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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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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4,721

작성
22.01.08 22:02
조회
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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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3쪽

51화

DUMMY

“괜찮으니 고개를 들어라. 난 신경 쓸 필요 없으니, 각자 할 일을 하도록.”


플라임의 말에 병사들이 고개를 들었다.

숙였던 고개를 올려 시선을 돌린 뒤 제자리를 찾아갔다.


하루가 지나 플라임을 포함한 셋은 콜로세움의 입구에 도착했다.

오늘이 개막식인지라 여러모로 바쁜 듯했다. 상자를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병사와 상사로 보이는 인물이 콜로세움의 개막을 조율하고 있었다.


셋은 그들을 가로지르며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다. 원래 외부인은 출입금지인 곳인데, 참가자도 아니고 하니 그리 큰 상관은 없겠지. 애초 외부인이라 하기에도 애매하고.”

“신경 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왕녀 전하.”

“그리 말하지 않아도 된다. 로이다스를 처형하기까지에는 그대들의 공이 컸으니. 몸을 일으키게 시연 경.”


플라임의 손짓에 시연이 반응했다.

살짝 숙인 허리를 펴고 시선을 곧추세웠다.


그러자 보인 것은 콜로세움의 내부.

확실히 외부인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탓인지 내부 인테리어는 화려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인테리어가 아닌 실용적인 부분에 더 집중한 느낌이었다.


선반이 줄지어 있고, 가장 왼쪽 선반에는 직원들을 위한 간식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 옆 선반에는 이름난 영약부터 다양한 성능의 장비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번 콜로세움 참가자들에게 증정할 상품인 듯싶었다.


장비를 살펴보던 설진의 시선이 서서히 옆으로 기울더니, 이윽고 어느 한 곳에 안착했다. 검과 갑옷 같은 장비가 아닌 옥빛의 구슬이 놓인 곳이었다.


“모험가라 그런가, 역시 눈썰미가 좋군.”

“아티팩트인 건가요?”

“그래, 이번 콜로세움의 우승자에게 수여될 상품이지.”


플라임의 걸음걸이가 그곳으로 향했다.

옥빛의 구슬을 한 손으로 잡더니만 이내 눈 부근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얼마 가지 않아 구슬이 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흡수되듯 희미하게 스러져가는 것이 꼭 눈으로 들어간 듯 보였다.


“···!?”


그 충격적인 광경에 시연이 숨을 삼켰다.

그러나 플라임은 괜찮다는 듯한 손짓을 하며 그녀를 안심시킬 뿐이었다.


“놀랄 것 없다. 마안(魔眼)이다.”

“마안?”

“아, 그대들에게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겠군. 하기야, 수인들이나 엘프들같이 아인들에게 종종 발현되는 능력이니.”


그리 말하여 벽면을 보고 손짓한다.

우웅-. 방출된 마력이 요사스럽게 발버둥쳤다. 극에 다다른 마력 제어 능력으로 기운을 완벽하게 잡아낸 플라임의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번쩍-!


벽면이 옥빛 색깔로 물들었다.


“본래는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이자 안구(眼球)지만, 신기하게도 아티팩트의 형식으로 계승된 것이 몇 있더군. 이건 그 중 하나다.”

“그럼 이 마안의 능력은?”

“빛이지. 특히나 어두운 곳에서 사용하면 시야 확보가 쉬워질 뿐만 아니라 적을 감지하는 능력까지 있더군. 우승자에게 어울리는 상품이라 생각했지.”


옅은 초록빛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이내 완연히 그 빛을 잃었다.

그와 동시에 타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 싶어 고개를 돌린 설진의 시야에 마안을 꺼내고 있는 플라임의 모습이 들어왔다.


구슬의 형태로 된 옥빛 마안을 다시 꺼내어 원래 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아티팩트는 계승되나 예속되지 않는다. 누구나 일정 이상의 마력만 있다면 사용할 수 있고 이용할 수 있다. 그것이 아티팩트의 특정이었다.


“미리 공개하면 흥이 식긴 하겠지만, 뭐··· 이번 우승 상품의 정보를 먼저 알고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좋은 가십거리니.”


눈을 슥슥 문지른 플라임이 말을 이었다.


“그보다 이제 슬슬 시작하겠군. 따라와라. 꽤나 뜬금없는 동행 제안이었을 텐데, 수락해준 것에 감사하며 최고의 자리로 안내하지.”

“그렇게 말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희가 보고 싶어서 간 것이니.”

“시연 경은 참으로 한결같군. 그런 성정의 인간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나 짐이 한 가지 충고하자면, 계속 그런 삶을 살다가는 평생 노처녀로···.”


