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10,002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2.25 22:47
조회
914
추천
14
글자
12쪽

41화

DUMMY

쭈우우욱-.


팔과 함께 활줄이 당겨지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멀리서, 멀리서.

저 멀리서 자신을 향해 화살을 쏘는 궁수의 소리, 그리고 기척.


이윽고 픽-. 하는 자그마한 바람을 시작으로 화살이 서서히 가속했다.

공기의 저항을 맞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화살은 몇 번을 반복해서 손질한 것처럼 날카로웠다. 아무리 튼튼한 갑옷이라 할지라도 화살을 맞는다면 파손될 각오 정도는 해야 할 만큼.


‘어이쿠.’


멀리서부터 쇄도하는 화살을 지켜본 시연의 손이 움직였다.

릴리에 로엘리아는 커다란 방패와 대검을 사용하는 기사.

비록 설진만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없더라도, 방어력 하나만큼은 가공할 정도였다. 어느 정도 예측한 듯 신속히 대처한 시연의 방패와 화살이 부딪쳤다.


팅!


그리 큰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저 방패를 맞고 튕겨 나간 화살이 땅을 구르고 굴러 하릴없이 땅바닥에 널브러질 뿐.


‘생각보다 공격이 빡세잖아. 두 시간 동안 재정비를 많이 했나 본데.’


날카로웠던 화살촉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퍼석. 점진적으로 날이 힘을 잃어가더니 종래에는 두 갈래로 나눠 부서졌다. 보병의 발걸음 속 화살은 영원토록 모습을 유지하지 못한 채 스러졌다.


방패를 들어 다른 화살을 막아낸 시연의 눈이 크게 뜨였다.

상상 이상으로 적의 공격은 거셌다. 그러나 거센 이유가 꼭 저들 자체의 용맹함이라기보단, 어딘가에 쫓기고 있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말 그대로 아직 느낌일 뿐이지만.’


속단할 수는 없지만 시연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지원군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 건가.”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머지않아 도착하게 될 지원군의 존재.

하기야, 설진의 활약으로 오른은 경시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리하여 최소한의 상처 수복을 위해 두 시간을 퇴각에 사용한 것인데.


그 두 시간이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친 듯했다.

비교적 후방에 위치에 있던 오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 마법을 쏘아대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렇다면 남은 건 진짜 버티는 건데.’


상대가 지원군의 존재를 인식했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수성의 입장에선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았든 버텨야 했다.


팅-!


앞에서부터 몰아치는 적군의 검격을 막아냈다. 적군이 빠르게 검을 회수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다시 검을 내지르고자 손에 힘을 주었을 때, 시연의 방패는 이미 적의 몸통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퍼어어어억!! 힘 그대로 눌러버렸다. 저 뒤로 밀려나는 것조차 모자라 균형을 잡지 못한 채 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하물며 대형 방패였으니. 아마 커다란 둔기에 전신을 얻어맞은 기분이 들 것이다. “커억-!!” 다른 병사들에게 짓밟히는 모습을 확인한 시연의 고개를 돌렸다.


“조금 더 앞으로 나가볼까.”


그리 중얼거리고 있었을 즈음, 다시 적군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둘. 꽤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는지 좌우로 몰아치고 있었다.


나름의 연계. 왼쪽에서 짓쳐오는 검을 방패로 막아내고, 오른쪽에서 꿰뚫듯 다가오는 창을 대검으로 받아쳤다.

그 상태 곧이곧대로 밀었다.

퍼어억!! 두 병사가 나뒹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시연은 방패를 회수하고자 손을 뒤로 감았다. 그 순간이었다.


“좀 맞아라! 이 괴물!”

“···!?”


좌우가 아니라 위마저 점령당했다. 두 보병이 시간을 끈 사이에 마법 영창을 마친 적군 마법사가 시연의 머리 위에 화염구를 만들었다.


퍼어엉!


방패의 일부분만을 내세운 채 시연은 눈을 감았다. 반사적인 현상이었다.


“너··· 네놈이 어째서 여기에···?”


그러나 느껴지는 감각은 없었다.

단지 들리는 것이라곤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마법사의 목소리뿐.

감은 눈을 천천히 치떴다. 그러자 하늘 높이 튕겨 나간 화염구가 보였다.


“왜? 오른이 나를 반 죽여놓았다고 생각했나?”


탄도괄장(呑刀刮腸) - 단검.


만들어낸 단검을 던져 마법을 튕겨낸 설진이 비릿한 조소를 지었다.


“안타깝군. 그 반대다.”

“뭐, 뭐라···.”


그 말을 끝마치지도 못한 채 마법사의 목이 잘렸다.

도적, 그중에서도 암살자의 직업을 가진 설진의 지원이었다.


촤아악!


