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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환자가 이 세계 신이라니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김율무
작품등록일 :
2021.05.12 12:22
최근연재일 :
2021.06.22 01:57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4,715
추천수 :
254
글자수 :
167,738

작성
21.05.15 19: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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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운명 - 1

DUMMY

해는 떠 있지만 방 안으로는 햇빛이 그리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느낌이 드는 방 안, 한 청년이 덩그러니 침대에 누워 멍하니 휴대폰을 들어 아침 식사의 화제였던 주제를 다시 한번 머릿속으로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스스럼없이 다가와 몸이 안 좋았던 내게 편하게 말을 걸어주고 먼저 인사를 건네줬던 그 추억 속에 사춘기의 나도 당연히 오해한 적이 있었다.


‘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나 정도면 얼굴도 준수하고 키도 괜찮고 건강은 음··· 패스, 상대방은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아무리 생각해도 상위권에 속하는 것 같다.


화면 속의 프로필을 눌러 둘러보려 하다가 끝내 고개를 저으며 결론을 내렸다.


‘뭔 걔가 나를 좋아해, 지나가던 똥개가 비웃겠네.’


건강이 그리 좋지 않으니 내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표현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물론 그런 기류가 생길 만한 상대방도 전혀 없었고.


김 신은 그렇게 침대에 누워있다가 정리가 다 된 듯,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창 밖을 바라보니 엊그저께 보았던 꽃봉오리가 벌어진 것을 보다가 휴대폰을 확인했다.


배터리 89%


꽤 많이 충전된 듯 몸도 가벼운 느낌이 들었고 다시 한번 파이가 있는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침대에 누워 집중하기 시작했다.


벌써 세 번째 경험이지만 이 느낌은 역시 엄청나다는 표현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온몸의 신경이 붕 뜨는 듯하며 순간 정신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느낌.


그 느낌을 더 느껴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벌써 파이의 옆에 도착해있었다.


다그닥다그닥.


휴대폰 화면으로만 보았을 때는 들을 수 없는 현장음과 피부로 느껴지는 숲속의 공기가 마치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주위를 느끼며 마차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는데 분위기가 아침과는 다르게 심상치 않았다.


“여보, 어떻게요. 진이 안색이 더 안 좋아지고 있어요.”


불안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진의 엄마이자 시안의 아내인 베라였다.


“작은 상처가 감염돼서 그런 것 같아요. 약이나 사제님이 계셨으면, 바로 해결될 텐데···”


제이의 말에 베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파이는 그런 베라의 옆에 앉아 진의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고 있었고 시안과 마크는 마차의 운전석에 앉아 안 좋은 상황에 별다른 방안이 없기에 마차를 운전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 무리해서 더 움직이면 진에게 안 좋을 것 같아요. 근처에 약초가 있는지 찾아보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


마크의 말에 시안은 마차를 세우며 바로 진에게 달려갔다.


“아들.. 괜찮니? 아빠 봐봐 괜찮아, 아빠가 금방 약초 구해올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엄마 말 잘 듣고, 푹 쉬고 있어···”


약초란 것이 금방 나온다는 확신도 없기에 시안의 말끝은 점점 힘이 없어지고 있었지만, 아들을 향한 사랑은 누가 봐도 느낄 수 있었다.


‘이거 하.. 능력을 한 번 테스트 해 볼 기회인 것 같기도 한데..’


나는 이런 상황을 보며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어제 도망칠 때 작은 상처가 있다고 했었지만 아침까지만 해도 크게 별 탈이 없어 무난하게 흘러갈 것만 같았던 일행에게 갑작스러운 상황이 벌어진 것이니 나도 예상을 하지 못해 적잖이 당황했다.


파이가 이런 내 존재가 느껴지는 건지 아닌 건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고개를 돌려 내가 있는 방향을 잠시 바라보고는 고통스러워하는 진의 손을 주무르고 있었다.


“진, 조금만 버텨봐, 어제도 분명 신이 바라보고 있다고 했으니까 분명히 지금도 도움을 주기 위해 우리를 지켜봐 주고 계실 거야.”


뜨끔했다.


“시안하고 저는 주위를 둘러보며 약초를 찾아보도록 할게요.”


마크하고 시안이 마차에서 내려 약초가 있을 만한 숲속을 향해 들어가기 시작했고, 제이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바로 대처할 수 있도록 칼을 꺼낼 수 있게 준비를 하며 파이를 불렀다.