말하다 말았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싶어 눈을 치켜뜨니 시연의 동공이 번쩍이고 있었다.


“-살 수도 있다는 의미지, 꼭 그런 건 아니다.”


이윽고 바뀐 것 같은 끝말이 마지막을 장식했다.

시연은 피식 웃으며 앞서나간 플라임을 따라 걸었다.


“친한 친구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능동적으로 살라고요. 무기력한 삶을 보내지 말라고, 이 이상 밑으로 내려가지 말라고요.”

“좋은 말이군.”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최소한의 예는 차려야겠다 싶어 입을 무겁게 여긴 것인데, 혹여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지요.”

“아니, 정정하지. 짐이 실언했군.”


그리 말하며 나란히 걷는다.

설진은 그들 옆에 붙을지 생각하다 결국 조금 뒤에 선 채 걸었다.


저벅 저벅-. 와아아아아!


울리는 걸음 소리가 함성으로 바뀌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방을 나서고 조금 걷자 거대한 콜로세움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외양과 내부는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베낀 듯한 모습.

원형으로 둘러싼 경기장과 그보다 조금 높게 포진해 있는 관람석이 보였다.

개중 관람석에 앉은 사람들이 함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그 숫자가 얼마나 많았는지 거리가 있음에도 귀청이 떨어질 지경이었다.

밍밍해진 귀가 한 번에 뻥 뚫린 건 아닌가 싶었다. 설진은 손을 올려 귀를 막으려다, 제지하는 듯한 왕녀의 손짓에 손을 멈추었다.


“이것도 어찌 보면 하나의 문화이자 즐거움이 아닌가. 정 어쩔 수 없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나로서는 귀를 열고 있는 것을 권하고 싶군.”

“···그래도, 조금 시끄러워서요.”

“그렇다면 맨 앞자리 좌석으로 가자꾸나. 그곳은 마치 독립된 방 같아서, 경기를 곧이곧대로 직관할 수 있음과 동시에 방음 마법이 구비되어 있다. 오로지 콜로세움의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지.”


플라임의 말대로였다.

날 것 그대로 만들어진 관람석 주변에는 특이하게 보이는 좌석 몇 개가 존재했다. 아니, 좌석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독립된 방 같았다.

다만 다른 점이라곤 벽이 유리로 이루어져 있을 뿐.

그 유리로 된 방 안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존재했다.


누가 이길 것인지 일정 액수 이하의 돈을 거는 것부터 시작해, 실시간으로 녹화되고 있는 경기 영상을 볼 수 있는 마도구에 식욕을 돋우는 음식들까지.

호텔로 따지자면 스위트룸 정도가 될 것 같았다.


“저기, 저쪽 방으로 이동하지. 원래 혼자서 직관하려고 했었는데, 의도치 않게 그대들을 만나서 말이야.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좋은 만남이라 생각한다.”


그런 말을 들으며 방 안으로 입장했다.


“어, 이건?”

“당연하지만 설계가 다 되어 있지. 밖에서는 안을 보지 못하지만, 안에서는 밖을 볼 수 있는, 그런 설계 말이다. 예산이 꽤 들었지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더군.”


지구의 타공필름처럼.

그 정도의 기술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설진은 흥미가 간다는 듯한 표정으로 유리를 몇 번 두드리다 자리에 앉았다.


안에서 본 밖은 아직 경기 준비에 한창인 듯 보였다.


“으음··· 경기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남은 것 같으니. 이야기를 하나 풀어볼까 하는데.”


그 사실을 인지한 플라임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나란히 앉은 설진과 시연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녀에게로 향했다.


이윽고 셈을 세듯 눈을 굴리던 플라임이 입을 열었다.


“음, 그럼 듣겠다는 것으로 알고.”


입가에 자그마한 웃음을 틔워낸 채로, 검지를 움직인다.


“저것들을 한 번 봐라.”


가리킨 것은 이쪽과 같은 방. 말하자면 스위트룸이었다.


“이 방이 총 몇 개로 보이나?”

“동서남북을 기준으로 여덟 개요? 각 방향에 두 개씩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이 방을 제외한 다른 관람석은 총 몇 석일 것 같나.”


스위트룸의 개수를 물었던 질문과는 달리 이번 질문에는 쉬이 답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끝없이 펼쳐진 관람석과 그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바다처럼 넘쳐 났다.


“으음. 엄청 많은 것 같은데요?”

“그래, 많지. 그럼 이번에는 다른 질문을 해 보도록 하지. 이 콜로세움을, 건물과 편의시설을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인원과 돈이 투입되었을 것 같나.”

“금화 백만 닢···?”

“근접했군. 뭐, 대략 그 정도쯤 되지.”


