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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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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2.01.09 22:55
조회
769
추천
11
글자
12쪽

52화

DUMMY

“무엇인가. 그 멍한 듯한 표정은.”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표정을 한 설진과 시연의 표정이 내심 웃겼는지, 플라임은 미소를 숨기지 않으며 말했다.

그러고서 이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한 번 까닥이며,


“하기야 어쩔 수 없군. 그대들은 모험가지 상인이 아니니.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생소할 테니 당연한 현상인가.”

“아, 아뇨. 괜찮습니다.”

“그렇게 생각해주면 다행인데, 조금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는군. 시연 경. 방금 이야기는 그대로 흘려보내도 좋다. 모험가를 업으로 삼는 자에게 그리 도움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니.”


플라임은 그리 말했지만, 시연은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를테면 기시감.

고객 간에 차별을 두는 것, vip를 만드는 것. 그 말이 꼭 어릴 때 배운 사업 성공률을 높이는 강의 같아서.


다만··· 차마 생각을 밖으로 내뱉지는 못하고 속으로 삼켰다.

그 대신 밖을 바라보았다.

양껏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준 덕에 시간은 꽤 흘러 있었다. 거대한 원형 경기장에 선수들이 입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곧 시작할 듯싶었다.


“으음. 이야기가 재미있었는지, 재미없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시간이 흐른 건 확실한 것 같군. 자 봐라, 슬슬 시작한다.”


플라임의 말과 동시에 중계석에서 음량 증폭석을 쥐고 있던 남자가 크게 소리쳤다.

옆에 있던 여자도 거들듯 입을 열었다.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콜로세움이 축조된 지도 오 년! 마침내! 제21회 콜로세움 결투가 개최되었습니다!”

“이번 경기도 작년과 비슷한 양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먼저 예선전, 8명의 선수가 한곳에 모여 자유로이 결투를 시작합니다! 아, 말씀드린 순간 선수들의 입장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목청이 터질 듯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즐거움이 함유된 표정.


확실히 축제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전 암암리에 진행되던 불법 투기장이 콜로세움의 이름으로 다시 갈아타 만들어진 축제는 꽤나 거대한 듯싶었다.

중계진의 말대로 선수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총 여덟 명. 한 명 한 명이 각자 다양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최소한 눈은 즐거울 것 같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콜로세움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잘 모른다는 것.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설진과 시연이 왕국의 사람도 아니고, 하다못해 이 탑에서 자란 것도 아니었으니.

아무리 이 세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저명하더라도 이곳에서부터 난 것이 아닌 이상 알아볼 수 없었다. 그 부분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설진 경. 저기 저 철퇴를 들고 있는 남자 보이나? 머리가 조금 밀려 있고 키가 큰 남자 말이다. 눈썹이 올라가 있어 사납게 보이는 사내.”


그런 둘의 기색을 느꼈는지 돌연 플라임이 입을 열었다.


“저 남자, 저번 콜로세움 결투에서 8강까지 진출했었다. 우승 후보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주목받고 있는 선수지. 지금이야 방음 마법을 쳐서 안 들리겠지만, 읏차. 이렇게 잠시 해제하면···.”

“해제하면···?”


설진의 의문 섞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와아아아아!!!”

“플론!! 플론!! 프으으을론!!!”

“철퇴의 전사!! 파이팅!!”


관중석에서 들리는 듯한 소리가 귀청을 잡아먹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함성이었다.

그와 동시에, 익숙하지 않은 소리기도 했다. 저도 모르게 설진은 눈썹을 찌푸렸다. 여전히 사람이 많은 곳은 적응되지 않았다.


“이렇지. 그 외 다른 후보를 조금 나열해본다면···.”


우웅-.


다시 방음 마법을 펼친 플라임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설진은 어이없다는 듯 속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한 번 눈에 들고 친해진다면 한없이 유해지는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일국의 왕녀가 자처해가면서까지 설명을 해줄 줄이야.


물론 그게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이질감이 들었다.

시연 또한 비슷한 감정을 느꼈는지 기쁨 반, 당황 반이 섞인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플라임은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 저기 저 선수. 특이하게도 채찍을 사용하더군. 그것도 그냥 채찍이 아니라 마법적 처리가 되어 있는 채찍을···.”