잘려 나간 목에서 피분수가 솟구쳤다.

무심결에 주위를 훑어보았다.


설진이 본 전장의 광경은 붉었다.

그것도 매우.

사람을 죽이고 죽여 나온 붉은 체액이 은색의 갑옷에 적셔져, 물들였다는 단어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흠뻑-. 갑옷을 적신 피가 사방을 채우고 있었다. 한 병사가 검을 내지를 때마다 최소 소량, 많으면 다량까지. 흘러나오는 피는 전장에서 솟구치는 물줄기인 양 쉴 새 없이 하늘로 비상했다.


그 비상한 핏빛 물줄기가 아래로 가라앉을 즈음에는, 이미 두어 명의 생명이 사라졌다. 피가 튀고, 사람이 죽고. 다시 피가 튀고, 사람이 죽고.

명료한 전장의 방식이었다.

간단하리만치 뚜렷한 방식에 혀를 내둘렀다. 탄도괄장(呑刀刮腸)으로 만들어낸 단검은 그 소임을 다하고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누나, 괜찮아요?”

“어··· 응. 덕분에.”

“다행이네요.”


원래라면 사람이 많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루이와 릴리에의 말투가 나와야 정상일 터였다.

그러나 워낙 정신이 없는 전장인지라 둘의 모습을 신경 쓰는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앞으로 얼마나 더 버텨야 할 것 같아요?”

“···최소 두 시간. 많으면 세 시간 정도. 수정구에는 그렇게 나와 있었어.”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좀- 어려워. 적군의 마법사가 워낙 많은지라.”


시연이 말을 이었다.


“보병은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마법사가 문제야. 화염구 한 번에 사라지는 병력이 너무 많아. 물론 우리 쪽 마법사도 뛰어난 화력으로 분전하고 있기는 한데··· 전장을 뒤집을만한 수준이라면 그것도 아니야.”

“버틸 방법은 있어요?”

“대충 방어선이 뚫리기 시작하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지원군이 올 거야. 일단 버티는 게 정답이긴 해.”

“마법사를 암살하는 건요?”

“접근이 힘들지 않을까? 보니까 결계를 펼쳐두고 있는 모양이던데. 허락받은 대상 외의 사람이 접근하면 마력으로 압박감을 심어두는 것 같아.”

“그렇다면···.”


설진이 생각하는 듯한 행세를 취하더니만, 이윽고 판단을 내렸는지 마력을 끌어올렸다.

다리. 순간적인 가속을 사용할 수 있는 부위였다.


“그냥 멀리서 단검을 던져서 견제하고 올게요. 죽이는 건 힘들지만, 집중력을 흩트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아요.”

“괜찮겠어? 오른한테 당한 상처는?”

“왼팔이 조금 그을린 것뿐이라 움직이는 데 큰 무리는 없어요. 지금은 치료 마법으로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고.”

“···그래, 조심해.”


걱정어린 말을 들으며 설진은 자리를 이탈했다.

사라져가는 잔상을 바라보던 시연은 이내 다시금 방패를 들었다.


시연의 개입으로서 왕실의 방어력은 상당히 올라갔다. 거대한 방패로 많게는 세 명에서 네 명까지의 공격을 받아칠 수 있고, 거기에 더해 대검으로 적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 만한 공격까지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제한적인 공간이긴 하지만 그 덕에 적의 접근이 줄어들고 있었다. 시연이 서 있는 공간 하나만큼은 적이 좀처럼 오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한 구역을 절대적으로 사수할 수 있다는 건 수성이 유리해짐을 뜻한다. 화륵-. 왕실 마법사가 쏘아낸 마법이 적 보병 열에게 적중했다. 허겁지겁 불을 끄려는 사이 시연 측 군사가 우수수 돌진했다.


촤락-!


다시금 피가 튀고, 흩날리고, 종래에는 흐드러졌다.

꽃잎이 땅에 낙화해 저물어가듯 전장 속 사람들의 생명이 저물어갔다.


화륵-!


짓쳐오는 마법을 방패로 막아낸 시연이 앞을 바라보았다. 본래라면 마법을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두세 번 정도는 연쇄적으로 들어왔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한 번. 단 한 번이 끝이었다. 날아오는 화염구를 막아낸 다음에는, 딱히 공격이라 할 만큼의 연계가 이어지지 않았다.


‘설진아···.’


설진의 말을 떠올렸다.

마법사들을 견제하겠다는 그의 말.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한 듯싶었다. 적이 다급해지면 다급해질수록, 수성은 점차 승기를 잡는 방향으로 착실히 나아가고 있었다.


“흥. 이제 슬슬 전력을 내야겠군.”


그러나.

그 나아감이 멎은 것은, 채 얼마 되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이젠 놀아주는 것도 지겹다. 빠르게 끝내자고.”


