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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난님의 서재입니다.

MLB 우승하려고 회귀한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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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8 21:25
최근연재일 :
2024.07.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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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41

작성
24.06.1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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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글자
12쪽

더 위로 - 1

DUMMY

더 위로 - 1




맥마흔은 그날에만 스윙을 총 14번을 했다.


“이 개자식아!”

“왜 화를 내? 야구하면서 그렇게 화내는 거 좋은 거 아니야. 자, 심호흡해보자. 후, 하. 후, 하. 따라해볼래?”

“이이이이이익!”


총 4타석에 들어서면서 헛스윙만 8번이었다.

삼진 2개, 나머지 2타석은 땅볼, 내야 플라이.

그야말로 악몽 같은 경기였다.

이런 경기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상대팀의 배터리, 선호와 톰 클린지였다.


선호는 공격적으로 공을 넣었지만, 필요할 때는 뺄 줄도 알았다.

완급조절이라는 말은 구속 뿐만 아니라 카운트 싸움에서도 적용되었다.

포심을 빼는 것도 어느 정도 가능했다.


선호가 살살 피해가는 피칭을 하기 시작하자, 톰 클린지의 말빨이 빛을 발했다.

그의 도발은 다른 포수들의 도발과는 달랐다.

원래 포수들은 트래쉬 토킹을 자주 한다.

타자들의 평정심을 조금이라도 흔든다면 타석에서 어마어마한 이득을 가질 수 있으니.

주요 레퍼토리는 ‘네 여자친구랑 클럽에서···.’, ‘네 와이프가 옆집 남자랑···.’하는, 대놓고 싸우자고 하는 미친 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톰 클린지는 그렇게 대놓고 건들지 않았다.

은은하지만 미친 소리, 말투는 느긋하고 친절하지만 내용 하나하나가 쌓이면 쌓일수록 빡치는 소리들로 타자의 귀를 간지럽혔다.

헛스윙한 타자에게 심호흡을 하면 좋을 거라고 심호흡 박자까지 알려주는 포수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만큼 톰 클린지는 상대 빡치게 하는 걸 좋아했다.


거기에 추가된 것이 바로 덮밥.

여태까지 프레이밍으로 상대를 빡치게 하지 못한다는 아쉬움, 그 아쉬움 때문에 발휘하지 못했던 톰 클린지의 재능이 폭발하도록 만든 신기술.


“이게 왜 스트라이크야?!”


스트라이크가 2개 쌓이면, 선호는 커브를 존 안으로 던졌고 톰 클린지는 ‘덮밥'으로 잡았다.

그리고 타자는 불평한다.

이 장면이 이 경기에서만 4번이나 나왔다.

물론 그들은 모두 ABS의 존재를 의심하는 머저리 취급을 받았지만, 타자 입장에서도 항의할만 했었다.

아니, 포수가 미트를 땅에 박았는데 이게 어떻게 스트라이크이겠는가.

포수가 미쳤다고 미트를 내리지 않는 이상.


톰 클린지는 미친 포수가 맞았다.


*


“슬라이더··· 이 쿠세만 어떻게 없애면 좋을 것 같은데.”

<그건 나도 어쩔 수 없어. 네가 스위퍼를 던지면서 몸에 익어버린 거라서. 슬라이더 그립과 던지는 메커니즘은 알려줄 수 있지만, 그 특유의 쿠세는 결국 연습만이 답이야. 네가 생각하지 않고도 몸에서 나올 수 있도록.>

“결국은 연습이네요. 어깨 갈리지 않는 선만 잘 알려주세요.”

<오냐. 그런 건 내가 또 잘 보지.>


언제나처럼 훈련장에 가장 먼저 와서 슬라이더를 던질 때 쿠세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선호.

슬라이더를 던질 때 나오는 버릇, 쿠세 때문에 선호는 아직 슬라이더를 자신의 주 무기에 포함하지 않고 있었다.


아침에 훈련하는 선호의 옆에는 톰 클린지가 함께였다.

재능만큼이나 성실한 톰 클린지였다.


“오늘도 슬라이더?”

“어. 커브는 제구만 살짝 더 잡으면 완벽해질 것 같고, 체인지업은··· 계속 던지고 있긴 한데 잘 안 느네.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서클 체인지업이 좋아야 하는데···.”

“네가 좌타자 상대할 때 비교적 성적이 안 좋았지?”

“어. 우타자들은 커브에 더 쉽게 속으니까. 좌타자 상대하는 용으로 체인지업을 연마하고 있는데, 서클 체인지업이 별로 좋아지지 않아서 아쉽네. 차라리 싱커라도 배워야 하나.”

“흐음··· 일단 슬라이더부터 추가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 슬라이더의 완성도를 생각한다면.”

“그렇지? 그럼 일단 포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이렇게 4개 구종을 가져가는 걸 목표로 해야겠지.”


