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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64_leedong76 80 님의 서재입니다.

EX급 재능러의 탑 정복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딜1런
작품등록일 :
2021.11.25 23:49
최근연재일 :
2023.01.12 13:44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208,059
추천수 :
2,319
글자수 :
1,564,721

작성
21.12.20 21:45
조회
934
추천
15
글자
12쪽

38화

DUMMY

남은 시간, 하루.

설진과 시연이야 공작이 언제 침략할지 그 일자를 알고 있었지만, 병사들은 몰랐다. 그리하여 그들은 언제 어디서든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병사들은 공작의 침략 하루 전 각자의 지역에 배치되었다. 설진이 짚은 여섯 개의 마을과 도시에 구천의 병력을 나눈 채로.


플라임은 구천의 병력을 여섯 개의 대대로 분리했다.


로델, 카밀린사, 라만과 같이 공작의 마력이 잔류한 흔적이 있는 지역을 위주로 과반수 이상의 병력을 할당했다.

세 지역에 배치된 병력의 수의 총합은 육천. 기사와 지휘관의 지위를 가진 고위급 병사 이백과 왕실 마법사 예순다섯이 들어간 부대였다.


이동한 병사들은 가져온 물자를 풀고, 진을 쳤다. 서서히 마을과 도시를 군사기지로 바꾸어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확실하지 않은 사항이라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전쟁이 있을지도 모르니 대비할 것 정도의 언질을 줬다.


-남은 시간, 육십 분.

시간으로 환산하자면 한 시간.


“곧 있으면 시작이네요.”


로델 마을에 자리를 잡은 설진이 중얼거렸다.


“그러게, 이제 한 시간이네.”


시연이 말을 받았다. 로델 마을에 숨어든 공작의 마력은 파훼했지만, 다른 두 마을보다 비교적 늦게 파훼된 탓인지 괜한 전운이 감도는 듯했다.


알 수 없는 변수투성이 전쟁 속 설진은 이곳을 유력한 후보에 집어넣었다.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가장 늦게 파훼된 지역이기 때문이었다.


“이곳 정보가 가장 많이 새어 나갔을 거에요. 그걸 알고 플라임은 평균보다 많은 병력을 이곳에 주둔시킨 거고요.”

“하긴, 이쪽으로 오는 게 유력하긴 하지.”


로델 마을은 숲과 비슷했다. 정확히 말하면 마을을 기점으로 곳곳에 숲으로 된 환경이 바다처럼 퍼진 곳이었다.

하여 기병을 운용하는 것이 극단적으로 어려워져 빠른 속도로 진격하지는 못할 테고, 온다면 마법사를 이용해 숲을 태우며 오지 않을까 싶었다.


“응. 저렇게. 내가 딱 하고 싶은 말이 저거였어. 저렇게 숲 태워서 오면, 안쪽에 있는 우리한테 적당한 압박감도 심어 줄 수 있···.”

“···누나?”

“어 시발 잠만.”


화륵- 화르르륵-!!


숲이,

숲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장작을 살라 먹은 불들이 산불을 퍼뜨렸다. 가지가지 퍼진 화염이 나무과 풀을 연료 삼아 거세게 타올랐다.


시연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위를 바라보았다.


[제한 시간 00 : 00]


“그래, 시간은 다 됐네.”


하아아.


옅은 숨결이 새어나갔다.


“설진아. 몇 명이냐.”

“천 오백. 그중 마법사는 오백 명 정도요.”

“우리는 몇 명이었지?”

“이천 명. 우리 쪽 마법사는 스물다섯 명이요.”

“병사는 우윈데, 마법사가 좀 그러네.”


공작 측의 총병력이 오천이라는 것을 가정했을 때, 여섯의 지역을 각개격파 하기에는 너무 과도한 병력 투입이었다.


“여섯 지역을 한 번에 노리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럼 정보를 빼간 세 지역만?”

“네, 아마도.”


루이의 스킬로 인원을 파악한 설진이 화답했다. 숲 너머로부터 보이는 군세 속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침음을 흘렸다.


“공작이 있네요.”

“뭐? 여기?”

“저기 멀리요. 거리로는 일 킬로미터 정도.”


공작은 마법사였다. 개중에서도 꽤 높은 경지를 이륙해 낸 마법사.

수성이나 공성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직업. 생각보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임을 짐작한 설진이 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삼킨 침이 목울대를 넘으려 할 즈음, 손에서 마력을 일으켰다.


탄도괄장(呑刀刮腸) - 단검.


마력을 인위적으로 발현시켜 무기의 형상으로 바꾸는 기술.