“파이야, 지금 내가 불을 지피기 위해 나무들을 주위에 나뭇가지들을 주우려고 하는데 잠깐 도와줄 수 있겠니?”


제이의 말에 파이는 주무르던 손을 잠시 멈추고는 베라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파이야, 진은 내가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렴.”


베라의 말에 조심스럽게 손을 내려놓고 제이가 있는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이잉~.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


【파이의 원(願) - 불행한 이곳에서 살아남아 행복해지고 싶다. 그리고 진이 아프지 않게 도와주고 싶다.】


어제와 다르게 파이가 원하는 것이 늘어난 것을 보니 더 지체할 이유가 없었다. 이렇게 알림이 안 왔어도 도움을 주려고 했으니.


‘근데 어떤 능력이 지금 도움이 되는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데···’


영향이라는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진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나의 붉은 생명의 기운들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려 가며 천천히 손의 주위로 퍼지고 있었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연기가 부서지듯 아무 효과를 내지 못하였다.


배터리도 확인해보니 87%로 아무런 영향이 없으니 배터리도 줄어들지 않은 듯했고.


마차를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장작을 줍고 있는 파이와 제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보니 짧은 시간 동안 제법 쓸 만한 두꺼운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그러다가 문득 허리춤에 있는 제이의 검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이거, 물건에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그만두었다. 괜히 허투루 사용하다가 진을 살리는 데 필요한 생명 에너지를 낭비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남은 것은···


마차의 옆에서 불을 피우며 약초를 찾아 떠난 시안과 마크가 오기를 기다리는 4명은 아무 말도 없었다.


타닥타닥.


마른 장작이 타들어 가는 소리와 고열과 통증에 고통하는 신음이 더욱 심해지고 있었기에 다들 별말 없이 시안과 마크만을 기다리던 중.


“좋아, 한 번 해볼까.”


진의 옆에서 붉은 기운을 내뿜으며 집중을 하는 김 신은 [운명]이라는 능력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밝게 빛을 내는 기운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지 아무도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능력을 사용하는 김 신은 크게 숨을 내쉬며 힘이 빠져 마차의 안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배터리를 확인해 보는 순간 어제와는 다르게 27% 정도로 조금 더 나은 상황이기에 그곳에 더 머물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능력이 제대로 사용된 것이 맞는지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마크와 시안이 들어갔었다. 숲속에서 풀 소리와 여러 사람이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여기에요!”


시안의 목소리에 모닥불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크와 시안만 갔었는데 그 옆에는 깔끔한 하얀 복장의 금발 여성이 함께 있었고 빠르게 오느라 그런지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아, 하아.. 환자분은 어디 계시죠..?”


모습을 보이자마자 인사 대신 바로 환자를 찾는 그녀였다.


“여보! 진! 이제 괜찮아! 우연히 사제분을 만나게 됐어! 살았다고!”


아들이 살 수 있다는 희망에 흥분한 시안이 외치고 이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했지만, 마크는 그런 시안의 어깨를 부축하며 마차 안으로 안내했다.


마차 안에서는 이미 금발의 여성이 진의 몸을 향해 양손을 펼치며 나와 비슷하지만 따뜻하고 포근해 보이는 하얀빛을 내뿜으며 진을 감싸고 있었고, 진의 호흡은 점차 진정되며 안 좋았던 안색이 점점 돌아오며 진정이 된 듯했다.


“하아.. 다행이에요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빠르게 달려오자마자 힘을 사용한 그녀는 지친 듯 이마의 땀을 닦으며 이야기했다.


“저희 진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정말 깊은 감사를 표하는 베라의 모습에 그녀는 미소를 머금었고.


“아니에요, 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인사가 늦었네요. 저는 마오 마을에서 신의 뜻을 배우고 있는 루나라고 합니다.”


“마오 마을에서 여기까진 어떻게..”


제이의 말에 루나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게.. 이번 붉은 달이 뜨던 날, 지금까지 다른 크리퍼들이 나타나 마을이 초토화가 되고 저는 상급 사제님께서 따로 피신시켜서 혼자 살아남아 왕도로 이동하는 중이었어요···”


루나의 말에 일행들은 일제히 표정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그런 불행한 일이 옆 마을에서도 있었다니.. 저희도 그날 겨우 도망쳐 나와 바인 마을로 이동하는 중이었는데, 정말 엄청난 우연이네요.”


나는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다.


‘내 능력으로 사람이 구해졌어.’


지금까지 도움을 받기만 했지 타인에게 도움을 준 적이 없었는데 나의 첫 선행이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라니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파이는 이런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지 손을 모아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를 지켜봐 주시는 신님 정말 감사합니다.”


