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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10,007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2.24 21:45
조회
972
추천
13
글자
11쪽

40화

DUMMY

‘설진아···.’


구호소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실력이 실력인 만큼 죽을 정도의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꽤 거슬릴 만큼의 상처가 생긴 모양.


그 소식을 들은 시연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듣기로는 왼팔이 그을려졌다고 했는데, 혹여 그 이상으로 다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


얼굴이 잠시 복잡하게 물들어갔다.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었다. 어엿한 현실이었다.

긁히면 따갑다. 넘어지면 아프다.

칼에 베이면 피가 흘러나오고 창에 찔리면 몸속 내부 기관이 심각한 상처를 입는다. 고통 또한 마찬가지로 고스란히 느낄 것이다.


무언가에 맞고, 찔리고, 베여서 생긴 아픔보다 더 적나라한 고통은 없다.

원초적인 고통. 그것은 사람의 본능 중 하나인 두려움을 유발한다.


그래서인지 시연은 지금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 세계에 온 이후로, 둘은 부상이라 할 만큼의 상처가 난 적이 없었기에.

고작해야 얕게 긁힌 것 정도가 전부였기에.


‘팔을 그을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죽음은 소사(燒死)라고 하던가.

불에 의해 살이 타들어 가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그리 알고 있었다.


신체. 그중에서도 일부분이었지만 그때 설진이 느껴야 했던 고통을 생각해 보니 마음이 텁텁했다.

그와 동시에 자각이 생겼다. 조금이나마 이 세계를 게임이 아닌 현실이라 받아들이는 눈이 생긴 것 같았다.

그것은 로이다스가 죽었을 때부터 발아한 자그마한 감정이었고, 설진이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서 완전히 개화한 그녀만의 생각이자 마음이었다.


‘지금 이 생각은 관두자. 결과적으로는 좋은 성과가 되었는데, 이 기회를 흐지부지 넘길 순 없어.’


무언가 결심한 듯 몸을 일으켰다.

현재 시연이 기거 중인 곳은 비교적 후방에 위치한 지휘관 막사.

그곳에서 소식을 들으며 상황을 조율하고 있었다.


설진에 관한 소식도 방금 들었다. 오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는 것에 성공, 그에 위기감을 느낀 적들이 잠시 몸을 물렸다고.


‘우리측에선 암살자가 하나뿐이지만, 저쪽이 다른 암살자의 가능성을 경계해준다면 엄청나게 이득이야.’


퇴각의 이유는 아마 다른 습격을 경계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설진이 그렇게 강한 인상을 넘겼으니 경계심은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을 테니 터.

물론, 설진을 제외한 다른 암살자는 이곳에 없지만 말이다.


‘일단 화력을 다시 보충해야 해. 지금부터 시간을 들여서 왕실 마법사들의 마력을 다시 회복시키고··· 아, 불. 처음부터 낸 불은 어떻게 됐지?’


오른이 사용한 화공.

숲을 동시다발적으로 태우며 들어왔던 장면이 떠오른 시연이 의문을 가졌다.

기실 아까부터 타닥거리던 소리가 멎기 시작했었다. 한번 타오르기 시작한 불은 태울 것이 사라질 때까지 계속 업화를 방출할 터인데.


“이봐. 밖에 누구 있나.”

“예, 부르셨습니까?”

“아까부터 숲에 붙은 불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앞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병사를 불러줄 수 있겠나. 보고받아야 할 것이 있어서.”

“알겠습니···.”

“릴리에 님! 급보입니다!!”


고개를 숙이려던 병사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찌나 급한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 지경이다.


“숲을 좀먹던 불이··· 전부 사라졌다고 합니다!”

“뭐? 그게 전부 사라졌다고?”

“왕실 마법사 메이든 님이 말씀하시기를, 만들어낸 불에 마력적 처리를 가한 것이라고 합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태우는 것을 멈추고 그대로 사라진다고···.”

“···그래, 수고했다. 계속 일 보도록.”

