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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8,100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2.18 21:35
조회
1,015
추천
15
글자
12쪽

36화

DUMMY

“설진아?”


묘비를 빠져나가려 걸음을 옮기려는데, 돌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현재로서 자신을 루이 로반델트가 아닌 설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들려오는 음성에 고개를 돌린 곳에는 시연이 있었다.


“누나?”

“어우. 맞네. 다행이다. 여기 전이될 때 니가 옆에 없길래 개인 퀘스트인줄 알았어.”

“저도 그 생각했었는데, 그건 아닌가 보네요.”


릴리에 로엘리아.

지금은 시연의 몸이 된 그녀가 눈앞에 보였다.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쉰 시연이 앞으로 다가왔다.

설진은 그녀를 보더니 외려 뒤를 가리켰다. 이곳은 묘지였다.


이곳에 오래 있어 봤자 하등 좋을 건 없을 것 같아서, 설진은 이곳을 뜨자는 사인을 보냈다. 다행히 알아들었는지 시연은 접근을 멈추었다.


저벅, 저벅.


“어디부터 갈 거야? 귀족 신분도 다시 얻었겠다, 바로 왕실로? 아니면 플라임이 있는 곳으로?”

“반란군이 쳐들어오기까지 얼마나 남았죠?”

“어··· 한 일주일? 잠시만···. 어 맞아, 일주일이야.”


시스템 창을 재차 확인한 시연의 말이었다.


“그러면··· 아직 시간이 좀 남긴 했으니까, 상황 좀 보다 가죠. 반란군 습격 장소는 무작위라서 지금 파악해놓는 편이 좋으니까요.”

“그러자.”


반란군이 어느 지역으로, 어느 방향으로 쳐들어올지는 설진도 알 수 없었다.

게임을 할 때마다 달라지는 탓에 확신하기 어려웠다.


대신 지역의 상황을 보고 어디가 가장 크게 습격받을지 정도는 유추할 수 있었는데, 설진은 남은 시간을 활용해 그것을 알아낼 생각이었다.


“겸사겸사 공작의 위치까지 알아두면 좋고요.”

“그러면 빨리 끝나긴 할 텐데.”

“그렇긴 하죠.”


아직 일주일이 남았다. 시간은 충분했다.


더불어 공작의 위치까지 파악할 수 있으면 파악하는 편이 좋았다. 전쟁을 가장 빠르게 끝낼 수 있는 방법은 대개 지휘관을 무력화시키는 것이었으므로.


‘뭐, 그래도··· 그건 못 막겠지만.’


플라임이 가지고 있을 귀보를 생각하며 다시 걸음을 옮겼다.

공작이 심층적으로 파고들 지역은 총 여섯 개. 설진은 일주일 중 닷새를 지역을 살펴보는 데 사용할 생각이었다.


“이동하죠. 위프 게이트로.”

“어? 그래.”


위프 게이트는 묘비 근처에 있었다. 느껴지는 마력을 따라 둘은 이동했다.



우우웅!


“으으. 이건 아무리 타도 적응이 안 되네.”

“저도요···.”


땅이 찌르르 울린 듯한 소음과 함께 둘은 위프 게이트에서 넘어왔다.

우웁. 구역질을 한 시연의 입이 벌어졌다.


“으앗. 토하면 안 돼요.”

“안, 했어. 안 했다고!”


탁탁.


등을 두들겨 진정시킨 시연을 데리고 설진은 위프 게이트에서 빠져나왔다. 게이트를 관리하고 있던 왕실 마법사들이 고개를 숙이며 길을 비켜주었다.


나무에 가린 햇빛을 받으며 천천히 걸었다.


‘여기가···.’


첫 번째 지역, 로델.

숲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지만, 동식물이 풍부해 자급자족을 넘어 남은 자원을 타 지역에 팔아 수익을 내고 있는 지역이었다.


방목이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어 어떻게 보면 군사적 요충지라고도 볼 수 있었다. 식량 부족 현상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식량창고 같은 곳이었으니까.


또한 병사들에게 고기를 먹인다는 건 사기의 증가를 의미하니, 이곳을 뺏긴다는 건 기세와 사기 싸움에서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물론, 반란군의 입장에서겠지만.’


그것이 반란군의 입장일 것이다.

