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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우승하려고 회귀한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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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난 아카데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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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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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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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2

DUMMY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2




선호의 더블 A 첫 번째 경기는 6이닝 2실점 10K로 마무리 되었다.

탈삼진의 개수 자체는 미친 수준이었지만, 성적이 하이 싱글 A에서만큼 좋지는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 정도였다.

하나는 당연하지만 더블 A 타자들의 수준이 하이 싱글 A보다 높기 때문이다.

하이 싱글 A에서 날고 기는 선수들이 올라오는 곳이 더블 A이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또 하나는 좌타자를 상대하기에 선호의 피칭 디자인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호가 현재 주력으로 사용하는 구종은 포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은 가끔 타이밍을 빼앗는 용도로는 사용하긴 하지만, 절대 주력으로 쓸만한 공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좌타자를 상대로 선호가 사용할 수 있는 공은 사실상 포심과 커브말고는 남는 게 없었다.

슬라이더의 달인이 된다면 백도어, 혹은 타자의 종아리 부근에 던질 수 있겠지만 아직 선호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새로 장착한 슬라이더로 우타자들에게서는 탈삼진을 무수히 많이 뽑아냈지만, 좌타자를 상대로는 비교적 아쉬운 성적을 기록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은 적응이 필요하겠네요.”

<그래. 하이 싱글 A라고 해봐야 옛날이었으면 그냥 싱글 A야. 더블 A부터가 진짜지.>


선호는 더블 A에서의 적응, 그러니까 타자들과 상대팀을 분석하는 것에 더욱 신경써야겠다고 느꼈다.

당장 어제 경기에서만 해도 기억 속,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종종 등장하지 않았던가.

하이 싱글 A만해도 그런 선수는 가뭄에 콩나듯이 있었지만, 지금은 미래의 메이저리거가 발에 치일··· 정도까진 아니어도 아무튼 꽤 많아졌다.


“솔직히 타자 분석에 대해서 약간 소홀해진 것 같네요. 제가 뭘 던지는지에만 집중해도 성적이 잘 나오니까.”

<나도 구종을 갈고 닦는 것에 집중하라고 굳이 말은 안 했지만, 이제부터는 타자 분석도 열심히 해야 한다. 타자 분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내가 굳이 말 안해도 알지?>

“당연하죠. 타자 분석하려고 노트까지 들고 다녔던 톰 시버 스승님.”

<크흐, 좋은 때다. 나때만 해도 타자가 뭘 잘 치고 뭐에 헛스윙 하는지 그런 정보는 스스로 알아내야 했는데 이제는 그냥 다~ 인터넷에 치기만 해도 나오고, 어? 요새는 메이저리그가 분석팀이라는 것도 가지고 있다며? 옛날에 연봉 그렇게 올려주기 싫다고 뭐라뭐라···.>


톰 시버가 ‘나때는···.’을 찾자 선호는 티나지 않게 딴 생각으로 톰 시버의 말을 흘렸다.


‘오늘 단백질 몇 g 먹었더라?’


*


메츠의 더블 A 팀, 빙햄튼 메츠의 팀에는 미래의 메이저리거들이 있었다.

선호가 상대 팀에서 미래의 메이저리거들을 찾았던 것처럼, 당연히 빙햄튼 메츠에도 후에 메이저리거가 될 선수들이 있지 않겠는가.


‘쟤는 브레이브스, 쟤는 말린스에서 3년 정도 뛰다가 애슬레틱스 갔었나? 그리고 쟤는··· 아 맞다, 필리스 가서 욕 뒤지게 먹었지.’


불행한 것은 그 선수들 중 꽤 많은 수가 메츠가 아닌 다른 팀에 가서 재능이 터졌다는 점이었다.

한국에서는 ‘믿고 쓰는 메츠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밌는 점은 그렇게 터진 선수들의 대부분은 선호를 뽑았던 마이스 블랙 스카우트가 데려온 선수들이라는 점이었다.

이 내용은 지금 대화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블랙이라는 스카우트가 워낙 행동력이 좋아서 다 직접 대면했다고.


‘지금 생각하니까 뭔가 이상하긴 하네.’


자신이 에이전트로 제대로 일하면서 메츠 쪽 사정을 깊이 들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블랙이 메츠에서 나가고 휘건이라는 스카우트가 치프 스카우트, 그러니까 스카우트 쪽 대장이 되었다는 말은 들었었다.

뭐, 에이전트로 일할 때, 선수나 자금 사정도 아니고 팀의 직원까지 알 필요는 없었기에 선호도 그 이상의 추측을 하진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보니 약간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보였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해?>

‘아뇨, 아무것도.’


그렇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할 문제.

현재 고민해봐야할 건 결국 자신의 피칭을 가다듬는 훈련이랑.


“팡!”

“볼!”


저기서 볼 판정에 인상을 쓰고 아쉬워하는 사피 채지였다.


*


선호가 빙햄튼 메츠의 선수들과 조금씩 친분을 다지고, 선수들의 면면을 하나씩 알아본 결과.