이 둘의 훈련은 그냥 단순한 훈련 뿐만 아니라, 선호의 피칭 디자인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정도로 심도 깊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깊어진 것은 선호가 알려준 덮밥의 위력을 처음 톰 클린지가 실감했을 때부터였다.

프레이밍 말고도 타자를 빡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차린 톰 클린지는 선호와 부쩍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고.


따아아아아아악!


“와우.”

“장외 홈런인가?”

“쟤 원래도 로우 싱글 A에서 한 시즌 30홈런 넘기고 온 녀석이잖아.”

“그렇게 파워가 좋았어?”


타석에서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원래도 좋은 선구안과 상대 투수를 샅샅이 분석하는 톰 클린지의 타격은 수많은 볼넷과 장타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타율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쳤다 하면 멀리 날아가는 중장거리 OPS형 타자였다.

선호가 덮밥을 알려주고나서 20타석동안 OPS 1.3 이상을 기록하며 하이 싱글 A를 폭격했다.

선호도 톰 클린지와 호흡을 맞추면서 커브의 구사 비율을 더욱 높였고, 특히 과감한 높은 커브를 더욱 많이 던졌다.

그걸 덮밥으로 승화시켜 타자의 빡침을 더욱 유도할 수 있으니, 그 다음에 홈플레이트로 커브를 떨구기만 하면 알아서 붕붕 배트가 나와줬었다.

결과적으로 선호의 평균 자책점은 2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어쨌든, 선호와 톰 클린지가 친하게 지내며 톰 클린지가 반등하긴 했지만 아직 주전 포수는 보르대였다.

포구의 안정감은 보르대 쪽이 낫지, 이런 여론이 팀 내에서 형성되어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덮밥을 장착한 뒤로는 오히려 톰 클린지 쪽도 전혀 밀리지 않았지만, 한 번 형성된 여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보르대와 친한 선수들 때문이기도 했다.


“슬라이더를 던질 때 굳이 횡 움직임을 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어때? 자꾸 팔 각도가 내려오면서 쿠세가 생기는 것 같거든?”

“그런가? 한 번 슬라이더를 꼭대기에서 커브 던진다는 느낌으로···.”


쿵!


선호와 클린지 단 둘이 있었던 훈련장의 문이 열렸다.

들어온 것은 배터리 코치였다.


“여기 있었군, 아침 일찍부터 있을 거라더니. 크흠. 이봐 클린지.”

“네?”

“앞으로 네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로 했어. 최근 들어서 포구도 안정적이고 타격은 뭐··· 타격 코치가 나한테 묻더군, 뭔 짓을 했길래 선구안만 좋던 녀석이 스윙까지 힘차게 하냐고. 나도 뭐,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축하한다. 오늘 경기에서 블라셰랑 호흡 맞출 거야. 경기 전에 블라셰하고 어떻게 경기할지 미리 얘기 나눠보라고. 블라셰도 너랑 같이 경기하고 싶다고 하던데.”

“...정말이요? 방금 코치님이 말씀하신 거 다 정말입니까? 제가, 이제부터 주전이라고요?”

“아직 확정적인 건 아니야. 너는 썬하고만 호흡을 맞춘 일이 많으니까. 그렇지만, 내가 보기에는 다른 녀석들하고 호흡 맞춰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아서 말이지. 내 기대에 부응해줬으면 좋겠군.”

“...당연하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배터리 코치는 씩씩하게 답하는 톰 클린지를 보고 피식 웃고는 훈련장을 나갔다.


“썬! 내가··· 내가 주전 포수가 될 줄이야, 난 정말 몰랐어!”

“난 알았어.”


‘네가 10년 뒤에 메이저리그를 씹어먹는 포수가 되거든.’


선호는 뒷말을 삼키고 피식 웃었다.


“나 잊어먹으면 안 된다?”

“당연하지! 내가 너 없었으면 어떻게 주전이 될 수 있었겠어!”


호들갑 떠는, 평소의 실눈이 활짝 뜨여진 톰 클린지를 보고 직감했다.

첫 번째 포x몬을 잡는 계획은 성공했다고.


*


톰 클린지는 자신이 왜 미래에 최고의 포수가 될 몸인지 보여줬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라고? 이게?”


수비에서는 타자의 성질을 박박 긁어대는 콤보, 말빨과 덮밥으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거의 프레이밍과도 맞먹는, 엄청난 기술이었다.

비록 수치화할 순 없겠지만.

그리고 꾸준히 나온 타석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비록 OPS 1.3이 넘는 미친 수치는 아니었다.

표본이 많아질수록 평균에 수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그 평균 자체가 높아서 별로 티도 안 났지만.


최근 10경기 0.276/0.400/0.577, OPS 0.977.

포수가 아니라 좌익수나 지명타자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의 타격 능력이었다.


그리고 이런 톰 클린지와 찰떡 궁합을 자랑하는 것은 역시 선호였다.

선호와 가장 많이 피칭 디자인에 대해서 논의한 것도 둘의 호흡이 잘 맞는 이유였다.