왕녀 플라임이 위프 게이트를 통한 자본력 싸움을 지속적으로 걸었으니, 공작의 재력은 점차 바닥을 보일 것이다.


돈이 없으면 식량도 살 수 없는 법이었다. 여섯 개의 요충지 중 설진이 이곳을 첫 번째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지금 공작에게 절실히 부족한 것이 돈이었고, 돈이 없으면 식량을 구하지 못할 것이었으니까.


그리하여 차라리 식량 자체를 수급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 않나 싶어 먼저 방문했다.


‘왕실 입장에선 상관없을 텐데.’


당연하지만, 식량 부족 현상 해결을 위한 로델 점거는 반란군에게만 해당한다.

나라와 나라끼리 맞붙는 것이 아니었다. 내분이었다. 그것도 왕족 대 왕족의 싸움도 아니고, 왕실 대 공작의 싸움.


왕실 입장에서 이곳을 뺏긴다면 볼 수 있는 손해는 적의 사기 증가. 다시 말하자면 그것 하나뿐이었다. 왕실은 적어도 식량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는 않았다.


식량에서조차 격차가 벌어질 정도로 보유 자원 여부는 컸지만, 공작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들을 내세웠다. 우세하면 우세했지, 화력만큼은 결코 왕실에게 밀리지 않았다.


‘왕실의 마법사보다 끌어모은 마법사 아이들이 훨씬 많으니까. 화력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압도적인 수.


그리고 그것이,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왕실 마법사보다 아이들이 더 큰 화력을 뿜어낼 수 있는 이유였다.


“읏차-. 슬슬 좀 움직여 볼까.”

“그럴까요? 한··· 두 시간 정도 조사하고, 다시 만나요.”

“어디에서 만날까? 그냥 여기서 다시 만나는 걸로?”

“네, 여기가 낫겠네요. 위치 기억할 수 있죠?”

“야, 그건 내가 너한테 해야 하는 말 아니냐.”


둘은 각자 구역을 나눈 채 조사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일주일이라는 시간. 원래라면 로델 마을에 아무런 전조나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이 정상이었지만,


‘지형 파악을 위해 마력을 흩뿌려 놓으니까.’


공작은 전쟁에서 지형을 통한 이점을 가져오기 위해 마력을 흩뿌려 놓는다. 반란을 꾀했어도 공작은 공작인지라, 전장 지휘에는 능한 편이었다.


지형 파악. 그리고 그건 전쟁에 있어 기본이 되는 요소였다. 지형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선공을 펼칠 수도, 기습을 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절벽 밑을 걷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절벽 위에서 화공을 펼쳐 이점을 잡듯이 지형이 전쟁에 기여하는 바는 컸다.


“어? 당신은 누구···?”

“루이 로반델트다. 잠시 조사하고 싶은 것이 있어 이곳에 왔다만··· 그리 큰 것은 아니니 신경 쓸 필욘 없다. 자리를 비켜줄 수 있겠는가.”


귀족이라면 가지고 있는 패.

그중에서도 후작을 의미하는 금색 패를 내밀고서 설진은 길을 걸었다.


이곳 사람들도 금색 패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어 보였다. 패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며 길을 터기 시작했다.


‘슬슬 마력을···.’


설진이 맡은 구역은 동쪽과 서쪽 중에서 서쪽. 서쪽 구역을 조사하는 것이었다. 대강 중심에 들어왔다고 생각한 그는 서서히 마력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화악-.


공작이 흩뿌려 놓은 마력은 매우 희미했다. 하여 평범한 마법사라면 아무 이상도 느끼지 못할 터였지만, 설진은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루이 로반델트는 달랐다. 그는 명가의 자식이자 암살자였다. 마력을 읽어 사람을 찾는 데 탁월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그에게 공작이 펼친 수작은 통하지 않았다.


‘아직 느껴지는 건 없는데.’


마력을 흩뿌렸음에도 딱히 잡히는 건 없었다.


‘뭐, 처음부터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아직 남은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여섯 개 중 하나였다. 처음부터 발견할 수 있는 확률을 적었다.


조금 더 걸어 맡은 서쪽 구역의 마지막까지 살펴보았다. 두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마을 반쪽을 다 둘러볼 수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애당초 로델 마을은 규모가 작은 편에 속했다.


