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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우승하려고 회귀한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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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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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2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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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과감한 결단 - 3

DUMMY

과감한 결단 - 3




메츠의 첫 번째 공격 이닝은 볼넷 2개를 얻긴 했지만 무득점으로 끝났다.

그리고 다시 올라오는 선호.


“이번에도 잘 막아야 할텐데.”

“그러니까.”

“몇 분 전에는 ‘저딴 놈은 집에서 시리얼이나 더 먹어야지 왜 마운드에 있어!’라고 외치지 않았냐?”

“내가? 그랬던가?”

“어휴.”


메츠 팬들은 사실 처음에 선호가 올라온다는 말을 듣고 화를 냈었다.

그도 그럴 게, 이제 고작 미국에 온지 1년도 안 된 녀석이지 않은가.

선호가 잘한다 잘한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의 상식 속에서 고졸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려면 최소한 몇 년은 묵어야 하는 게 맞았다.


미국에 장이 없긴 하지만, 비유하자면 선호는 좋은 메주였다.

이제 아주 맛깔나는 된장이 될 메주.

그런데 메주 주인 놈이 인내심을 안 가지고 장독대에 넣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그냥 꺼내버린 거다.

처음에는 당연히 욕했지만, 알고 보니 아주 빠르게 숙성되어 버린 것이다.

이미 맛깔나는 된장처럼 보였다.


물론 확실하진 않았다.

이제 첫 입을 먹었을 뿐.

아직 그 아래까지 잘 숙성되었는지는 시간을 들여 살펴봐야 했다.


“가자! 메츠!”

“태양(Sun)이 우릴 감싼다!”

“시카고엔 태양 따위 뜨지 않지!”


그리고 그 시간동안 메츠 팬들이 할 일은 선호를 응원하는 것이었다.


*


<메이저리그에서 첫 이닝을 마친 소감은 어때?>

“어··· 뭔가 엄청 다를 줄 알았는데. 비슷하네요.”

<그래. 비슷하지. 결국은 똑같은 야구거든.>

“똑같이 하니까, 비슷한 결과가 나오네요.”

<이제 알았냐? 네가 거기서도 어나더 레벨인 거.>


선호는 따로 대답하지 않고 마운드로 향했다.

마이너리그에서 어나더레벨이라고 해봤자 메이저리그에서는 평범 이하라는 의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모두 보여줘야 했다.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4번 타자, 몬테로.


따악!


좌타자의 허를 찔러서 백도어 슬라이더를 활용해봤지만, 결대로 밀어치면서 3루수 옆을 지나가는 안타가 만들어졌다.


<아주 평범한 경기야. 긴장하지 마.>

“알고 있어요.”


안타를 맞는 것은 언제나 기분 더럽지만,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기를 하다보면 무조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심호흡을 했다.


다음 타자를 잘 잡으면 될 일이다.


“아웃!”


5번 타자는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냈고, 1루 주자는 2루로 갔다.


씨익.


뭐지?

나 미쳤나?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웃음이 나온 이유는 자기 자신도 몰랐다.

위기에 처해서 웃음이 나오나?

미친 놈인가?


자기 스스로도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선호는 몰랐지만, 투쟁심이 슬쩍 튀어나온 것이었다.

주자를 득점권으로 보내며 슬그머니 튀어나온 투쟁심.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한다는 이유로 감춰두었던 선호의 본성이 드러났다.


팡!


“스트라이크!”


기습적으로 던진 낮은 커브로 카운트를 잡았다.

초구에 지켜보는 경향이 있는 6번 타자였다.

커브를 심어두었으니 2구는 패스트볼··· 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타자의 기어는 포심 타이밍에 맞춰두었다.

클린지도 타자의 생각을 예측한 건지, 체인지업을 던져보자고 제안했다.

내야 땅볼을 만들어서 2루 주자의 진루를 막고, 타자 주자는 1루에서 잡자는 의미였다.


선호는 고개를 저었다.

포심을 기다린다고 할 때, 그걸 피하고 싶지 않았다.

왜일까.

이렇게 해도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

아니면 어제 봤던 분석 자료?

이유는 정확히 몰랐지만, 적어도 지금 던지는 공이 맞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저 타자는 90마일 후반의 공을 못 친다.


부웅-

“스트라이크!”


대놓고 한가운데로 들어온 공에 타이밍이 늦어 헛스윙한 타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해진 게 볼만 했다.


마무리로는 다시 커브를 쓸 것이다.

1구에서 보여줬던 커브를 생각한다면 스윙이 나올 것이다.

커브라면 존 아래로 들어온다고 생각할테니.


그렇지만, 이번 커브는 홈플레이트 앞에서 땅에 떨어지는 커브였다.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이것으로 2회 초,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얻어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는 약간 허무하게 포수 팝 플라이 아웃이었다.

