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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우승하려고 회귀한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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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난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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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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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정착 성공 - 3

DUMMY

정착 성공 - 3




‘높은 커브? 이건 분석에 없었는데?’


파드리스의 1번 타자, 그리핀은 당황했다.

선호가 거의 쓰지 않는 초구였기 때문이다.


선호는 두 경기 연속 6이닝 무실점, 이닝보다 많은 탈삼진 갯수로 주목을 받은 신인이었다.


사용하는 구종은 포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체인지업을 제외한 각 구종의 구위가 뛰어나서 쉽게 상대할 수 없는 투수.


구종의 사용 비율도 비슷해, 까다로운 투수이다.


‘분석이 안 되는 건 아니지.’


야구만큼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는 드물 정도로 다양한 지표가 존재하고, 유수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엘리트들이 분석관으로 각 팀에 존재한다.

선호의 지난 두 번의 피칭도 당연히 분석되었다.


은근히 단순한 면이 있었다.

패스트볼을 던질 때는 70% 이상의 확률로 몸쪽 하이 패스트볼.

커브를 던진다면 2-2에서는 존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음.

슬라이더는 거의 좌타자 백풋으로만 던짐.

결정구는 세 가지를 모두 사용하지만, 초구는 70% 이상의 확률로 패스트볼.

카운트 싸움에서는 슬라이더를 잘 사용하지 않음.


이런 다양한 것들이 분석자료로 나왔다.


그리핀은 분석자료를 믿었다.

그리핀의 장점인 인내심은 철저한 분석에서 출발한 것이었으니까.


그런데 초구 높은 커브?

거의 보지 못한 패턴이었다.

물론, 단 2경기 안에서 선호의 모든 것을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선호는 꽤나 단순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의 선수였다.

갑작스럽게 투구 스타일을 바꿀 이유가 전혀 없었다.

특히 신인은 더욱 그렇다.

자신이 겨우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 패턴을 버리고 다른 걸 사용한다?

막말로 그 신인이 정신이 나가버린 게 아닌 이상에야 거의 하지 않는 행동이다.


‘일단, 참자. 더 지켜봐야겠어.’


선호의 투구 패턴대로라면 여기서 두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스윙을 준비한다.


딱!

“파울!”


예상대로 포심이긴 했지만, 로케이션이 달랐다.

몸쪽이 아닌 바깥쪽을 노리며 들어오는 패스트볼.

어찌보면 도망가는 것에 가까운 패스트볼이었다.


예측이 2연속으로 빗나가자 그리핀의 머리는 혼란스러워졌다.


“변화를 추구하는 자는 항상 아름다운 법.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사람은 바보 같은 법. 그리고 이 말을 듣고도 자기를 말하는 건지 모르는 사람은 가장 멍청한 법.”


옆에서 포수가 이상한 말을 지껄이고 있으니 더 정신 사나웠다.


‘초반에는 하이 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사용하는 편. 힘이 넘칠 테니까. 그러니 하이 패스트볼을···.’


따악!


젠장!


타이밍이 전혀 틀렸다.

힘이 넘치는 초반에 파워 넘치는 90마일 후반의 포심이 아니라 90마일 초반의 포심이었다.

마치 체인지업처럼 타이밍을 어긋나게 해서 땅볼을 유도하는 공.

타구는 유격수의 손에 들어갔다가 1루수의 글러브에 안착했다.


“아웃!”


루카스 그리핀은 이를 악물었다.

멍청한 분석팀에게 짜증을 부리면서.


*


파드리스는 그리 강팀이 아니었다.

파드리스 팬들은 이미 4등 아니면 3등이라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기했다.

내셔널리그 동부지구가 워낙 치열해서 그쪽에서 와일드카드 자리 2자리는 가져갈거고, 나머지 한 자리는 중부나 서부 팀 중 하나가 가져갈텐데 그게 파드리스가 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파드리스에서 그나마 기대하는 것은 맥스 심슨과 루카스 그리핀의 활약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맥스 심슨의 강속구와 슬라이더의 조합은 뻔하지만 강력했다.