금화 백만 닢을 원으로 환전하면 100억 정도였다.

말하자면 이 콜로세움을 만드는 데 든 자본이 그만큼 어마어마하다는 것.


“자, 서서히 끝이 보이고 있다. 그대들이 말했던, 이 방을 제외한 일반 관람석에서 경기를 관람하려면 얼마만큼의 돈을 내야 할까.”

“비쌀 것 같은데··· 한 명당 금화 오천 닢은 받지 않을까요? 콜로세움을 짓는 데 백만이라는 액수가 들어갔다면, 그걸 충당하기 위해서···.”


웃고 있었던 플라임의 미소가 더욱 짙어지자, 시연은 말을 흐렸다.

질문에 또박또박 대답하고 있던 그녀가 막힌 것은 처음이었다.


“금화 오천 닢이라··· 아쉽군. 아쉽게도 이번에는 정답에 근접하지도 못했어. 답은 은화 천 닢. 조금만 모은다면 금방 벌 수 있는 돈이란 말이다.”

“···?”

“왜 그러지. 예상과는 많이 다른 액수인가?”

“아니, 그렇게 적게 받으면 원금을 회수하지도 못하는 거 아니에요?”


합당한 지적이었다.

은화 천 닢은 시간을 들이면 쉽게 벌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그와 동시에 금화 백만 닢이라는 금액을 충당하기란 너무나도 적은 금액.


“자, 그럼 여기서부터 진짜 질문이다.”


다만 플라임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문을 열고 있을 따름이었다.


“왕국은 콜로세움을 지을 때 사용한 돈을 ‘어디’에서 회수할까?”

“그게 회수가 돼요···?”

“되고말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어디에나 방법은 존재하지. 이를테면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이 방 같은 곳에서 말이다.”

“이 방이···?”

“그래. 일반 관람석을 차지하는데 은화 천 닢이 든다면, 이 유리방을 차지하는데 드는 돈은 약 금화 칠만 닢이지.”


예상하건대 콜로세음의 제작 비용이 금화 백만 닢.

스위트룸을 이용하기 위해 내야 하는 금액이 금화 칠만 닢.

만약 스위트룸 여덟 개가 전부 이용되었다는 가정 아래, 스무 번 이상이나 진행된 이 콜로세움이 벌어들인 돈은 최소···.


“금화 백만 닢은 넘지 않겠나?”

“말도 안 돼···. 그게, 가능해요?”

“하하, 그럼. 가능하니까 이런 식의 구조로 관람석을 설계한 것 아니겠나?”


플라임의 말이 이어졌다.


“콜로세움은 말 그대로 자유로운 대련을 추구한다. 생사여탈과 나이 제한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유동적으로 흘러가는 편이야. 그리고 그와 동시에, 왕국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싸움을 관람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지.”

“···.”

“그 몇 안 되는 장소를 관람할 수 있는 권리. 그 권리를 나는 최소 은화 천 닢으로 팔았다. 거기서부터 소위 말하는 사람들의 인지가 시작된 것이야.”


몇 되지 않는 장소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권한을 싸게 팔아,

대중들의 인지도를 넓혔다. 그것만으로도 홍보가 되고 입소문이 된다.


“인지가 시작하면 시작될수록 더 높은 자리의, 상류층의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겠나? 이것도 소위 말하자면, 그래. 이 말이 어울리겠군. vip라고 말이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그리하여 퍼져 나간 입소문이 높은 계층의 사람들에게까지 전해질 때, 비로소 vip 혹은 대부호라 불릴만한 사람들이 움직인다.


“그리고 그들이 바로, 이 유리방을 쓰기 위해 찾아오지.”


과시하기 위해. 과시욕은 인간의 욕구이자 욕망 중 하나였으므로.

혹은 모종의 기대감을 갖고서. 다른 곳과는 어떻게 다르고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경험하고 싶어서.


타인에게 자신을 과시하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하는 건 인간이라면 마땅히 가지고 있어야 할 본능이다. 플라임이 노린 점이 바로 그것이었다.


“여덟 개밖에 존재하지 않는 특별 룸과 도처에 널린 관람석. 자. 경들, 한 번 생각해 보게. 그 특별 룸에 머무르기를 결정한 vip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


희열.

우월감.

혹은 그와 비슷한 감정들.


“···.”

“···.”


그 이야기를 들은 설진과 시연의 표정이 멍해졌다.

꼭 머리라도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모양새였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플라임이 웃었다.


“원래 돈을 벌기 위해 선행되어야만 하는 조건이 바로 사람들 사이에 ‘차별’을 두는 것이니-. 단지 그뿐인 이야기다. 이게 장사고 사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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