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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8,062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2.23 22:36
조회
938
추천
14
글자
13쪽

39화

DUMMY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이게 정말로 잔재주처럼 보이나?”


휙-!


네 번째였다. 오늘 탄도괄장(呑刀刮腸)을 사용한 횟수가.

마력으로 만들어진 정교한 단검이 날을 세우며 오른에게 쇄도했다. 팅! 짙은 푸른색의 막에 단검이 튕겨 나갔다.


보호 마법, 쉴드. 아티팩트는 이제 제구실을 하지 못하니, 오른은 마력을 사용해 보호막을 만들었다.


“하!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내 몸에 상처 하나 입힐···.”


쨍그랑-!


확신에 찬 오른의 얼굴이 일그러진 것은 그때였다.

유리가 깨지듯 마력으로 이루어진 파편이 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퍼져나갔다.


“곧 네놈의 멱을 딸 수 있을 것 같다만.”


탄도괄장은 평범한 무기 생성 스킬이 아니었다.

본래 설진이 가지고 있던 마력 단검보다 훨씬 강하고, 유동적인 스킬이었다.


로반델트 가의 비기(祕器), 탄도괄장(呑刀刮腸).

그 위력은 가히 산 하나를 가를 수 있을 정도다. 겨우 인간의 힘으로 만든 보호막 따윈, 가뿐히 찢어버릴 수 있었다.


사방으로 튄 파편이 땅에 닿을 즈음, 파편이 산화되어 사라졌다. 비눗방울이 어느 시간을 기점으로 터지는 것처럼 마력 또한 그 종적을 감추었다.


스릉-.


검을 들어 올렸다. 마력으로 만들어 낸 검이 아닌 진검이었다.


“네, 네놈이 정녕!”

“배신자에게 할 말은 없다.”


목을 겨누며 소리쳤다. 오른은 더 이상 왕국의 공작이 아니었다. 반란을 일으킨 주동자이며 처형해야 마땅한 범죄자일 뿐이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한 번 뒤로 당긴 다리가 탄력을 받아 튕겨 나갔다.


“빨리 끝내지.”


가히 쾌속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설진의 몸이 움직였다.

이윽고 눈 깜짝할 새에 오른의 지척까지 이동한 그가 검을 내질렀다.


우우웅!!


“소용없다고 말했을 텐데!”


목을 노리며 내지른 공격.

다만 오른이 전개한 보호 마법에 막히고 말았다.


마법사가 저렇게 수비적으로 나온다면 암살자의 입장에선 빠르게 끝낼 수 없었다. 마력이 바닥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소모시켜야 했다.


탄도괄장(呑刀刮腸) - 수리검.


손에 감기는 크기의 수리검을 만들었다. 하나가 아닌 다섯. 손가락 수만큼 수리검을 만들어낸 설진이 망설임 없이 던졌다.


우우웅!


전과 똑같았다. 보호 마법이 깨지며 파편이 튀었다.


“꼴에 버티기는.”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망말을 입밖으로 내뱉는가!?”

“범죄자에게 덧없이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꼴에- 안 그런가 오른?”

“하! 교육을 잘못 받아도 한참 잘못 받았군!”


우우웅!


다시 보호 마법이 전개되었다.

다만 이번에는 보호 마법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네놈에게 오늘! 진정한 마법사란 존재가 무엇인지 보여주도록 하마!”


화르르르륵!!


화염구. 그것이 일반적인 화염구가 아닌.

짙은 마력이 잔뜩 스민 염화의 구가 다발로 전개된다.


“가거라!!”


오른이 손을 내뻗었다. 한 번 손을 내밀 때마다 하나씩. 도합 열 개의 마법이 설진의 앞에 펼쳐졌다.


이렇게 된 이상 정면으로 돌진하기란 힘들었다. 마력의 반절을 때려 넣다시피 한 공격이었다. 돌격하다간 적잖은 상처를 입을 터.


‘이곳이 적진이라는 사실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적진이었다.

아직이야 지원군이 오지 않았지만, 아예 오지 않으리라곤 생각하기 어렵다.

머지않아 지원군이 도착할 터.


오래 끌 수는 없었다. 다만 장기전으로 가지 않는다면 오른을 죽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은 포기해야겠군. 하지만 그래도···.’


화악!


날아오는 염화의 구를, 고개를 비틀어 피했다.

오른쪽으로 비튼 고개 너머 화염구가 짓쳐나갔다. 퍼어엉!! 마치 폭탄이 터지듯 화염구에 직격한 나무가 굉음과 함께 터졌다.


화아악!


다음으로는 세 개가 동시에 날아왔다. 설진은 13층에서 로이다스와 싸웠을 때, 그때 당시 로이다스가 했던 행동을 떠올렸다.