메츠 타자들도 한 타석이 돌기 전까지는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을 정도였다.


“역시 심슨이야.”

“심슨의 공을 칠 수 있는 타자는 존재하지 않다니까.”


펫코 파크의 관중석을 채운 파드리스 팬들이 맥스 심슨의 활약에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숨길 수 없는 미소와 함께.

암흑기와 같은 지금을 버틸 수 있는 것은 다 맥스 심슨과 루카스 그리핀 덕분이었다.


“흐음···.”

“오늘 그리핀이 영···.”


하지만 오늘 그리핀은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1번 타자로 나서서 출루를 하고, 도루로 투수와 포수를 괴롭혀 뒤의 타자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그리핀의 역할인데.


“아웃!”

“아웃!”


오늘은 그리핀이 자신의 역할을 전혀 못해주고 있었다.


“저 자식이!”


선호는 다양한 투구 패턴을 시험하려고 했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패턴을 시험한 것은 아니었다.

선호, 톰 시버, 클린지 모두가 인정한 만만한 상대에게는 자신의 원래 패턴을 사용했다.

공격적으로 공을 집어넣어서 삼진을 노리더라도 어차피 못 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그 자신감은 톰 시버도 인정한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공격적인 피칭의 단점인 피홈런은 아직 발동되지 않았지만, 선호는 자만하지 않았다.

그리핀 같은 위협적인 타자에게는 땅볼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공을 던져보았다.

몸쪽이 아닌 바깥쪽, 커브와 슬라이더 대신 체인지업과 느린 포심의 비중을 늘려봤다.


따아아아아아악!


“에헤이. 제대로 맞았네.”


중간에 느린 속구 타이밍을 완전히 읽고 투런 홈런을 친 타자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선호는 새로운 패턴을 연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파드리스 같은 좋은 실험 상대는 찾기 어려웠다.


<멘탈 안 흔들리네?>

“네. 당연하죠. 어차피 우리 팀이 이기고 있는데.”


선호는 홈런을 맞았다고 해서 딱히 흔들리거나 하진 않았다.

워낙 맞는 것에 익숙하기도 하고, 메츠 타자들이 한 타석이 돌고 난 이후에 힘을 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


그리핀은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출루한다. 그러면 가능성이 생긴다.’


지난 시즌 출루율 0.431을 찍은 그리핀은 처음 보는 아시안 투수에게서 어떻게든 볼넷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저 녀석은 자신에게 땅볼을 유도하는 투구를 하고 있었다.

새로운 패턴인가

슬라이더의 사용을 제한하고 커브는 최대한 스트라이크 존의 끄트머리에만.

특히 어려운 것은 포심의 구속이었다.


체인지업이 약점이라고 했는데, 굳이 체인지업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포심의 구속 변화가 심했다.

기본적으로 98마일을 몸쪽으로 던질 수 있는 투수이기에 항상 강속구에 대비해야 했지만, 선호는 포심을 느리게 던질 때와 빠르게 던질 때의 차이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타이밍 싸움에서 노리기가 어려울 수 밖에.


분석자료는 삼진을 추구하는 선호를 기준으로 되어 있었다.

이닝보다 탈삼진 개수가 더 많은 선호였으니.


그렇지만 자신에게는 삼진이 아닌 땅볼을 노리고 있었다.


분석 자료는 잊고 자신의 인내심과 눈을 믿어야 했다.


<저거 참으려고 한다.>

‘경기 안 풀리면 출루에 집중한다는 게 사실이군요.’


분석은 그리핀만 하는 게 아니었다.

선호도 루카스 그리핀에 대한 분석 자료는 충분히 봐왔다.

거기다가 몇 십년 묵은 야구 요괴인 톰 시버의 눈치까지.


<누가 야구 요괴야.>

‘100년 가까이 묵었으면 그게 요괴지.’

<얌마!>


아무튼.

