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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우승하려고 회귀한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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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난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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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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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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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1

DUMMY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1



스카우터, 기자, 그리고 야구 팬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직 어린 투수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잠재력.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앞으로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주는 잠재력이 첫 번째였다.

예를 들자면, 아직 다 크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붙지 않았지만, 손목힘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좋은 타자가 있다면?

구단으로 데려온 뒤에 많이 먹이고 웨이트 빡세게 시켜서 장타력이 중요한 3번이나 4번, 혹은 다른 능력치가 부족하다면 큰 거 한 방을 노리는 공갈포인 5, 6번 타자 정도로 키울 것이다.

이런 식으로 무언가 앞으로 성장할만한 잠재력이 있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압도적인 능력이었다.

앞에서 말한 잠재력과 비슷한 이야기지만, 약간 결이 다르다.

당장 프로에 오더라도 써먹을 수 있는 압도적인 능력은 많은 야구 관계자들, 특히 스카우트들의 눈을 뒤집어지게 한다.

예를 들어 타자로 따지면 압도적인 파워가 그 예시이다.

고교 리그 수준에서 1년에 홈런을 두 자릿수로 때려낸다? 알루미늄 배트도 아니라 나무 배트로?

웬만하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픽은 투수가 차지하지만, 아마 저 타자는 무조건 1라운드에 뽑힐 것이다.


“그럼 투수로 따지면 뭐일 것 같냐?”

“당연히 강속구 아닐까요? 150 넘게 던지는 투수 보면 야구 팬들 눈 돌아가잖아요.”


SY스포츠의 두 선후배 기자는 아침에 정신을 깨우기 위해서 믹스 커피 3개를 까서 마시고 있었다.

이럴 때 나오는 건 역시 실없는 소리.


“사실 스카우트도 눈 돌아가는 게 그거죠. 강속구. 구속은 훈련으로 늘리는 게 한계가 있다고 하니까.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하죠.”

“나 같아도 내가 좋아하는 팀에 고등학생인데 150 던지는 투수 온다고 하면 엄청 좋아할 것 같긴 해.”


스윽.

선배, 정호연 기자가 내미는 스마트폰에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며 받는 박종찬 기자.


“뭔데요?”

“한 번 읽어봐.”


[호섭고등학교에 갑자기 나타난 고교 최대어? 호섭고 야구부 감독, ‘선호는 154를 던질 수 있는 투수.’ ]


“이거 어디 기사야? 처음 들어보는 곳인데. 이거 진짜에요?”


기사 제목을 읽은 박종찬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아무렴, 154가 옆집 개 이름도 아니고.

요새는 고교 투수 중 탑 10 안에 드는 선수들은 대부분 150을 넘긴다고는 하지만.

그 이상, 150대 중반을 던질 수 있는 선수는 정말 드물었다.


“심지어 호섭고등학교? 여기 뭐하는 곳이에요? 저도 나름 야구 기자로서 아마 야구 관심있게 보는 사람인데. 이런 야구부가 있다는 건 처음 들어봐요.”

“나도 잘은 몰랐는데, 있긴 있더라. 예전에 청룡기 한 번 진출했던 거 말고는 제대로 보여준 것도 없는 야구부야. 당연히 진출했던 청룡기에서는 바로 탈락했고.”

“그런 팀에서 이런 선수가 나온다고요? 이게 진짜인가? 너무 뜬금없는데?”


가끔 그런 경우가 있다.

지역의 이름 없는 인터넷 신문 같은 경우, 감독의 얼토당토 않는 주장을 그대로 기사로 올려버리는 경우가.

뭐, 어차피 이런 기사를 쓸 때 그런 기자와 호사가 사이의 무언가를 직업으로 삼는 이들이 검증 과정을 거치겠는가.

그냥 술자리에서 나온 말 듣고 ‘오 이거 재밌겠는데?’ 싶으면 올리는 거지.


그리고 믿을 수 없는 이유는 또 하나 있었다.

바로 팀의 명성.

사실 선수의 실력과 팀의 명성이 비례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기반이 갖춰진 팀에서 좋은 선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야구부에서는 선수들도 진심으로 야구를 하려고 하고, 진심으로 훈련하다보니 150을 던질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겠는가.

그런데 역사도 오래 되지 않았고, 대회 경력이라고는 황금사자기 한 번 진출한 게 다인 팀에서 진지하게 프로를 노리고 훈련했고, 그렇게 훈련하다가 154를 던진다?

아니면 그냥 취미로 하는데 154?

한국 프로 야구 투수들의 구속 평균이 144~5 정도에서 머물고 있는데?

둘 중 어느 쪽이든 믿기 어려운 기사였다.


“종찬아.”

“네?”

“네가 이 기사 진위여부 좀 가려봐봐.”

“...네?”

“이거 진짜인지 확인해보라고.”

“...제가요?”