피할 수 있는 건 피하고, 미처 피하지 못하는 건 막고.


옳은 답이었다. 마법사와의 전투에서 무리하게 마법을 피하려다간 체력이 빠르게 갈려 나간다. 허용할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맞으며 나아가야 했다.


“꽤 무리하는군그래.”

“쥐새끼를 잡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쯤은 감수해야 하지 않겠나?”

“쥐새끼라··· 재밌는 말을 하는군, 오른.”


화염구를 받아칠 준비를 했다.

꼴깍-. 침을 삼켰다.


“네놈은 쥐새끼를 잡기 위해 마력의 반절 이상을 펑펑 쓰나? 르파네르는 생각보다 무식한 족속이었나 본데.”


복부를 노리고 날아오는 화염구 하나를 검으로 흘렸다. 마력을 담은 검이었기에 맞부딪힌 화염구가 튕겨 나갔다.

남은 건 두 개. 왼쪽과 오른쪽에서 동시에 짓쳐왔다. 좌우(左右) 중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하나는 피할 수 있지만 나머지 하나를 피하기란 어려웠다.


그렇다고 높게 뛸 수도 없었다. 좌우에서 몰려드는 화염구를 피한다 한들 아직 여섯 개의 공격이 남아 있었다. 공중에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면, 공중으로 회피 태세를 취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였다.


‘일단 오른쪽으로.’


설진은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왼쪽에서 다가오는 화염구 하나가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하나는 피했지만 아직 안심하기란 요원했다. 눈을 크게 떠 정면을 바라보았다. 오른쪽으로 다가오는 화염구 하나가 새겨들어왔다. 이건 피하기 힘들었다. 흘리거나 적어도 대미지를 최소화해야 했다.


‘왼팔에 마력을···.’


왼팔에 마력을 둘렀다. 우웅! 팔이 푸른색의 빛을 띠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만든 마법을 정면에서 받을 수 있는 건 같은 마력뿐이었다.


팅!


“···큭.”


흡사 강철과 강철이 맞부딪히듯 무언가 튕겨나가는 소리가 울렸다. 화염구를 튕겨낸 설진이 짧게 침음을 흘렸다.


치이익-!


팔이 타들어갔다. 싸움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앞으로 왼팔을 사용하는 건 자중해야 할지도 몰랐다.


왼팔에 두른 마력을 풀었다. 으득!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흐릿해진 시야가 급속도로 복구되며 눈이 뜨였다. 아직 여섯 개가 남아 있었다.


이번엔 네 개가 동시에 쇄도했다. 좌우의 개념이 아닌 상하좌우의 개념이었다. 피할 틈 하나 주지 않고 다가오는 화염구의 모습이 보였다.


“자! 어디 이것도 피할 수 있나 보자꾸나!”


다행인 건 화염구를 만들어낸 오른에게서 추가적인 움직임은 없다는 것. 화염구를 쏘는 것이 아닌 조작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 설진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괜찮아. 이제 여섯 개야.’


네 개. 화르륵! 화르륵-! 동시다발적으로 울리는 소리.

장작이 타들어가 숯덩이로 변하듯 타닥거린 불이 거세게 타올랐다.


닿는 것만으로도 그을릴 것 같았다.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마력을··· 써야겠군.’


탄도괄장(呑刀刮腸) - 장검.


단검이나 수리검같이 작은 검이 아닌, 이 미터에 다다르는 기다란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본래 쓰고 있던 검을 위로 던졌다. 비게 된 두 손으로 장검을 잡았다.


“큭?”


압도적인 무게. 손에 쥐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정도였다. 본래는 이렇게 무거운 검이 아닐 텐데, 워낙 마력을 투자하자 보니 그 무게가 무거워졌다.


손에 힘을 줬다. 무거웠지만 잡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 들고 휘두르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탁 트인 시야 사이 장검이 끼어들었다.

화염구는 아직 공중에 체류하고 있었다.


“루반델트는 참, 숨기고 있는 게 많나 보구만.”

“알, 거 없다.”


체류하고 있던 화염구가 날아들었다. 상하좌우. 피할 틈 하나 주지 않고 달려드는 화염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그을려질 것 같았다.


장검을 들어 올렸다. 눈에 마력까지 투자해가며 화염구의 움직임을 잃었다.


이윽고 다수의 화염구가 망설임 없이 이쪽을 향해 이빨을 들어내는 순간-.


티이이이잉!!


-가히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휘두른 설진의 장검에, 전부 튕겨 나갔다.


텁-.


“이제 두 개 남았군.”


공중에 던진 장검이 타이밍 좋게 떨어졌다. 유연한 움직임으로 검의 손잡이를 낚아챈 설진이 검을 한 번 털었다.


왼팔이 그을리기는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마력을 소비하기는 했지만.

