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고난님의 서재입니다.

MLB 우승하려고 회귀한 투수

웹소설 > 작가연재 > 스포츠

새글

이고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8 21:25
최근연재일 :
2024.07.03 11:50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00,039
추천수 :
2,131
글자수 :
199,341

작성
24.06.20 20:50
조회
2,511
추천
63
글자
12쪽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1

DUMMY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1




더블 A의 수준은 KBO 1군과 비슷하다.

항상 옳은 말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는 옳은 편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KBO리그에서 평균 정도의 성적을 내는 선수의 수준은 더블 A와 트리플 A의 사이 정도였다.

KBO를 씹어먹는 선수는 트리플 A, 혹은 그 이상.

KBO 1군과 2군을 왔다갔다하는 선수는 대략 하이 싱글 A 정도라고 한다.

사실 서로 다른 리그의 수준을 정확하게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긴 하지만, 여태까지 미국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갔던 선수들의 성적을 토대로 결론을 내자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다.


선호는 더블 A로 올라오면서 고민했다.

현재 자신이 과연 더블 A를 씹어먹을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고민을 하는 이유는 이러했다.


“빨리 메츠에서 뛰고 싶다아아아아아! 우승! 우스으으으응!”

<러닝 중에 말하지 말라니까, 호흡 리듬 깨진다고. 나때는 이런 놈 있으면 뒷통수 후려 갈겼는데.>


···선호는 메츠에, 그리고 월드시리즈 우승에 미친 인간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회귀까지 하고나서 메츠에서 뛰고 싶다고 다시 그 끔찍한 마이너리그 생활을 자처할수는 없었다.

수도자의 고행에 가까운 훈련을 매일 같이 할 수 없었다.

정해진 식단만 지키는 걸 시즌 내내 할 수 없었다.


어찌되었든, 선호의 목표는 메츠에 빨리 콜업되는 것.

그걸 위해서는 더블 A 정도는 확실하게 씹어먹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트리플 A로 콜업되든, 운 좋아서 바로 메츠로 콜업되든.

어찌되었든 이곳에서 잘해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현재 선호는 더블 A에서 잘할 수 있을 것인가?


<충분하지. 체인지업을 거의 잘 안 써서 투피치라는 단점이 있긴 해도, 지금 당장 네가 메이저리그에 간다고 해도 탱킹하는 팀이라면 3선발도 충분히 가능할 걸?>


톰 시버의 평가에 따르면 이랬다.

당장 메이저리그에 올라가도 4점대 초반에서 3점대 후반의 ERA를 기록하는 투수가 될 거라고.

선호가 가진 구종에 비해서는 비교적 아쉬운 평가일수도 있었다.

선호가 가진 포심과 커브는 모두 20-80 스케일에서 각각 55, 60점 이상을 받을 정도로 강력한 구종이었다.

그렇지만, 선호에게는 극명한 단점이 하나 있었다.

투 피치.

체인지업이 있긴 하지만 사용 비율은 한 자릿수, 실질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결국 포심과 커브 둘 뿐이었다.

선발 투수는 어쩔 수 없이 같은 타자를 여러번 상대해야 한다.

같은 타자를 오래 상대하면?

자연스럽게 타자들은 투수의 공에 눈이 익게되고 궤적이나 로케이션을 예측해 비교적 쉽게 쳐낼 수 있었다.

이는 경험적인 것 뿐만 아니라 통계적으로도 증명되었는데, 1~3회의 OPS와 4~6회의 OPS를 비교하면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난다.

그러다보니 선발 투수에게 필요한 덕목 중 하나는 다양한 구종이다.

구종이 다양할수록 타자가 쉽게 눈에 익기 어렵기 때문이다.


투 피치로 성공한 투수의 대표격이라고 알려진 랜디 존슨이 있지 않냐? 라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그 투수는 포심, 슬라이더 모두 80+(역사에 남을 정도)를 받아낸 괴물이었다.

아무리 선호가 재능이 넘치고 열심히 훈련했다고 한들, 당장 랜디 존슨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니 네가 일단 목표로 해야할 건 커쇼지. 클레이튼 커쇼. 포심, 커브, 슬라이더 3구종만 던지는데 모두다 플러스 플러스(70점)이니 21세기 최고의 투수 중 하나로 뽑힐 수 있었던 거지.>

“...당장 커쇼가 되라고 하는 건 좀 무리 아니에요?”

<당연히 나도 너보고 당장 커쇼처럼 던지라는 건 아니야. 내말은, 네가 여태까지 훈련하던 슬라이더를 슬슬 실전에서 던지는 게 어떻냐는 거지.>

“쿠세도 많이 없앴으니까요?”

<그래. 아마 타석에서 눈치채긴 힘들 거야.>

“그럼 정말로 커쇼랑 구종은 똑같아지는 거네요.”


클레이튼 커쇼는 벌랜더, 로이 할러데이 등과 함께 21세기 가장 위대한 투수 중 하나이다.

커쇼의 특징이라면 아주 고전적인 투수라는 점이었다.