오른.

설진에게 상처 입은 적의 수장이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화르르르-!


겉모습으로만 봐도 범상치 않을 정도의 기운이 오른의 손에 응집됐다.

어디까지 마력을 긁어 쓴 건지.

겉으로는 당당한 모습을 내세웠지만, 지금 속으로는 있는 마력 없는 마력을 전부 긁어 저 마법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시연은 짐작했다.


“쓸데없는 허세다! 모두 당황하지 마라!”


짐작한 것을 내뱉었다.

크게 소리쳐 분출한 목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그러나 보병들이 시연의 목소리를 듣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이봐, 이게 허세로 보이나?”


이미,

폭격은 시작되고 있었다.


오른의 등 뒤에 펼쳐진 무수한 마법진들이 우후죽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시연의 눈엔 그 마법진 중 형태만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건 온전히 시연의 눈에 한해서였다.


압도적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에 왕실 측 병사들의 몸이 떨렸다. 이미 시작된 폭격은 땅을 팬 것을 시작으로 사람의 목숨까지 위협하기 시작했다.


다급히 설진이 달려와 오른에게 접근하는 것이 보였으나 워낙 놈들 보호하는 정예가 많은 탓에 물러나야 했다.


“누나, 저거!”

“허세야! 놈의 마력은 지금 절반도 채 안 돼!”


그 말을 들은 설진이 다시 공격을 시도했다.

접근이 아니었다.


탄도괄장(呑刀刮腸) - 단검.


단검을 여럿 만들어낸 채 목을 노리고서 던졌다. 팅! 소용없었다. 방패를 들고 있는 적 여섯에게 설진의 단검은 가로막혔다.


다만 단검이 방패를 뚫었다. 완전히 박살 낸 건 아니었지만,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각난 방패는 이윽고 단검 몇 번을 더 맞고서 완전히 부서졌다.


그러나 적의 방패를 부수는 동안 왕실은 병사들이 죽어 나갔다. 오른이 쏘아내는 무차별적인 마법이 숨을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서 목숨을 조였다.


‘범위 넓은 보호 스킬이···!’


시연은 남은 마력을 계산했다.

지금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

넓은 범위를 가진 방어형 스킬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워낙 전투가 길어진 탓에 마력이 바닥을 드러낸 참이었다.

스킬은 있으나 마력이 부족해 사용할 수 없었다.


입술을 짓씹었다.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무력하게 오른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뿐.


방패를 들었다. 적어도 지킬 수 있는 것만이라도 지켜내야 했다.


“역산(逆算).”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돌연 오른의 마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세상을 삼킬 겁화처럼 활활 타오르던 불이었지만,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마법이 사라졌다.


마치 흔적 자체를, 마력 자체를 지운 것처럼.


‘이건.’


시연이 알기로 이러한 짓을 벌일 수 있는 자는 한 명 뿐.


“모두 몸을 피해라.”


마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소리가 울리고 울렸다. 병사들에게 전달된 왕녀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퍼져나갔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맡겠다.”


저벅, 저벅.


오른의 앞까지 걸으며, 플라임이 입을 열었다.

결연함과 비애(悲哀)의 감정이 마구잡이로 뒤섞인 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2 62화 22.01.23 714 9 11쪽
61 61화 22.01.22 673 9 11쪽
60 60화 22.01.21 701 9 11쪽
59 59화 22.01.20 682 9 11쪽
58 58화 22.01.19 702 9 12쪽
57 57화 22.01.17 699 11 12쪽
56 56화 22.01.15 713 10 11쪽
55 55화 22.01.14 718 11 12쪽
54 54화 22.01.13 713 10 11쪽
53 53화 22.01.10 739 11 12쪽
52 52화 22.01.09 777 11 12쪽
51 51화 22.01.08 800 11 13쪽
50 50화 22.01.07 832 10 12쪽
49 49화 22.01.06 777 12 11쪽
48 48화 22.01.03 841 12 11쪽
47 47화 22.01.02 807 11 11쪽
46 46화 22.01.01 834 11 11쪽
45 45화 21.12.31 849 11 11쪽
44 44화 21.12.30 897 12 12쪽
43 43화 21.12.27 921 13 11쪽
42 42화 21.12.26 892 13 12쪽
» 41화 21.12.25 915 14 12쪽
40 40화 21.12.24 972 13 11쪽
39 39화 21.12.23 947 14 13쪽
38 38화 21.12.20 945 15 12쪽
37 37화 21.12.19 962 15 12쪽
36 36화 21.12.18 1,023 15 12쪽
35 35화 21.12.17 1,050 15 11쪽
34 34화 21.12.16 1,027 18 12쪽
33 33화 21.12.13 1,040 1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