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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난님의 서재입니다.

MLB 우승하려고 회귀한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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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8 21:25
최근연재일 :
2024.07.0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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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1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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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1

DUMMY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1




선호가 경기에 등판한 것은 이틀이 흐른 뒤였다.


“잘··· 부탁해.”


처음 봤을 때보다 딱딱한 톰 클린지의 인사.

오늘 선호가 호흡을 맞출 포수는 톰 클린지였다.

뒤에서 팔짱끼고서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하는 눈빛으로 보는 보르대가 보이긴 했지만, 그런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나이 많아봐야 30살 정도인 어린 애들의 투닥거림은 선호의 눈에 귀엽게만 보일 뿐이었다.

물론 그 귀여운 정치에서 살아남아야 하겠지만.


경기 전, 간단한 몸을 푸는 피칭에서 톰 클린지는 선호의 공을 받아줬다.

거기서 보인 톰 클린지의 모습은 선호의 기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팡!


“굳 볼!”


어떤 공이든 일단 좋다고 외쳐대는 건 비슷했지만, 그 공을 받아줄 때 안정감이 달랐다.

특유의 선구안을 타격에서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포구에서도 사용해서, 거의 웬만한 공은 모두 미트의 중심으로 받아주던 톰 클린지였지만.

오늘 톰 클린지는 그 정도의 안정감은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선호가 아는 톰 클린지는 경험과 재능이 합쳐져 완성체가 된 상태였고, 지금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마이너리그이니.


“포구 좋은데?”

“그래? 하하하! 네 공도 좋아!”


선호는 굳이 이런 감상을 직접 전하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쾌활한 성격인 톰 클린지라고 해도 본지 오래되지 않은 투수에게 욕을 들어먹고 싶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톰 클린지의 쾌활함은···.


‘약간 꾸며낸 느낌이죠?’

<일부러 업된 기분을 가져가는 것 같은데? 가끔 마이너리그에서 볼 수 있는 유형이야. 가만히 있으면 자기 처지에 우울해지니까 어쩔 수 없이 웃는 녀석들.>


며칠동안 톰 클린지를 본 결과, 가끔 혼자 있을 때는 아주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경기를 하지 않는 경우 톰 클린지는 대부분 혼자 있었다.

덕아웃의 모두와 친하던 톰 클린지의 모습을 기억하는 선호로서는 의외인 모습이었다.


뭐, 그렇다고 지금 당장 선호가 어떻게 개입하기에는 톰 클린지와 친밀도가 쌓이질 않았다.

그리고 자기 할일부터 어느 정도 잘 하고 오지랖을 부리든가 말든가 해야할 것 아닌가.

선호는 일단 자기 경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


“플레이 볼!”


홈 경기다보니 선호가 가장 먼저 마운드 위에 올라왔다.

컨디션은 100점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다.

홈 플레이트 뒤에는 톰 클린지가 앉아있었다.


<공격적인 투수가 가장 경제적인 투수야. 웬만하면 초구는 스트라이크가 가장 좋다.>


3000탈삼진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투수답게 톰 시버는 공격적인 피칭을 중요하게 여겼고, 그 가르침을 받은 선호도 공격적인 투수로 성장했다.

자신이 확실하게 꽂을 수 있는 몸쪽 하이 패스트볼.

통계적으로, 포심 패스트볼의 피OPS가 가장 낮은 곳이었다.

물론 헛스윙 확률이 가장 높은 쪽은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이었지만, 전체적인 실점 확률을 낮춰주기에는 몸쪽 하이 패스트볼이 제일 좋았다.


팡!

“스트라이크!”


선호가 이번 겨울동안 확실하게 연습한 로케이션인 몸쪽 하이 패스트볼에 타자가 움찔했지만, 배트를 내지 못했다.


<투수와 타자의 대결? 투수 입장에선 개소리야. 투수가 할 일은 타자를 자신의 설계대로 아웃카운트를 추가하는 거지. 그리고 초구 스트라이크는 타자가 자신의 설계에 걸려들었다는 가장 좋은 증거지.>


2구는 1구보다 살짝 더 높게 제구하려고 했지만, 바깥쪽으로 빠졌다.

어쩌다보니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고, 타자는 헛스윙했다.


‘역시 제가 잘 던진 덕분이네요.’

<뻔뻔하긴.>

‘선발 투수가 뻔뻔해야 한다고 알려준 건 톰 스승님 아닙니까?’

<맞아.>

‘자신이 안 가르친 것처럼 말씀하시네, 뻔뻔하시네요.’

<크크. 내가 한때 최고의 선발 투수였어서.>


어찌되었든 0-2.

투수가 가장 사랑하는 카운트였다.

투수가 가장 사랑하는 결과인 삼진을 만들어내기 한 발자국 전이었다.

높은 공 2개 이후에는 역시 뚝 떨어지는 커브가 가장 제격이었다.


‘커브 던진다.’