마을을 전부 둘러보는 데 필요한 시간은 네 시간. 시연과 절반씩 맡았으니 필요한 건 두 시간이었다. 슬슬 시간이 다 된 것을 확인한 설진은 만나기로 한 장소로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직 안 왔네?’


두 시간이 되기까지에는 아직 시간이 좀 남아 있었다.

근처 바위에 걸터앉았다. 조금 쉬고 있을 생각이었다.


설진은 루이의 몸으로 마력을 내뿜어 보았다. 아까 흩뿌린 것보다 조금 더 짙은 농도의 마력이었다.

마력이 하나로 뭉쳐지는가 싶더니, 이내 기다란 장검으로 변했다. 로반델트 가의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는 가문의 비기였다.


‘무기를 잃은 암살자가 할 수 있는 건 적으니, 그에 대한 대비책으로 만든 건가. 확실히 마력으로 무기를 만든다는 건 비기라 한 만해.’


로반델트 가의 사람의 상태창에만 나타나고, 발현되고, 사용할 수 있는.

탄도괄장(呑刀刮腸).


본래는 잘못된 마음을 없애고 새 사람이 된다는 속뜻의 사자성어였지만, 로반델트 가의 사람들은 탄도괄장을 새 사람이 되어 악한 것을 벤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의미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어차피 내 몸으로 써먹지도 못할 테고.’


검신을 줄여 단검을, 다시 늘려 장검으로 만들어본 설진의 손이 계속해 움직였다.

탄도괄장은 루이의 스킬 중 하나였지만 설진에게 있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루이의 몸에 빙의했을 때에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사용처와 조건이 제한적인 스킬.

아무리 그 위력이 위협적이라도,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래도 위력은 꽤 강력하니까 공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긴 할 텐데. 아, 일부로 검을 놓친 척하고 방심을 유도해서···.’


그래도 이번 15층에 한해서.

원거리 공격이 요구될지도 모르는 이번 층에 한해서 탄도괄장을 사용할 수 있는 건 희소식이었다. 설진의 마력 단검처럼 검을 만들어 던질 수 있으니.


몇 분 정도 사용처에 대해 고민하던 도중, 돌연 이쪽으로 향하는 기척이 느껴져 절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곳에는 시연이 있었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설진과는 달리 꽤 위풍당당한 느낌의 걸음이었다.


“설진아!”

“네?”


그녀는 해맑은 표정을 하고선 당당하게 걸어왔다. 그 모습이 마치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처럼 느껴졌다면, 아마 설진의 기분 탓이리라.


아무튼 동쪽 구역을 맡은 시연은 설진의 곁으로 다가오더니만, 별안간 팔짱을 끼고선 그를 이끌었다.


“무, 무슨 짓이에요?”


잠시 당황했다.

손바닥만으로도 버거웠는데, 느닷없이 팔짱이라니.

루이 로반델트의 의지와 성격이 반영되어 다행이었지, 만약 진짜 설진이었다면 꽤나 당황스러운 상황이 되었을 것 같았다.


“일로 와봐! 나, 처음부터 찾은 거 같아!”


그런 설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팔짱은 계속 유지된 채 둘의 몸은 점차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여기. 여기 한번 볼래?”


동쪽의 끝자락. 마을을 지키는 방어선으로 보이는 울타리를 가리켰다.

설진은 시연의 손가락을 따라간 곳으로 마력을 흘려보냈다. 마력이 워낙 옅어서 그런지 하마터면 공기 중에 떠도는 마력으로 착각할 뻔했다.


“···진짜로 있네요.”

“내가 거짓말할 것 같아?”


옅지만 확실히 잡혔다. 타인의 마력이.

옅은 것만이 아니었다. 지형 곳곳에 퍼진 미량의 마력을 느끼며 설진은 몸을 돌렸다.


“어? 이거 안 부수게?”

“일단 여기는 부술 필요 없어요. 정확히 말하면, 안 부수는 편이 나아요.”


시연이 의문 섞인 얼굴로 물어오려는 찰나,


“다른 곳.”


설진의 입이 먼저 열렸다.


“적어도 여섯 개 중 세 개는 있을 거예요.”

“어? 공작의 마력이?”

“네, 여길 남겨두고 나머지는 전부 부술 거에요.”


그 말이 끝나자 시연의 표정이 변했다.

그제야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했다는 얼굴을 보였다.


설진은 묘책을 제시하는 책사처럼, 무감정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쪽으로 유인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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