“맨 왼쪽에 서 있는 여자 보이나? A조 예선전에서 유일하게 마법사인 여자지. 분명 저번 콜로세움 결투에도 참여했던 것 같은데. 그때 아마···.”


플라임의 설명이 잇달아 이어지고.

설진은 그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방음 마법을 다시 꺼두었는지라 목소리는 잘 들렸다. 말솜씨가 워낙 좋아 이해가 빨랐다.


“아, 진짜 시작이군.”


화르르륵!!


그러던 도중 다시 한 번 손가락을 올리며 입을 연다.

퍼어엉! 만들어진 화염구가 위로 올라가 터졌다.

그리하여 큰 소음을 내는 것과 동시에 예선전이 시작되었다.


“아아!! 철퇴의 전사 플론 선수!! 빠르게 돌격합니다! 노리는 것은 웬지 선수네요!! 아, 곧바로 공격을 시도합니다!!”


플론이라는 이름의 사내가 철퇴를 휘둘렀다.

웬지라 불린 선수가 밀려 떨어졌다. 전투를 아예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지만, 방금의 공격으로 움직임에 제약이 생겼다.


이제 웬지 선수는 큰 움직임을 펼칠 수 없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플론이 계속해 공세를 이어나갔다. 웬지는 그 공격을 이리저리 움직여 피했지만, 결국 살을 내주어 탈락했다.


하아. 하고 거친 숨소리가 플론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싸움을 벌인 플론이 잠시 숨을 고르고자 뒤로 물러서려던 찰나-.


“이번 A조 예선전의 유일한 마법사죠? 아로이 선수의 원거리 포격이 시작되었습니다! 불길이 치솟고 있어요!!”


화르륵-.


아로이라 불린 마법사가 쉴 틈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듯 마법을 날렸다.

타닷-. 빠르게 몸을 놀렸지만 다리에 불이 붙고 말았다.

혀를 차는 소리가 한 번 들리고, 플론이 아로이를 향해 이동했다. 그러나 그 목적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막히고 말았다. 아로이가 아닌 다른 선수들에게.


“예선전은 개인을 한데 모아 치르는 단체전이지. 시작하면 원래 다들 눈치만 보기 바쁜데, 참. 플론이라는 저 선수는 너무 급하단 말이야.”


한 번 힘을 쓴 플론은 버티고 버티다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옷이 그을려진 자국과 다른 선수들이 만든 자잘한 생체기가 몸에 새겨진 채로.


“그 급한 성격만 아니었다면 상위권 진출을 노려볼 수 있을 터인데. 아쉽군.”


예선전 A조의 우승자.

아로이.


첫 번째 예선전이 끝나고, 곧바로 다음 경기가 시작되었다.

워낙 참가자가 많은지라 경기는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B조, C조, D조··· 끊임없이 몸을 부닥치고 마법을 날리는 결투는 사람들의 투쟁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관중석의 사람들이 몸을 일으키면서까지 함성을 내지르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이번이 E조인가.”


예선전이 진행되는 와중 다섯 번째.

E조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마찬가지로 후보로 보이는 선수가 있으면 플라임이 말을 붙였다.

그 설명을 들으며 몇 마디 화답한 설진의 시선이 다시 경기장으로 향했다.


“···아무튼 저 선수는 저렇고, 음? 방패와 대검을 든 선수가 하나 있군. 으음-. 저렇게 큰 무기를 사용하는 선수라면 분명 기억에 남아야 할 텐데.”


다만 이번 경기에 자그마한 이변이 일어났다.

플라임이 잘 모르는 선수가 나타난 것이다.


“여자로 보이는 체형에, 대검에 방패··· 거기다 가면까지···? 누구지? 딱히 떠오르는 선수는 없는데.”

“새로 출전한 선수 아니에요?”

“아,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군.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선 약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기대할 만하겠어. 새로운 다크호스의 등장은 언제나 환영이지.”


다크호스의 등장.

그것은 플라임에게 있어 좋은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경기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는 의미였으니. 그리고 그 바람은, 주최자인 플라임에게 있어 돈이 되었으니까.