한 손으로 던지기 좋은 단검을 만들어낸 설진의 손이 추진력을 받기 위해 뒤로 당겨졌다.


“아마 죽지는 않을 거예요. 방어형 아티팩트를 끼고 있을 거라서.”

“아, 하긴. 그랬지. 그건 기억나네.”

“그것보다 이제 오 분이면 진격할 것 같은데, 명령 좀 내려주실래요?”


재차 입을 열었다.


“지휘관님?”

“야아아!! 그거 하지 말했지!!”


설진이 암살자의 신분으로 로델에 파견되었다면, 시연이 맡은 역할은 지휘관.

은색 갑주를 전신에 두른 모습이 꼭 강인한 기사를 연상시켰다.


“어쨌든 부탁해요. 플라임에게서 지휘권을 넘겨받은 건 누나잖아요.”

“으으··· 그렇긴 한데.”


작게 중얼거리며 칭얼댔다. 게임으로 할 때는 몰랐었는데, 수많은 사람을 직접 지휘한다고 생각하니 짐짓 그 기분이 달랐다.


“야, 그래도···.”

“잠시만요.”


뭐라 투덜거리려 할 때, 설진이 말을 끊었다.

뒤로 당겨졌던 단검이 탄성을 받아 앞으로 쇄도했다. 꽤 전력을 담아 손에서 벗어난 단검이 화살처럼 공작의 목을 노리고 쏘아졌다.


우우웅!!


큰 진동이 울렸다. 목에 적중했되 보호 마법이 발현되었다는 증거였다.

멀리서 본 공작의 얼굴에 당황의 빛이 어렸다. 미리 걸어둔 보호 마법이 없었더라면 사라지는 건 마력이 아닌 자신의 목이었을 테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보호 마법이 내장된 아티팩트. 색이 붉은 것으로 보니까- 앞으로 남은 건 두 번이에요. 두 번만 더 공격받으면 풀려요.”

“···어. 오, 오케이.”


고저 없는 목소리를 탄스럽게 뱉은 시연이 짧게 대답했다.

설진은 흠흠, 목을 가다듬고서는 입을 열었다.


“아, 방금 건 장난인 거 알죠?”

“장난 한번 더 치면, 내 얼굴이 빨갛게 익어서 죽을 수도 있어.”

“···.”


그렇게까지 나오니 또 할 말이 없어졌다.


“미아···.”

“거짓말이야.”

“···.”

“킥킥.”


붉게 물들었던 그녀의 얼굴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시연의 몸이 설진을 앞서 나아갔다.


“자, 그럼. 맡은 일 좀 해볼까.”


설진의 말대로 이번 전쟁에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지휘관.

타인을 지휘하는 데 있어 가진 바 능력이나 경험은 없었지만, 시연에게는 릴리에 로엘리아라는 인물이 존재했다.


릴리에 로엘리아의 스킬 중 지휘에 관련된 스킬을 끄집어 몸에 적용했다. 눈에 마력이 깃들며 전장을 볼 수 있는 눈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불.’


불이 보였다. 숲 전체를 둘러싼 거대한 화마(火魔)들이.

두렵지는 않았다. 전쟁에서 지휘관이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건 전멸을 의미했다. 두렵더라도 두렵지 않은 척, 무섭더라도 무섭지 않은 척. 지휘관의 기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취해야 할 행동은···.’


먼저 생각해 봤다. 왕실과 공작. 어느 쪽이 더 긴박한지.

왕실은 수성, 공작은 공성.

왕실의 병력은 구천, 공작의 병력은 오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유리해질 거야.’


불은 확실히 위협적인 공격 수단이었지만, 지금 급한 것은 공작이었다. 공작의 병력은 왕실에 병력에 못 미쳤다. 버티고만 있으면 지원군이 오는 것은 기정사실일 터.


공작 또한 그 사실을 아는지 천의 병력을 이끌며 돌진하기 시작했다. 전부 마법사가 아닌 보병들이었다.


화마가 가득한 숲속, 남겨둔 세 개의 통로로 병력이 몰아친다. 불길이 강렬해 함부로 접근하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받아치는 형국으로 가는 것이 옳았다.


“병사들이여!”


시연이 입을 열었다. 무엇을 말하여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병사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는지, 격려할 수 있는지 생각났다.


“불은 적의 편이 아니다. 보라!”


적이 몰아치는 방향은 세 가지. 동시다발적으로 몰아치는 것이 아닌 세 가지라는 한정적인 방법을 이용해 돌진해 온다.

이것 자체가 자충수였다. 자충수임과 동시에 눈속임이었다.