“수고하십시오!”


보고받은 시연의 머리가 팽팽하게 돌아갔다.

불이 멎었더란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불이란다.


“처음에는 우리 쪽 병사들의 패닉을 유발하기 위한 노림수··· 싸움이 극에 다다른 지금, 놈들에게는 진로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기실 시연도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단기전에 한해서는 자연재해를 통한 패닉은 극단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다만, 수성이 아닌 공성에 선 적의 입장으로서는 그리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수성 자체가 수비에 특화된 자리이기에.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은 공성의 입장에서 거슬릴 수밖에 없다.

사방팔방으로 퍼져 있으니 진입로가 한정될 수밖에 없으니.


‘애초부터 불을 공격 수단으로 사용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활용하고 거슬리기 시작하면 버릴 작정으로 사용한 것이었나.’


숲을 불태운 것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

주력은 오백이 넘는 마법사들의 압도적인 화력이었을 것이다.


의문 하나가 풀린 것을 확인한 시연이 턱에 손을 짚었다.

설진의 활약으로 오른이 몸을 물린 것 자체는 희소식이나, 그건 정말로 숨 한 번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을 번 것이기 때문.

왕실 마법사들의 마력이 다시 회복되고 병사들의 체력이 다시 쌩쌩하게 돌아오는 그런 이상적인 상황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두 시간. 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전투가 시작될 거야. 아직 지원군이 오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고···.’


지금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 보았다.

지원군이 오기엔 이르다. 지원군을 보내기 위해 준비 중인 다른 지역에서도 오른의 병력이 분할되었거니와 마법사의 존재가 까탈스러운 까닭이다.


후방에서 불 마법만 펑펑 날려도 진로를 확실히 끊을 수 있으니.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지원을 지연시킬 수 있으니.


‘그렇다고 다시 정면 싸움을 하자니 마법사의 화력에서 밀릴 것 같고···.’


방금의 전투를 통해 알았다.

왕실 마법사들과 오른 측 마법사들의 수준 차이는 명백하지만,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기적을 행사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그 수가 압도적으로 밀려 화력에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플라임 같은 고위급 마법사가 아니고서야 개인의 화력으로 전세를 뒤집는 것은 가히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리 일인 군단이라 불리는 마법사여도 지금 상황에서 유의미한 변수를 만들긴 힘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지금 치고 있는 진 안을 빠져나가 급습을 가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수성을 하고 있는 입장에선 거점을 둔 방어전의 이점을 포기하는 것과 같았다.

전투에서 유의미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건 결국 하나뿐이었다.


스르륵-.


일으킨 몸에 갑주를 씌웠다. 다리부터 시작해 머리까지. 옅은 청색의 빛이 감도는 플레이트 갑옷이 서서히 색이 바랬다.


설진이 오른에게 위해를 가해 시간을 벌었듯.

자신 또한 전장에 나선다면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설진이 했던 것과 같이 유의미한 변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가자.”


남은 시간 두 시간.

시연이 출격 준비를 마치기에는 차고도 넘치는 시간이었다.


* * *


“병력은?”

“보병과 기마병을 포함해 총 오백, 마법사는 삼백입니다!”

“하, 이것 참.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는 듯 여연이 웃었다.

오른이 보낸 병력만 봐도 무엇을 꾸미는지 알 것 같았다.


“로델이 그렇게 탐이 났나보군.”


듣기로, 오른은 로델 마을에 병력을 집중시켰다고 한다.

숲인 점을 감안해 보병 천오백. 그리고 마법사 오백.


보병 면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으나 마법사가 문제였다. 아무리 교육을 덜 받은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마법사는 마법사. 다수 대 다수가 싸우는 전쟁에서 마법사가 가지는 입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나머지 병력을 모두 시간 벌이로 투자할 생각이나 하고 말이지.”


여인, 플라임이 중얼거렸다.

오른은 로델 마을을 노리고 있었다. 그곳을 거점으로 삼아 식량을 충분히 확보한 뒤 반격을 꾀할 생각인 듯싶었다.