현대 야구의 트렌드인 빠르고 움직임도 좋은 공인 커터, 싱커와 같은 공은 거의 던지지 않고, 아주 오래된 구종인 포심, 커브, 슬라이더 이 3가지 구종만 던졌다.

심지어 투구폼도 올드 스쿨 폼이었으니, 그야말로 21세기에 재림한 클래식이라는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

선발 투수는 최소 4가지 구종을 던져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 있지만, 커쇼는 그냥 구종 3개로도 겁나 잘 던지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4년 동안 사이영상 3개는 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상징 중 하나였다.


<다른 구종들도 알려줄수야 있지만, 내가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구종은 포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이렇게 4가지야. 그 중 체인지업은··· 네 손에 잘 안 맞는 것 같으니 제외하면 결국 커쇼랑 똑같이 던질 수 밖에 없다는 거지. 나중에 다른 구종이 필요하다고 하면 다른 전문가들한테 배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 자잘한 조정은 내가 도와줄 수 있으니. 뭐, 그런 건 나중 일이고, 일단 네 목표는 커쇼로 잡자고.>


커쇼라.

선호는 잠시 커쇼가 전성기에 보여줬던 퍼포먼스에 대해서 떠올려봤다.

볼 때는 작대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압도적인 회전 효율과 수직 무브먼트로 인해서 수많은 헛스윙을 유도한 포심 패스트볼.

각이 크진 않지만 포심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피치 터널을 지녀 타자들을 속인 슬라이더.

아름다운 곡선을 그려 레인보우라는 별칭이 붙기도 한 커브볼까지.

커쇼는 이 플러스 플러스 급 세 구종을 모두 스트라이크 존 안에, 그것도 까다로운 로케이션으로 넣을 수 있는 투수였다.

4시즌동안 커쇼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즈 같은 극히 일부 투수들을 제외한다면, 투수 전성기의 최고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MLB.com에서는 ‘샌디 코팩스의 전성기를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차선책은 오늘 커쇼의 경기를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샌디 코팩스가 얼마나 전설적인 선수인지 생각한다면 이는 극찬 중에 극찬이었다.


커쇼를 목표로.

굉장히 담대한 말이었지만, 톰 시버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해서 그런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말은 길었는데,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이거야. 더블 A 선발 데뷔전에서 슬라이더를 추가하자고.>

“알겠습니다!”


선호도 슬라이더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다.


[칭호 ‘지문 인식 슬라이더’를 획득했습니다!]

[본인만 던질 수 있는 각이 큰 슬라이더를 던질 수 있습니다!]


과거 자신의 경험이 방해만 되는 줄 알았지만, 결국 그 경험은 선호의 슬라이더를 더욱 위력적인 슬라이더로 완성했으니.

신인지 뭔지가 주는 칭호도 인정했다.

*


“슬라이더? 드디어 쓰는 거야? 실전에서 계속 안 써서 아쉬웠는데. 그런 움직임을 가진 슬라이더를 안 쓰는 건 너무 아까웠거든.”


선호가 톰 클린지에게 슬라이더를 레퍼토리에 추가하자고 하자 클린지는 좋아했다.

선호가 더블 A에 올라와서도 포수는 톰 클린지였다.

더블 A에서 오래 뛰던 주전 포수가 트리플 A로 올라가서 더블 A의 주전 포수 자리가 공백이었는데, 그 자리를 두고 톰 클린지와 기존에 백업이던 포수가 경쟁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선호가 굳이 떡상이 예정된 주식인 톰 클린지가 아니라 상장 폐지될수도 있는 주식 쪽으로 갈 이유는 없었다.


“플레이 볼!”


운이 좋게도 첫 경기는 홈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괜히 원정에서 시작해서 적응도 못하고 던지는 건 아니었다.


“후우.”


언제나 그렇지만 공을 던지는 순간은 떨리고, 또 기뻤다.

아무리 뻔뻔해지려고 노력해도, 자신이 이 무대에서 공을 던져도 되는 걸까, 하는 의심이 가장 많이 올라올 때였다.

그리고 그 의심은.


팡!


“스트라이크!”


초구로 꽂은 하이 패스트볼에 타자가 헛스윙하는 것을 보자 싹 사라졌다.

2구는 커브.

존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지 타자는 배트를 움찔거리고 참았지만, ABS는 존에 공이 스쳤다고 판단했다.


0-2 카운트.

이제 필요한 것은 결정구.

앞의 공들이 모두 몸쪽으로 향했으니, 역시 결정구로는 슬라이더가 제격이었다.

아직 존 안팎만 구분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선호는 이 슬라이더가 통한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선호가 예전에 익혔던 스위퍼, 그리고 톰 시버가 알려주었던 고전적인 슬라이더.

이 두 가지가 합쳐진 커다란 무브먼트를 보여줄 테니까.


부웅-


타자의 배트가 크게 헛돌았다.

선호 입장에서는 왼쪽으로 크게 휨과 동시에 바닥으로 가라 앉았다.

각이 어마어마하게 큰 슬라이더.