“불길이 옅은 곳을 틈타 짓쳐오는 놈들에게! 어찌하여 불이 저들의 편을 들어주겠는가! 저들의 화공은 기세 싸움을 위한 눈속임일 뿐이다!”


인위적으로 일으킨 화마로, 압도적인 광경을 눈에 새기어 적의 사기를 떨어트린 후 빠르게 단기전으로 끝내려는 공작의 속셈을.

릴리에 로엘리아는, 간파했다.


“하찮은 눈속임일 뿐이다! 속지 마라 왕실의 자랑스런 병사들이여!”


시연의 말이 이어졌다. 말을 들은 병사들 중 몇몇은 그제야 깨달았는지 창을 쥐고 검을 올려잡았다. 사기 하락을, 사기 증진으로 되받아쳤다.


그러나 또한 몇몇은 아직 떨고 있었다. 아무리 시연의 연설이 정곡을 꿰뚫어도 사람인 이상 숲 전체가 타들어 가는 상황을 본다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되돌리기 어려운 것을 되돌릴 여유는 이곳에 존재치 않았다. 시연은 정신을 차린 병사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가라! 자랑스러운 플레임 왕국의 병사들이여! 진정한 수성(守城)이 무엇인지, 저 아둔한 것들에게 똑똑히 새겨 줘라!”

“우아아아아!!!”

“플레임 왕국을 위하여!!”


다다다다다!!!


병사들이 간다.

몰아친다. 저돌적으로 틈 하나 주지 않고 돌진한다.


챙! 검과 검이 맞부딪혔다. 병사와 병사가 힘 싸움을 하고 있는 틈을 타 왕실 측 또 다른 병사가 창을 내찔러 공작의 사병을 꿰뚫었다.

촤아악!! 피가 터졌다. 터진 피가 사방으로 비산해 근처 병사들의 갑옷에 묻었다. 피가 튄 갑옷을 입고서 다시 검을 내지르고 창을 든다.


“염화(炎火)!”

“화염구!!”


왕실 마법사들이 고위급 주문과 하급 주문을 섞어서 영창했다. 한 손에는 세상 모든 것을 녹여버릴 듯한 염화가, 또 한 손에는 빠른 속도로 짓쳐 드는 날렵한 화염구가 있었다.


“쏴라!”


배치된 또 다른 지휘관의 명령을 시작으로 마법이 날아들었다. 노리는 것은 병사가 아닌 마법사. 보병들과 보병들이 맞부딪칠 때, 마법사들은 마법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



우우웅!!


붉은색이었던 보호막이 더 옅게 변했다. 이젠 묽은 적색이라고 불러야 할 만큼 옅어진 색상이 설진의 눈에 들어왔다.


“이제 한 번인가.”


짧게 중얼거렸다. 탄도괄장(呑刀刮腸)으로 벌써 두 번의 공격을 성공시켰다. 암살자이니만큼 공작의 주변까지 접근한 설진이 숨을 토해냈다.


“여기 있었구먼. 쥐새끼!”


반 호흡을 내쉬어 체력을 회복하려는 순간, 화륵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공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반응은 빨랐다. 화염구 다섯 개가 한꺼번에 비산한 자리를 빠르게 뜬 설진이 검을 올려잡았다.


“오른 르파네르 공작.”


르파네르 가문.

반란을 일으킨 공작의 가(家)였다.


이름은 오른. 설진의 눈이 점차 위로 올라갔다.

오른의 모습이 보였다. 마흔 정도로 보이는 중년의 인상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왼손에 지팡이를 든 그가 웃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런. 꽤 명문가의 자식이 왔구만.”

“왜, 두려우냐?”

“두렵기는. 나 원, 좀 더 높은 놈들이 올 줄 알았는데 말이지.”


호오. 설진이 크게 소리를 흘렸다.


“보호막이 벌써 두 번이나 반응했는데 말이지. 나보다 높으신 분들이 오면, 네놈은 지금쯤 죽었을 거다.”

“아니, 일부로 걸려 준 것 아니겠나. 쥐새끼를 잡는 방법으로선 유인책이 제격이라고 생각하거든.”

“하, 그런가.”


설진이 말했다.


“그것참 고맙군.”


휘이익!!


말하면서 단검을 만들었다. 만들어 던졌다. 우우웅!! 다시금 진동이 울렸다. 세 번의 보호 중 세 번. 이제 더 이상 오른을 지킬 아티팩트는 없었다.


“반란군을 이끄는 배후가 이런 머저리였다니.”


검을 쥔 오른손이 아닌 왼손에서 나간 단검을 넋 놓은 채 바라보던 오른의 앞에서,

설진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생각보다 반란이 쉽게 진압되겠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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