현재 여기서 가장 큰 명성을 얻을 선수는 사피 채지였다.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가 될 사피 채지.

하지만 그의 재능이 터진 곳은 필리스였다.

메츠의 가장 큰 라이벌을 뽑으라면 가장 먼저 나올 이름인 필리스에 흘러 흘러 트레이드 되어, 결국 그곳에서 포텐셜이 폭발한 것은 메츠의 역린이었다.

특히 사피 채지가 마운드에 올라가서 메츠를 상대로 공을 던질 때면 야유로 인해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사피가 필리스에 간 게 비록 메츠의 잘못된 트레이드 판단 때문이라지만, 팬들은 그런 건 신경 안 쓰고 그냥 우리 팀 팜에 있던 놈이 필리스에서 던지니까 열받은 것이다.


사피 채지는 땀을 뻘뻘 흘리며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오늘의 등판을 마친 사피 채지의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지만, 사피 채지는 굳이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지 않았다.

그 대신 구석에 놓여있는 얼음물을 따서 입에 콸콸 부어넣었다.


‘펠리컨?’


입을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로 위장에 꽂아넣는 모습에 선호가 펠리컨을 떠올렸다.

그렇게 500ml 물통을 단번에 비운 채지는 자신의 콧수염 부근을 쓸면서 땀과 물을 훔쳤다.

그러고서 다리를 꼬고 양 팔을 등받이에 걸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저거 왜 저러냐?>

‘저게 제일 간지나는 자세라고 생각해서 그래요.’

<간지?>

‘네.’


사피 채지는 간지에 미쳐 있는 놈이었다.

그 내용을 설명하자 톰 시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거면 좀 잘하고 저러던가. 5이닝 3실점 해놓고 저게 뭐냐?>

‘...그러게요.’

<성적도 좀 간지나게 내든가.>


선호는 굳이 뒷말을 붙이진 않았다.

나중가면 성적도 엄청 간지나는 녀석이 될테니까.

자신의 도움을 받으면.


*


경기가 끝나고, 선호는 사피 채지와 호흡을 맞춘 첫 번째 포x몬··· 아니, 톰 클린지한테 가서 물어봤다.


“어떤 것 같아?”


질문은 길지 않았지만, 클린지는 쉽게 답할 수 있었다.

경기 전에 미리 사피 채지가 어떤 선수인지에 대해서 경험한 걸 알려달라고 말해놨었다.


“흠··· 힘이 넘치는 투수인 것 같네.”

“친절함을 세 스푼 정도 덜어낸다면?”

“힘 조절 못하는 바보.”


약간 머뭇거렸던 톰 클린지는 선호의 부추김에 솔직해졌다.

톰 클린지는 공을 받았던 왼손바닥을 주무르면서 말을 이었다.


“구속은 진짜 빠르긴 하더라. 100마일을 넘나드니까. 그런데··· 힘 조절을 못하는 것 같았어. 4이닝부터 갑자기 공에 힘이 빠진 느낌? 어깨는 괜찮은데 악력 문제인 건가?”


톰 클린지의 말에 선호는 살짝 놀랐다.

자신이 크라우치에게 건너 들어 알고 있는 사피 채지의 문제점을 바로 짚어내고 있었다.

역시, 뛰어난 포수가 되기 위해서는 투수의 상태를 분석하는 능력도 뛰어나야 한 것 같다.


아무튼, 선호는 톰 클린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생각도 그런 것 같아. 3이닝 동안 1실점했는데, 그 뒤 2이닝동안 2실점 했잖아. 출루수만 따져도 뒤쪽 2이닝이 2배나 되고.”


사피 채지는 전형적인 와일드씽 투수였다.

구속은 100마일을 우습게 찍을 정도이지만, 투구 폼이 아주 역동적이고 그에 따라서 제구는 개판인.

그렇지만 사피 채지는 나름대로 제구를 잡은 투수였다.

존 안에 넣을 수 있는 패스트볼이라는, 아주 큰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사피 채지는 메이저리그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3가지 문제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구종의 부족함이었다.

그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은 포심과 슬라이더 둘 뿐.

그렇지만 채지의 슬라이더는 20-80스케일에서 대략 35점을 줄 수 있는 공이었다.

쓸수는 있지만, 굳이 쓰고 싶지는 않은 공이었다.

포심만 따진다면 65, 혹은 70점까지도 바라볼 수 있었지만 포심 하나만 믿고 가기에는 메이저리그는 괴물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선발 투수가 평균 구속 98마일을 찍는 곳이고, 그런 괴물의 공을 홈런으로 만들 수 있는 타자들이 있는 곳이었다.


‘이건··· 당장 내가 알려줄 수 없지. 같은 투수인데 괜히 구종 알려준다고 나선다? 이건 대놓고 ‘너 공 못 던지는데 내가 알려줄까?’하고 나서는 꼴이니.’


두 번째는 스태미너의 부족이었다.

채지의 장점은 두 가지였다.

폭발력과 회복력.