‘...정말? 차라리 하이 패스트볼을 한 번 더 던지는 건?’


약간 의외였던 건 톰 클린지가 다른 걸 제시했다는 것.

그런데 지금 굳이 커브를 피할 이유가 있나?

선호는 그냥 커브를 던지겠다고 다시 신호를 보내고 자세를 잡았다.

톰 클린지가 약간 당황하며 낮게 떨어질 커브에 대비하기 위해 미트를 내리는 게 보였다.

선호의 손에서 공이 떠났다.


부웅-

“스트라이크!”


‘...왜 팡 소리가 없냐?’


당연하지만 포구음이 나지 않은 이유는 포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톰 클린지는 자신의 예상보다 더 떨어지는 커브를 미트 끝으로 잡으려고 시도했다가, 놓쳐버리고 말았다.


“아웃!”


다행인 것은 톰 클린지가 나름 괜찮은 포수였다는 것.

놓치자마자 가슴으로 공을 받아내서 공을 홈플레이트 뒤에 떨어트리고 1루에 바로 던졌다.

어깨가 강점인 포수답게 주자보다 훨씬 빨랐다.


‘흠···.’

<굳이 미트 끝으로 잡으려고 했다고? 왜지?>


톰 시버는 의문이 들었다.

일단 톰 클린지의 포수로서의 실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어린 포수라면 당황할만한 상황에서 아주 능숙하게 대처했으니까.

그렇지만, 굳이 미트 끝으로 잡으려고 했던 이유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그냥 미트를 내려서 잡을 수도 있었을텐데···.


‘제가 알고 있는 이유가 맞나보네요.’

<그게 뭔데?>

‘일단 경기 끝나고 알려드릴게요. 투구에 집중해야죠.’

<야! 뭔지 알겠다고 했으면 말을 끝까지 해야···!>

‘아, 시끄러워서 공 못 던지겠네.’

<...! 아오···! 이 자식···!>


*


하이 싱글 A와 로우 싱글 A는 분명히 차이가 있었다.

치열함의 차원이 달랐고,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눈이 벌개진 녀석들이 잔뜩 있었다.

그렇지만, 선호의 공은 평등하게 타자들을 잡아냈다.

선호가 0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아니었다.

타자들의 수준이 높아진만큼, 선호도 로우 싱글 A에서보다는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최근 3경기 ERA가 2점대 중후반이라는 게 아쉬운 수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올라오자마자 아무런 변화 없이 이 정도라는 것은 선호의 클래스 자체가 아주 높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장 더블 A로 올려도 평균 이상은 해줄 것이다.


선호는 변화가 없다는 것을 좋은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정신은 늙긴 했지만, 신체는 어린 나이였다.

신체는 새로운 것들을 쉬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미 손에 익을대로 익은 것마저 바꿔버릴 정도로.


선호와 톰 시버는 이번 겨울부터 계속해서 연습해오던 슬라이더 연습을 하고 있었다.

훈련장에는 선호의 슬라이더를 받아주는 톰 클린지도 있었다.


<하아, 이 망할 놈의 스위퍼는 누가 가르친 거야?>

“10번은 더 넘게 말한 것 같은데, 그때 양키스 마이너리그에 있을 때 투수 코치라는 양반이 ‘너는 무조건 스위퍼를 배워야 한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해서 배웠다니까요.”

<스위퍼를 배워야 한다고? 무조건? 거참, 어이 없는 놈일세.>


회귀 전, 선호는 슬라이더가 주무기인 투수였다.

정확하게는 마이너리그 생활 2년차에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에 갔을 때, 투수코치에게 배운 스위퍼를 주력 무기로 사용했었다.

그나마 같은 손 타자만큼은 비교적 잘 잡았지만 반대손, 그러니까 왼손 타자에게는 아무것도 못하고 털리는 경우가 아주 잦았다.


어찌되었든 선호로서는 슬라이더하면 그때 던지던 스위퍼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렇지만 톰 시버는 선호가 던지는 스위퍼를 좋아하지 않았다.

슬라이더, 하면 톰 시버가 원하는 각이 큰 하드 슬라이더를 던지게 하기 위해서 선호는 슬라이더 그립을 계속해서 조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선호가 그립을 잡았다.

몇 년 넘게 잡았던 스위퍼 그립이 아니었다.

정석적이다못해 고리타분한, 슬라이더를 점차 구분하는 시대에서도 그냥 ‘슬라이더'라고 불리는 그립.

종, 횡 무브먼트를 모두 가지는, 정말 공이 ‘슬라이딩'하면서 움직이는 슬라이더였다.


팡!

“오케이! 방금 던진 게 89.1마일? 아주 좋은데?”


선호의 훈련을 도와주던 톰 클린지가 확실하게 포구하며 공을 칭찬했다.

이번에는 의레적인 칭찬이 아니라, 진심에서 나오는 칭찬이었다.