출루에 집중해서 배트를 꺼내지 않는 타자는 선호에게 쉬운 상대였다.

기존에 하던대로, 힘으로 압살해버리면 되었다.


선호는 자신의 최대 구속 포심을 장전했다.


팡!


“스트라이크!”


제구가 좀 몰려서 한 가운데로 들어가긴 했지만, 전광판을 바라보니 99.4마일이 찍혔다.

선호의 최고 구속.

아마 체감 구속으로는 100마일 정도가 아닐까 싶다.

루카스 그리핀도 자존심이 상했는지 눈을 부릅떴다.


“아이고, 아파라. 이거 손바닥 다 까지겠네. 이거 정말 치시게요? 정말? 에이. 그냥 보고 있다가 볼넷 가져가는 게 더 낫지 않아요? 이런 강속구는 알아도 치기 힘든데.”


포수에게 제발 닥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선호는 인터벌 없이 공을 던져왔다.


“스트라이크!”


이번에는 몸쪽으로 98.4마일.

아까보다 더 위협적인 공이었다.

한 가운데 99마일보다 몸쪽 98마일이 더 치기 어려운 법이다.


스윙하려다가 몸을 돌려 피한 그리핀의 카운트는 어느새 0-2.

이러면 출루를 원하는 타자도 어쩔 수 없이 스윙을 해야 한다.

선호는 힘대 힘으로 맞붙기를 좋아했지만, 래리의 조언을 떠올렸다.


힘대 힘은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하라고.

대부분은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투수 놈들은 자존심이 강해서 굳이 힘으로 싸우려고 한다고.


선호의 장점은 흡수력이 빠르다는 것이다.


딱!

커브 위쪽을 때린 투수 앞 땅볼.

선호는 아주 쉽게 1루수에게 던져 아웃 카운트를 잡아냈다.


*


“허억, 허억.”


맥스 심슨이 지친 게 눈에 보였다.

저런 게 딱 굳이 힘으로 싸우려는 케이스가 아닐까?


톰 시버도 혀를 쯧쯧 찼다.


<내 이래서 요새 메이저리그 놈들이 마음에 안 들어. 뭔 죄다 빠르기만 한지 원. 쟤는 그나마 좌우 제구라도 되지만, 저 놈은 체력이 없어요 체력이. 여름이라고 벌써 퍼지려고 하는 것 좀 봐. 나 때는 저런 놈 있으면 겨울에 러닝 100km는 시켰어.>

‘그러면 무릎 다 나가요.’

<무릎 나가라고 해! 그거 못할 거면서 무슨 투수를 하겠다고.>

‘...꼰대.’

<뭐? 꼰대? 너 이···! $%#$@...!>


톰 시버가 궁시렁거리든 말든, 선호는 맥스 심슨이 던지는 것을 지켜봤다.


따아아악!


델로렌이 맥스 심슨의 포심을 정확하게 노려 쳤다.

홈런까지는 아니었지만, 워닝 트랙 앞에서 떨어지는 3루타.

이걸로 주자 2명이 홈으로 들어왔다.


‘투구 패턴이 단순한 게 문제였어. 포심과 슬라이더 모두 긁히는 날이라면 문제 없겠지만, 지치거나 둘 중 하나가 망가지는 날에는 어려운 경기를 할 수 밖에 없겠지.’


선호는 자신이 투구 패턴을 그대로 가져갔을 때의 모습을 맥스 심슨을 통해서 보는 것 같았다.

사실상 3구종을 사용하는 자신도 구종 하나가 망가진다면 저러지 않을까?


‘한 때 커쇼가 포스트시즌에 계속 약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저거지. 구종이 적은 투수의 한계.’


따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번에는 제대로 넘어갔다.

브루어의 투런 홈런이었다.


“좋아! 좋아!”

“홈런은 언제나 좋은 법이지!”

“브루어! 브루어! 브루어!”


홈런을 치고 돌아온 브루어의 등을 치면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덕분에 오늘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으니까.