두 번째 이닝도 무실점으로, 그리고 2이닝 3K로 마무리 한 순간.

야구 팬들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


새로 올라온 투수가 무너지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메이저리그 타자와 마이너리그 타자는 아주 큰 격차를 가진다.

메이저리그에서 백업인 선수는 마이너리그에 가면 베리 본즈가 된다.


마이너리그에서 갓 올라온 투수는 분명 통하는 패턴으로 던졌는데, 갑자기 담장을 넘어간다.

메이저리그의 벽을 깨닫고 더욱 긴장해서 던지지만, 긴장으로 몸에 힘이 들어가면 제구가 개판이 되는 법.

볼질을 하거나 아니면 배팅볼을 던지거나.


이런 식의 패턴으로 무너지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었다.

야구 팬들은 이런 일을 보고 세금이라고 했다.

유망주 선수가 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무너지는 일이 발생할 수 밖에 없으니, 피할 수 없는 세금에 비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뜬금 없이 올라와서는 탈세해버리는 녀석이.


선호는 네 번째 이닝을 막고 있었다.


“괜찮은데?”

“그러게요.”


투수 코치의 말에 반응한 것은 메츠의 에이스 투수, 래리.

평균 이상의 공 여러 가지를 구사하며, 평균 이상의 제구력을 가지고 부상 없이 꾸준함으로 살아남다 못해 메츠의 에이스가 된 선수이다.


“구종 퀄리티는 나보다 낫네.”


그의 눈은 빠르게 선호의 구종을 스캔했다.


팡!

“스트라이크!”


방금 던진 포심 패스트볼.

평범한 강속구처럼 보이지만, 엄청 까다로울 게 분명했다.

저렇게 긴 익스텐션으로 던지는 패스트볼은 실제로 측정되는 구속보다 더 빠르게 보일 것이다.

체감상 대략 1~2마일 정도?

적은 수치 같지만, 저 구속을 높이기 위해서 약을 빠는 투수들이 많은 걸 생각하면 절대 적은 수치가 아니다.

심지어 그걸 던지는 투수가 평균 90마일 중반, 최대 98마일까지 던질 수 있으니.

게다가 절대 몸쪽 승부를 피하지 않고 과감하게 던졌다.

메이저리그에 올라왔다는 두려움 따위는 없는 건지.


따악!


“아웃!”


저 밋밋한 체인지업이 활약할 수 있는 것도 결국 포심 때문이다.

체인지업 자체만 놓고 보면 리그 평균 이하이지만, 포심을 생각하고 있는 타자들에게 저 서클 체인지업은 허를 찌르는 무기로 꽤 괜찮았다.

슬라이더와 커브는··· 자신의 것을 한참 뛰어넘었다.

래리는 이럴 때 질투하는 게 아니라 칭찬하는 멋진 어른이었다.


“대단하네.”


래리의 평가에 걸맞게, 선호는 네 번째 이닝에서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


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초반에 좀 무리한 페이스로 기어를 올려 최고 구속 포심을 펑펑 던지다보니 6번째 이닝에서 2연속 볼을 주게 되었다.

강속구를 던질 힘이 빠진 것이다.


괜찮았다.

선호에게 무기는 강속구만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6회 초, 노아웃 주자 1, 2루.

선호가 선택한 것은 91.2마일의 느린 패스트볼이었다.


딱!


타자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 포심이 느리다는 것을.


앞에서 봐왔던 90마일 후반대의 타이밍을 맞춘 타자의 배트가 이른 타이밍에 튀어나왔다.

공은 3루수 쪽으로 굴러갔다.


“안 돼!”

“왜 하필 저 쪽으로!”


메츠 쪽 덕아웃에서 절망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웃!”

“아웃!”

“세이프!”


아쉽게도 삼중살은 아니었지만 노아웃 주자 1, 2루가 2아웃 주자 1루로 바뀌었다.

선호는 자신이 파워만 있는 게 아니라 귀와 귀 사이의 뇌도 사용할 줄도 안다는 것을 보여줬다.

머저리처럼 힘 빠졌는데도 그냥 존에 쑤셔 넣는 게 아니라, 똑똑하게 아웃 카운트를 잡아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마지막 남은 아웃카운트는.


2연속 커브 이후 2연속 슬라이더로 삼진을 만들어냈다.


6이닝 무실점 8K.

데뷔전치곤 너무나 화려한 경기였다.


*


[메츠의 신인 투수, 선호. 6이닝 무실점 8K! 메츠의 3연패를 끊는 소중한 승리를 가져오다!]


[메츠의 신성! 선호! 데뷔전에서 무실점 피칭으로 자신이 메이저리그 급이라고 보여주다!]


[오늘 처음 데뷔한 포수, 톰 클린지. 안정적인 포구와 2타점 적시타! 백업 포수 경쟁 시작?]