근육, 그 중에서도 특히 전완근의 압도적인 힘과 어깨의 단단함은 채지에게 100마일을 넘나드는 공을 던질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회복력은 그가 4일이 아니라 2일만 휴식해도 금방 회복해 선발로 나설 수 있게 해주었다.


신은 채지에게 모든 걸 주지 않았다.

선발 투수에게 필요한 덕목 중 가장 중요한 이닝 소화 능력, 다른 말로하면 지구력.

그 부분이 채지에게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니 4이닝만 넘어가면 악력이 부족해지는 것.

악력이 부족해졌을 때 가장 큰 문제점은 회전수도 회전수지만, 제구가 안 된다는 점이다.

제구가 안 되니 볼넷이 늘어나고, 볼넷이 늘어나니 투구수가 늘어나고, 투구수가 늘어나니 지구력이 후달리는 악순환이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아주 간단하지. 불펜으로 가면 돼. 하지만 메츠 입장에서도 100마일 던지는 투수를 선발로 쓰고 싶어해서 굳이 불펜으로 안 보내고 있고. 거기다가···.’


세 번째 문제는 바로 본인의 고집이었다.


‘간지에 미쳐서 무조건 선발로만 뛴다고 하겠지.’


그랬다.

사피 채지는 간지에 미친 놈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자신이 맡은 놈들이 다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선호는 고개를 저어 그 생각을 날려버렸다.

그렇게 된다면··· 그 이상한 놈들하고 잘 어울린 자신도 이상한 놈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튼, 사피 채지는 선발 투수로 나오는 것이 가장 간지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했고, 간지를 위해서는 뭐든지 할 인물이었다.

실제로 선호가 회귀 하기 전에는 ‘팀이 아무리 설득해도 불펜으로 절대 안 뛰는 투수’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다.

메츠 팬들이 사피 채지를 보고 뒷목을 잡았던 이유 중 하나가 메츠에서는 불펜에서 절대 안 뛴다고 하더니 필리스가서는 마무리 투수로 뛰었기 때문이다.


‘재능만큼은 불펜 투수로서 최고야. 내가 해야할 건 구종을 추가하는 오지랖을 부리는 게 아니라···. 크라우치가 알려줬었던 내용을 토대로 이 간지에 미친 녀석을 설득하는 것.’


톰 클린지는 선호가 직접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쉬워지만, 사피 채지의 문제는 크라우치가 해결했었고 선호는 그 일화를 건너 들은 것 뿐이었다.

그러니 일화 속에서 사피 채지가 어떤 마음, 어떤 경험을 겪은 상태였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지난 번 포x몬 포획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선호는 ‘어떤 말’을 듣고 사피 채지가 마음을 고쳐먹었는지 알고 있었다.

그 힌트를 토대로 이제는 두 번째 포x몬을 잡을 차례였다.

이게 성공한다면, 메츠는 앞으로 10년은 마무리 투수 걱정은 안 해도 될 것이다.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은 정규시즌도 그렇지만, 특히 포스트 시즌에는 더욱 중요하다.

어떻게든 리드하고 9회까지 가면,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상대 팀에게는 ‘아 시발 또 저 새끼야’하는 두려움이 생기게 만드는 것이 최고의 마무리 투수이다.

뉴욕 양키스가 2000년대에 왕조를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기는 경기를 확실히 굳힐 수 있는 리베라의 존재였다.


선호가 아는, 개화한 사피 채지는 리베라 급은 아니라고 해도 최소한 바로 그 아래 티어 정도는 되는 마무리 투수였다.

그러니, 그 재능을 메츠에 있을 때 피워야했다.


“모든 건 메츠를 위해서···.”


선호의 중얼거림을 들은 클린지는 ‘이 자식도 미친 놈이 맞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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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4 +4 24.06.23 2,136 67 13쪽
24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3 +4 24.06.22 2,177 47 13쪽
»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2 +3 24.06.21 2,313 52 13쪽
22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1 +4 24.06.20 2,512 63 12쪽
21 더 위로 - 3 +2 24.06.19 2,515 61 13쪽
20 더 위로 - 2 +4 24.06.18 2,636 56 13쪽
19 더 위로 - 1 +2 24.06.17 2,810 65 12쪽
18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2 +7 24.06.16 2,894 63 13쪽
17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1 +1 24.06.15 3,050 63 11쪽
16 알테니 스킵 - 3 +1 24.06.14 3,193 55 12쪽
15 알테니 스킵 - 2 +1 24.06.13 3,280 62 13쪽
14 알테니 스킵 - 1 +1 24.06.12 3,371 59 13쪽
13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3 +2 24.06.11 3,433 61 12쪽
12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2 +1 24.06.10 3,537 63 12쪽
11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1 +1 24.06.09 3,626 70 13쪽
10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2 +1 24.06.08 3,604 69 13쪽
9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1 +2 24.06.07 3,656 68 12쪽
8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3 +2 24.06.06 3,683 74 12쪽
7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2 +4 24.06.05 3,716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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