파이의 말에 루나와 진을 빼고 모든 일행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모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몸에 흐르는 생명의 에너지가 살짝 요동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뭐지? 조금이지만 힘이 생기는 것 같아.’


위이잉~.


진동과 함께 알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진이 아프지 않게 도와주고 싶다. (完)】


【파이의 원(願) - 불행한 이곳에서 살아남아 행복해지고 싶다.】


아까 보았던 알림 메시지 중 일부였던 진이 아프지 않게 도와주고 싶다는 파이의 원이 성공해있다는 화면을 보며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내 혼의 조각인 생명 에너지가...’


남아있는 파이의 원을 보며 나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불행··· 행복.. 하 어렵네···’


그때였다. 공간에 있던 내 모습이 일렁이기 시작하더니 주변의 환경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시···.”


“기··· 시...”


“김 신! 언제까지 낮잠을 자는 거니? 어디 아프니?”


엄마가 다급하게 내 몸을 흔들면서 걱정하듯 이야기하셨다.


“어.. 엄마?”


“그래! 신아 구급차 부르자 안 되겠다. 약은 먹었니?”


“아니야! 괜찮아 어제 내가 전부터 하려고, 공모전이 있는데 그거 밤새 준비하느라 몸이 조금 피곤했나 봐.”


“그러면 아침에 밥 먹은 게 밤새고 먹은 거니?”


“어? 어어! 그렇지 아니 쓰다 보니까 시간이 그렇게 됐더라고. 배도 출출했고.”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에 순간 당황했지만 자연스럽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입에서는 거짓말이 술술 나오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런 걸 말하기도 애매하기도 하고.’


엄마는 그런 나의 답에 읊조렸다.


“뭔가 수상한데···”


조용하게 말한 엄마의 말에 나는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선보였다.


위이잉~.


어색한 순간의 적막을 깨는 휴대폰 진동 소리가 울리자 나는 재빠르게 확인해 보았다.


[김 시 현]


위이잉~ 위이잉~.


엄마는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을 슬쩍 보시더니 얼른 받으라고 제스처를 하셨다.


“어.. 여보세요?”


“야 신아, 내가 오늘 하루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뭘 생각해?”


“아니, 어머님께 인사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


시현의 말에 나와 엄마는 동시에 눈이 마주쳤고 나는 그런 게 아니라고 손짓을 했지만, 엄마는 웃으시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시며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가셨다.


“아 젠장···”


“뭐? 젠장? 김 신 죽을래?”


이렇게 어머니의 오해는 깊어지고 있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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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신을 알려보자 - 3 21.06.20 42 0 12쪽
29 신을 알려보자 - 2 21.06.19 43 1 12쪽
28 신을 알려보자 - 1 21.06.17 48 1 12쪽
27 김 신의 첫 부탁 21.06.17 47 2 12쪽
26 엘리시아에 들어가다 - 3 +1 21.06.16 53 3 12쪽
25 엘리시아에 들어가다 - 2 +1 21.06.15 60 3 11쪽
24 엘리시아에 들어가다 - 1 +1 21.06.14 59 3 12쪽
23 펜던트의 비밀 +1 21.06.09 66 3 7쪽
22 선택의 기로 - 2 +1 21.06.08 74 3 12쪽
21 선택의 기로 - 1 +1 21.06.07 73 4 12쪽
20 왕국의 비밀을 듣다 - 2 +2 21.06.04 87 5 12쪽
19 왕국의 비밀을 듣다 - 1 +1 21.06.03 69 3 12쪽
18 붉은 달 - 3 +1 21.06.02 75 4 12쪽
17 붉은 달 - 2 +1 21.05.27 78 4 11쪽
16 붉은 달 - 1 +2 21.05.26 9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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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폭풍전야 - 3 +2 21.05.23 104 6 12쪽
12 폭풍전야 - 2 +1 21.05.22 106 4 12쪽
11 폭풍전야 - 1 +1 21.05.21 119 6 12쪽
10 거점 - 3 +4 21.05.20 137 7 11쪽
9 거점 - 2 +2 21.05.19 149 7 12쪽
8 거점 - 1 +1 21.05.18 175 9 12쪽
7 운명 - 3 +2 21.05.17 203 9 11쪽
6 운명 - 2 +6 21.05.16 222 12 12쪽
» 운명 - 1 +4 21.05.15 286 11 12쪽
4 능력을 얻다 - 3 +4 21.05.14 379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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