어떻게 하면 타자를 빡치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톰 클린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삼진이고, 선호 역시 투수인만큼 삼진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삼진을 잘 잡는 방법에 대해서, 선호의 피칭에 대해서 연구한 두 사람의 생각은 척하면 척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바로 선호의 커브도 중요한 이유였다.

커브는 모든 변화구 중에서도 가장 움직임이 격렬한 공이었다.

톰 클린지가 덮밥을 하기에 가장 적절한 공.

타자가 덮밥을 당했을 때 가장 짜증내는 공.

선호에게 커브로 삼진을 당한 타자들은 하나 같이 짜증을 내면서 타석을 떠나야 했다.


*


“빠를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메츠의 스카우트, 마이스 블랙은 선호의 기록지를 보면서 웃었다.

로우 싱글 A로 맨 처음 배정될 때만해도 많은 반발, 특히 휘건 쪽 사람들이 시끄러웠지만 선호는 4월 한 달만에 자신이 이곳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럭 저럭 나쁘지 않은 제구력과 메이저리그에서도 상위권인 수직 무브먼트를 가진, 거기다가 구속 조절까지 할 수 있는, 평균 구속 95마일, 최고 구속 98마일의 포심.

그리고 이제는 제구력도 꽤나 갖춘데다가 움직임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손에 꼽을만한 커브.

이 두 가지의 조합은 로우 싱글 A 타자들의 방망이를 공기만 치게 했고, 하이 싱글 A도 마찬가지였다.

가끔씩 커브와 포심의 중간 정도의 구속으로 던지는 체인지업의 구위는 썩 좋지 않았지만, 가끔 던지기 때문인지 아직까지 제대로 맞아나가진 않았다.

5월을 살짝 넘은 6월까지, 한 달이 넘는 동안 선호가 하이 싱글 A에서 낸 성적은 7경기 6승 46이닝 ERA 2.44 60K였다.

평균자책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탈삼진의 갯수.

9이닝 당 대략 11.7개 정도의 탈삼진을 잡아내고 있었다.

클레이튼 커쇼가 마지막 300탈삼진을 넘긴 2015 시즌에도 9이닝 당 탈삼진 개수는 11.7 정도였다.

그만큼 현재 선호의 탈삼진 개수는 미친 페이스였다.

적어도 하이 싱글 A에 오래 있을 필요가 없었다.

마이너리그에서 배워야 한다는 주자 견제나 번트 수비 등은 이미 수준급이었다.

블랙은 그 이유를 몰랐지만, 회귀 전의 선호가 피칭 이외의 장점을 갖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덕분이었다.

또 다시 콜업을 바라도 되는 성적.


“과연 이런 빠른 페이스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으려나.”


선호를 고평가하던 블랙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선호의 고속 성장이 언제 끝날지는 메츠의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다음 회의에서 또다시 안건을 꺼내야할 것 같다.

선호를 콜업해야한다고.

아마 휘건은 반대하겠지만, 적어도 양심 있는 단장인 아이지는 블랙 자신의 말에 약간 더 귀를 기울일 것이다.


히죽.


휘건의 얼굴이 벌개지는 것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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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정착 성공 - 2 24.07.01 1,447 54 12쪽
32 정착 성공 - 1 +6 24.06.30 1,622 49 13쪽
31 타도 필리스 - 2 +1 24.06.29 1,712 56 13쪽
30 타도 필리스 - 1 +5 24.06.28 1,780 69 14쪽
29 과감한 결단 - 3 +2 24.06.27 1,867 66 12쪽
28 과감한 결단 - 2 +2 24.06.26 1,944 56 13쪽
27 과감한 결단 - 1 +2 24.06.25 2,015 54 13쪽
26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5 +5 24.06.24 2,053 57 13쪽
25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4 +4 24.06.23 2,142 67 13쪽
24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3 +4 24.06.22 2,183 47 13쪽
23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2 +3 24.06.21 2,319 52 13쪽
22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1 +4 24.06.20 2,517 63 12쪽
21 더 위로 - 3 +2 24.06.19 2,519 61 13쪽
20 더 위로 - 2 +4 24.06.18 2,640 56 13쪽
» 더 위로 - 1 +2 24.06.17 2,815 65 12쪽
18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2 +7 24.06.16 2,899 63 13쪽
17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1 +1 24.06.15 3,056 63 11쪽
16 알테니 스킵 - 3 +1 24.06.14 3,197 55 12쪽
15 알테니 스킵 - 2 +1 24.06.13 3,286 62 13쪽
14 알테니 스킵 - 1 +1 24.06.12 3,375 59 13쪽
13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3 +2 24.06.11 3,435 61 12쪽
12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2 +1 24.06.10 3,541 63 12쪽
11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1 +1 24.06.09 3,628 70 13쪽
10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2 +1 24.06.08 3,609 69 13쪽
9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1 +2 24.06.07 3,659 68 12쪽
8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3 +2 24.06.06 3,687 74 12쪽
7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2 +4 24.06.05 3,720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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