슬라이더는 커브보다는 각이 작은 게 정상이지만, 이 정도면 각이 좀 작은 커브 수준이었다.

선호가 던지는 커브와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선호의 커브는 오버 핸드 투수가 던지는 12-6 궤적을 그렸고, 슬라이더는 마치 사이드암 투가 던지는 커브처럼 종, 횡 무브먼트를 동시에 가졌다.

선호가 이런 슬라이더를 가지게 된 것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커다란 손, 스위퍼를 몇 년동안 던졌던 경험, 그리고 톰 시버가 선호의 몸에 맞게 체계적으로 알려준 고전적인 슬라이더.

기존에 쿠세를 고치기 위해서 과거의 경험을 억압하기만 했던 선호가 과거를 이용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자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톰 시버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미친, 방금 뭐야?”

“커브인가?”

“야, 너 바보냐? 오버핸드로 던지는 커브가 어떻게 저렇게 나와.”

“그럼 저게 슬라이더라고?”

“슬라이더치고는 각이 엄청 큰데···.”


더블 A의 선배들이 콧대를 높이려다가 선호의 슬라이더를 보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구속은 80마일 중반, 궤적은 거의 커브를 떠올리게 하는 큰 궤적.

좌타자들에게도 까다롭긴 했지만, 적어도 좌타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몸쪽으로 천천히 날아오는 공이기에 못 칠 정도는 아니었다.

반대로 우타자 입장에서는 재앙이나 다름 없었다.

오늘 선호는 우타자를 상대로 슬라이더만 결정구로 사용했다.

4번째 이닝이 지난 시점에서는 상대 팀 타자들도 그걸 알아차렸다.

그렇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공이라면 선호가 자신있게 꺼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스트라이크! 아웃!”


이번에도 헛스윙 삼진.

몸쪽 공략 이후 바깥쪽이라는, 아주 고전적이고 단순한 패턴이지만.

고전이 왜 고전으로 남을 수 있었겠는가, 그만큼 잘 먹히는 패턴이기 때문에 그렇다.


“저런 투수가 하이 싱글 A에 있었어?”

“쟤가 누구라고? 썬?”

“저거 가르쳐달라고 하면 가르쳐주려나?”

“넌 자존심도 없어?”

“자존심이 뭐가 중요해. 잘하는 놈이 먼저 올라가는데, 쟤가 네 메이저리그 선배 될 수도 있잖아.”

“그거야 그렇긴 한데···.”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견제하던 투수들이 이제는 그냥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새로운 구종 하나를 장착하는 것은 그만큼 위력적이었다.

선호의 클래스가 몇 단계는 올라가서, 더블 A의 투수들도 선호를 절대 무시할 수 없게할 정도로.


“이봐, 사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나?”


여태까지 다리를 꼰 상태로 가만히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사피 채지가 자신의 콧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

묵직한 중저음으로.


“간지나네.”


사피 채지, 그는 선호가 두 번째 포x몬으로 점찍어둔 사람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LB 우승하려고 회귀한 투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매일 오전 10시 20분 연재합니다. 24.06.11 2,546 0 -
35 발전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 1 NEW +1 20시간 전 906 37 12쪽
34 정착 성공 - 3 +6 24.07.02 1,252 42 12쪽
33 정착 성공 - 2 24.07.01 1,443 54 12쪽
32 정착 성공 - 1 +6 24.06.30 1,615 49 13쪽
31 타도 필리스 - 2 +1 24.06.29 1,707 56 13쪽
30 타도 필리스 - 1 +5 24.06.28 1,774 69 14쪽
29 과감한 결단 - 3 +2 24.06.27 1,862 66 12쪽
28 과감한 결단 - 2 +2 24.06.26 1,941 56 13쪽
27 과감한 결단 - 1 +2 24.06.25 2,009 54 13쪽
26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5 +5 24.06.24 2,048 57 13쪽
25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4 +4 24.06.23 2,136 67 13쪽
24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3 +4 24.06.22 2,177 47 13쪽
23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2 +3 24.06.21 2,312 52 13쪽
»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1 +4 24.06.20 2,512 63 12쪽
21 더 위로 - 3 +2 24.06.19 2,515 61 13쪽
20 더 위로 - 2 +4 24.06.18 2,636 56 13쪽
19 더 위로 - 1 +2 24.06.17 2,810 65 12쪽
18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2 +7 24.06.16 2,894 63 13쪽
17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1 +1 24.06.15 3,050 63 11쪽
16 알테니 스킵 - 3 +1 24.06.14 3,193 55 12쪽
15 알테니 스킵 - 2 +1 24.06.13 3,280 62 13쪽
14 알테니 스킵 - 1 +1 24.06.12 3,371 59 13쪽
13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3 +2 24.06.11 3,433 61 12쪽
12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2 +1 24.06.10 3,537 63 12쪽
11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1 +1 24.06.09 3,626 70 13쪽
10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2 +1 24.06.08 3,604 69 13쪽
9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1 +2 24.06.07 3,656 68 12쪽
8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3 +2 24.06.06 3,683 74 12쪽
7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2 +4 24.06.05 3,716 6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