“그럼 너 말고 누구한테 얘기하겠냐?”


박종찬이 고개를 돌리자 주위에는 선배들밖에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입사한지 2년 밖에 안 된 신입 기자이니, 막내는 자신이었다.

한 달 전만 했어도 막내는 아니었지만, 새로 들어온 막내가 뛰쳐나간 뒤로는 다시 막내가 되어버렸다.


“...출장비는 주시는 거죠?”

“당연히 주지. 멀지는 않으니까 다행이네. 한 번 직접 보고 와봐. 진짜 잘 던지는지.”

“알겠습니다.”


박종찬은 한 달 전에 추노한 (전) 막내 기자를 원망하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언제 선호가 등판할지 모르니 일단 미리 가서 기다려야 했으니.


*


“역시 감각을 일깨우는데 가장 좋은 건 실전이네요.”


선호는 자신이 등판한 두 번째 경기에서 4이닝 2실점을 하고 내려왔다.

아주 나쁜 성적은 아니었지만 선호가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공이 좀 뜨는 날이다 싶었는데, 볼넷을 조금 주다가 중견수 앞에서 애매하게 떨어지는 바가지 안타를 맞아서 2실점을 하긴 했다.

이러니 야구가 알 수 없는 법이었다.

첫 번째 경기에서는 정말 언터처블한 선수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면, 오늘은 야구가 ‘네가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임마’라고 말해준 것 같았다.


<훈련도 좋지만, 결국 훈련은 네가 가진 무기를 얼마나 더 날카롭게 만드는지를 결정하는 거야. 그 무기를 얼마나 자유자재로 휘두를지는 실전에서 나오는 거고.>

“아직 이 정도로는 부족하겠네요.”

<당연하지. 이 정도로 만족할 생각이었어? 메츠 우승은 둘째치고, 네가 원한 건 메이저리거가 되는 거였잖아.>

“맞죠. 이 정도로 만족할 순 없죠.”


본인 방 침대에서 쉬고 있던 선호는 벌떡 일어나서 컴퓨터를 켰다.


<뭐 하려고?>

“포심은 어느 정도 완성되었으니 세컨 피치를 장착해야죠. 일단 임시로 체인지업을 배우긴 했지만··· 체인지업을 완전히 숙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면서요.”

<맞아. 체인지업은 좀··· 연습으로 익혀지는 구종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체인지업이 손에 완전 딱 맞는 놈들은 예외지만, 대부분 투수들은 체인지업을 위해서 아주 오래 노력해야하지. 아쉽게도 네가 체인지업이 아주 잘 맞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고.>


체인지업은 기술, 커브는 감각이라는 말이 있다.

기술은 연마하면 좋아지지만, 감각은 연마한다고 해서 쉽게 좋아지지 않는 법.

쉽게 말해 체인지업은 노력하면 좋아질 가능성이 아주 높은 구종인데, 커브는 재능빨이 겁나 큰 구종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톰 시버도 체인지업을 미리 알려주고, 이걸 미리미리 연습해서 나중에 메이저리그 갔을 때는 좀 숙달되도록 한 것이었다.

구속 조절이 가능한 포심만 해도 짜증나는데, 거기에 구속을 더 낮출 수 있는 체인지업만 해도 얼마나 타자들이 좋아하겠는가.

너무 좋아서 배트로 공은 못 때리고 공기만 열심히 때리지 않을까.


톰 시버는 그런 생각으로 체인지업의 연마를 위해서 다른 변화구는 따로 손을 대지 않았었다.

과거 유망주들에게 변화구를 하나 알려주면 ‘톰 시버의 커브’, ‘톰 시버의 슬라이더'라고 하면서 굳이 자기 손에 맞지도 않은 것들을 주구장창 쓰는 장면을 많이 목격했었다.

혹시라도 선호도 그럴까봐 조심했었지만, 선호를 더 잘 알게된 지금은 알려줘도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그래도 얘가 이렇게 열정적인데 하나 정도는 알려줘도 되려나? 하긴, 아무리 고교 무대라고 해도 구종 3개 정도는 있어야겠지? 일단 고교 무대 정도는 씹어먹어야 하니까.’


선호도 세컨 피치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고, 체인지업은 당장 세컨 피치로서 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내기에는 모자랐다.

일단 선호가 메츠에 가기 위해서는 고교 무대를 씹어먹어야 했다.

그래야 메츠든 어디든 메이저리그 팀이 선호에게 접촉해서 데려가고 싶다고 할테니.

오늘 경기 결과를 보고 본인이 한국 고교 타자들을 너무 무시했나 싶었던 톰 시버는 선호에게 세컨 피치를 알려주기로 결정했다.

커브, 아니면 슬라이더.

현역 시절 자신의 주 무기들을 꺼내볼까 했다.