아직 싸울 수 있었다. 오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이, 이익!”


총합 여덟 개의 화염구가 의미있는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은 오른의 이마가 붉게 달아올랐다.

고함이 쏟아져 나왔다. 남은 화염구 두 개를 한꺼번에 쏘아냈다.


설진은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이제 화염구는 더 이상 그를 막을 수 없었다.


팅!


마력이 스민 검신이 횡으로 내리쳤다. 화염구가 갈라지며 주위로 뻗어나갔다.


휘익-.


고개를 밑으로 숙여 얼굴을 노리고 날아오는 화염구를 피했다.


남은 화염구는, 이제 존재치 않았다.

설진의 걸음이 날렵해졌다. 날렵하면서도 절조 있는 움직임. 마치 축지법을 쓰듯 땅을 밟고서 이동한 설진의 앞에 오른의 얼굴이 보였다.


“이제.”


검에 마력을 쏟아부었다.

전부는 아니었다. 여기서 전부를 쓴다면 도주하기 힘들었다.

다만 몸에 칭칭 두른 보호 마법을 파훼하고 그 신체에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을 정도의 마력은 되어서, 입가에 비릿한 웃음이 퍼져나갔다.


“하나도 남아 있지 않군.”

“자, 잠깐.”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가히 암살자에 어울려 머지않은 표정으로, 검을 위로 들어 올렸다.


촤아아악!!


마력을 두른 검을 꽉 잡아 곧이곧대로 내리그었다.


“커어, 커어억!!”


보호막을 관통하고서 들어간 공격.

오른쪽 가슴팍에서 왼쪽 허리까지. 대각선으로 그어진 검상이 오른의 몸에 새겨졌다. 몸은 물론이거니와 입에서마저 피가 흘렀다.


줄기차게 흐르는 피가 낙하했다. 땅속으로 꺼진 피가 숲에 깔린 풀에 묻었다.


“오른 님!!”

“오른 공작님! 괜찮으십니까!!!”


다시 검을 휘둘러 일격을 가하려고 할 때, 오른의 사병이 보이기 시작했다.

미친듯이 발을 놀리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쯧.”


혀를 찬 설진은 빠져나갈 준비를 했다. 지금 몸 상태는 빈말이라도 좋지 않았다. 사병과 싸워 이길 확률은 거의 없었다.


대신 적당히 상대해 주고 빠져나갈 정도는 되어서, 설진은 남은 마력을 사용해 검에 깃들게끔 했다.


“여기다.”


그 말과 함께 사병들에게 검을 내질렀다. 팅! 올려 쳐 막은 사병의 검과 내리친 설진이 검이 투박한 소리를 내었다.


“다음은 여기다.”


그 말을 함과 동시에 사병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다시 검을 들어 다음 공격에 대비하려 할 즈음.


“어?”


설진은 이미 전선을 이탈한 뒤였다.

얼빠진 소리가 사병의 입을 타고 흘러나왔다.


* * *


“상황은 어떻지?”

“아, 루이 로반델트 님이시로군요.”


몇 분 뒤. 빠르게 아군 진영으로 합류한 설진이 물었다.

지휘관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닌 모양.


“솔직히,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닙니다. 마법사들의 공격이 상당히 거세요. 어린놈들이 어디 훈련이라도 받은 건지···.”

“저런 미친 공작의 아래에 있으면, 있던 겁도 사라지겠지.”

“···어쨌든 마법사들의 공격에 밀리고 있습니다. 지원군을 기다리며 최대한 버티고 있긴 한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설진은 그을린 왼팔을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뭐, 지금부터는 좀 괜찮아질 거다. 기껏해야 숨 한 돌리면 끝날 틈이겠지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르헨 지휘관님! 급보입니다!”


대화 도중, 병사 하나가 다가와 긴박하게 말했다.

아르헨이라 불린 사내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지금 상황에서 좋은 소식을 기대하기란 요원했다. 그는 입술을 짓씹으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공작이 물러났습니다! 완전히 물러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퇴각했습니다! 앞으로 두 시간 정도는 공격받지 않으리라 예상됩니다!”

“뭐라고?”


아르헨의 머리가 급속도로 돌아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아!”


그러다 방금 대화가 떠올랐는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설진이 있던 자리였다.


“루이 로반델트 님! 방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오른의 몸에 상처를 입히고 돌아오는 길이다.”

“···!”


다만 설진은 그 자리에 없었다.

임시로 세운 막사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설진이 입을 열었다.


“병사가 말한 대로, 두 시간은 벌었다.”


화르-.


아르헨의 눈에 설진의 왼팔이 들어왔다.

그을린 흔적.

그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한 그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부디 쾌유하시기를.”


고개를 푹 숙인 아르헨을 뒤로하고, 설진은 막사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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