선호가 가장 느리게 던지는 포심 패스트볼 구속에 맞먹을 정도로 위력적인 하드 슬라이더였다.

아직 존에 확실하게 넣을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었지만, 무브먼트만큼은 톰 클린지 자신이 받아본 슬라이더 중 가장 좋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은 또 공 잘 잡는데. 예전만큼은 아닐지라도 실제 경기할 때 이 정도만 되어도 좋겠는데.’

<내 말이 그 말이다. 아니 그래서 쟤가 대체 왜 저러는 거냐고! 벌써 며칠 째 말 안 하는 건데!>


방금 공은 존에서 많이 빠지는, 무브먼트가 강한 슬라이더였음에도 확실하게 잡은 톰 클린지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짓는 선호와 답답한 듯 가슴을 치는 톰 시버.

훈련 때만큼은 포구가 단점이라고 볼 수 없는데, 실전만 들어가면 포구가 안정적이지 못했다.

톰 시버마저도 ‘자신의 포수가 저랬으면 포수 교체를 요구했을 거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포수의 기본인 포구가 안 되니 자연히 투수가 싫어할 수 밖에 없고, 백업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톰 시버는 몇 번이고 선호한테 그 이유를 물어봤지만, 선호는 뻔뻔하게 ‘제가 그런 걸 말했었나요?’하면서 대답을 미뤘다.

일단 톰 클린지와 친해지고 나서 말해주겠다고 하면서.


“이런 슬라이더 던질 수만 있으면, 진짜 좋을 것 같네. 나도 투수나 할 걸 그랬나?”

“어깨는 충분하잖아? 근데 그러면 타석에 못 들어서는데 아쉽지 않아?”

“에이. 나도 오타니처럼 투타겸엄하면 되지.”

“오타니도 순식간에 부상으로 망가진 것처럼 너도 훅간다.”

“그런가? 하하하!”


선호와 톰 클린지는 급속도로 친해졌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톰 클린지의 불안정한 포구를 보고도 선호는 불평하지 않았고, 꾸준히 톰 클린지와 호흡을 맞췄다.

톰 클린지 입장에서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굳이 지적하지 않고 묵묵하게 호흡을 맞춰주는 친구가 고마워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선호는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친해져서 말 꺼내기도 애매하지도 않고, 너무 초면이라 대뜸 말하기도 애매하지도 않았다.

딱 적당한 거리감이라고, 수많은 인간관계를 맺어온 에이전트로서의 선호의 경험이 말해주었다.


“그런데 톰.”

“왜?”


지금 말해주어야 했다.

톰 클린지가 자신이 가진 재능을 다 못 펴고 있는 이유를.


“근데 너 왜 자꾸 경기 들어가면 프레이밍하려고 해?”

“...어?”

<아! 그래! 프레이밍! 그래! 그거 때문이었어! 지금은 쓸모없는 짓인데!>


톰 시버가 드디어 알았다는 듯 손뼉을 쳤다.

이제는 쓸모 없어진 프레이밍.

그게 톰 클린지의 포구가 아쉬운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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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정착 성공 - 2 24.07.01 1,446 54 12쪽
32 정착 성공 - 1 +6 24.06.30 1,618 49 13쪽
31 타도 필리스 - 2 +1 24.06.29 1,710 56 13쪽
30 타도 필리스 - 1 +5 24.06.28 1,777 69 14쪽
29 과감한 결단 - 3 +2 24.06.27 1,864 66 12쪽
28 과감한 결단 - 2 +2 24.06.26 1,942 56 13쪽
27 과감한 결단 - 1 +2 24.06.25 2,011 54 13쪽
26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5 +5 24.06.24 2,050 57 13쪽
25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4 +4 24.06.23 2,138 67 13쪽
24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3 +4 24.06.22 2,178 47 13쪽
23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2 +3 24.06.21 2,316 52 13쪽
22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1 +4 24.06.20 2,514 63 12쪽
21 더 위로 - 3 +2 24.06.19 2,517 61 13쪽
20 더 위로 - 2 +4 24.06.18 2,639 56 13쪽
19 더 위로 - 1 +2 24.06.17 2,813 65 12쪽
18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2 +7 24.06.16 2,898 63 13쪽
»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1 +1 24.06.15 3,055 63 11쪽
16 알테니 스킵 - 3 +1 24.06.14 3,197 55 12쪽
15 알테니 스킵 - 2 +1 24.06.13 3,286 62 13쪽
14 알테니 스킵 - 1 +1 24.06.12 3,375 59 13쪽
13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3 +2 24.06.11 3,435 61 12쪽
12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2 +1 24.06.10 3,541 63 12쪽
11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1 +1 24.06.09 3,628 70 13쪽
10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2 +1 24.06.08 3,607 69 13쪽
9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1 +2 24.06.07 3,658 68 12쪽
8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3 +2 24.06.06 3,683 74 12쪽
7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2 +4 24.06.05 3,718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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