. 덕분에 바닥 쳤던 원정대의 사기가 충전되었다.


“이런 이런, 저도 참. 고작 이런 곳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다니. 아직 멀었군요.”


한 유저가 리안에게 동조하며 허세를 부리고.


“...으으, 닭살 돋네. 저런 대사를 실제로 들을 줄은 몰랐는데.”


“됐으니까, 포기하지 말고 다들 파이팅 합시다.”


“아자자, 할 수 있다! 한번 해보자고요.”


위기 상황임에도 분위기가 밝아지며 고조되었다.

리안은 어째서 이들이 갑자기 돌변했는지 이해할 순 없었지만.

좌절한 것보다는 낫다고 여겼다.


‘의욕 넘치면 나야 좋지.’


지금이라도 합심하면 아라크네의 종속을 물리칠 수 있을까.

객관적으로 봤을 때, 가능성만 따진다면 희망은 있었다.

이는 하등 근거 없는 허풍이 아니었다.


“제가 홀딩 하겠습니다. 공격에 집중해주세요.”


그야 보스를 마크할 인물이 바로 리안이기 때문이다.


‘저게 전사고, 낭만이지.’


‘갈 때도 멋있게 가는구먼.’


물론 리안의 능력을 모르는 유저들이 보기엔 갈 때까지 폼을 잡는구나 싶을 따름이었다.


“죽더라도 면상에 파이어 볼 한방 갈기고 죽겠습니다.”


“그럼 전 눈 한 짝을 노려볼까요.”


각자 한마디씩 거들며 각오를 다졌다.


“걱정하지 마라. 친구. 이 내가 진심을 다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녀석은 이미 죽은 목숨이다.”


은근슬쩍 친구라 말하는 궁수의 헛소리를 귓등으로 무시했다.


‘그나저나 저걸 어쩐다. 도약으론 어림도 없을 것 같은데.’


자신 있게 나섰지만 다소 고민이 있었다.

그는 천장에 매달려있는 수호자를 다가갈 수단이 없다는 점이었는데.

그런 부족한 부분은 뒤에 있는 마법사들이 충당해주었다.


“일제히 공격해서 아래로 떨굽시다, 발사-!”


적지만 수호자를 격추시키기 충분한 공격들이 펼쳐지고.


쿵-.

수호자의 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리안의 도약을 필두로 셋밖에 남은 않은 전사들이 무기를 쥐고 뛰어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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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발 나까지만 23.06.13 168 2 13쪽
» 네 말대로 잠이나 잘 걸 그랬네 +1 23.06.12 166 4 12쪽
31 생각보다 할 만한데? 23.06.09 166 3 12쪽
30 설마 하루종일 하겠어 +2 23.06.08 172 4 13쪽
29 원래 도적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23.06.07 176 4 12쪽
28 그냥 혼자 다닐 걸 그랬나 23.06.06 179 4 11쪽
27 혹시 따로 원하시는 바가 있으십니까 +1 23.06.05 186 3 13쪽
26 또 같이 게임하자 23.06.04 184 4 14쪽
25 드디어 모든 걸 되찾았다 23.06.03 190 4 12쪽
24 너무 수상한데 +2 23.06.02 198 4 13쪽
23 제법 치네 23.06.01 198 3 12쪽
22 넌 좀 반응이 재미없다 23.05.31 195 3 12쪽
21 잭팟 23.05.30 196 3 11쪽
20 까비요 23.05.29 210 3 13쪽
19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23.05.28 220 2 12쪽
18 이거 거짓말이지? 23.05.27 221 3 12쪽
17 이 새끼 왜 이래 23.05.26 231 3 12쪽
16 더럽고 치사해도 이기면 그만이야 23.05.25 246 3 13쪽
15 이제부턴 너희가 날 즐겁게 할 차례야 23.05.24 245 4 13쪽
14 하나도 남김없이 정화해야 한다 23.05.23 264 3 12쪽
13 참 요란스럽게 구네 23.05.22 274 4 14쪽
12 무슨 자신감이지 23.05.21 276 5 13쪽
11 파이어볼 23.05.20 286 5 13쪽
10 요즘 유행인가 23.05.19 293 5 12쪽
9 이거 순 사기꾼 새끼 아니야 23.05.18 322 5 12쪽
8 얘 어디 갔는 지 아시는 분 23.05.17 344 7 14쪽
7 여러분 제가 돌아왔습니다 23.05.16 356 5 11쪽
6 그건 힘들겠는데. 23.05.15 379 5 13쪽
5 좀더 해보면 알려나 23.05.14 412 6 12쪽
4 본래 입문은 간단한 법이지 23.05.13 480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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