“거리는 꽤 되고. 일정 거리에서 우리가 치고 나가지 못하도록 견제만 하고 있는 건가. 하, 참. 진로 방해에 유리한 마법사를 저리 양성한 것이 이해되는군.”


지금 플라임이 배치된 지역에서 보이는 건 꽤나 거리를 둔 적군들.

보병과 기마병을 살짝 앞세워 견제하고, 마법사들은 대기하고 있었다.


플라임이 지원을 위해 출정을 알리면 앞길에 마법을 사용해 진로를 방해하고, 그대로 몸을 돌려 도망칠 확률이 높았다.

지금 오른에게 있어 중요한 건 병력 보존이었으므로.


“이쪽이 그렇다는 건, 다른 곳도 그러하다는 것인데.”


짐짓 심각한 목소리.

로델을 제외한 다른 마을이나 도시 전부가, 지금 플라임이 보고 있는 광경과 같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멀리서 대기하고 있을 리 없었다.


“이봐, 지휘관.”

“예! 왕녀 전하!”


플라임은 발걸음을 옮겼다. 진로를 막는 것이 적군의 역할이라면, 지금 플라임이 해야 하는 것은 그 진로를 뚫어내는 것.

다른 곳이었다면 몰라도 이곳은 가능할 듯싶었다.


“로델 마을로 병력을 움직이지. 지금 바로 이동한다.”

“예! 하지만··· 지금 멀리서 마법사가···.”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플라임.

그녀는 마법사였다.

그것도 고위의 경지를 이륙한, 플레임 왕국에서 역사상 셋밖에 존재하지 않았던 경지의 마법사. 역사 서적에서만 볼 수 있었던 기적을 행하는 것 정도가 가능했다.


이를테면,


“마법은 전부 내가 처리한다.”


이미 발현된 마법을 전부 역산(逆算)해 무로 되돌린다거나.

딱히 쓸 일이 없었기에 저절로 감추는 형세가 된 그녀의 마법이었다.


“예?”

“듣지 못했나? 진로를 방해하는 마법은 전부 짐이 처리하겠다고.”


플라임은 얼떨떨한 기색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지휘관에게,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가 두 번 말하게 할 생각인가?”

“아, 아닙니다! 지금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재차 반복되는 플라임의 말에 지휘관은 부랴부랴 자리를 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격을 준비해라!’ 와 같은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 것이 들렸다. 출격을 알리는 복소리로 이따금 귓가를 울리고 있었다.


혼자 남게 된 플라임은 손에 낀 반지에 마력을 집어넣었다.

아공간. 5층에서도, 10층에서도 사용했던 그녀의 아티팩트였다.


‘틈틈히 마력을 넣어두어서 그런가, 어느 정도 충전은 됐군. 조금만 더 집약시키면 사용할 수 있겠어.’


아공간 속에서 잠들어 있는 어느 아티팩트 하나를 바라보며.

플라임은 오묘하게 눈을 빛냈다. 그저 무겁기만 하고 무색이었던 처음과는 달리 인챈트라도 된 양 아스라이 빛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플라임 님! 출격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아티팩트과 마력을 점검하고 있자니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잔여 마력, 비상시를 대비해 품속에 숨겨둔 작은 단도까지. 점검을 마친 플라임이 고개를 돌렸다.


“수고했다.”


마법사이니만큼 무거운 갑옷은 필요 없었다. 마력 순환과 소비량을 줄여주는 왕실의 로브를 몸에 두른 채 걸음을 내디뎠다.


“지금 이렇게 준비하는 동안에도, 로델의 병력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을 터이니.”


작은 음성이었다. 하지만 마력을 사용한 탓인지 그 목소리가 유독 크게 울렸다.


“속히 지원하도록 하지.”


이윽고 퍼진 목소리가 마무리될 즈음, 지원군의 출정을 알렸다.

설진과 시연이 공격당한 지 정확하게 세 시간이 흐른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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