*


[선호, 6이닝 2실점 4K. 퀄리티 스타트 성공!]


[새로운 신성의 탄생인가? 3연속 퀄리티 스타트로 자신의 이름을 메이저리그에 알리다!]


[3연속 승리를 차지한 선호의 경기 후 소감, ‘래리의 조언이 도움이 되었다. 절대 자만하지 않고 꾸준하게 발전해나가는 투수가 되겠다.’]


[개스터 래리, ‘그 녀석은 앞으로 더 잘할 녀석. 앞으로 그 녀석 지켜봐달라.’]


[급격하게 줄어든 삼진 숫자? 이에 대해 답한 선호, ‘오늘은 땅볼을 위주로 피칭을 했다. 강속구와 느린 속구의 조합은 땅볼을 유도하기에 좋은 피칭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패턴을 만들었다며 자신감 내비쳐.]

ㄴ 개소리. 그냥 힘 빠져서 공 못 던진 걸텐데 무슨.

ㄴ 내 말이. 홈런 맞고서 얼빠진 얼굴 하던 게 눈에 훤한데.

ㄴ 흠. 내 기억으로는 얼빠진 표정을 한 건 선호가 아니라 맥스 심슨 아니었나?

ㄴ 맞지. 5이닝 4실점을 하고 패배 투수가 되며 내려간 맥스 심슨의 표정이 딱 그랬지.

ㄴ 개자식들. 언제까지 저 아시안이 잘할 거라고 생각해?

ㄴ 글쎄. 아마 저 맥스 심슨이 은퇴하고 해설자가 되어서 더 이상 말도 못할 때까지?


*


메이저리거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 변화해야 한다.

선호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스플리터를 배우고 싶다고? 역회전 움직임이 강한 스플리터를?”


메츠의 투수 코치, 닉 브라이언트가 선호에게 되물었다.


“네. 지금 제게 필요한 건 스플리터입니다. 좌타자를 상대하기 위해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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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착 성공 - 3 +8 24.07.02 2,504 68 12쪽
33 정착 성공 - 2 +1 24.07.01 2,637 76 12쪽
32 정착 성공 - 1 +7 24.06.30 2,828 69 13쪽
31 타도 필리스 - 2 +2 24.06.29 2,867 85 13쪽
30 타도 필리스 - 1 +7 24.06.28 2,960 96 14쪽
29 과감한 결단 - 3 +5 24.06.27 3,035 94 12쪽
28 과감한 결단 - 2 +6 24.06.26 3,120 86 13쪽
27 과감한 결단 - 1 +3 24.06.25 3,203 84 13쪽
26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5 +7 24.06.24 3,209 86 13쪽
25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4 +5 24.06.23 3,310 94 13쪽
24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3 +8 24.06.22 3,386 71 13쪽
23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2 +5 24.06.21 3,575 74 13쪽
22 커쇼와 두 번째 포x몬 - 1 +7 24.06.20 3,817 91 12쪽
21 더 위로 - 3 +5 24.06.19 3,802 91 13쪽
20 더 위로 - 2 +6 24.06.18 3,946 85 13쪽
19 더 위로 - 1 +4 24.06.17 4,145 100 12쪽
18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2 +11 24.06.16 4,220 97 13쪽
17 새 친구의 고민을 해결하자 - 1 +2 24.06.15 4,413 96 11쪽
16 알테니 스킵 - 3 +2 24.06.14 4,583 90 12쪽
15 알테니 스킵 - 2 +5 24.06.13 4,683 101 13쪽
14 알테니 스킵 - 1 +2 24.06.12 4,795 93 13쪽
13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3 +7 24.06.11 4,876 100 12쪽
12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2 +5 24.06.10 5,029 103 12쪽
11 꿈의 무대로 다시 한 번 - 1 +4 24.06.09 5,152 112 13쪽
10 여기서 잘해서 메츠 가겠습니다 - 2 +2 24.06.08 5,157 10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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