<너 앞으로도 체인지업 꾸준히 쓸 거지?>

“당연하죠. 세컨 피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서드 피치 안 쓰는 사람 있어요? 그리고 저 훈련하는 거 보셨잖아요. 훈련에서 지진 않습니다, 절대.”

<하긴, 너한테 커브나 슬라이더 알려준다고 체인지업 연습 안 하진 않겠지.>


겨울 방학동안의 지옥 훈련을 군말 없이 수행한 걸 보면 선호의 의지력은 대단했다.

하긴, 마이너리그 경력만 있던 동양인이 메이저리그에 꽤 영향력을 발휘하는 에이전시를 만드는데 얼마나 어려웠겠는가.

고작? 네가? 동양인이? 마이너리거가?

이런 시선들을 뚫고 올라온 녀석이니, 무언가를 목표로 달려나가는 것에서만큼은 톰 시버 자신도 한 수 접어줘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럼 일단 다음 경기 전까지 임시로 쓸만한 걸 연습해보자고.>

“예!”


이 자식은 진짜 연습 중독인가.

톰 시버는 피식 웃고는 선호를 주저 앉혔다.


<오늘은 경기 뛰었으니까 내일 임마, 내일.>

“...네.”



*


다음 날.


“오, 선호!”

“왔어?”

“우리 팀 에이스 아니야?”

“하이.”

“오, 대답도 쿨해. 존나 멋있어.”

“너도 좀 쿨하게 대답 좀 해 봐라.”

“응~ 너보단 내가 더 쿨해~.”

“응~ 아니야~.”


선호가 훈련장에 조금 늦게 등장하자 다들 웬일이냐는 듯이 쳐다보며 한 번씩 인사를 했다.

선호의 달라진 위상이 보여지는 상황이었다.

작년까지만해도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열심히 하는 녀석이라는 인상이 강했다면.

첫 경기 7이닝 무실점, 지난 경기 4이닝 2실점으로 확실하게 호섭 고등학교의 에이스로 자리 매김하게 되었다.

4이닝 2실점이, 고교 무대를 씹어먹어야 하는 선호 입장에서는 아쉬울지 몰라도, 대부분의 투수에게는 충분히 좋은 결과였다.

30대 후반의 정신을 가진 선호는, 귀엽긴 하지만 시끄러운 어린 녀석들 사이를 벗어났다.

하이라이트는 감독이었다.


“어이구! 우리 선호 왔어!”


어느새 이름 앞에 ‘우리’가 붙게 된 선호.

확연하게 달라진 태도에 약간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솔직히 이호석 감독에게 뭐라고 할 순 없었다.

자신이 감독이라고 해도 과연 모두를 공평하게 챙길 수 있을까?

에이전트 시절, 관리해야하는 사람이 한 명 늘어나면 일이 한 명 분이 아니라 2배가 된다는 걸 경험한 선호로서는 감독을 딱히 원망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어제 톰 시버의 허락을 받고 딱 5구만 던지기로 했던 커브.

그때 던졌던 것이 운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오, 커브인가?’


선호가 간이 마운드에 올라 그립을 잡는 걸 본 이호석 감독.

흠, 새로운 구종이 필요하긴 하지.

고개를 끄덕이긴 했다.

포심의 위력 하나만큼은 탈 고교급이었지만, 더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타자의 헛스윙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세컨 피치가 있는 것이 좋았다.

그런 면에서 선호의 체인지업은 가끔 던져서 범타를 유도할 정도는 되었지만, 세컨 피치라고 당당하게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커브를 던진 걸··· 올해는 못 본 것 같은데. 작년에 어땠더라?’


잘 나지 않는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선호가 커브를 잘 던지는 장면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팡!


팡!


‘...잘 던지네?’


왜 잘 던지지?

아니, 그보다.

저렇게 잘 던지면 왜 지난 경기에 안 던졌지?


‘...이렇게 잘 던질 줄 몰랐지.’


감독의 들리지 않는 의문에 속으로만 대답한 톰 시버였다.

역시, 커브는 재능빨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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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더 위로 - 2 +4 24.06.18 2,639 56 13쪽
19 더 위로 - 1 +2 24.06.17 2,813 65 12쪽
18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2 +7 24.06.16 2,898 63 13쪽
17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1 +1 24.06.15 3,054 63 11쪽
16 알테니 스킵 - 3 +1 24.06.14 3,197 55 12쪽
15 알테니 스킵 - 2 +1 24.06.13 3,286 62 13쪽
14 알테니 스킵 - 1 +1 24.06.12 3,375 59 13쪽
13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3 +2 24.06.11 3,435 61 12쪽
12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2 +1 24.06.10 3,541 63 12쪽
11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1 +1 24.06.09 3,628 70 13쪽
10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2 +1 24.06.08 3,606 69 13쪽
9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1 +2 24.06.07 3,657 68 12쪽
8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3 +2 24.06.06 3,683 74 12쪽
7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2 +4 24.06.05 3,718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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