“자, 그럼 한 번 보도록 하지. 지금부터는 나도 모르는 상황의 연속일 테니.”


부디 즐거운 구경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저 경기를 바라만 보고 있었던 시연의 눈이 크게 떠지는 것과 동시에,


“예선전 E조!! 경기, 시작합니다!!”


중계진의 말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음?”


경기가 시작되자 플라임의 입에서 비음이 흘렀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의 양상이 조금 다르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A조의 플론이라는 사내가 특별했을 뿐이지, B, C, D조의 경기는 평범하게 흘러갔다.

시작하자마자 싸우는 것이 아닌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 시간을 끄는 식의 흐름.

그것이 개인전을 치루는 일반적인 방법이었으므로.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E조는, A조와 같이 곧바로 달려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아까 플라임이 모른다고 했었던 방패와 대검을 든 선수였다.


그 선수가 목표를 노리고 돌진했다. 플론과 똑같이 앞으로 진격하며 한 선수를 노렸다.

검을 들고 있던 선수가 느닷없는 공격에 당황하면서도 칼날을 비스듬히 올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돌진을 상쇄할 수 없었다.


돌진에 밀린 검사가 쉴 새 없이 밀리더니 이내 휘둘린 대검에 기절하고 말았다. 첫 번째 탈락자였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벽에 처박힌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미약한 신음을 흘리고 있던 검사는 얼마 되지 않아 의무 담당 직원에게 이송되었다.


설진의 눈빛이 오묘하게 변했다.


‘뭐하는 사람이지?’


딱 두 번의 공격.

그것만으로 검사를 무력화시켰다.


아마 체력도 얼마 빠지지 않았을 터, 나머지 여섯의 선수들은 주춤주춤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한잠의 시간이 흐른 후 먼저 공격을 시도한 것은 두 명의 마법사였다.


마법사 둘이 합심이라도 한 듯 눈빛을 한 번 맞대고 마법을 시전했다.

두 발의 화염구가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방패가 올라갔다.


“타이밍이···.”


시연이 중얼거렸다.

같은 직업이기에, 같이 방패를 쓰고 대검을 들기에 알 수 있었다.

방금 올린 방패의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했다. 마치 공격이 들어올 것임을 알고 먼저 반응한 것 같았다. 절묘함을 넘어서, 정교하기까지 했다.


이번에는 대검을 들고서 다시 걸음을 놀렸다.

처음에는 비척비척 걷다가 서서히 가속하더니만 가히 쾌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한 선수가 빠르게 마법사를 노렸다.


근접전을 허용한 마법사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방패에 얻어맞은 마법사 둘이 탈락했다.

경기가 시작된 지 채 오 분도 지나지 않았을 터인데, 벌써 세 명의 선수가 탈락했다. 단언컨대 그 어떤 경기보다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마법사가 탈락하고 난 뒤 단검을 든 도적이 날렵하게 이동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방패를 올렸지만, 안타깝게도 도적이 조금 더 빨랐다.


선을 긋듯 위로 그은 도적의 단검이 얼굴에 씌워진 가면을 베었다.

투욱-. 뭉툭한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가면이 부서졌다.


“아. 이번에 새로 참가한 선수인데, 포텐셜이 엄청나네요!!”


부서진 가면이 경기장 바닥에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선수의 얼굴이 드러났다.


“저 선수의 이름이 뭐였죠···? 아 그래, 여기 있네요. 여러분! 저 선수가 바로 콜로세움 결투 이래 최고의 다크호스!”


가면이 벗겨졌음에도 선수는 동요하지 않았다. 드러난 표정은 그저 어두워 보였다. 캄캄하고··· 어둑했다.

다른 사람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설진의 눈에는 그녀가 세상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였다. 체념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런 표정이었고 얼굴이었다.


“무려 드래곤과 싸워 사지 멀쩡한 상태로 귀환했다고 알려진! 모험가 중 최상위에 오른 최고의 기사!”


중계석이 들썩였다.

그런 설진의 생각이 중계석에게까지 전달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남자는 그저 흥이 난 듯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S급 모험가! 린입니다!!”


이름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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