[뉴욕 메츠에 새로운 별이 뜨다!]


[메츠의 에이스, 개스터 래리가 선호에 대해 평가하다. ‘그 녀석은 좋은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 힘과 머리를 모두 쓸 수 있는 녀석.’]


[메츠의 감독, 카심 도밍게즈. ‘오늘 두 배터리의 조합은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자주 볼 것 같다.’며 둘의 메이저리그 잔류 확률을 높이는 발언.]


[경기 후 MVP 인터뷰에 나선 선호, ‘메이저리그, 그리고 메츠에서 뛰는 것은 내 꿈이었다. 이걸 이루게 되어서 너무나도 기쁘다. 내 목표는 메츠가 다시 월드시리즈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것이다.’라며 팀에 대한 강한 애정 드러내.]


*


선호가 오늘 하루 잘했다고, 최고의 하루였다고 자축할 무렵.


“이딴 짓을 했다 이거지?”

“아, 그게 아니라···.”

“하, 내가 어떤 놈인 줄 알고 이런 짓을 해? 간도 큰 새끼네 이거.”


뉴욕의 어느 한 고층 빌딩에서는 누군가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휘건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사람은 스티브 코헨, 메츠의 구단주였다.

휘건이 여태까지 메츠를 자신이 쥐락펴락하기 위해서 해왔던 짓들이 스티브 코헨에게 모두 알려졌다.


거의 모든 직원, 선수들을 자신의 파벌 쪽 사람으로 만들어서 돈 많은 멍청이 구단주에게서 돈을 쪽쪽 빨아가겠다는 계획.

선호의 회귀 전에는 이것이 성공해, 메츠는 투자 대비 성적이 제일 안 좋은 구단으로 악명 높았지만.

이번에는 휘건의 미친 짓이 스티브 코헨에게까지 전달되었다.


스티브 코헨은 이 망할 녀석을 어떻게 조질까 고민했다가,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당히 처리해.”

“예.”


비서에게 대충 넘기는 말투이지만, 휘건이 앞으로 겪을 일은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뉴욕의 전설적인 투자자, 스티브 코헨이라면 합법과 불법 그 사이 어딘가를 노릴 수 있을테니.

어쩌면 여태까지 모은 돈이 모두 어딘가에 투자되고, 그 투자된 기업은 순식간에 폐업할지도 몰랐다.

그가 가진 집은 경매로 나오겠지만, 이상하게도 경매 대금은 받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런 이상한 일이 여럿 발생하겠지만, 스티브 코헨은 아무런 혐의를 받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럴만한 금력을 가진 사내였다.


바퀴벌레를 처리한 코헨은 검색창에서 메츠를 검색해서 나오는 기사들을 살펴봤다.


기사들의 제목에는 대부분 ‘Sun Ho’라는 이름이 강조되었다.


어제 경기는 코헨도 당연히 봤었다.

꽤 인상적이었다.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선호라는 선수의 가치였다.

길게 쭉쭉 뻗은 팔다리, 꽤 괜찮은 마스크, 그리고 나름 알짜배기 시장인 한국.


그 다음으로 보인 것은 실력이었다.

6이닝 무실점.

메이저리그에 갓 올라온 선수의 성적에 이 정도면 차고 넘친다.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메츠에 대한 애정.

고등학교 시절부터 메츠를 언급해왔고, 메츠를 월드시리즈 우승팀으로 만들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선수였다.

투자자로서도, 메츠의 구단주로서도.


“다음 경기에서도 잘하면, 앞으로 오래 보겠어.”


구단주가 선호를 픽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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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과감한 결단 - 1 +2 24.06.25 2,009 5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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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4 +4 24.06.23 2,136 67 13쪽
24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3 +4 24.06.22 2,176 4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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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1 +4 24.06.20 2,511 63 12쪽
21 더 위로 - 3 +2 24.06.19 2,514 61 13쪽
20 더 위로 - 2 +4 24.06.18 2,636 56 13쪽
19 더 위로 - 1 +2 24.06.17 2,810 65 12쪽
18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2 +7 24.06.16 2,893 63 13쪽
17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1 +1 24.06.15 3,050 63 11쪽
16 알테니 스킵 - 3 +1 24.06.14 3,192 55 12쪽
15 알테니 스킵 - 2 +1 24.06.13 3,279 62 13쪽
14 알테니 스킵 - 1 +1 24.06.12 3,370 59 13쪽
13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3 +2 24.06.11 3,431 61 12쪽
12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2 +1 24.06.10 3,537 63 12쪽
11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1 +1 24.06.09 3,626 70 13쪽
10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2 +1 24.06.08 3,603 69 13쪽
9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1 +2 24.06.07 3,655 68 12쪽
8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3 +2 24.06.06 3,682 74 12쪽
7 고교 무대 정도는 재패해야지 - 2 +4 24.06.05 3,716 6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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